필자의 부친은 6·25전쟁 때 포항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부친이 기억하는 6·25전쟁은 포항 수도산에서부터 들려온 따발총 소리였다. 북한 인민군이 수도산을 타고 내려왔다고 한다. 필자 부친은 중학생으로서 겪은 6·25전쟁 이야기를 실감나게 들려주시곤 했다.
포항중학교 교정으로 들것에 실려온 많은 부상병들, 내장을 움켜잡고 있는 부상병, 엄마 엄마 부르짖다가 그 소리가 끊기면 숨이 끊어진 이야기 등… 그 어떤 전쟁이야기보다 부친의 6·25전쟁 이야기는 생동감이 있었다. 40대 중반인 필자 세대까지만 해도 부모세대는 모두 6·25를 겪은 세대다. 그러나 이제 전후세대가 대부분이다. 6·25 전쟁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영국이나 프랑스로 여행을 하고 온 사람들이 하는 말 가운데는 이런 말이 있다. 꽃다발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곳은 어김없이 참전용사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시골의 작은학교 교정에도 세계 1, 2차대전 때 참전했던 그 학교 선배들의 이름을 새긴 비석이 있고 그 앞엔 역시 꽃이 있다고 한다.
서울고등학교 동문들이 세운 6·25참전 기념비
오늘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으로부터 멋진 이야기를 들었다. 서 본부장의 손자가 입학하게 된 서울고등학교 예비소집일에 가서 교내 이곳저곳을 살피다가 멋진 기념비를 보았다는 이야기다. 서울고등학교 총동창회에서 2010년에 세운 6·25참전 기념비다. 필자는 이야기를 들은 후 취재차 바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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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학교 교정 |
고등학교치고는 꽤 교정이 넓었다. 마침 재학생이 지나가길래 참전기념비 위치를 물었다. 혹시나 재학생이 모르고 있으면 어쩌나하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바로 가르쳐 주었다. 재학생 모두가 알고 있다는 뜻이다.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반가웠다.
교내 양지바른 곳에 서울고등학교 동문의 6·25참전기념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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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학교 6·25전쟁 참전기념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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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참전 기념비 序文 |
6·25전쟁 참전 기념비
6·25전쟁에 참전한 ‘우리들의 영웅’
사백 쉰 세 분의 자랑스러운 이름입니다.
나라사랑과 솔선수범의 숭고한 뜻
오래도록 이어가기를 다짐합니다.
2010년 10월 16일 서울고 총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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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기념비에 세계진 추모시 |
뛰는가슴 굳센 마음으로
가로막힌 철조망을 뚫고
맨몸으로 탱크를 막아내어
북녘에 태극기를 높이 휘날린
서울고등학교 학도병 전사들
사백오십삼명 젊은이의 웅온한 기상
이곳에 서려있으니
자랑스런 선배들 뒤따라
믿음직한 후배들 오늘도
조국이 부르면 힘차게 달려가리라
정의와 민족을 지키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하여
- 십이회 김광규 -
6·25전쟁에 참전했던 서울고 동문 중에 전사자의 이름엔 밑줄이 그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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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리석엔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
전국 각 고등학교의 6·25참전 역사를 발굴하자
흔히 명문이라고 하면 그에 따르는 수식어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라는 말이 붙곤 한다. 과연 역사와 전통은 무엇일까? 서울대, 연·고대 등 명문대학교에 많은 합격생을 낸다고 해서 명문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바로 나라를 위해 희생했던 선배들과 그 선배를 기리는 후배의 마음이 엮어질 때 비로소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명문이 되는 것이다. 서울고등학교는 그런 의미에서 분명히 명문 고등학교다.
비록 필자의 모교는 아니지만 6·25전쟁때 참전했던 선배동문을 기리는 서울고등학교 관계자와 선후배 동문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서울고등학교의 6·25참전기념비를 본 후 필자는 마음이 움직였다. 대한민국엔 많은 명문 중고등학교들이 있다. 특히 6·25전쟁때 기꺼이 학도병을 자원했던 학교가 있다. 그 학교들에 세워진 기념비를 파악하고 싶었다. 먼저 포항고등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취지를 설명하고 사진을 이메일로 받고 싶다고 했다.
바로 학교측은 이메일로 포항고등학교 교정 안에 있는 기념비 사진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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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고등학교의 호국학도 충의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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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학도 충의탑 주변을 청소 포항고 재학생들 |
한국전쟁때 가장 많은 학도병을 배출한 학교는 군산(중)고등학교다. 전화를 걸었다. 현재 고등학교는 새로 이전한 곳이라서 기념비는 없지만 군산중학교에는 기념비가 있다고 전해 왔다.
필자는 지면을 빌어서 제안하고자 한다
각 학교마다 6·25전쟁이나 월남전 등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동문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고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자는 것이다. 각 학교마다 동문 중에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동문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역사를 발굴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선 전교조의 파괴적 교육에서 학생들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을 보시는 독자 중 출신학교 교정에 참전 기념비나 희생자를 위한 추념비가 있다면 그 사진을 저의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연까지 같이 보내주시면 모아서 기사화 하겠습니다.
첫댓글 6.25당시 학도병이 나가지 않은 학교가 매우 적을겁니다. 그들의 충혼을 탑으로 모시는 일은 매우 의미있고 후학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됨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지요.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