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도 탁구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 늘 좋은 일들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힘의 근원이란 주제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볼까 합니다.
사실 세상에는 많은 형태의 운동들이 있습니다. 어떤 운동들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가 하면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형태의 운동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떤 운동을 하는 사람이든 자기가 하는 운동이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든 운동들이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운동자체가 가지는 고유한 장단점보다는 각 개인이 그 운동을 수행하는 방법에 의해서 더 큰 장단점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즐기는 탁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사실 탁구는 장점이 굉장히 많은 운동입니다. 사용하는 용구의 무게나 타구하는 공의 무게가 그리 무겁지 않고, 이동 거리도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신체에 큰 무리를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곧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용구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무리한 스윙이 용납됩니다. 예를 들어 테니스의 경우에는 라켓의 무게나 공의 무게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잘못된 형태의 스윙은 거의 대부분 제대로 공을 보내기가 힘들게 됩니다. 하지만 탁구의 경우에는 대충 스윙을 해도 공이 가볍기 때문에 아주 큰 변화가 실린 공이 아닌 경우에는 어느 정도는 공을 상대방에게 넘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초보자들이 탁구는 쉽게 시작해서 갈수록 어렵다는 말을 하고, 테니스는 어렵게 시작해서 갈수록 쉬워진다는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벼운 용구를 사용하는 운동의 경우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바로 초보단계에서 체중의 이동을 사용한 올바른 형태의 타구를 제대로 배우기가 힘들고 또 그럴 필요성을 느끼기도 힘들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전에 올린 글에서 무거운 라켓을 사용한 연습방법은 근력을 증가시켜서 스윙파워를 올리는 것 보다는 중심이동을 분명히 느끼게 만들어서 몸 전체를 사용한 스윙을 체득하게 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바 있습니다.
사실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탁구를 시작하지만 구력이 점차 올라가게 되면 생각만큼 쉽게 늘지 않는 탁구실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게 됩니다. 이것은 비단 탁구라는 운동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고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주위에 골프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골퍼들 역시 이러한 고민에 부딪히게 되고 그 결과 어떤 사람들은 보다 강력한 용구에 집착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기본기의 강화를 위해 레슨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즉 보다 강력하고 잘 제어된 형태의 공을 치고 싶어 하는 것이 라켓스포츠를 즐기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꿈입니다. 자기에게 적합한 형태의 용구를 취사선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좋은 조언을 해주고 계시기 때문에 저는 후자의 문제에 대해서 제 생각을 조금 피력해 볼까 합니다.
우리가 처음 탁구를 배울 때는 생각이 공을 치는 것 같습니다. 조금 시간이 흐르면 라켓이 공을 치게 되고, 더 시간이 흐르면 손목이 공을 치게 되고 이런 순서대로 점차 탁구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다. 물론 손목 다음은 팔꿈치가 되고 그 다음은 팔이 되고 등등으로 점차 몸 전체를 사용한 스윙의 형태로 발전되겠지요.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해본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는 힘의 근원이 한 개인에게 있어서 탁구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차 변화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탁구를 배울 때는 탁구가 아주 만만하게 보였습니다. 내 생각처럼 모든 것이 쉽게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졌던 거죠. 하지만 한두번 탁구를 쳐보면서 공을 라켓에 맞춘다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이때쯤 되면 공을 넘기기 보다는 라켓에 제대로 맞추기에도 급급합니다.
그것이 아무리 짧고 가벼운 것이라 하더라도 “내 것이 아닌 것”의 이질감은 굉장히 큰 무게로 내게 다가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나 아닌 것”,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치에 대해서 조금씩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무관심하지도 않으면서 지나치게 구속하지도 않는 요령”을 조금씩 터득하게 됩니다.
무관심하게 되면 무력하게 되어서 공에 힘을 실어줄 수 없고, 지나치게 구속하면 굳어버려서 공을 제어할 수 없는 현실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라켓에 대한 생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 신체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가게 됩니다.
라켓이 조금씩 내 신체의 일부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라켓은 점점 그 크기가 커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내 손까지 포함한 크기로 커지다가 점차 손목을 포함한 크기로 커지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면 팔꿈치까지를 포함한 테니스 라켓과 유사한 크기까지 커지게 되고 또 좀더 시간이 지나면 어깨까지를 포함한 야구방망이만한 크기로 커지게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정도 크기까지 라켓이 커지게 되면 스윙시 이전 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 느껴지게 됩니다. 하지만 웬지 모르게 내게 느껴지는 만큼의 힘이 공에 전달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의심과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단지 라켓이 무겁고 길다고 해서, 바꾸어 말하면 라켓의 움직임에 의한 운동에너지가 크다고 해서 공에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저는 탁구를 처음 배울 때 라켓에서 느껴지던 이질감이 공으로 확장됨을 느꼈습니다. 비로소 내 몸에 항상 접촉해 있는 대상을 이해하는 보다 단순한 문제에서 아주 짧은 순간 동안만 내 몸에 접촉하는 대상을 이해해야 하는 보다 복잡한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문제에 대한 실마리 역시 “무관심하지도 않으면서 지나치게 구속하지도 않는 요령”에서 찾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공을 타구할 때 임팩트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과 라켓이 접촉하는 모든 순간이 임팩트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임팩트라는 것이 디지털의 개념으로 시공간상의 한점은 결코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라켓이 공과 접촉하는 모든 것이 임팩트 순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에 실린 의미가 내 라켓에 실린 의미와 섞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새로운 형태의 의미가 생기고 이 의미가 라켓에서 분리되어 상대에게로 날아가는 순간까지가 공과 라켓의 접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내 공에 위력과 변화가 부족한 이유는 내가 공의 의미를 읽지 못했거나, 내 라켓에 실린 의미가 공과 너무나 이질적이어서 결코 서로 섞일 수 없거나, 새롭게 만들어진 의미가 존재가치가 떨어져서 상대에게 전달될 만큼의 힘을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혹 강한 위력과 변화를 가진 공을 보내려는 나의 의미만 너무 강하게 작용하여 공에 실린 상대의 의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둘의 전면적인 접촉은 일어날 수 없고 만남은 결렬되어 버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공을 강하게 타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타구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속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흔히 몸 전체를 사용한 스윙을 하라고 이야기 하는데, 실제로 우리 몸은 전체로서 작용하게 만들어져 있고 또 실제로 전체로서 작용합니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제 작은 아이가 이제 3살인데 노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무게중심을 유연하게 이동시키고 몸 전체를 사용하여 힘을 내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자아가 생기고 자기 생각이 굳어지고 욕심이 생기면서부터는 눈빛도 변하고 행동양식도 무리한 것이 혼합되기 시작하며 흐트러집니다.
이러한 내면의 집착과 욕심이 가장 분명하게 육체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관절인 것 같습니다. 특히 손에 가까운 관절에서 더 심하고 뚜렷하게 흔적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 움켜지고 소유하려는 본능이 손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탁구를 칠 때 무리하게 손목을 사용하려는 욕구가 많이 생기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몸 전체를 사용한 스윙은 이러한 집착과 욕심을 떠나서 상대와 공을 통해 서로의 의미를 논의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기 때문에 중요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의 일부분이 아닌 내 마음 전체가, 내 신체의 일부분이 아닌 내 신체 전체가 공을 통해 상대방의 정신적 육체적 전체와 접촉하여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탁구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저는 탁구를 하기 전보다 탁구를 시작 한 후에 나 아닌 다른 것들에 대한 이해가 더욱더 깊어짐을 느끼곤 합니다.
탁구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정해진 점수를 먼저 쟁취하여 승패를 가르는 경기에 불과하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테이블을 마주하여 선 두 사람은 승자와 패자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두 사람으로 남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탁구를 통해서 더욱더 서로를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첫댓글고경님 정말 오랜만에 글을 올리셨네요. 무엇하시나 궁금 했었는데.. 만나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고경님 사시는 곳이 부산 전포동 이시군요.. 예전에 92년도에 전포1동(서면 지하상가 일대)와 전포 9동(산밑동네)에서 신문(석간 국제신문- 지금도 그 신문 있는지 모르겠네요) 돌리면서 서면학원과 부산학원을
쫓아다니면서 공부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제 숙소는 부산학원 옆 글빛독서실로 기억합니다. 부산에서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많은 추억이 있습니다. 부산학원 칠판 딱세, 용호동 신발공장, 구 부산상고 앞 롯데리아 햄버거집. 가스충전소등.. 문득 고경님 글을 읽고 있으면 예전에 아련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92년도 추운겨울 길보드 차트(길거리 리어커 레코드 가게)에서 김현식의 "새끼손자락 걸며 영원 하자던..."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했었는데.. 고경님 항상 건강하시고, 나이어린 이 사람의 옛 추억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가끔씩 이라도 여운이 남는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꾸 벅.
평상시 이슬이와 많은 시간을 갖는 직업관계로 육체적 건강과 신체리듬을 회복하고자, 동네 탁구장에서 처음엔 단순히 땀을많이 흘릴 목적으로 옛기억(동네수준)으로 다시 시작한지가 6개월여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 모든 싸이트를 방문하여 나 자신에게 몇단계나 업그레이드 시키는 참- 즐거운 시간을 안겨준 도
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결과 허리 2인치, 몸무게 5키로 이상의 감량으로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나름대로의 더 즐거운 탁구를 추구 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탁구가 저에겐 공을 이용한 단순한 운동이라고만 여겨왔으나, 고경님의 좋은글을 대한후, 앞으로는제게서 떠나는 공 하나하나의 무
첫댓글 고경님 정말 오랜만에 글을 올리셨네요. 무엇하시나 궁금 했었는데.. 만나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고경님 사시는 곳이 부산 전포동 이시군요.. 예전에 92년도에 전포1동(서면 지하상가 일대)와 전포 9동(산밑동네)에서 신문(석간 국제신문- 지금도 그 신문 있는지 모르겠네요) 돌리면서 서면학원과 부산학원을
쫓아다니면서 공부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제 숙소는 부산학원 옆 글빛독서실로 기억합니다. 부산에서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많은 추억이 있습니다. 부산학원 칠판 딱세, 용호동 신발공장, 구 부산상고 앞 롯데리아 햄버거집. 가스충전소등.. 문득 고경님 글을 읽고 있으면 예전에 아련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92년도 추운겨울 길보드 차트(길거리 리어커 레코드 가게)에서 김현식의 "새끼손자락 걸며 영원 하자던..."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했었는데.. 고경님 항상 건강하시고, 나이어린 이 사람의 옛 추억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가끔씩 이라도 여운이 남는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꾸 벅.
가벼운 라켓으로 하는 운동이기 때문일까요? 예전에 막탁구치던 안좋은 습관들이 몸에 배일대로 배여서 레슨을 받은지 한달반이 되가지만 습관들때문에 쉽지않은 출발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셰이크로의 전향이라 더더욱 힘드네요. 공을 넘기는건 대충 어떻게든 넘길수있지만..
제대로된 스윙과 자세로 교정하고픈 욕심에 레슨시작한후 레슨받는 20분이외에는 탁구를 전혀 치지않고 있습니다. 대신 혼자서 거울보며 스윙연습하고 항상 잘못된점 생각하며 지내고 있죠. 탁구에 대한 열정만큼 성과도 있었슴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네요..^^
항상 좋은글 남겨주시는 고경님의 글...이번에도 곱씹으며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즐탁하세요.
오랫만에 원초적인 탁구의 욕심이 무엇이었나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그러네요. 손으로 하는 탁구가 아니라 결국은 마음의 탁구 영혼의 탁구라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테일블 앞에 마주선 두사람~ 이 구절이 너무 감동적입니다. 사실 승부중독자들 때문에 마음 상하는 일들이 빈번한데 고경님 글을 읽으니 그저 마음을 비우고 그런 사람들과도 즐겁게 탁구쳐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평상시 이슬이와 많은 시간을 갖는 직업관계로 육체적 건강과 신체리듬을 회복하고자, 동네 탁구장에서 처음엔 단순히 땀을많이 흘릴 목적으로 옛기억(동네수준)으로 다시 시작한지가 6개월여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 모든 싸이트를 방문하여 나 자신에게 몇단계나 업그레이드 시키는 참- 즐거운 시간을 안겨준 도
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결과 허리 2인치, 몸무게 5키로 이상의 감량으로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나름대로의 더 즐거운 탁구를 추구 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탁구가 저에겐 공을 이용한 단순한 운동이라고만 여겨왔으나, 고경님의 좋은글을 대한후, 앞으로는제게서 떠나는 공 하나하나의 무
게에 제마음까지 실을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좋은글 너무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