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울산은 3명 사망에 1천 199세대 2천 67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2만 3천663개의 시설 피해에다 총
1천 964억여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게다가 경주 지진 이후 여진이 이어져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바람에 ‘탈 울산’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지금까지 ‘돈 벌기 좋은 도시, 살기 좋은 도시’로 일컬어지던 이곳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하루 빨리 지진과 태풍의 상처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시민 생활과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려면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 지난
1904년부터 2015년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월별 발생 추이를 보면 6월에서 10월에 집중돼 있다. 태풍 피해 원인을 보면 강풍과
‘물 폭탄’ 피해가 가장 컸다. 그 중 강수량의 피해를 보면 1위가 강릉지역에 태풍 ‘루사’로 870.5㎜의 비가 내렸다. 2위는
전남장흥지역(547.4㎜) 3위가 포항(516.4 ㎜) 4위 부산(439 ㎜) 5위 제주(420 ㎜) 6위 남해(410 ㎜) 7위
해남(407.5 ㎜) 8위 삼척(390.8 ㎜) 9위 동두천(377.5 ㎜) 10위 보령(361.5 ㎜)으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이번 태풍 차바 당시 울산 강수량은 5일 새벽 0시30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후 2시까지 총 266㎜를 기록했다. 북구
매곡동은 무려 374㎜나 내렸다. 우리나라에 피해를 주는 태풍이 지나갈 때 마다 울산의 관공서나 시민들은 ‘울산 경주는 복 받은 지역’
이라며 감사도 하고 은근히 자랑까지 했다. 이런 방심 속에서 무대책으로 일관하다 보니 이번 태풍에 전 도심이 마비되고 속수무책 도시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지난 14일 오전 ‘오후 예비 기상특보’를 발표 하면서. 5일 새벽 울산 부산 광주 경남 전남 지역으로 태풍이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 태풍이 강하게 강타 하겠습니다. 바람뿐만 아니라 호우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할것 같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적극적인 태풍 대비
태세를 알리고 실천 하도록 도와주며, 태풍 영향지역 에는 기상정보를 필히 숙지하시고 위험한 해동을 삼가 해야겠습니다” 라며 사전에 공지하고 방송
등으로 전파도 했다. 하지만 울산은 어떠했는가. ‘설마’ 하면서 손 놓고 늑장 대처 하는 바람에 더 큰 재앙을 당했다. 이것은 천재지변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안전 불감증과 탁상행정이 부른 人災라고 봐야 한다.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 울산시 자체가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 리조트 폭설 대학생 대형 참사로 10명이 목숨을 잃고 200여명이 다쳤다. 지난 7월 5일 오후 8시
33분 울산 동구 동쪽해역 52킬로미터 지점에서 규모 5.0 지지이 발생 했다. 이는 1991년 이후 울산 인근에서 발생한 40여 차례 지진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지난 9월 12일에는 경주시 남남서쪽 8키로 미터 지점에서 5.9 규모의 경주 지진이 발생했다. 그 지진으로 전국이
흔들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총 497회의 여진이 발생했다.
1962년 조성된 울산석유화학 공업단지는 울산의 발전과 국가산업발전에 중차대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단지의 노후화,
도심지역과의 근접성, 위험물 취급량 증가 등으로 울산시민들의 불안 요소 가운데 하나로 지적받고 있다. 특히 울산은 원전과 석유화학 공단 등이
밀집해 있어 지진으로 인한 2차사고 위험이 항상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건과 사고, 예견되는 재해에 대해 그동안 후속 조치나 실천대책은
거의 없는 상태다. 그런데 이번에 전국적으로 실시한 지진대피민방위 훈련에서 울산은 태풍피해 지역 이라며 제외시켰다. 그 ‘자상함’에 과연
고맙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가늠이 서질 않는다. 비가 오고 집안에 초상이 났다고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지 종잡을 수
없다.
올해 울산 인구 1천607명이 순 유출됐다고 한다. 조선경기 침체로 인한 구조조정 영향도 있겠지만,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직장 은퇴
후 ‘탈 울산 바람’도 한 몫 하고 있다. 그 이유가운데 하나가 바로 ‘울산의 재해 재앙 위험성’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지금까지는 돈
벌기 좋았고 살기 좋았지만 노후 정주 여건으로는 썩 좋은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앞에서 거론한 불안요소들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 일 것이다.
이런 불안감을 안고 살기보다 자신들의 고향이나 노후생활이 편안한 곳으로 이주하고 싶어 하고 실제로 이주 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알고 있고 언론 등으로 이미 진단도 돼 있다. 문제는 그것을 개선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결정이나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설마’ 가 이번 태풍처럼 큰 재앙을 막지 못했듯이. ‘탈 울산’ 역시 방심하면 도시의 재난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6/10/24 [15:44]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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