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가슴을 쪼아 흐르는 피로 새끼를 먹이는 펠리칸(Pelican)이라는 새에 대해 들어보신 분이 있을 것입니다. 이 새는 종교예술이나 문학계에서 피닉스(Phoenix)로 통합니다.
피닉스는 전설에 나오는 영조(靈鳥), 곧 불사조를 뜻합니다. 이 새는 불멸 또는 재생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에서 이 새는 우리가 말하는 봉황(鳳凰)과 같이 신조(神鳥)라고 일컬어집니다.
태양을 상징하는 태양의 새로도 알려져 있으며, 태양이 아침에 되살아나는 의미를 갖기에 재생의 신앙과 불사의 의미도 갖습니다. 이 새는 극한 상황에서 자기 새끼를 살리기 위해 부리로 자기 가슴을 쪼아 흐르는 피를 새끼에게 먹인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기를 온전히 희생하여 남을 살리는 거룩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해 봅시다.
1. 율법으로 맺은 계약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구출하고, 이스라엘은 야훼의 백성이 될 것(출애 3,7-17)을 다짐하면서 이스라엘의 생명과 평화를 보장해주셨습니다(출애 23,20-23). 이 계약으로 인해 이스라엘은 우상숭배를 포기하고, 이교 백성들과의 타협이나 어떤 형태의 계약체결도 안 되며 야훼만을 섬겨야만 했습니다.
계약을 체결하면서 모세와 아론은 이스라엘의 대표들과 함께 야훼를 바라보면서 그 면전에서 거룩한 식사를 했으며, 열두 기둥을 세워 제단을 만들고 제물을 바쳤습니다.
또한 동물의 피를 반은 제단에, 그리고 나머지 반은 백성에게 뿌렸습니다. 그리고 만일 계약을 위반하면 이런 죽음뿐이라는 사실을 공포하고 계약의 조항을 잘 지키겠다고 성대하게 약속했습니다(출애 24,1-11). 계약의 기념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표현하는 약속의 궤(출애 25,10-22)을 만들어 보관했던 옛 계약은 율법으로 맺은 계약입니다.
2. 새로운 계약은 예수님의 몸과 피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몸과 피를 내주시면서 사랑의 새로운 계약을 맺으셨습니다(히브 8,6-13). 새 계약도 역시 피로 맺은 계약이지만 동물의 피가 아니라 우리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흘리신 피로 맺은 계약이며, 우리에게 영원한 유산을 약속하신 계약입니다(히브 9,15-17).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죄를 없애시고, 하느님과 인간을 화해시키시기 위해 피를 흘려 양들의 위대한 목자가 되신 영원한 사건이 바로 새로운 계약입니다(마태 26,28). "세상의 생명을 위해"(요한 6,51) 십자가 제단 위에서 한 번 당신 몸과 피를 봉헌하면서 희생제사를 바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반대자들에게 잡히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를 드드리십니다. 여기서 이루신 거룩한 만찬이 바로 십자가에서 피로 맺으실 새 계약을 대신하는 사랑의 계약입니다. 그리고 에수님은 이 예식이 끊임없이 계속할 것을 명하셨습니다(마태 26,26-29).
이 가르침대로 교회는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하면서 주님을 기억하는 사랑의 계약인 성체성사를 거행합니다. 예수님께서 맺으신 이 사랑의 계약은 예수님의 부활 후 제자들이 성찬모임을 하면서 주님을 알아보게 되는 찬미의 제사, 즉 거룩한 희생제사가 되었습니다.
"미사"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성체성사는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예수님께서 스스로 제관이 되셨고, 또 스스로 제물이 되어(히브 9,11-14 참조) 봉헌하신 제사입니다.
3.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사랑의 계약
성체성사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기 위한 단순한 제사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직접 이루시는 자비의 성사요, 일치의 표시이며, 사랑의 계약입니다. 또한 성체성사는 우리에게 하느님이 계시는 천상의 영광으로 건너갈 수 있음을(빠스카) 보증해주는 잔치이기에 감사의 만찬입니다.
더 나아가서 비록 성체성사가 죽을 죄를 용서해주기 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리스도와의 우정을 깊게 해주기 때문에 우리가 세상의 죄악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힘을 얻게 해줍니다. 그래서 교회는 천상의 온갖 복과 은총을 받게 하는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복된 희망을 품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묵시 1,4) 기다립니다. 천상에서 이루어질 잔치를 미리 앞당겨 이 세상에서 치르는 것입니다.
성체성사는 가톨릭교회의 최고의 경배예절인 미사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찬 전례의 핵심적 부분입니다. 성찬의 전례가 끝날 무렵에 신자들은 제단 앞으로 나아가 사제로부터 '성체'(聖體)를 받아 모십니다.
이를 영성체(領聖體)라 하며, 이로써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었음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또한 생명과 사랑의 잔치에 초대받았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천상 잔치음식을 함께 나누는 가운데 교회와 이룬 결합을 새롭고 굳게 합니다.
신자들과의 거룩한 친교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며, 가난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생명의 빵과 피를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선포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놀라운 방식으로 영적 생명과 사랑의 열정을 살려주시는 힘을 체험합니다(요한 6,56-57).
그래서 성체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요 절정입니다. 성체를 통해서 천상의 온갖 복과 은총을 가득히 받으므로 성체는 그리스도교인의 삶의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입니다.
4. 에수님께서 실존하시는 성체
인간을 사랑하시어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미사성제 안에서 새롭게 생명의 빵(성체)과 생명의 음료(성혈)로 변화되어 우리에게 나누어집니다. 미사중에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된다는 것은 단순한 상징이 아닙니다.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예수님께서 참으로, 실제적으로, 그리고 실체적으로 현존하십니다. 그 안에 예수님께서 계시다는 사실은 이성과 육신의 눈으로 보아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하느님과 교회의 권위에 근거한 신앙의 눈으로만 알아볼 수 있는 것이기에 신앙의 신비라고 합니다.
성체와 성혈 안에 계신 예수님을 느끼는 것은 육신의 눈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이 열릴 때 가능한 것입니다(에페 1,18).
이 위대한 신앙의 신비 앞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마태 8,8 참조)라는 열렬한 신앙의 말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체성사는 교회의 모든 영적 재산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직접 희생제사의 제물과 제관이 되신 것입니다. 땅을 일구어 얻은 빵과 포도주를 제물로 삼아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사제의 축성기도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거룩한 성사입니다.
그러기에 교회의 모든 영적 재산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성체성사는 자비의 성사요, 일치의 표시요, 사랑의 고리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은총으로 충만케 해주는 성사이기 때문에 예수님과는 물론이요 이웃과도 사랑으로 일치를 체험하게 하는 성사입니다.
성체와 성혈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거룩한 양식입니다. 일치와 친교를 위한 음식이지만 사랑으로써가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즉 성체성사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받아들이면서 형제적 사랑을 통해 일치를 이루고자 노력할 때 이해되는 성사입니다.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장차 다가올 영광을 보증해주는 희망의 성사입니다. 그래서 모든 성사는 항상 성체성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1. 용서가 전제되어야 할 성사, 성체성사
성체성사는 신앙생활의 핵심이며 정점이기에 신앙의 눈이 떠질 때 이해가 가능합니다. 성체성사는 자비의 성사요, 일치의 표시이며 사랑의 계약이기에 성체성사를 이해하기 위해 용서가 전제되어야 하합니다(마태 5,23).
주님 안에 모든 신앙인이 하나임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우리는 미사에 참여할 때마다 아직은 성체와 성혈을 모시지 못한다 할지라도 경건한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오심을 간절히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합당한 준비로 성체를 받아 모실 수 있도록 늘 거룩한 은총의 상태에 머무를 수 있는 훈련(수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거룩한 생활을 해야합니다.
2. 모령성체를 아시나요
교회는 주일과 축일에 거룩한 전례에 참석하고, 적어도 일년에 한 번, 가능한 한 부활시기에 화해의 성사로 준비를 하고 성체를 받아 모시라고 합니다. 성체를 모시기에 부당하다고 여겨질 때에는 미루지 말고 고해성사를 받음으로써 언제나 성체를 모실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만일 합당한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면서, 즉 자신이 스스로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음을 의식하면서 영성체를 하는 경우는 모령성체(冒領聖體)라고 하는 더욱 커다란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손님이 되시는 그 순간에 걸맞는 존경과 엄숙함과 기쁨을 나타내기 위해 성체를 받아 모시기 1시간 전부터 물과 약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말아야(공복제, 空腹齋: 공심제, 空心齋) 합니다. 그러나 노약자나 임산부는 예외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위한 양식인 성체를 받아 모시는 방법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사제나 부제가 분배해 주는 성체를 왼손으로 받아서 오른손으로 모시는 방법과 입으로 직접 받아 모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양형영성체(성체와 성혈을 함께 모시는 경우)의 경우에는 반드시 입으로 모셔야 하지만 성체만을 모실 때에는 본인의 뜻에 따라 손으로 또는 입으로 직접 받아 모실 수 있습니다.
첫영성체란 일반적으로 유아세례를 받은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을 말합니다. 성체성사도 입문성사이기에 그에 따르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보통 초등학교 3-6학년 때 양심을 성찰할 수 있는 훈련과 더불어 소정의 교육을 실시한 후 첫영성체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전해 준 것은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손에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시고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식후에 잔을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니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
그러니 올바른 마음가짐 없이 그 빵을 먹거나 주님의 잔을 마시는 사람은 주님의 몸과 피를 모독하는 죄를 범하는 것입니다. 각 사람은 자신을 살피고 나서 그 빵을 먹고 그 잔을 마셔야 합니다. 주님의 몸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사람은 그렇게 먹고 마심으로써 자기 자신을 단죄하는 것입니다."(1고린 11,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