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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안내산악회 월출산행 계획에 따라 '산성대 주차장 → 산성대 탐방지원센터 → 산성대 → 통천문 삼거리 → 월출산 → 바람재 삼거리 → (구정봉 왕복 → 마애여래좌상 왕복) → 경포대 삼거리 → 경포대탐방지원센터 → 경포대 주차장'의 9.6km 구간을 5시간 30분 동안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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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국립공원
1988년 2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호남정맥의 거대한 암류가 남해와 부딪치면서 솟아오른 화강암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과 같은 월출산이 만들어졌다. 월출산의 면적은 56.22k㎡로 비교적 작지만 다양한 동·식물이 분포하며, 국보를 비롯한 수준 높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월출산의 정상은 천왕봉(809m)이며 신라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천왕봉을 중심으로 북쪽과 동쪽은 큰 바위가 굵직한 능선 줄기 위에서 웅장한 풍경을 만들어 내며, 남쪽과 서쪽 지역은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마치 탑을 이룬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 국립공원공단
9월 5일 화요일에는 안내산악회를 따라 전남 영암의 국립공원 월출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월출산은 대학 동기들과 2017년 12월 1박 2일 남도 산행 때 첫날 오른 후 5년 반이 지나 다시 오른다[산행기]. 참고로 2일 차는 두륜산에서 주작산까지 달렸다[산행기]. 물론 당시와 같은 천황사에서 도갑사까지 달리는 산행이라면, 함께하지 않았겠지만, 그때부터 늘 궁금했던 산성대에서 경포대까지, 내게는 미지의 구간을, 달리는 산행이라 신청했다. 당연히 산꾼이든 등산객이든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는 국립공원이라, 어느 정도 기대를 하는 산행이기도 하다. 예정대로 이번 산행을 마치면, 월출산 열십자 주요 코스를 다 둘러보게 된다. 거기다, 마애불과 ‘삼층석탑’ 왕복은 덤. 다행히 산악회에서 그 왕복에 걸리는 시간도 포함해, 소요 시간을 책정한 거로 보인다.
국립공원이기도 하고, 상봉인 천왕봉의 높이가 809m에 불과해 체력적으로 문제가 되는 산행은 아니라, 특별히 다른 산행과 달리 준비하는 건 없다. 다만, 이번에 새로 산 등산화를 신고 가는 거라, 이상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몇 번의 태풍이 지나간 후라 혹시 통제 구간이 있나, 궁금해 국립공원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훼손 탐방로 정비사업 시행으로 천황사~통천문 삼거리 구간 통제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애초 계획은 8월 30일로 공사가 끝나야 하나, 아직도 게시판에 있는 거로 봐서는 예정대로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라, 월출산 국립공원으로 전화했다. 여전히 공사 중으로 그 구간을 통제하나, 우리가 통과해야 할 광암터 삼거리~통천문 삼거리 구간은 공사가 끝나 통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확인하지 않고 갔다가 그 구간에서 막혀 돌아갔으면, 여럿 죽을 뻔했는데, 다행이다.
다른 산행과 같이 준비하고, 날머리인 경포대 주차장 직전에 산장과 만남의 광장이라는 게 있는 걸 보니, 영업 중이라면 하산주와 늦은 점심도 가능할 거로 보이나, 만약에 대비해 사당역에서 김밥을 사 갈 예정이다. 기상청의 산악날씨를 보면 당일 월출산은 최고 기온은 25도 정도에 바람은 2m/s, 약간 구름이 낀 날씨라 등산에는 좋을 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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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40분 사당역 1번 출구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라 다른 산행지보다 20여 분 일찍 기상해 아침을 먹은 후 미리 준비해 둔 숄더힙색을 메고, 새로 산 등산화를 신고 5시 38분경 집을 나섰다. 그리고 구산역에서 5시 47분 신내행 열차를 타고, 삼각지역에서 오이도행 열차로 갈아타, 6시 29분경 사당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려 승차장 통합 판매대에서 야채김밥을 사, 힙색에 넣고, 장거리 이동이라,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가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산악회 버스가 주차해 있는 곳으로 가자, 같은 색으로 잘 구분되지 않는 빨간 버스가 생각보다 많다. 해서 앞에서부터 앞창의 LED를 확인했는데, 가장 먼저 출발하는 월출산행이 없어, 약간 당황하며 끝으로 내려갔다.
앞창의 LED에 '월출산'이 밝게 빛나는 버스는 제일 뒤에 있다. 다른 버스보다 20분 일찍 출발하는 버스가 제일 뒤다. 차를 어떻게 뺄 건지 궁금해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인솔 대장이 주차장 한쪽에서 다른 산꾼과 얘기를 나누며 이쪽을 주시하고 있어, 묵례를 나누고 버스에 탔다. 그리고, 힙색을 선반에 얹은 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가장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았다. 산악회 시간 계획에 의하면 6시 40분 사당을 떠나, 11시 30분경 월출산 경포대 주차장 도착으로 4시 40분 동안 버스로 이동해야 해, 이동 중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예정대로 사당을 출발한 버스는 양재와 죽전에 들러,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남도를 향해 달려, 9시 9분경 군산 휴게소에 도착했다.
군산휴게소까지 오는 중 오랜만에 책에 심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으나, 가끔 눈의 피로를 풀기 위해 창밖을 보는 건 잊지 않았다. 와중에 오늘 월출산 날씨를 확인하는 것도. 볼일을 보고 나서, 휴게소 주변을 돌아다니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으나, 언젠가 왔었던 곳이다. 그리고 천안논산고속도로의 정안휴게소에서 쉴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휴게소라는 걸 깨달았다. 일단 휴게소를 기록으로 남긴 후 버스로 돌아가, 지도 앱으로 현 위치를 확인했다. 서해안고속도로다. 어디서 들어갔을까?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으나, 다 잘 아는 코스고, 국립공원이라 별다른 주의사항도 없다. 다만 수석 전시장이라 불리는 월출산이라, 암릉에서 조심하라는 정도다. 그리고 예정보다 이른 11시 10분경 도착 예정이라, 마감은 4시 40분으로 한다고 공지했다.
휴게소를 출발한 버스가 월출산으로 가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왼쪽으로 거대한 호수다. 아니 바다? 해서 일단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바다인지 호수인지 확인했다. 영산강, 영산호다. 들머리인 산성대 주차장이 멀지 않다는 얘기라,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끈을 조였다. 그리고 바람막이와 넥워머를 벗어 숄더힙색에 넣었다. 버스에 두고 가도 되나,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산이라, 만일에 대비해 배낭에 넣은 거다. 이거로 산행 준비는 끝났다. 그리고 조금 지난 11시 5분경 버스가 주차장에 정차했다. 이미 준비가 끝난 상태로 버스에서 내리자, 뜨거운 햇살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지경이다. 흐리다며!? 어쨌든 등산 앱을 기동하고, 화장실로 가는 몇 걸음을 걷는 동안 벌써 땀이 비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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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고,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시작부터 더위 먹었는지 그게 뭔지 떠오르지 않아 11시 10분경 '氣찬묏길' 이정표가 있는 계단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50여 미터를 올라가다가 뭘 놓쳤는지 기억이 났다. 들머리 즉, 주차장의 높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라도 확인하면 되는 거라,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의 기록을 봤다. 기동하고 5분 가까이 지났으나, 평지를 돌아다니다가, 계단으로 올라온 지 1분이 채 안 됐으니, 들머리와 표고차는 얼마 나지 않을 거고, 높이는 100m가 조금 넘는다. 바다가 멀지 않은 걸 고려하면 생각보다 높다. 이유는 모르나, 아니 더위 먹어 기억이 뒤죽박죽이라, 월출산 정상의 높이를 700m가 조금 안 되는 거로 알고 있어, 들머리와 정상의 표고 차 또한 500m가 조금 넘는 쉬운 산행으로 생각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정상으로 올라가다가 힘든 이유가 궁금해 등산 앱으로 고도를 확인하다가, 800m가 넘는 걸 보고 기억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계단 중간에 탐방센터가 있고, 그 바로 아래에는 산행 이틀 전에 확인한 공사 중이라 통제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그 플래카드만 보면, 정상에 올라갈 수 없으니, 광암터 삼거리에서 되돌아와야 한다. 다른 곳으로 빠지는 길도 없다. 어쩌라는 건지,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으면, 뒤따라오는 인솔 대장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을 거다. 11시 12분 탐방 센터 앞 산성대 탐방로 입구 아치문이자 차단봉을 지나자, 이정표가 있다. 그것에 의하면 정상까지 3.9km에 불과해 2시간이면 올라갈 수 있다. 이번 산행 하산 목표를 마감보다 1시간 10분 빠른 3시 30분으로 잡았다. 그럼 2시간 반 안에 하산하면 되니,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없을 거로 판단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정상 방향으로 향했다.
남도라 그런지 대나무 숲 사이로 난 등산로로 위로 향하는데, 벌써 지친다. 한 발짝 떼는 것도 쉽지 않다. 원래 시동이 늦게 걸리기는 하나 이렇게 힘들지는 않은데, 이상해 원인을 생각해 보니, 지난 토요일 작약산행[산행기]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산행 후 이틀을 쉬면 충분히 체력을 회복해 다음 산행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닌 거 같다. 혹시 오지를 헤매느라 체력 소모가 다른 산행 때보다 심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을 위로 향해 억지로 떼었다. 와중에 새로 산 등산화의 끈이 느슨한 거 같아, 꽉 조여주기도 했다. 물론 힘겹게 한 발짝씩 떼는 동안 대부분 일행은 나를 추월해 갔다. 어쨌든 안내도에 있는 소요 시간은 맞추겠다는 의지로 위로 향해 11시 20분경 첫 전망대에 도착해, 휴식을 겸해 주변을 조망했다. 그리고 기록으로도 남겼는데, 한 그루 소나무가 중앙에 버티고 있어, 원하는 사진이 나오지는 않았다.
11시 22분 광암터 삼거리 2.8km 이정표를 지나,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가다가 문득, 지난 산행 때문이 아니라 더위를 먹어서 힘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라면, 첫 번째 봉우리는 지나야, 수건을 꺼내 땀을 닦는데, 오늘은 대나무 숲이 끝나는 지점부터 땀으로 눈이 따가워, 수건을 꺼내야 했다. 그리고 삼거리를 지날 즈음에는 수건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2017년, 코스는 다르나, 월출산을 올라봐서 알지만, 몸을 뚫을 거 같은 햇살을 막아줄 나무도 숲도 없는 암릉이라, 갈수록 더 힘들 거라는 건 확실하다. 해서 이번 산행을 계획할 때 마애불을 왕복하기로 했는데, 그 코스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으나, 일단 정상에 도착해 남은 시간과 체력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폭염으로 죽을 거 같지만, 어느 지점을 지나자, 수석 전시장이라는 평가와 암릉답게 모든 곳이 전망대로, 찍을 게 너무 많다. 당연히 지나칠 수 없어 가던 길을 멈추고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러다가 더위를 더 많이 먹어 배가 터질 지경이다.
11시 34분 산성대 2봉에 도착해 안내도를 보니, '10분간 휴식으로 100세까지 건강한 삶….'이라는 표어가 눈에 띈다. 그리고 그 안내도를 보면, 주차장에서 산성대까지는 보통 정도의 난이도고, 산성대에서 광암터 삼거리까지는 힘듦, 그다음부터 통천문 삼거리까지는 매우 힘든 것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난이도 보통에서 맛이 가고 있으나, 다행히 시간을 지체하지는 않고 전진하고 있다. 암릉에 전시된 수석을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기며 산성대로 향하는데, 등산 앱이 음성으로 산성대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지쳤으나, 해야 할 건 해야 해서, 동영상을 찍으며 갔으나, 산성대임을 알려주는 표지가 전혀 없다. 다만 형세나 거리나, 이정표가 있는 너럭바위가 산성대가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12시 10분경 산성대에 도착하자, 전면 월출산 정상이다. 그리고 거기서 좌우로 뻗어 내려간 능선이 경이롭다.
파노라마로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게 원하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할 것에 대비해, 동영상으로도 남겼다. 그리고 12시가 넘은 시각이라 산성대에서 내려가며, 김밥을 먹기로 하고, 손을 뒤로 돌려, 그걸 꺼내 먹으며 갔다. 입가심으로 오이 한 조각도 먹은 후 암봉에서 내려갔으니, 다시 올라가야 해, 암릉을 힘겹게 오르다가, 등산로 옆 의자처럼 생긴 바위가 보여, 거기에 주저앉았다. 최근 십 년 내 산행에서 자발적으로 주저앉아 쉬는 건 처음이다. 대략 1분가량 호흡을 고른 후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며 다시 위로 향해, 12시 32분 광암터 삼거리에서 0.8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리고 39분경 고인돌 바위에 도착했다. 옆의 소개문에는 풍화작용의 결과라 설명하고 있지만, 정말 고인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이 땅에 살던 사람들 힘이 워낙 좋아 여기다 무덤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고인돌을 지나, 바위에 올라서자, 정상까지 이어지는 암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형세를 보자 처음 든 생각은 비록 조망은 좋지 않을지라도 구름 낀 날씨가 월출산행에는 최고의 날씨라는 생각이 든다. 햇살에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가야 할 길이라, 계속 전진해 12시 50분 광암터 삼거리 0.3km 이정표를 지났다. 들머리인 산성대 주차장에서 3.0km 거리다. 고로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9km로, 서두르면 목표인 1시 10분까지 도착할 수도 있으나, 날씨나 체력이나, 포기하는 게 건강을 위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1시 반까지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래도 습관은 어쩔 수 없어,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다가, 뒤로 돌아 지나온 바위 능선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갑판 계단으로 이어지는 암릉이라, 그것도 기록으로 남겨야 할 거 같아. 많은 전망대 중 하나를 선택해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갔다.
위로 올라갈수록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게 보이는 게 산행의 묘미라,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수석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왼쪽의 암릉은 마치 사람이 거대한 바위로 쌓은 성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게 놓여 있는 모습에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했다. 남미 잉카의 성벽을 보는 듯했다. 물론 그 모습도 기록으로 남기고 갑판 등산로로 전진해, 1시 7분경 광암터 삼거리에 도착했다. 왜 광암터라 불리는지는 모르나, 추측건대, 암자가 있었던 터가 아닐까? 그리고 삼거리에 서 있는 이정표와 안내도를 보니, 천황사에서 출발하면 만나는 지점이다. 다만, 2017년 12월에는 봉 감독과 미옥만 바람폭포에서 광암터로 향했고, 나머지는 구름다리를 건너, 정상으로 향해, 광암터라는 명칭이 생소했다[산행기].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6km!
광암터 삼거리를 지나, 정상을 향해 가자, 저 아래로 붉은 게 보여 자세히 보니, 당시 건넜던 구름다리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자, 당시 저기를 어떻게 올라갔는지 신기할 정도다.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7분가량 더 가자, 탐방로 통제 플래카드가 걸린 통천문 삼거리다. 2017년 12월 봉 감독과 미옥을 뺀 우리는 왼쪽에서 합류했다. 그리고 삼거리의 천황사 방향에 이정표가 있는데, 거기에 의하면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4km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통천문을 찾고 있는데, 인솔 대장이 올라오며 날 보더니, 정상에서 노닥거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여기냐고 묻는다. 해서 토요일 작약산행이 무리였던 거 같다고 얘기하고 대장을 앞세워, 6분가량 올라가자, 통천문이다. 그 앞에서는 대장이 일행과 함께 인증을 찍고 있어, 과거에 왔었는데, 전혀 기억이 없다고 한마디 하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통천문 방향으로 가니, 등산 앱이 정상 50m 내라고 알려준다.
현재 시각 1시 28분, 30분까지 정상에 도착하겠다는 수정된 목표도 틀렸다. 마애불 왕복을 하기 위한 시간은 충분하나, 날씨나 체력이나, 그걸 허락하지 않아, 포기하기로 했다. 고로 여유가 더 생겨 서두르지 않고, 통천문을 비롯 주변의 수석을 기록으로 남기며 위로 올라, 1시 36분경 정상 바로 아래 전망대에 도착했다. 천황사 방향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라, 거기서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암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했는데, 정상석 뒤로 기억에 없는 비석이 보여, 정상석을 찍은 후 그 뒤의 비석이 있는 곳으로 가 그것도 동영상으로 남겼다. 그런데, 2017년 12월 산행기를 보니, 정상석 뒤로 그 비석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당시에도 봤을 텐데 전혀 기억이 없다. 어쨌든 그 비석에는 '月出山 小祀地(월출산 소사지)'라 음각되어 있다. 말인즉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라는 얘기다.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며 보니, 2017년과 다르게 보여, 인솔 대장에게 얘기했더니, 당시와 다름없다고 해, 당시의 사진을 찾아봤다. 맞다. 그런데, 왜 달리 보였을까 가장 큰 건 당시는 꽤 거대해 보였는데, 지금은 작아 보인다는 거다. 그사이 더 거대한 정상석을 많이 봐서, 작아 보이는 건가? 어쨌든, 정상석 주변에서 인증을 찍는 일행이 많아, 일단 정상에서 보이는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대장과 서로의 인증을 남긴 후 바로 정상에서 떠났다. 조금만 더 있으면 날카로운 햇살이 머리를 관통할 거 같아 빨리 그 자리를 뜨고 싶었다. 오죽하면, 정상석 뒤로 가다가 쓰러질 거 같아, 소사지(小祀地) 비석의 기록도 동영상으로 찍은 것에 만족했다..
도갑사로 향하는 하산길 입구의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에서 도갑사까지는 5.8km, 경포대 주차장은 3.3km, 구정봉 1.6km 거리다. 현재 시각 1시 43분. 날머리인 경포대 주차장까지는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니, 3시 20분경 도착이다. 구정봉에서 마애불이 0.6km라 왕복할 시간도 충분하나,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다. 역시 아래와 옆으로 보이는 수석을 기록으로 남기며 바람재로 하산하다가, 한참 갑판 등산로 공사 중인 구간을 지났다. 정상에서 들렸던 시끄러운 소리의 근원이다. 추가로 정상으로 올라가는 중, 머리 위에서 벌 떼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 등산로에 벌집이 있나, 조심스레 살폈는데, 알고 보니, 드론이다. 소음을 피해 산으로 왔는데, 더 시끄러운 게 국립공원이다. 그 공사장을 뒤로 하고 내려가다가, 뒤로 돌아 정상을 보니, 그 앞의 봉우리가 마치 북한산의 인수봉을 축소해 놓은 듯해, 역시 사진으로 남겼다.
하산길이라 빠른 속도로 내려가며 보니, 앞에 안내문이 서 있다. 당연히 뭔지 확인했는데, 돼지바위란다. 응? 못 봤는데, 앞과 좌우에는 없어, 뒤로 돌아보니 있다. 와중에 나뭇가지가 시야를 방해해 코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데, 억지로 돼지라 생각하니 그런 거 같기도 하다. 그 바위에서 6분 정도 가자, 이번에는 남근석이다. 돼지든 남근석이든 2017년에는 본 기억이 없다. 아니, 봤는데, 기억을 못 하는 건가? 어쨌든 남근석으로 향하는 갑판에 올라서자,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이다. 그 바람과 남근석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동영상을 찍으며 작은 암봉을 돌아서자, 남근석이다.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50여 미터를 가니,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응? 여기에 고지가? 무언가 이상해 확인해 보니, '바람재/구성치'다. 당연히 처음 듣는 지명이다. 정확히는 이번 산행 코스를 연구하다가 처음 본 거다.
바람재라, 남근석 부근이 그렇게 시원했나 생각하며, 갑판 계단으로 고개에 올라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저 아래로 보이는 갈림길을 향해 내려갔다. 정확한 건 아니나, 거리나 형세나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경포대다. 배지를 수여할 정도의 중요한 지역이라, 동영상을 찍으며 내려가서 보니, 예상한 대로다. 현재 시각 2시 18분, 경포대까지는 2.2km다. 딴짓 안 하고 내려가면 3시면 도착이다. 더위를 먹어, 쓰러지기 직전인데, 그냥 내려가는 건 말이 안 되고, 우회전해 내려가며, 물소리에 집중했다. 가져온 물이 남아 있으나, 미지근해 시원한 계곡물을 마시고 싶었다. 그리고 수건을 차가운 물에 적셔 머리에 뒤집어쓰고 싶기도 했고. 경포대 1.9km 거리의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계곡으로 들어가는 샛길을 발견하고, 그리로 들어가, 먼저 병에 시원한 물을 받아, 마신 후 수건도 빨아 머리에 뒤집어썼다.
계곡에서 정규 등산로로 돌아와 5분가량 내려가자, 등산로는 좀 넓어진 계곡을 지난다. 등산로가 계곡을 따라 내려가고 있어, 남의 눈을 피하기 어려우나, 여기서 등산로를 버리고 계곡으로 들어가면 은밀하게 씻을 수 있는 욕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했다. 그리고 훌륭한 욕탕을 발견했다. 하지만 등산로에서 너무 가까워 조금 아쉬운 그 아래 소에 자리를 잡았다. 은밀한 곳에 들어온 만큼 다른 산행과는 달리 속옷만 입고 물로 들어갔다. 당연히 처음 본 훌륭한 욕탕도 다녀왔다. 이후 윗도리를 빨아 나무 사이에 걸어 말리는 동안, 9분가량 물에서 노닥거린 후 속옷을 빨아 입은 후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2시 59분경 등산로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려가며 보니, 등산로에서 잘 보이는 곳에서 대장을 비롯한 일행 서너 명이 씻고 있어, 그 모습을 보고 웃자, 대장이 웃는 이유를 묻는다. 정상에서 알탕 하겠다는 노년의 일행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 하라고 해 놓고는 정작 본인은 잘 보이는 등산로 옆에서 씻고 있어 웃었다고 얘기해 줬다. 대장과 그 일행은 알탕이 아니라, 세수와 세족에 불과하니, 어디 숨어서 할 이유는 없지만.
그들을 뒤로하고 내려가며 보니, 괜찮은 소에는 일행이 씻고 있거나, 쉬면서 간식을 먹고 있다. 해서 그들을 피해 계곡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렇게 10여 분을 가자, 등산로에서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안내문 같은 게 보여, 들어가서 확인했다. 경포대의 어원에 관한 설명이다. 물론 사진도 같이 있는데, 金陵鏡布臺라 음각한 바위가 있다. 그걸 확인하지 않고는 내려갈 수 없어, 계곡으로 들어가 찾아봤다. 분명 글자가 음각된 바위가 있다. 이끼가 끼어 정확히는 구분할 수 없으나, 금릉경포대는 아니고, 사람의 이름으로 보인다. 그걸 사진 찍은 후 바위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안내문으로 돌아와 사진의 바위를 확인하고 그것과 비슷한 바위를 찾아 다시 계곡으로 들어갔다. 그 바위를 찾기는 했는데, 잔뜩 낀 이끼에 가려 글자는 안 보인다. 그렇다고 이끼를 제거하기에는 너무 위험해 음각된 글을 확인하지 못해 아쉽지만, 걸음을 돌렸다.
경포대를 떠나, 3분가량 내려가지, 탐방로 안내문이다. 얼마나 더 가야 하나 궁금해 확인해 보니, 현 위치가 탐방지원센터다. 물론 지도라 현실과는 다르나, 다 왔다. 해서 기념으로 동영상을 찍으며 탐방로 입구를 향해 가다 보니, 입구 직전,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얘기한 발을 씻을 수 있는 탕이 있고, 일행 중 한 명이 족욕 중이다. 버스에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주차장에서 멀지 않으면 버스에 짐을 두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족욕을 할 생각이었는데, 멀어 보인다. 그리고 이미 씻었다. 어쨌든 족욕탕을 지나, 3시 30분 탐방로 입구를 통과한 후 입구에 있는 공기압으로 산에서 묻은 먼지와 벌레 등을 털어 냈다. 이후 좌우에 식당이 있는지 확인하며 주차장을 찾아 내려갔다. 그 길목에서 산행 전 지도로 확인한 산장이 영업 중인 걸 확인하고, 주차장과 거리가 멀지 않기를 바랐는데, 알고 보니, 바로 아래다. 주차해 있는 빨간 버스도 보인다. 현재 시각 3시 34분 수정한 목표보다 4분 늦게, 산행을 마감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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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주차해 있는 곳으로 가 숄더힙색을 벗어, 버스 옆에 두고, 차에 타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그것도 들고나와 햇살이 내리쬐는 숄더힙색 앞에 뒀다. 이후 주차장으로 오며 확인한 경포대 산장으로 가, 메뉴를 확인했다. 확인이고 뭐고, 파전과 도토리묵, 주류가 다다. 물론 백숙도 있으나, 그건 예약해야 한다. 해서 파전과 막걸리를 주문하고 자리가 협소해 보여 어디에 앉을까 물어봤다. 그러자 주인장이 외부 테이블로 안내해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보는 대나무 평상을 여러 개 연결한 자리다. 그중 가장 시원해 보이는 곳의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주문한 메뉴와 술을 떠올리고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술과 안주가 안 어울린다. 해서 도토리묵으로 바꿔 달라고 부탁할까 생각해 봤으나, 이미 파전을 부치고 있을 거 같아. 그냥 먹기로 했다. 그런데, 좀 있으니, 주인장이 도토리묵과 막걸리를 들고 와 주문한 게 맞는지 묻는다. 해서 파전을 주문했다고 얘기하고, 혹시 도토리묵을 먹어도 되는지 물었다. 괜찮다고 해, 가져온 그대로 식탁에 내려놓았다. 그걸 내려놓으며, 냉동실에서 막 꺼낸 막걸리라 시원할 거라고 주인장이 한마디 한다. 먼저, 표주박으로 막걸리를 떠서 잔을 채우고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건배를 했다. 주인장 말대로 시원하다. 그리고 묵을 안주로 먹었다.
막걸리 반 잔 마시고, 묵 반 토막 먹고 하자, 어느 정도 배가 차고, 더위가 사라져 주변의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암봉이다. 해서 그걸 주의 깊게 살펴봤다. 월출산 정상이다. 술자리로는 최고의 명당이다. 그 정상과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뻗어 내려온 능선 위의 이름 모를 암봉을 감상하며 막걸리를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벌써 한 통이 비어, 소주라도 주문할까 하고, 시계를 보니, 4시 25분경이다. 마감인 4시 40분까지 15분 남아, 더 주문하지 않고, 남은 묵을 다 먹어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계좌이체를 해주고 화장실로 갔다. 급한 건 아니나, 가야 할 길이 멀고, 막걸리를 마시고 대형 사고를 친 경험이 있어, 미리 조치하는 거다.
화장실에서 나와 먼저 주차장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고, 버스 앞에서 땀을 말리고 있던 힙색과 등산화, 양말을 들고 차에 탔다. 그리고 예정한 시각인 4시 40분 서울로 출발하는 버스에서 잠이 들어 급한 신호가 와서 깨어보니, 아직 한 시간도 안 지났다. 이런 상태를 막기 위해 막걸리를 안 마시는데, 오늘은 더위를 먹었는지 그걸 망각했다. 어쨌든 꾹 참고 빨리 휴게소에 도착하기만 빌었는데, 다시 군산 휴게소다. 이번에는 상행. 경포대 주차장에서 2시간 채 안 걸렸다. 다행히 나 외에도 급한 승객이 몇 있어, 인솔 대장에게 요청한 거 같다.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차에서 내려, 급한 불을 끄고, 상행의 군산휴게소를 둘러보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휴식이 끝나고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비가 내리는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8시 49분경 양재에 도착해, 안전 운전한 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죽전은 폭우가 내렸는데, 여기는 멀쩡하다. 알고 보면 대한민국 엄청나게 넓다. 비가 내리지 않는 것에 감사하며, 양재역으로 가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집으로 향해, 9시 55분경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깨끗이 씻은 후 감자전과 돼지를 안주, 늦은 저녁 겸 2차 하산주로 빨갱이를 마시는 거로 미지의 월출산 산성대, 경포대 코스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폭염을 견디지 못해 처음 계획과는 달리 구정봉과 마애불 등 구면의 코스를 빼고 '산성대 주차장 → 산성대 탐방지원센터 → 산성대 → 통천문 삼거리 → 통천문 → 정상 → 남근석 → 바람재 삼거리 → 경포대 삼거리 → 경포대 → 경포대탐방지원센터 → 경포대 주차장'의 초행 11.6km(램블러) 구간을 4시간 32분 동안 탐방했다. 이동 4시 16분, 휴식 16분!
국립공원에서 아직 탐방하지 못한 코스를 찾아다니는 프로젝트로 지난 설악산 종주 중 마등령 오세암 코스 탐방 후, 두 번째로 월출산 산성대~정상~경포대 산행을 다녀왔다. 다음은 지리산 화대종주가 기다리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땀을 쏟기 시작해 경포대 차가운 물에 온몸을 푹 담근 후 하산하는 중 다시 땀이 날 정도의 폭염 아래 산행이라, 살기 위해 예정된 코스 중 과거 탐방했던 구간은 제외해야 했다.
흐릴 거라는 예보와는 달리 맑은 날씨에 죽을 거 같은 더위였으나, 조망은 탁월했다. 햇살을 막아 줄 한 그루 나무도 없는 암릉에서 그 절경을 기록으로 남기느라 더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