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4월쯤의 봄날로 기억된다. 참 어둡던.. 기억도 희미한 흑백정지 화면으로 남아 가물가물한 시절이지만 지금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어서 몇자 적어본다.
새마을 운동도 시작 되기 전 이었었고 이제 막 국민(당시엔)학교에 들어가 '바둑아 놀자'를 배우던 때 였으니까 학교 생활이 모두 서툴고 낮설고 쉽지 않았다.
선생님은 콧물 때꾹물 줄줄 흐르는 아그들을 델꾸다니시며 일일이 화장실에서 용변 보는방법... 우물 뽐뿌질 하는 방법..줄서는 것.. 등등을 갈켜 주셨고..교실 청소는 5~6학년 헹님들이 해주셨다
책가방이란 물건이 있는줄도 몰랐기 땜시로 책을 보자기에 싸가지고 머스마들은 어깨에 둘러메고 지지바들은 손에 들고 학교를 댕겼었다.
일주일에 한번은 학교에서 건빵을 나눠주었는데 비닐봉지가 나오기 훨~ 전이라서 특별히 담을것을 가져오지 않으면...(대부분 아이들은 가져오지않았다.. 보자기 하나도 부족했으니까...ㅎㅎ 심지어는 애들이 학교 들어가면 책 보자기 만들어줄 걱정을 해야하는 똥꽁 찌져지게 가난한 집도 있었고 보자기가 구멍나면 떨어진 옷가지를 오려 꿰메어도 썼으니까ㅎㅎ)...
...아이들은 책 보자기를 교실 바닥에 펴고 책을 놓은 다음 그 위에 건빵을 붓고 책 보자기를 둘둘 말아서 어깨에 메고 걷거나 뛰어서 집에를 가는데, 뛰는 녀석 책 보자기에서 건빵이 튀어 나와 신작로에 쏟아지는 것도 종종 볼수 있었고...
그 건빵을 집에 가져가서 볶아먹고 튀겨먹고 사카린 타서 물 말아먹고... 건빵에 뚫린 구멍에 바늘로 실을 꿰어 매달아놓고 한개씩 입으로 따먹고...
못먹던 시절에 굶주림으로부터 해방 시켜주던 고마운 건빵...ㅎㅎ
한집에 학생이 여럿인 집은 건빵을 많이 타오니까 온식구가 건빵으로 세끼를 해결 하는 집도 있었다.
어떤때는 가루 우유도 줬는데... 촌놈들이 첨 먹어보는 맛난거라 책보에서 한줌씩 꺼내서 한입에 털어넣고 급히 침으로 녹여 먹을라다가 목이 막혀서 길옆 개울물을 대그빡 쳐박고 마시기도 했고...
암튼 나라에서 주는 건빵은 나중에 논산 훈련소에서도 마이 무거따...훈련소 마치고 경찰학교 부터 의경은 건빵 안주더라.내무부 소속이라서 검빵이 읎대더라.봉지안에 별사탕 맛 있었는데...
얘기가 옆길로 샜군...
그렇게 학교란 생소한곳에 적응을 해가던중...
어느날...
하늘같은 담임 선생님 종례시간에 노란 작은 봉투를 항개씩 나눠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
'너희들 내일 모레까지 그 봉투에 밥 먹고 응가 나오면 그걸 받아 와라' 하시는거 아닌가??
???... 도데체 왜그러는지 알수가 없네???
성냥개비로 콕 찍어서 속 봉투에 밤톨만큼만 받아오란다...
그 당시 치깐은 툼벙~!! 소리나는 측간이고 저아래 또다른 세상에도 수 많은 군상들이 살아 보겠다고 몸부림 치는데...그곳으로 빠르게 떨어져 내려가는 응가를 어케 성냥개비로 콕 찍어 받는단 말인가??
암튼 학교생활 두달만에 맞닥뜨린 최대의 난제였다.
6학년 누나한테 고민을 말했더니... 요령을 알켜준다.. 바닥에 회푸대 종이를 깔고..응가를 방출시킨다음 나뭇가지를 꺽어서 질긴 건더기 피해서 자알~ 퍼서 속봉투(미끌미끌한 작은 비닐봉투)에 넣은다음 성냥불로 입구를 지져서 밀봉해라...
8살짜리가 그걸 어케 제대로 하냐고? 손에 안묻히고... 참나~~
암튼 누나 엄마가 이삐게(?) 잘 싸줘서 교과서 사이에 끼워서 담날 학교에 갖고 갔는데...갔는데... 교실에 들어갔는데...~~
컥~~!!! 이건 교실이 아니라 완죤 칙깐이네...이런 눼에미~~^^ 수십명이 응가 봉투를 들고 왔으니...그 향기가 을메나 지독 하겠는가?? 우웨엑~~!! 아시는 분들 다 아시리라...흐흑..ㅠ.ㅜ
암튼 아그들은 그래도 재밌다며 낄낄거리고... 코를 막고 난리가 아니었다... 처음 겪는 일이었으니
그럴수 밖에...
선생님도 괴로우신지.. 큰 노란 서류봉투를 갖고 오셔서 1번부터 갖다 넣으라고 하셨다...휘유~~냄새~~~~~ 햇빛에 비춰보며 알맹이가 작으면 '퇴짜!! 넌 다시 받아와' 하시는거다...흑~
그른데...아 그른데에~~
고삼거리 사는 영관이 차례가 됐고 호명된 영관이가 일어섰는데...다아~ 뒤집어 졌다.........!!
영관이는 장남이다. 영관이 엄마 아빠는 아들을 첨으로 학교 보내신거다.
어느날 학교에서 응가를 받아 오라니까.. 왜일까 고민좀 하시다가 인심좀 쓰셨다~... 정말 인심좀 크게 쓰셨다!!
우리 어렸을적에 비료푸대 있었다. 두꺼운 비닐로된.. -요소-...이렇게 써있는 비료푸대...
아마도 학교 선생님들 사택에 텃밭 채소라도 기르려고 응가를 가져오라고 하시는지 오해를 하신건지 어쩐지... 암튼 듬뿍~
비료푸대를 4분에 1정도 자르고 거기에 통으로 응가및 쉬를 방출시켜 그 비료푸대 입구를 검정 고무줄로 꽁꽁 묶어서... 고무줄 끝은 똥그랗게 매듭꺼정 만들어서 들려 보냈는데...
영관이 표정좀 보라지~^^ '난 니들보다 선생님께 더 이쁨 받을수 있다 히힛~'...의기양양하다.헐~
비료푸대 묶운 고무줄을 손가락에 걸고 침은 질질 흘리며 히죽히죽 웃으며 앞으로 나가는데... 이게 무게 때문에 고무줄이 출렁출렁 거리는거야~~ 걸쭉한 국물도 보이고...애들 팔뚝만한 건더기도 보이고...에고..
(먹는게 시레기나 질긴 콩나물 고사리 이렁걸 먹고사니까 일단 그 옛날의 그것들은 굵었다)
어쩐지 교실이 냄새가 느므 풍부 하드라고~~...
선생님... 어이가 없어.. 너무 놀라 눈을 크게뜨고 당황한 표정이시더니...(그러는 중에도 영관이는 앞으로 걸어 나가고 있슴)갑자기 고함를 지르신다 ...대나무 뿌리 정신봉을 황급히 휘두르시며...
그자리에 섯!! 영관이 영문을 모르고 제자리에 서고
뒤로 도올아~~!! 머뭇거리다 뒤로 돌고
그대로 집을향해 앞으로오~ 카앗~~!! 멈칫거리며 발을 못뗀다.
네이놈 얼릉 안가? 영관이 울상이 되어 주춤주춤 교실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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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관녀석 지금 부산에서 잘 살고 있뎁니다.
연애편지 배달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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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핵교 댕길때... 밥풀때기 으깨서 넣었다가...(까맣게 잊고 있다가) 두달뒤에 결과 나왔을때 뽀록나서 교련용 목총으로 허블나게 마졌따...그때부터 상태 불량 해졌능게벼..ㅋㅋ
※ 어제 교수님께 수료쯩 받고 감개무량해서 술을 늠흐 많이 들이 부었네용ㅎㅎ 앤교수님은 참으로 자상하신 초등학교 일학년 담임 선생님처럼 제자들을 대해 주십니다^^ 그 옛날 일학년 담임 선생님 생각이 납니다. 또 응가로 명도끝내신 알있는렉스님 얼굴도 자꾸 오버랩 됩니다...ㅋㅋ 비위 상하신 분들께는 정말로 한없이 죄송합니다^^;; 우욱~~!!
첫댓글 맞어.. 그땐 그랬지. 그게 얼마전같은데.. 쩝~ 갑자기 요즘 한창 뜨는 노래제목이 생각나네.. 윤미래의 "이 나이먹고 대체 머했길래~" 앤교수님은 국민학교 일학년 담임선생님 같다는 말에도 동감~!! ㅎㅎ
아 ㄸ 냄새.......
표현이 너무 리얼하세여..재밌어여...
근데.. 자꾸 상상이 돼여~~아~~
아... 나 괜히 읽었어... 짐 막 저녁먹었는데...-_- ;;;
여나님도 그시대를 아나?ㅎㅎㅎ
건빵은 몰라두 채변봉투는 저희때도 있었어요..으~~
렉스땜에 점심먹은거 계속 튀어나올려고해요 .
메스꺼워 죽겠어~~
오래된 영화 한편을 보는 듯.. 근데 자꾸만 속이 거북해지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