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77>
혈순환 · 골형성 -- 잇꽃(紅花 ․ 紅花子)
혈액은 우리 몸의 순환계를 돌면서 60조 개가 넘는 세포들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대사물질을 배설기관으로 운반한다. 그런데 이 혈액에 포도당, 지질, 노폐물이 많아 혈액의 흐름이 정체되면 어혈(瘀血)이 발생한다. 어혈이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조직의 혈류정체, 염증성 출혈, 혈종(血腫, 기관·공간·조직에 출혈된 혈액이 덩어리가 되어 고여 있는 상태)이 되기도 하고 간장, 비장, 자궁 등에 종류(腫瘤, 암)를 형성하기도 하며 관상동맥을 막아 허혈성심근경색, 뇌경색의 위험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또 과한 운동이나 노동, 감염, 스트레스로 혈분의 열(血熱)이 오래 지속되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충혈과 출혈이 나타나지만 반대로 혈이 차면(血寒) 응결하여 어혈이 형성되므로 근육이나 관절에 통증이 발생한다. 즉 어혈이란 혈관 밖의 조직 간극으로 삼출되어 변성된 혈액 또는 혈의 운행이 순조롭지 못하여 혈관 내벽에 엉겨 붙은 혈액을 말한다.
어혈을 제거하여 혈맥을 소통하는 약물을 한방에서는 활혈화어약(活血化瘀藥)이라 한다. 이 약물들은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혈관의 저항을 감소하고 각 기관의 소통을 원활히 하며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예컨대 관상동맥질환(심근경색, 협심증, 뇌혈전, 혈관폐색)의 혈관 확장력은 단삼, 천궁, 홍화, 도인, 우슬, 택란, 현호색, 익모초, 당귀, 작약이 우수하고, 고관절동맥의 소통은 작용력이 더 강한 도인, 삼릉, 아출이 우수하다. 그런가하면 익모초, 홍화, 포황은 자궁수축을 잘하여 조경작용, 산후자궁출혈, 자궁복귀부전증을 빠르게 회복시킨다. 특히 홍화는 경통(經痛), 난산(難産), 오로(惡露, 자궁 내에 남아있는 혈액과 현탁액)가 멎지 않는 증상에 효능이 탁월하여 임상에 빈용 되는 약재이다.
한편 혈이 부족하면 골다공증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홍화씨는 전통적으로 골 형성 및 골다공증에 민간약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홍화씨가 골 형성에 유효하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홍화씨의 폴리페놀성 화합물이 골모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촉진한다는 보고와 함께 해면골(海綿骨, 뼈의 안을 채우고 있는 해면상의 골 조직)의 부피가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홍화씨가 에스트로겐 결핍에 의해 발생하는 골 손실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뼈는 특이하게도 평생 지속적으로 생성 성장 흡수를 반복한다. 1년 마다 10%의 뼈가 교체되는데 여성의 경우 50세 전후 폐경이 되면 더욱 골량이 줄어들고 골 소실이 빠르게 일어난다. 파골세포의 발달을 지연시키고 골 흡수(불필요한 뼈 조직을 제거하는 세포의 기능)를 억제하는 약물로 다용하는 비스포스포네이트는 식도염, 위궤양, 턱뼈괴사, 대퇴골 골절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에스트로겐 등 복합호르몬요법의 장기간 사용 또한 자궁내막암, 난소암, 유방암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에 비해 골 흡수를 막고 골 형성을 돕는 생약제재의 활용은 이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어 안전하다. 한방에서는 골다공증을 골비(뼈저림), 골위(뼈허약), 골통(뼈아픔), 골고(뼈마름) 증으로 설명한다. 뼈의 성장과 발육 및 쇠약의 원인을 신정(腎精)의 충실도에서 바라보고 그 쇠약과 소모를 북돋는 여러 치료약들 - 홍화, 구판, 우슬, 지황, 녹용, 오가피, 보골지, 파극천, 음양곽 등을 제시한다. 이 약물들은 주로 내분비물질간의 상호작용으로 정상적인 생리균형을 유지하고 음양과 허실에 따른 부조화를 조절하여 바로잡아주는 효능이 있다.
약초 홍화(紅花)는 국화과에 속한 일년생 초본 잇꽃의 통상화를 건조한 것이다. 꽃이 홍색을 띠어 붙여진 이름으로 에티오피아 등이 원산지로 알려졌다. 약성은 맵고 따뜻하며, 심 비 간경으로 들어가 활혈(活血), 파혈(破血), 행혈(行血), 화혈(和血), 조혈(調血)하므로 어혈에 의한 월경통, 산후오로를 치료하는 혈약이다. 홍화는 관상동맥의 저항력을 낮춰 혈류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심근을 보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작용은 홍화에 함유된 사플로옐로우(홍화황색소)와 관련이 있다. 홍화 천궁 단삼 복합처방의 실험에서 심근세포핵의 현저한 증가가 관찰되었는바 심근의 섬유화를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홍화는 혈소판응집을 억제함으로써 혈전형상시간을 연장하고 혈전정도를 낮추며 혈전의 중량을 감소시키는 작용이 뚜렷하다. 홍화가 들어간 혈부축어탕(血府逐瘀湯: 생지황 도인 각 12g, 당귀 천궁 작약 우슬 각 9g, 홍화 시호 지각 각 6g, 길경 5g, 감초 3g)은 혈어를 다스리는 한방의 대표 방제이다. 여기에 협심통이 있으면 천궁 홍화를 증량하고, 월경통에는 향부자 익모초 현호색을 추가한다. 본방은 기를 잘 통하게 하여 통증을 없애고(시호 지각 길경 감초), 혈의 운행을 활발히 하여 어혈을 없애며(홍화 도인 작약 천궁 우슬), 보혈을 겸한(당귀 생지황) 처방이다. 단 홍화는 월경과다와 같이 출혈이 많은 경우 복용에 주의해야 하며 임산부는 삼간다.
홍화씨(紅花子)를 앞세워 골다공증을 크게 개선하는 방약으로는, 조골세포분화 촉진과 파골세포작용 억제로 골밀도를 증가시키는 두충 여정자 한련초, 장내 면역계를 조절하여 골수세포를 증식하는 창출, 대퇴골 골수세포의 증식 분화를 촉진하는 구기자(각 3)을 바탕으로, 음양곽 골쇄보 육종용 보골지 토사자 선모 중에서 몇(각 1~2)을 더하면 된다.*
온포기
꽃, 잎
홍화(약재)
홍화자(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