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시인 나태주의 50번째 신작 시집, 이번에 출간한 "좋은 날 하자"를 출간하며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을 당시를 떠올린다. 시상식 후 심사위원이었던 박목월 선생을 댁으로 찾아뵈었을 때, 박목월 선생은 나태주 새내기 시인에게 “서울 같은 곳에는 올라오려고 하지 말고 시골에 눌러살면서 시나 열심히 쓰라”고 하셨고 “나 군도 앞으로 시집도 내고…”라고 덧붙이셨다고 한다. 그 말씀을 듣고 ‘저 같은 사람이 어찌 시집을 다 내겠습니까?’라고 생각했다는데 어느새 50권의 창작 시집을 출간한 국민 시인이 되었다.
나태주 시인은 이번 시집을 출간하면서 “이제는 내려놓을 시기”라고 말한다.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려온 52년을 정리할 때라는 의미일 것이다. 1945년생으로 팔순의 문턱에 다다른 나태주 시인은 더 욕심을 내어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시 세계를 정리하며 공고히 하는데 열중하는 것 같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태주 시인의 시에는 더없이 깊고 순수한 사랑이 담겨 있다. 그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가족 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보편적인 인류애일 수도 있다. 멀리 있더라도 존재 자체가 살아갈 힘이 된다고 하는 무조건적 사랑이 무엇인지 마음속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힘이 들 때마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위로받아 왔다. 이번에도 나태주 시인은 우리네 힘겨운 삶을 안타까워하면서 "힘든 너에게"에서는 “가다가 보면/ 쉴 날이 온다// 그날에 우리/ 손잡자// 손잡고/ 흰 구름 되고// 나무숲 흔드는/ 바람도 되자”라며 응원을 건네고, "괜찮아"에서는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서툰 것이 인생이란다/ 조금쯤 틀려도 괜찮아/ 조금씩 틀리는 것이 인생이란다”라며 축 처진 어깨를 두드려준다.
시집 "좋은 날 하자"를 읽다보면, 나태주 시인이 “이제는 내려놓을 시기”라고 한 말이 이해된다. 인생, 사랑, 가족, 자연, 문학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노시인의 깊이 있는 성찰이 담긴 시들이 결코 훈계조가 아닌 맑고 부드럽고 따뜻한 언어로 지어져 있다. 52년간 남다른 시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온 내공이 은은한 시의 향기로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