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현 지나서 기후현에 들어서다(히코네 – 다루이 32km)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36
5월 5일(금), 맑고 바람 불어 걷기 좋은 날씨다. 오전 7시에 숙소를 출발하여 출발지점인 히코네시청으로 향하였다. 20여분 걸어 시청에 도착하니 서울에서 날아온 장정길‧장홍국 부자가 먼저 와서 일행을 반긴다. 전날 장정길 부자가 4년 전에 히코네 가는 길을 걸었다고 적었는데 그들이 예고 없이 등장하여 일행 모두 깜짝 놀랐다. 아들 장홍국 씨는 국제적인 큰 회사의 중역인데 4년 전 교토에서 히코네까지 아버지와 함께 걸었다. 그때 다짐한 말, 다음 기회에 아버지가 걸으신다면 히코네부터 며칠간 다음 여정을 걷겠다. 스스로에게 다짐한 약속을 실천한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오전 8시, 간단한 출발행사를 가졌다. 시청 홍보전략 과장의 인사, ‘4월 1일 서울을 출발하여 5월 23일 도쿄에 이르는 53일간 2,000 여km 대장정 중 히코네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30km를 하루 걷기도 힘든데 50여일을 꾸준히 걷는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 조선통신사는 12회의 여정 중 히코네에 열 번 들렸다. 여러분도 히코네의 역사와 문화, 에도시대의 길거리 등이 남아 있는 이곳을 즐기시며 도쿄까지 무사히 가시기 바란다.’
히코네에서 다루이에 이르는 여정
8시 10분에 시청을 출발하여 기후(岐阜)현 다루이로 향하였다. 당일 참가자 중에는 조선통신사의 중요인물인 아메노모리 호슈의 고장 시의원도 아메노모리호슈를 기리는 깃발을 들고 함께 걷는다. 참가인원은 당일참가자를 포함하여 45명. 시가지를 벗어나 작은 고개를 넘어 40여분 걸으니 조선인가도가 끝나고 나카센도(中山道), 도리모도 거리를 지나 20여분 더 걸어가니 경사가 급한 고갯길에 이른다.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 마루에 오르니 멀리 비와코(琵琶湖)의 아름다운 전망이 시야에 잡힌다. 조선통신사들이 쉬어가고 메이지 천황도 들렀다는 도호도(望海堂)에 들어서니 예전과 달리 문이 닫혔다. 이곳을 지키던 주인여자의 유고로 관리할 사람이 없다는 전문이다. 주인 없는 명소에서 바라보는 비와코마저 날씨 탓인지 흐릿하다.
보호도(望海堂)를 출발하여 삼림이 울창한 나카센도를 따라 40여분 걸으니 마이하라(米原)시 반바(番場)의 렌게지(蓮花寺)에 이른다. 굳게 닫힌 대문 앞에서 잠시 휴식한 후 점심장소인 샤메가이숙(醒井宿)을 향하여 열심히 걷는다. 한적한 시골길 지나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샤메가이숙(醒井宿)에 이르니 오전 11시 반, 자료관 후원의 빈터에서 도시락을 들고 주변을 살피니 조선통신사와 인연이 깊은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의 ‘맑은 물처럼 마음도 맑으라’는 짧은 시구가 눈길을 끈다. 시구 옆의 설명에는 80세까지 쓴 시 1만 수 가운데 하나라고 적혀 있다. 여러모로 사표가 되는 분이로다.
점심 후 사메가이숙을 출발하는 모습
12시 15분에 오후 걷기, 굵은 대나무와 울창한 삼나무 등이 길게 이어지는 숲길을 지나 한 시간 걸으니 가시하라숙(栢原宿)에 이르고 또 한 시간 걸으니 시가현(滋賀현)에서 기후현(岐阜縣)으로 행정구역이 바뀐다. 옛 오미국(近江國)과 미노국(美濃國)의 국경이었다는 표지석도 있다.
오미국과 미노국의 국경표지석(시가현과 기후현의 경계도 함께)
기후현에 들어서 한 시간 넘게 걸어 역사유적지에서 휴식하는 중 민단 기후현 본부의 김상도 단장이 승용차로 찾아온다. 잠시 환담 후 음료수를 여러 상자 전하고 갈 길이 바빠 작별인사를 나눈다. 30여분 걸어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간식, 오후 내내 열심히 걸은 후라 모두들 반긴다. 물주는 나, 5일간 함께 걷고 작별하는 나카우치 모녀를 격려하는 뜻을 담았다. 편의점 바로 아래로 막부정권을 탄생시킨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오랜 접전 끝에 마지막 승리를 거둔 세키가하라 전장 터가 있다. 육교에서 코스리더는 저 지점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본부였다고 특정구역을 지목하며 그 때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승리가 조선통신사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기도.
역사유적지에서 휴식하는 중 찾아온 민단단장과 함께
오후 5시 반, 목적지 다루이에 도착하였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다루이정(垂井町) 관광협회에서 걷기종료, 32km를 걸었다. 당일참가자에게 완보증을 교부하고 교류회 장소로 이동하였다. 다루이 관광협회는 8년 전부터 한일우정걷기 한국 측 멤버들의 홈스테이 행사를 주관하다가 이번에는 한일 양측 모두를 초청하여 성대한 교류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홀을 가득 매운 참가자는 60여 명.
6시 넘어 시작된 교류회는 거문고 연주로 시작, 은은한 가락이 교류회의 분위기를 돋우고 사와지마 관광협회장의 환영인사와 다루이정(垂井町) 정장의 축사가 이어진다. 건배 후 만찬, 엔도 일본대표의 답사, 김태호 정사의 인사 순으로 이어진 끝판에는 고향의 봄과 아리랑의 합창으로 막을 내리니 저녁 7시 반이 훌쩍 넘는다. 다루이 측 참석자 중에는 이토 히데무치 기후현 의원과 다카기 노리코 씨 등 6, 7차 홈스테이로 유숙하였던 인사들도 있어 반갑게 재회하였다.
성대하게 열린 교류회
다루이에 숙박시설이 마땅치 않아 인근 오카기시까지 전철로 이동하여 숙소에 이르니 저녁 8시가 넘는다. 하루 종일 열심히 걷고 충실히 교류하는 일정이 빠듯하다. 내일도 만만치 않은 여정, 잘 자고 열심히 걷자.
* 교류회에서 전한 메시지
사와지마 관광협회장의 환영인사
4년 만에 다루이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서울 – 도쿄의 정기적인 걷기는 이 행사가 유일, 에도시대에 12번 방문한 조선통신사처럼 민간교류에 앞장서는 12차례 우정걷기가 서로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편견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바란다.
다루이정장의 축사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수상의 회담 이후 한일 간 양국 간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이 증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많은 이들이 오신 것을 축하, 다루이의 여정이 평안하시기 바란다.
엔도 대표의 답사
우정걷기 일행을 진심으로 환영해주어 감사하다. 힘을 얻어 도쿄까지 열심히 걷겠다.
김태호 정사의 인사
다루이의 따뜻한 환영에 감사드린다. 우리는 ‘세계에 평화, 한일에 우정을’ 기치로 걷고 있는데 다루이에서 그 본을 보여주셨다. 행복하고 건강하시라.
첫댓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