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상
정 장 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관상가에게 관상을 본적이 딱 한번 있었다.
대학2학년 때쯤 어느 봄날이었다. 볼일이 있어서 시내를 바삐 걸어가고 있는데, 길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초로의 관상가가 나에게 말을 건네왔다.
"학생 여기 한번 앉아보게."
"왜 그러십니까?"
"잠깐이면 되는데, 내가 관상 한번 봐줄게." 하면서 나를 억지로 그 앞에 앉힌 후, 내 관상을 한번 쓱 훑어보더니 하는 말이,
"학생은 체격이 신라때의 김유신장군을 닮았기 때문에, 아무리 잘 먹고 운동을 많이 해도 몸은 건장해질지 몰라도 얼굴은 살이 안찌고 홀쭉해질 상이구먼. 그리고 장래진로는 문(文)보다 무(武)로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라고 하면서, 더 자세히 보려면 복채를 내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 관상가가 김유신장군의 얼굴을 어떻게 안다는 것인지, 너무도 황당무계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서 그냥 일어나 와버렸다.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앞날을 예단하는 관상이나 사주 같은 점복(占卜)에 대해서는 평소 관심과 흥미를 가지지 못하였고, 그때 관상 본 일도 그 후로는 까마득히 잊고 지내왔다.
그러나 주위에서 관상을 비롯한 점복이야기가 나올때면 어쩌다가 가끔 그때 관상 본 일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그리고 또 만약 그 관상가의 말대로 무(武)의 길인 군인의 길이라도 걸었으면 내 삶이 어떠했을까하는 망상을 해보기도 하였다.
관상에서는 얼굴과 손발, 음성, 체격, 심지어 엉덩이까지도 그 대상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주로 많이 보는 얼굴에는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있어, 그 자체가 우주라고도 한다.
관상은 신라 때 중국으로부터 들어와 관상학으로까지 발전하여 우리네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상학은 어디까지나 통계학정도로밖에 볼 수 없는데, 그것으로써 앞날의 운명이나 재수 같은 것을 예단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여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점복이 가끔은 어떤 유익한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고향 사람 중에 역술인이 한사람 있는데, 그 사람 말에 의하면, 역술을 믿고 찾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에게 앞날에 대한 점을 칠때 가급적 긍정적인 방향으로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면 실제로 자신감을 갖게 되어 어려운 일들이 풀리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상을 통해 그 사람의 미래가 아닌, 현재의 상태와 내면을 가늠해보는 것은 깊은 주의를 기을이면 어느 정도는 다소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관상이 몸속건강을 진단하는 척도가 되기도 하고, 또 과거 어느 재벌의 총수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에 꼭 관상을 보았다고 한다.
좋은 관상은 우선 남으로부터 호감을 받을 수 있어 누구나 부러워하게 되며, 아름다워지고 싶은 것은 인간모두의 원초적 본능이다.
그런 이유로 요즈음 성행하고 있는 성형수술이 치료목적 외에 신체의 어느 부위를 아름답게 바꾸려는 미화목적으로도 많이 시술되고 있다.
아무튼 평소 신체의 어느 특정부위에 대하여 심한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생활에 자신감을 잃을 정도라면, 고도로 발달한 성형의술의 도움을 받는 것을 굳이 반대만 할 것은 아니라고 보며, 오히려 정신적 치료효과까지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특히 얼굴에는 타고난 기본골격이 있으므로 화장이나 성형으로 그 모습을 바꾸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바른 마음 선한 마음으로 인격을 도야하고 정서를 함양하면 그것이 몸에 배어, 관상도 품위 있고 우아하게 변해진다고 한다.
따라서 좋은 관상을 가지기위한 최고의 화장과 성형은 마음의 수양일 것이니, 마음을 갈고 닦아나가면 지금 이 나이에도 관상이 바뀌어 질수 있을까.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최상순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