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나는 얼마짜리 사람인가
최진석 교수의 책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를 읽다 이 문장에서 가슴이 뻥 뚫렸다.
문명은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다. (중략) 시선이 물건에만 가 있으면 후진국, 물건과 제도에 가 있으면 중진국, 물건과 제도와 철학에 모두 가 있으면 선진국이다...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250쪽
문명 세계를 '물건-제도-철학'의 세 층으로 정리했다. 물건, 제도, 철학. 내 삶에 기준이 생겼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 '메밀꽃이 피었습니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쾌해졌다.
창업 후 10년이 지난 요즘, 약간의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문제는 내 시선이었다. 최근에 육수공장을 설립하고 프랜차이즈 시스템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책을 읽은 후에 한 단계 더 위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난 물건과 제도까지만 보고 있었다. '물건'인 메밀국수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팔 수 있을까, '제도'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잘 구축할 수 있을까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 다음 단계인 '철학'의 시선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내시선의 수준을 인정하고 나니 같 길이 보였다. '물건'과 '제도'를 팔려고 하지 말고 '철학'을 팔자. "명환아, 너는 메밀국수에 어떤 철학을 담을 거니?" 질문을 던졌다.
세계에서 철학을 기장 잘 팔고 있는 기업이 바로 나이키다. 나이키를 떠올려보라. 물건이 떠오르지 않는다. 위대한 스포츠 선수들, 새벽에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달리는 사람들, 그들의 땀방울, 그리고 Just do it! 나이키는 "우리 신발은 통풍이 잘 되고 가법습니다", "가격이 저 럼합니다"라며 불건을 통보하지 않는다. "나이키는 전 세계에 생산공장과 매장을 가지고 있기에 여러분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라며 제도(시스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위대
한 스포츠 정신만 애기할 뿐이다. 이처럼 철학이 확립이 되면 제도와 물건은 저절로 해결된다.
그렇다면 니는 어떤 철학을 내세울 것인가? 행복한 식당? 건강한 식당? 다시 오고 싶은 식당? 이런 생각에 잠긴 채 매장에서 서빙을 하고 있는데 여성 손님 한 분이 나를 조용히 부르더니 말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그래 이거다! 고마운 식당! 손님들이 내 매장을 방문한 후에 고마움을 느끼는 식당으로 만들자.
당신은 언제 가장 행복한가? 내가 했던 가장 성공적인 브랜딩의 전략과 방식은 이 고민에서 출발하였다. ..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입니다] 48쪽
'노티드 도넛'은 도넛(물건)을 팔지 않는다. 행복(철학)을 판다. 노티드를 브랜딩한 CMO 허준은 행복을 팔려면 어떻게 하면 될지 질문을 던지자 '선물'이라는 답을 얻었다고 한다. 인간은 선물을 줄 때도 받을 때도 행복하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니까 노티드 도넛을 선물하게 만들자. 그렇게 노티드 포장과 홍보, 마케팅 등 모든 방향에 긴요한 답을 얻었다고 한다.
철학의 시선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바로 고전을 읽는 것이다.
특히 [데미안], [노인과 바다], [변신],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등 고전 문학을 읽다보면 우리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물건' 과 '제도' 수준에 있던 내가 책을 읽는 동안은 그 책의 주인공이 되어 '철학'의 높이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누리는 것이다. 현실의 몸 값으로 따지면 몇천만 원짜리인 내가 무한대로 돈을 벌 수 있는 정신 세계를 경험하고 오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더욱 고전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예술품을 사라. 당신에게 말을 거는 작품을 구입하라. 진정한 예술품은 당신의 삶에 파고들어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진정한 예술품은 초월자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우리는 유한하고 제한된 존재, 무지에 매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창이 필요하다. 초월자와 연결되지 못하면 위협적인 도전 과제를 이겨낼 수 없다. [질서 너머], 237쪽
조던 피터슨이 [질서 너머]에서 예술품을 사라고 말하는 이유도 '철학'의 세계를 경험하리는 맥락에서다. '물건'과 '제도' 수준에 묶여 있는 우리는 예술품이라는 창을 통해 초월자인 철학의 세계를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다. 예술 작품은 그렇게 우리 사유의 시선을 끌어올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나는 드디어 예술 작품을 어떤 자세로 감상해야 하는지 깨달았고 당장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달려가 에드바르 뭉크를 만났다. 난 오로지 뭉크가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철학'을 전달하려고 하는가에만 집중하고 그림을 감상했다. 뭉크의 그림에는 불안과 절망, 어둠이 가득했다. 뭉크의 절규는 "인생은 원래 괴로운 거야"라고 외치고 있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뭉크의 그림들을 모두 감상하고 나오자 오히려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뭉크는 인생이 고통이라고 절규하고 있었다. 인생이 본디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지금 나는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뭉크만큼 괴롭진 않다.
또 하나, 뭉크는 1863년에 태어나서 1944년에 8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1900년 한국의 평균 수명은 47세였으니 장수한 셈이다. 뭉크는 어쩌면 고통과 불안, 절망을 삶의 에너지로 삼았으리라. 뭉크의 절규는 아픔을 외치는 게 아니었다. "고통아 덤벼라. 내가 기꺼이 싸워주마!"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아직 '제도' 수준에 머물러 있는 나는 뭉크 전시회를 통해 '철학'의 세계를 흠뻑 느끼고 왔다. 고전 문학을 읽을 때도, 전시회에서 그림을 감상할 때도 뇌의 한쪽은 주유소의 미터기처럼 숫자가 나타나 빠르게 회전하면서 숫자가 커지는 상상을 한다.
바로 내 몸값이 높아지는 것이다.
"나는 얼마짜리인가?'
수시로 질문한다. 솔직히 말해보자. 우린 모두 돈을 잘 벌고 싶지 않은가?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고전 문학을 읽으며 주인공에게 깊이 감정을 이입했을 때 가장 생생한 철학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그로써 내 몸값이 엄청나게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그렇게도 원하는 돈을 잘 벌기 위한 가장 빠른길이다.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고명환 지음
첫댓글 나는 얼마 짜리일까?
나의 가치는?
나는 어떤 철학을 지니고 있을까?
다시한번 자신을 돌아볼수 있을것 같네요. 긴호흡을 다시한번 내쉬어 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될듯 합니다.~~^^
박창숙 이사님 글솜씨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