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사랑의 아픔과 추억
사랑은 꿈이요 낭만이며 환희이지만 숱한 아픔과 희생이 따른다.
미국의 문필가 피노드가 “사랑은 결혼의 여명이요, 결혼은 사랑의 일몰”이라고 지적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 말이다.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가 빗겨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 <초혼> 전문.
사랑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컷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김용택 <사랑> 전문.
낙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낙화> 전문.
낙화
늦은 봄날
울밑에 잠든
삽살개 잔등위로
솔솔이는 실바람
나무 그늘을 지나는
여인의 옷깃에
꽃물결 무늬가
일고 있다.
지금은
어느 계집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을
세월인데
뒷집 아이가 날린
연(鳶)이
높이 떠올라
이별이 아픈
골목길.
시들은 꽃을 버리고
떠나가는
나비의 몸짓으로
낙화가 일고 있다.
멀리서는
추억이 슬픈
강물소리
그대와 함께 거닐던
거리에
꽃노을이 붉은
이 저녁
몸살을 앓아
수척해진
너의 모습이
무척 그립다. -정용진, <낙화> 전문.
사랑은 만남의 기쁨이지만 이별은 헤어짐의 아픔이다. 불가에서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사고(四苦)와 구하고자하나 얻어지지 않는 괴로움(求不得苦), 이 원수 같은 인간은 만나지 말았어야하는데 만났어야하는 괴로움(怨憎會苦),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지 말아야하는데 헤어질 수밖에 없는 괴로움(愛別離苦), 까닭 없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괴로움(五蘊(陰)盛苦)를 가리켜 인생 팔고(八苦)라고 한다.
*(五蘊 :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五陰을 일컬음)
무제(無題)
싱그러운 미래의 꿈을
남향한 언덕에 가꾸며
숱한 밀어를 익혀오던
동구밖 과원
한 알의 사과를 잉태하자던
아름다운 염원은
산산이 조각나고
지금은 낙엽이 되어
망각의 뒤안길을 외롭게 뒹구는
사랑의 언어들
물빛보다 차가운 그대의
눈망울 눈망울
언 가슴을 따스히 녹여주던
부드러운 손길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애별리고(愛別離苦)의
운명과 손잡고
멀리 멀리
떠나가는 가
눈물 없는 이별을
아름다운 슬픔을. -정용진, <무제(無題> 전문.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전문.
피리
내가 부는 피리 소리 곡조는 몰라도
그 사람이 그리워 마디마디 꺽이네.
길고 가늘게 불러도 대답 없어서ㅡ
봄 저녁의 별들만 눈물에 젖네. -<심훈> 전문,
가을풍경
간밤
별빛이
유난히 차게 밝더니
계곡에는
무서리가 내리고
돌배나무 잎이
자지러지게 무르익어
지나던 길손도
취하여 조는데
들길을 지나는 바람이
피리소리가 되어
저무는 이 저녁
기인 산그늘이
주막에 붐비네.
행낭을 밀고 가는
배달부의 발길에도
정든 사람들의
숨결이 가득한데
고령산(高靈山) 보광사(普光寺)
타는 단풍이
옷깃에 배어
얼굴과
가슴이 붉던
내 소녀는
지금
어느 길목에서
그리움에 취하여
잠을 청하는가. -정용진, <가을 풍경> 전문. * 보광사는 양주 소령원 옆에 있음.
님은 주무시고
님은
주무시고,
나는
그의 베갯모에
하이옇게 수(繡)놓여 나는
한 마리의 학(鶴)이다.
그의 꿈속의 붉은 보석(寶石)들은
그의 꿈속의 바다 속으로
하나하나 떠러져 내리어 가라않고
한 (寶石)이 거기 가라않을 때마다
나는 언제나 한 이별을 갖는다.
님이 자며 벗어놓은 순금(純金)의 반지
그 가느다란 반지는
이미 내 하늘을 둘러 끼우고
그의 꿈을 고이는
그의 베갯모의 금실의 테두리 안으로
돌아오기 위해
나는 또 한 이별을 갖는다. -서정주, <님은 주무시고> 전문.
비오는 창가에서
비오는 청가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유리창이 씻기는 모습을
바라보면
가냘픈 내 영혼도
수정처럼 맑게 씻기는
기쁨을 얻는다.
산길을 덮으며
눈이 오던 날
가슴 가득 차오르던
충만감
땅거미가 내리는
어스름
봉당을 올라서며
눈을 털던
발소리가 그립다.
비오는 날엔
온종일
잊혀진 사람의 소식이
기다려진다.
빗물이 흐르는
창밖에
유채화로 서있는
너의 얼굴
아직도
창 밖에는
귀에 익은
발소리처럼
저벅저벅
비가 내리고 있다. -정용진 <비오는 창가에서> 전문.
그대 가는 길
잠시 고여 있다 가게
나고 이우는 한평생 흔들리다 갔어도
저무는 강 풀잎처럼 흔들리다 갔어도
바람의 꺼풀 벗겨 풀잎이 만든 이슬처럼
어디 한 곳쯤은 고여 있다 가게
귀 기울였다 가게
이 넓은 세상
뿌리내리지 못했어도
씨앗 하나 이 땅 위에
쓸쓸히 떨어지는 소리
한 번쯤 듣다가도 가게
조금은 가파른 상공을
스쳐가고만 우리들
아늑한 뜨락을 만들 순 없어도 끝없는 벌판이 되어 흩어지고만 우리들
아늑한 잠자리하나 만들 순 없어도
잠시 걸음을 멈췄다 가게
버들 뜬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고 가게
끓어오르던 온몸의 피 바람에 삭이다
낮은 하늘에서도 살얼음 어는 소리 들리고
하늘가는 먼 길 중에 몸도 뜻도 둘 곳이 없어지면
빗방울로 한 번쯤 떨어지다 가게. -도종환, <그대 가는 길> 전문.
석양(夕陽)
떠나는 마음
애닯어
하늘에는 꽃구름
장미 빛 꽃구름.
가시는 님 설어워
여인의
하아얀 머플러 위로
붉게 물드는
수줍은 속마음.
솔개는
텅비인 산마루를
외로이 맴돌고
저문 하늘에는
장미 빛 꽃구름. -정용진, <석양> 전문.
사랑굿.1
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나의 눈물이 당신인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감추어 두는
숨은 뜻은
버릴래야 버릴 수 없고
얻을래야 얻을 수 없는
화염(火焰) 때문임을 압니다
곁에 있는
아픔도 아픔이지만
보내는 아픔이
더 크기에
그립고 사는
사랑의 혹법(酷法)을 압니다
두 마음이 맞비치어
모든 것 되어도
갖고 싶어 갖지 않는
사랑의 보(褓)를 묶을 줄 압니다. -김초혜, <사랑굿.1> 전문.
정(情)
기러기 떼 울며
북 쪽 하늘로 멀어져 가고
찬바람
하늘을 빗질해도
별빛은 오히려 빛나는구나.
떠나간 기러기 떼
고향 못 잊어 되돌아오면
동구 밖 풀 섶도
봄으로 피거라.
벅찬 삶의 자락에 가리워
애타던 반달도
구름 틈새로 얼굴 내밀고
강산을 엿보는데
세월이
저만큼 흘렀어도
그리운 옛정
가난을 버려두고
울며 떠난 그 아픔
오늘은 먼데서
귀밑머리 희었을라. -정용진. <정> 전문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 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전문.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전문.
나의 연인 융프라우
님 그리워하는 마음
나날이 깊어
백옥장삼을 걸치고
억만년을 기다렸네.
기다리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내 너를 찾아
구름으로 외지를 떠돌고
물결로 강산을 굽어 도는 동안
너는
고향마을 알프스 산록에서
주야 사시장철
춘풍추우(春風秋雨) 혹서동설(酷暑冬雪)을
온 몸으로 안았구나.
기다림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오랬다.
숱한 세월의 맥박 속에
바람이
구름이
별빛이
눈비가
네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고
옷소매를 잡아당겨도
곧은 절개로 버티고 서서
처녀의 머리위에
백발이 서렸구나.
날마다 너를 찾아온다, 온다하면서
칠순을 넘어 너를 찾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3,454 미터
알프스 융프라우 산정에 오르니
기다리다 지친 노여움으로
짙은 안개 커튼을 드리우고
얼굴을 숨기는구나.
타는 연정(戀情)의
불길 같은 사랑을 억누르고
발길 돌려 떠나오는 내 마음 애닯어
따라오며 차창에 부딪치는 눈물방울
차가운 빗소리!
너의 발소리로 믿으련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너를 일찍 찾지 못하여
네 가슴에
만년설이 덮혔구나,
내 너를 사랑하여
네 가슴위에 소복이 쌓인
흰 눈 위에
다섯 손가락을 펴서
나의 손도장을 찍어
카메라에 담아
울며 떠나가노라.
잘 있어, 또 올께
아! 아!
나의 사랑
나의 연인
융프라우.
*융프라우는 알프스의 영봉으로 처녀라는 뜻임. -정용진 <나의 연인 융프라우. 전문.
부탁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 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 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나태주. <부탁> 전문.
이별은 아프고 슬퍼도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 흘러간 사진첩 속에는 애증(愛憎)의 그림자들이 드리워져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연인을 만나서 사랑을 엮다 시인이 된 사람들도 있지만 뼈아픈 이별을 겪은 후 문호가 되고 철인이 된 경우도 허다하다.
철인 죄렌 키엘케코올과 레기네올젠의 아픈 사랑,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연정, 쇼팽과 조르주 상드와의 슬픈 사랑, 춘원 이광수(李光洙)와 김일엽(金一葉)스님의 애닯은 사랑의 노래“청춘을 불사르고”는 사랑의 비가곡의 숱한 일화 등 일일이 헤아릴 수 가 없을 것이다.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李銀)이 약혼녀 민갑완(閔甲完)이 결혼을 못하고 일본의 정략에 의하여 이방자 여사와 강제 결혼한 후 민갑완이 말년에 눈물로 쓴 자서전 “백년한(白年恨)”은 망국의 설움으로 인하여 잃은 사랑의 뼈에 사무친 비가(悲歌)다.
7) 시조에 나타난 선비와 기생들의 사랑 시(詩)
정과정곡(鄭瓜停曲)
정서(鄭敍)
내 님을 그리워하여 우니다니
산 접동새 난 이슷하요이다
아니시며 그츠르신달 아으
잔월효성(殘月曉星)이 알으시리이다
넋이라도 님은 한데 녀져라 아으
비기더시니 뉘러시니잇가
과(過)도 허물도 천만(千萬) 없소이다
말힛 마리신저
살웃븐저 아으
님이 나를 하마 잊이니잇가
아소 님하, 도람 드르샤 괴오소서
*벼기더시니...어기신 이가
말힛 마라신자... 말짱 헛말이셨네
살웃븐저... 살아지고 싶어라
도람 드르사... 마음을 도리키시어.
가시리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난
버리고 가시리잇고 나난
위 증즐가 태평성대
날러는 어찌 살라하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나난
위 증즐가 태평성대
잡사와 두어리마라난
선하면 아니 올세라
위 증즐가 태평성대
설운 님 보내옵나니 나난
가시난 닷 도셔오소서 나난
위 증즐가 태평성대 <고려 민요> 전문
* 선하면...토라지면
일 찌기 시인 南湖 鄭知常은 대동강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하여 “대동강”이란 시를 이렇게 읊었다. 우리나라 송별시의 대표작으로 송인(送人)이라고도 한다.
송인(送人)
비개인 강둑엔 봄이 오고요 (雨歇長堤 草色多)
임 보내는 남포엔 이별 곡 울려난다. (送君南浦 動悲歌)
흐르는 대동강 물 언제나 다 하리 (大洞江水 何時盡)
해마다 이별의 눈물 물결 보태네. (別淚年年 添綠波)
-
정지상, <송인. 送人> 전문. (고려 인종 때 문신으로 호는 남호(南湖)
송림에 눈이오니 가지마다 꽃이로다
한 가지 꺾어내어 님 에게 보내오져
님이 보신후에야 녹아진들 어떠하리 <송강. 정철> (사미인곡. 속미인곡. 훈민가)
내 마음 베어내어 저 달을 만들고자
구만리 장천에 번듯이 걸려 있어
고운 님 계신 곳에 가 비추어나 보라라 <송강. 정철>
말은 가자 울고 님은 잡고 울고
석양은 재를 넘고 갈 길은 천리로다
저 님아 가는 날 잡지 말고 지는 해를 잡아라 <안민영> (雲涯. 박효관의 제자)
삼나무 그네 매어 님과 둘이 어울뛰니
사랑이 줄로 올라 가지마다 맺혔세라
저 님아 구르지 마라 떨어질까 하노라 <안민영>
공산에 우는 접동 너는 어이 우짖느냐
너도 나와 같이 무슨 이별 하였느냐
아무리 피나게 운들 무슨 대답이나 하더냐 <박효관> (안민영과 가곡원류가 있음)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쥬(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양하여 잠 못 이워 하노라 <이조년>
*은한...은하수 삼경...반11시-1시 자규...두견새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서경덕>
속저고리 고은 때치마 민머리에 분때 민 각시
엊그제 날 속이고 어디가 또 눌을 속이려고
석양에 꽃가지 꺾어쥐고 가는 허리를 자늑자늑 하느냐 <김수장> (해동가요가 있음)
월하정인(月下情人)
월침침삼경(月沈沈三更)
양인심사 양인지(兩人心思 兩人知)
달빛 어두운 삼경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리라. -혜원 신윤복(蕙園 申潤福) <월하정인> 전문.
옛날에는 시는 거의가 선비들의 전유물이다 싶었지만 선비들을 모시고 대접하며 기생으로, 첩으로 문신들과 교류를 나누던 여러 기생들이 이들로부터 시를 듣고 익혀 사랑명작시가 많이 나왔음은 우리 문학사에 고귀한 자산이기도 하다. 화가 혜원 신윤복의 “월하정인”도 명편이다.
명기의 시하면 황진이를 빼어 놓을 수 가 없다. 그는 미모가 출중하다 전해지거니와 만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사랑시의 절창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깊은 밤(夜之半)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오기 어려우니
명월이만공산(明月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청산(靑山)은 내 뜻이요 녹수(綠水)는 임의정이
녹수야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 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잊어 울어예어 가는고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거든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메라
내 언제 무심하여 임을 속였관데
월침삼경에 올 뜻이 전혀없네
추풍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어져 내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던가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어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황진이, 는 16세기 명기려니와 시인으로 손꼽힌다.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紅顔)을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백호(白湖) 임제(林悌),가 평안도 평사(評事)로 가다가 닭 한 마리와 술 한 병을 가지고 황진이 묘 앞에서 이 시로 제(祭)를 지내다 조야(朝野)의 비난을 받고 “내가 이같이 좁은 조선에 태어난 것이 한 이로다,” 탄식을 했다 한다.
백호는 시와 술을 좋아하여 황진이와 한우를 늘 찾고 교분이 두터웠다한다.
명기 황진이와 한우도 백호에게서 시를 배우고 익혔을 듯하다.
황진이는 서화담 박연폭포와 참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꼽힌다.
2002년 북한방문당시 평양 묘향산 남포에 이어 개성을 방문하였을 때 성균관과 선죽교 그리고 판문점을 둘러보았으나 시인으로서 황진이 묘와 박연폭포를 못보고 온 것이 지금도 아쉽다. 안내원이 말을 안 들으니 다음기회로 미룰 수 밖에, 금강산을 보았어도 백두산을 눈 덮여 못 본 것도 서운하고...
북천(北天)이 맑다커늘 우장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백호(白湖) 임제(林悌),의 시조.
어이 얼어 자리 무삼 일 얼어 자리
원앙침(鴛鴦枕) 비취금(翡翠衾)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자시니 녹아 잘까 하노라
-한우(寒雨),의 시조
백호와 한우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연인으로 유명하다. 한우(찬비)란 기명도 백호 임제가 지어준 듯하다.
찬비를 맞고 한우의 기방을 찾았을 때 봉당에서 옷에 젖은 찬비를 털며 호탕한 백호가 읊었을 성 싶은데 임의 발소리와 음성을 듣고 버선발로 뛰어나와 연인을 맞이하는 정경이 수백 년을 지난 오늘도 눈에 삼삼히 밟힌다. 이 얼마나 멋지고 낭만적인 모습인가? 가슴이 뿌듯하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에게
자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홍랑, 선조조시대의 기생
방곡(方曲)
折楊柳奇千里人(절양유기천리인)
爲我試向庭前種(위아시향정전종)
須知一夜生新葉(수지일야생신엽)
憔悴愁眉是妾身(초췌수미시첩신)
-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 이 홍랑의 시를 한시로 옮김.
송별(送別)
말없이 마주보며 유란(幽蘭)을주노라
오늘 하늘 끝으로 떠나고 나면 언제 돌아오랴
함관령의 옛 노래를 부르지 말라
지금까지도 비구름에 청산이 어둡나니
-최경창이 홍랑과 헤어질 때 준시.
최경창이 함경도 북도평사(北道評事)로 있을 때 홍랑을 만나 깊은 사랑에 빠졌고 고죽이 한양으로 떠날 때 주고받은 연시들이다.
해주 최씨인 최창경이 파주에 묻혔는데 그의 후손들이 후에 홍랑을 이웃에 묻어 주었고 고향인 전남 영암에는 고죽과 홍랑의 시가 앞뒤에 쓰여 시비로 세워 졌다고 한다.
매창(梅窓)은 (계랑. 계생) 선조조 때에 부안 기생으로 시작과 거문고에 능하고 홍길동전을 쓴 허균과 연정이 깊은 것으로 전한다. 많은 사랑의 시편들을 남겼고 그 시풍의 임을 향한 절절함이 철철 넘쳐난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나를 생각는 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도다
<桂娘) (이 시는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과 이별한 후 지었다 함)
당시의 명시인 만리(萬里) 백대붕(白大崩)이 있었는데 유희경이 명기 매창이 부안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매창을 만나니 이런시를 읊었다.
일찍이 남도의 명기 이름을 들었나니
시(詩)며 노래가 한양까지 울렸었지
오늘 서로 진면목을 확인하노니
아마도 선녀가 하늘에서 하강한 듯.
어느 날 선녀가 지상에 내려와
풍악 울리는 가는 허리 아름다워라
창가에 거문고 안은 아리따운 자태여
퉁기는 마음마다 그리운 정은 끝이 없구나.
유희경이 매창을 만난 화답의 시다.
매창은 유희경과의 긴 이별이 안타까워
배꽃 눈부시게 피고 소쩍새 우는 밤
뜰에 가득 달빛 어려 마냔 서러워라
꿈에나 만나려도 잠 오지 않고
매화 핀 창에 기대니 새벽 닭 울어라.
규중원(閨中怨)이란 매창의 시다.
그립고 안타깝지만 말도 못하고
하룻밤 외로움에 머리가 셋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싶거든
금가락지 헐거워진 손가락 보오.
매창의 애간장이 얼마나 탓으면 규원(閨怨) 이란 시를 이리도 슬프게 읊었으랴.
유희경은 그의 애간장 타는 마음을 읽고 또 이렇게 화답을 했다.
그대의 집은 부안(扶安)에 있고
나의 집을 서울(한양)에 있어
그리움 사무쳐도 만날 수 없으니
오동나무 빗소리에 애간장 탈 뿐.
옛날부터 임 찾는 일은 때가 있다 했는데
시인께선 무슨 일로 이리 늦으셨던가
임 찾으려는 뜻만이 아니라
시를 논하자는 열흘 기약 남았기 때문이라오.
촌은이 매창을 다시 찾았으나 매창은 38세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매인박명(美人薄命)이라 할까 안타까운 일이다.
내 정령(精靈) 술에 섞여 님의 속에 흘러들어
구곡간장(九曲肝腸)을 마디마디 찾아가며
날 잊고 님 향한 마음을 다스리려 하노라
기러기 산채로 잡아 정들이고 길들여서
님의 집 가는 길을 역력(歷歷)히 가르쳐주고
한밤중 임 생각날 제면 소식 전케 하리라
등잔불 그무러갈 제 창(窓)앞 집고 드는 님과
오경종(五更鐘) 나리올 제 다시 안고 눕는 님을
아무리 백골이 진토(塵土)된들 잊을 줄이 있으리
님생각.1
떠난 정 못 이겨 문 닫고 앉았으니
눈물은 속절없이 소매를 적신다
인젠 빈방을 찾아올이 없고
가는 비 보슬보슬 해가 저물어
님생각.2
애끓는 정(情) 말로는 할 길이 없어
밤새에 머리칼이 반(半)남아 세였고나
생각는 정(情) 그대 알고프거던
가락지도 안 맞는 여윈 손 보소
-매창(梅窓),은 이귀(李貴). 유희경(劉希慶)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전한다.
술 취한 나그네 내 옷소매를 잡아
그만 그 손길에 찟어지누나
옷이야 그까짓 아까우리요만
은정마저 끊길까 그게 두렵소
醉客執羅衫 羅杉隨手裂
不惜一羅杉 但恐恩情節
평생에 기생 된 이몸 부끄러워라
달빛 젖은 매화만 홀로 사랑하네
세상사람 내 그윽한 뜻을 못 알아주고
오가는 사내마다 (수근대고) 집적대네
平生恥學食東家 獨愛寒梅앙月斜
時人不識幽閑意 指點行人枉自多
사면 들판에 가을빛이 좋기로
혼자서 강 언덕 정자에 올랐어라
어디서 온 풍류객인지
술병을 들고 날 찾아오네
四野秋光好 獨登江上臺
風流何處客 携酒訪余來
기유년(1609년) 9월 계랑에게 보냄
봉래산(蓬萊山)의 가을이 한창 무르익었으리니, 돌아가고픈 생각이 문득문득 난다오. 내가 시골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계랑은 반드시 웃을 것이오.
우리가 처음 만난 당시에 만약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이 있었더라면, 나와 그대와의 사귐이 어떻게 10년 동안이나 그토록 친하게 이어질 수 있었겠소. 이제 풍류객 진회해(秦淮海 송(宋)의 진관(秦觀))는 진정한 사내가 아니고, 선관 禪觀 을 지니는 것이 몸과 마음에 유익한 줄을 알았을 것이오. 어느 때나 만나서 하고픈 말을 다할는지, 편지 종이를 대할 때 마다 마음이 서글퍼진다오.
봉래산은 부안의 변산을 말한다. 허균은 부안이 그리움을 먼저 이편지에서 쓰면서 작년 말에 부안에서 살겠노라고 한 약속을 어긴 것을 미안해한다. 그러면서 허균은 매창과 10년 동안이나 사귀었지만 끝내 욕정은 없었음을 이야기 한다. 이 편지에도 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매창과 허균은 불가의 선에 대하여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이 편지 말미에는 허균의 매창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 있다.
다음 해 여름인 1610년 허균은 매창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허균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며 아래 만시 두수를 짓는다. (이 시는 허균의 <병한잡술>에 있다.)
‘계생 桂生은 부안 扶安 기생인데, 시에 능하고 글도 이해하며 또 노래와 거문고도 잘했다. 그러나 천성이 고고하고 개결하여 음탕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그 재주를 사랑하여 교분이 막역하였으며 비록 담소하고 가까이 지냈지만 난 亂의 경지에는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가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 그 죽음을 듣고 한차례 눈물을 뿌리고서 율시 두수를 지어 슬퍼한다.’
제 1수
아름다운 글귀는 비단을 펴는 듯 하고
맑은 노래는 구름도 멈추게 하네.
복숭아를 훔쳐서 인간세계로 내려오더니
불사약 훔쳤던가 이승을 떠나다니.
妙句堪擒錦
淸歌解駐雲
偸桃來下界
竊藥去人群
시는 비단을 펴는 듯 하고 노래는 구름도 멈추게하는 재인 매창. 그녀는 복숭아를 훔쳐 먹은 죄를 지어 이 세상으로 내려오더니 불사약 훔쳐 먹고 달나라 요정이 된 항아처럼 이 세상을 떠났는가. 아! 너무 애달프다.
부용꽃 휘장에 등불은 희미한데
비취색 치마엔 향기 아직 남았네.
이듬해 작은 복사꽃 필 때쯤이면
설도의 무덤을 그 누가 찾을는지.
燈暗芙蓉帳
香殘翡翠裙
明年小桃發
誰過薜濤墳
그녀와 같이 지냈을 적의 부용장과 비취 치마의 향기가 아직도 남았네. 나는 그녀의 체취를 아직 못 잊네. 그런데 내년 봄 복사꽃 필 때는 누가 당나라 시인이며 기생인 설도 같은 매창의 무덤을 찾을까. (허균은 유희경․이귀․허균과 사랑과 시를 주고받은 매창을 당나라 때 원진 ․ 백거이 ․ 두목과 시를 주고받은 기생 설도에 비교하고 있다.)
추야유감(秋夜有感)
강양관 안에 서풍이 일어나니
뒷산은 붉게 물들고 앞강은 맑아
사창(紗窓)에 달 밝으니 벌레 소리 목메어
외로운 베개 찬 이불에 잠 못 이루네 -승이교(勝二喬), 조선조 진주 기생.
송별(送別)
그대 입을 길옷을 내가 지을 제
가위따라 눈물이 흘러내렸네
이내몸은 등잔불 그대로 질련
낼아침 말 타는 양 난 못보겠네
먼 곳에 있는 임에게 부치다(奇遠人)
헤어진 뒤 운산(雲山)막혀 아득한 저 길
꿈속에서나 님 곁에서 웃어봅니다
깨고 나면 베갯머리 그림자도 볼 수 없이
옆으로 몸 돌리면 등잔불도 쓸쓸해요
어느 때나 천 리 밖의 정든 님 만나볼까
순간에도 구곡간장 끊어질듯 합니다
창 앞 오동나무엔 비가 내리는데
상사(相思)의 회포는 눈물 되어 흘러요
시름(愁思)
비 개이자 서늘한 바람은 가을을 알리고
쳇바퀴 밝은 달은 다락 위에 걸렸네
동방(洞房)엔 밤새도록 귀뚜라미 소리 구슬퍼
만단 시름으로 이 창자 -계향(桂香/蘭香) 진주 기생.
강촌의 저문 풍경(江村暮景)
늘어진 실버들 문 앞에 드리워
푸른 잎 구름 같아 마을을 볼 수 없네
홀연히 목동은 피리 불며 지나가고
강을 덮는 저 안개 날이 -죽향(竹香), 평양 기생.
님 가실 때 달뜨면 오마시드니
달은 떠도 그 님은 왜 안 오실가
아마도 님의 곳은 산조차 높아
하늘이라 뜨는 달 늦은가 -능운(凌雲),
매화(梅花)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온다
옛 피던 가지마다 핌 직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동말동하여라
- 매화(梅花), 영조조 평양 기생.
청춘은 언제 가고 백발은 언제 왔노
오며 가는 길을 아드면 막을난다
알고도 못 막을 길이 그를 슬퍼 하노라 -계담, 연대미상, 송화 기생.
사랑(思郞)이 어떻더니 둥그더냐 모나더냐
기드냐 잘으더냐 발물더냐 자힐더냐
각별(各別)이 긴 줄을 모르되 끝 간 데를 몰라라
내 사랑(思郞)남 주지 말고 남의사랑 탐치 마소
우리 두 사랑에 잡사랑 행여 섞일세라
아마도 우리 사랑은 류가 없는가 하노라
일생에 이 사랑 가지고 괴어 살려 하노라 -송이(松伊), 18세기 추정.
꿈에 뵈는 님이 신의 없다 하건마는
탐탐히 그리울 제 꿈 아니면 어이보리
저 님아 꿈이라고 말고 자로자로 뵈소서 -명옥(明玉), 18세기 후반 수원 기생.
산촌에 밤이드니 먼데 개가 짖어온다
사립문 열고 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저 개야 공산(空山) 잠든 달을 짖어 무엇하리오 -천금(千錦), 19세기 전반 추정.
살뜰한 내 마음과 알뜰한 님의 정이
일시상봉(一時相逢) 그리워도 단장심회(斷腸心懷) 어렵거든
하물며 몇몇날을 이데도록
심중(心中)에 무한사(無限事)를 세세히 옮겨다가
월사창(月紗窓) 무한사(無限事)에 님 계신 곳 전하고져
그제야 알뜰히 그리는 줄 짐작이나
야심(夜深) 오경(五更)토록 잠 못 이뤄 전전(轉展)할 제
궂은 비 문영성(聞鈴聲)이 상사(想思)로 단장(斷腸)이라
뉘라서 이 행색(行色) 그려다가 님 앞에
평생에 믿을 님을 그려 무슨 병(病)들쏜가
시시(時時)로 상사심(相思心)을 지기하는 탓이로다
두어라 알뜰한 이 심정을 님이 어이 -매화(梅花), 19세기 중반 진주 기생.
벽천(碧天) 홍안성(鴻雁聲)에 창을 열고 내다보니
설월(雪月)이 만정(滿庭)하여 님의 곳 비추려니
아마도 심중안전수(心中眼前愁)는 나뿐인가 하노라
-금홍(錦紅), 19세기 중반 평양기생.
뉘라서 정 좋다 하던고 이별에도 인정인가
평생의 처음이요 못 볼 남이로다
아마도 정 주고 병 얻기는 나뿐인가 하노라
-옥선(玉仙), 19세기 후반 진양 기생.
맑은 풍채 뵈오니 가슴 열려요
사귐에 어찌 낯설다 말하리까
만리창파 빨리 건너오세요 - 옥섬(玉蟾), 나주 기생.
베틀에서 내려와 누(樓)에 오르니
월계꽃 피는 가을, 주렴 높이 걸려 있네
우랑(牛郞)한번 떠나간 뒤 소식이 없어
밤마다 오작교서 시름에 젖네 -계월(桂月), 남원 기생.
세모(歲暮)에 바람이 차고 서산엔 해가 지는데
천 리 밖에 님 보내니 눈물이 옷깃 적시네
방초(芳草)는 봄이 되면 해마다 푸르른데
왕손(王孫) 돌아오지 않음은 배우지 마오 -소옥(小玉/小玉花), 거제 기생.
부여회고(夫餘懷古)
백마대 헛되이 몇 해를 지냈으며
낙화암 선 지도 참으로 오래겠지
청산이 만약에 함묵을 안 했던들
천고흥망을 물어서 알 것을 -어우동(於于同),
비단 띠를 주며(贈金帶)
창을 향해 베개 베니 생각에 잠 못 이뤄
깜박이는 등잔불은 눈썹을 비치네
참인연 양대(陽臺)의 꿈만으로 이루학사의 시를 비단 띠에 두고보네
-매학(梅鶴), 영조조 화산 기생.
대동강 고흔 님 이별을 할 제
무어라 저 실버들 님을 못 잊어
우는 눈은 우는 눈 서로 대하고
설은 맘은 설은 맘 애끓이는고 -계월(桂月) 영조조 평양 기생.
님 그리는 시(三君詩)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은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냥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李兆年)
낙동강 위에서 처음으로 님 만나
보제원에서 님을 다시 이별했네
복사꽃 떨어지니 붉은 빛 흔적없고
달 밝은 밤마다 어느 때 님 그리지 않을까 -도화(桃花),
이별(離別)
이별 설어 우시는 님의 그 눈물
차마 발길 안 돌아 나는 이 눈물
다시 만날 그때엔 비가 되어서
입으신 님의 옷을 뿌려 보고져 -연단,
1.
꽃은 휘장을 가리우고 버들은 문을 가리워
중춘(仲春)의 봄 날씨에 간장이 녹네
옆사람들 어찌 이 사랑의 괴로움을 알랴
일 자의 청사(靑紗)가 모두 눈물로 얼룩졌네
2.
주렴(珠簾)은 날아갈듯 화각(畵閣)을 가리우고
백화(百花)는 날아서 땅 위로 떨어지네
방심(芳心)은 낭군의은정(恩情)이 끈어졌음을 알지 못하고
눈썹 그리면서 화장을 하네
3.
오색이 영롱한 고삐 잡고 오화마(五花馬)에 올라
칠보로 몸단장 했으니 요염한 자태가 뛰어나네
어젯밤 청루(靑樓)의 공자(公子)의 모임에
술 흔적이 비단 장막을 얼룩졌네
4.
사람 대하면 말없이 급하게 머리 돌려
얼굴 가득히 미소 띠며 애교 부리네
양대(陽臺)의 꿈 이루고 싶지만
사객(詞客)이 고당(高堂)의 시를 가르칠까 두렵네
-상촌(象村). 신흠(申欽),
송림에 눈이오니 가지마다 꽃이로다
한 가지 꺾어내어 님계신데 보내고져
님이 보신 후에야 녹아진들 어떻리 -송강(松江) 정철(鄭澈),
마음이 어린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8) 사랑의 결실
인간의 만남은 신이 주는 가장 아름다운 축복이다. 우리 모두는 지상에서 단 한 번의 삶을 부여받고 태어난 한계상황(限界狀況)속의 절대자로부터 내어던져진 피투성(被投性)적 존재다. 그래서 늘 불안하고 갈등 속에서 방황한다.
이것을 가장 확실하게 치유해주는 보약이 곧 사랑이다. 종교가 인도하는 마지막 길이 사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여강(驪江)
님은
명주 비단자락.
내 마을 인정을
살포시 두르고
굽어 도는
청실 강줄기
그리운 물결 소리.
밤마다
애틋한 꿈을 싣고 와
은모래 벌
조포(潮浦) 나루를 건너는
님은
아련한 달빛.
내 누님의
속마음 같은
명주 비단자락.
-정용진, <여강> 전문. * 여강(驪江)은 여주 앞강이름.
산울림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계곡을 내려와
너를 찾으니
초생달로
못 속에 잠겨있는
앳된 얼굴.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한다.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계곡을 흐르는
산들바람에
피어나는
꽃송이 송이들의
짙은 향기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정용진, < 산울림> 전문.
아내
아내는
꿈으로 깊어가는
호수(湖水).
고요한 바람에도
가슴 설레이고
임을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물결.
설어웠던
삶의 언덕에서
애처롭게 맺힌
눈물방울도
사랑한다는
한마디 말에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봄눈.
오늘도
인생의 기인 강가에서서
그대를 부르면
노을빛으로 타오르는
사랑의 불 빛
그대 가슴은. -정용진, <아내> 전문.
강(江)의 노래
너와 나는
머언 후일
강물로 만나자
굽이굽이
인생 굽이를
사랑처럼 맴돌다가
폭포를 만나면
함께 뛰어내리고
여울을 지날 때엔
소리 높여 울어가자.
달빛이 쏟아지는
은빛 모랫벌에서 피워내는
바람의 축제.
갈대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기인
여정이 끝나는 포구에
해조음이
그리운 사람들의 발소리로
몰려 오며는
너와 나는
머언후일
붉은
강 노을로 뜨자. -정용진, <강의 노래> 전문.
시인, 철학자, 예술가들이 아무리 미사여구(美辭麗句)로 천인(千人)이 만어(萬語)를 늘어 놓아도 인생의 만남이 아름답고 행복 하려면 사랑만한 진리가 없다. 그러므로 나는 고린도전서 13장사랑 장으로 이 글을 맺는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성서, <고린도 전서 13장>
*참고문헌: 황병국저 한국 명시인선.
안병욱저 빛과 생명의 안식처
문정희 엮음 기생시집
정용진저 한영시선.집 너를 향해 사랑의 연을 띄운다
* 필자의 연락처 E-mail yongchin.chong@gmail.com
myhome.mimjumunhak.com/chongyongchin/
cafe.daum.net/chongyongchin/
* 필자는 오렌지카운티 오렌지글사랑모임에이어
샌디에고 문장교실운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