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일기
●95세 지 할머니
노환으로 숨을 힘들게 쉬셔서 산소 호흡기 하고 있는데 입원하고 두번째 나타난 며느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빚이 얼만데 나이든 노인네에게 산소 주느냐고 당장 빼달라는 것이다.
저기요, 할머니 산소는 연명치료가 아니고요
너무 힘들어 하시니까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드리려고 주는거고요
저희 병원은 포괄수가제라 산소 그냥 드리는 거예요. 병원비에 다 포함돼 있다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며느리는 어디론가 전화를 해서 앙칼진 목소리로 계속 소리를 질러대며 사라진다.
지할머니는 며느리가 사라진지 두시간만에 돌아가셨다.
나는 분명히 할머니가 며느리의 고성을 들으셨다고 생각한다.
■88세 홍할머니
병명은 폐에 악성 삼출물이라 되어있다.
한마디로 숨을 헐떡이고 계신다.
전신부종이다.
할머니는 호흡곤란이 심하지만 해드릴게 별로없다.
몇년전 폐확장술도 하셨고 이미 여러차례 폐에서 물을뺐고
고통을 줄여 주는 강력한 진통제와 진정제를 드리고 산소는 최대한으로 올리고 있다.
그런데도 멘탈은 얼러트 하시다.
주변의 모든일을 감지하고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시고 고통을 호소하신다.
산소포화도가 50에서 90으로 오르락내리락 한다. 입술이 새파랐다
새벽쯤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할머니는 이미 여러차례 생사를 넘나들고 계시다.
●70세 오할머니
십년전에 재산 싸움으로 외가쪽 사람에게 총을 맞으셨다고 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코마상태로 지내신다. .
기관지 절개를 하셨고 뱃줄로 밥을 드신다.
남편분이 일주일에 한번 꼬박꼬박 오시는데
병실에 오분정도 머무시고
우리에게 일년에 두번 인사치례를 잊지 않으신다.
십년간 한결같이 온다고 생각해보라.
●72세 박할머니
고혈압, 당뇨로 삼년전 집에서 쓰러지셨고
저녁에야 식구들에게 발견되셨다.
반혼수 상태로 기관지 절개를 했고
콧줄로 식사를 드린다.
남편이 지극정성이시다.
매일 오셔서 맛사지를 하고 대화를 하신다.
부인이 듣고 있다고 철썩같이 믿는다.
우리 귀여운 부인, 공주님이라고 한다.
●25세 박청년,
큰병원에서 치아 부정교합 수술을 받다가
혼수에 빠져 깨어나지 못했다.
역시 기관지 절개를 했고 뱃줄로 밥을 먹는다.
그애도 가엾지만 엄마가 더 가엾다.
●41세 정씨
일하다 삼층에서 추락했다.
혼수상태로 가관지 절개, 콧줄이다.
어린 딸이 둘있다.
젊은 부인과 정씨 어머니는 소송중이다.
보상금 때문이다.
너무 가엾다.
●30세 홍씨
역시 쓰러진 상태로 아침에 발견되었다.
탈렌트 지망생이었다고 한다.
정말 잘생겼다
아깝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키도 크고 길쭉길쭉하다.
●22세 이청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쓰러졌다.
기관지 절개를 했고 반혼수다
아버지가 오는데
중학생 동생을 데리고 온다.
무척 준수한 청년이다.
대학생 친구들이 온다.
언젠가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65세 이씨
제약회사에 다니다가 올초에 쓰러졌다
기관지절개를 했고 콧줄이다.
삼킴장애 언어장애가 왔고 편마비다.
눈뜨고 계시며 글자판으로 제한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부인과 딸이 번갈아 오는데 부인이 오면 외면하신다.
나를 이런 곳에 두느냐는 원망이 느껴진다
가슴이 에어진다.
●62세 권씨
그는 일식집 셰프였다
부지런하고 자상하고 말을 잘했다 한다
사지마비고 눈은 뜨고 있다.
말도 알아듣지만 꼼짝달싹 못한다.
기관지 절개, 콧줄
●66세 이씨
하루에 막걸리 한통씩을 마셨다고 한다.
전신마비, 기관지절개, 콧줄
아들 둘이 번갈아 온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전거를 타고 온다
아들이 오면 눈을 감는다
차라리 오지말라는 것 같다
●죽는 것이 순간이기도 하지만
죽는 것처럼 힘든 것도 없지 싶다.
사지마비인채로 십년씩 산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일테니 말이다.
세익스피어의 말이 아니라도 불행은 정말
가지가지의 얼굴로 우리에게 온다.
팔다리 멀쩡하게 아니 고통없이 숨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해야 하리라.
(페북친구 간호사님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