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301. 밤 비행기로
인천공항 필리핀 에어라인에서 티케팅을 하려고 줄을 섰다.
어머니가 중환자실에 계시니 언제까지라는 장담을 못하겠다. 하시라도 돌아올 수 있도록 편도만 끊는다.
필리핀이라는 나라는 원칙적으로 돌아오는 표가 없으면 입국이 허용되지 않지만 우리처럼 은퇴비자가 있으면 편도도 허용이 된다.
창구에서 여직원이 내 은퇴비자의 ID와 여권을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번호가 다르다고 한다.
예기치 못한 지적에 순간 당황해진다.
생각해 보니 필리핀 Immigration에서 은퇴비자를 해마다 갱신하는데 2015년에 내가 3년 치를 한거번에 했던 기억이 난다.
마닐라 이민국까지 해마다 가는 것이 번거로워서 1회 허용된 3년 치를 그냥 해 버렸다.
그리고 2016년에 내 여권이 만기가 되어 서울에서 다시 갱신했으니 은퇴자의 번호는 구 여권번호이다.
내가 설명을 했으나 창구 여직원이 매니저를 call 한다.
만약의 경우 필리핀 입국 심사에서 문제가 되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란다.
이럴 줄 알았더면 구 여권도 가져왔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매니저가 별 문제는 없겠지만 만약에 걸리면 설명을 잘 하라고 한다. 괜히 찜찜하다.
출국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혹시나 싶어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저장된 사진을 검색해 본다
옳거니! 구 여권을 찍어둔 사진을 한 장 찾아냈다. 은퇴비자 ID의 번호와 동일하다. 여차하면 이걸 보이면 되겠구나. 미소를 짓는다.
기내식으로 나온 고추장 튜브를 가방에 넣고 불고기 밥을 맛있게 먹었다.
세 명이 앉는 자리에 운 좋게 우리 둘만 앉게 되어 여유롭다.
현지 시간 밤 11시 40분. 비행기가 착륙했다. 출국심사대에서도 별 말 없이 그대로 나왔다.
짐을 찾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Glak을 만나 밴에 짐을 싣는다. 시간이 또 많이 지체되었다.
짐을 실으려는 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많은 골프가방들이 밴에 실린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 한국시간으로 세 시이다.
우리 집 현관 베란다 6 개의 기둥마다 불이 밝혀져 있고 차고에도 불이 환하다.
오늘 우리가 돌아오는 날이니 밀라가 퇴근하기 전에 기둥의 불을 모조리 켜 놓았나보다. 반갑다. 우리 집.
이렇게 돌아와 보니 더 으리으리하고 멋있고 아름답다.
첫댓글 양쪽에 집을 가지고 오가며 살려니
때로는 어려운 점도 많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