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양순태 | 날짜 : 09-09-30 20:06 조회 : 1790 |
| | | 바람결에 덜컹거리는 창문소리가 잠을 깨운다. 열린 창으로 들이치는 공기가 서늘하다. 새벽2-3시를 전후로 가장체온이 떨어지는 건강 주의보를 감지하고 서둘러 사방으로 열린 문을 닫는다. 인기척에 "모기가 많다"는 안방주인은 밤새 시달린 듯 곤한 잠에 취한다. 불을 켜고 살펴보니 천장과 사방벽면을 온통 흑색의 작은 무늬를 수놓고 있다. 흡혈로 불어난 몸통으로 둔해진 동작은 포만감에 느긋한 휴식 중이다. 시야에 포착된 이상 두 눈빛은 120w 자동차 헤드라이트 기세로 불을 뿜는다. 남편을 향한 보호본능에 아내는 강한 법, 적어도 해충인 네들 에게 만은. 불같이 덤비고 목숨 걸고 대항한다. 가족의 보금자리를 가꾸고 행복을 지키는 보호자요 가장으로서 막강한 존재임에 지금 이 상황에선 내가 보호자로 팔 걷고 나선다. 방문을 닫아 탈출구를 막고 전장의 무사가 된다. 모기와의 전쟁이다. 어제의 날샌 동작은 구차한 시절의 과거였으니 뚱보 된 오늘의 여유로움은 움직임이 귀챦다는 폼이다. 이쯤되면 따놓은 당상이 아닌가. 호걸스럽게 폼 잡고 덤빈다. 천장에도 병풍에도 거울에도 벽 박이 tv에도 살짝 흔들어 보는 색깔무늬 커튼에서도 우르르 날고 있다. 도움을 청한 당사자는 킬러를 뿌려 댈 행위를 짐작했음인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피신자세를 취한다. 네 들로 인해 건강에 해를 입힐 수는 없지. 킬러는 안 써! 눈앞을 스치는 모기를 잡으려고 기를 써고 덤벼도 세게 친 양손바닥만 화끈거릴 뿐 성공한 적이 없다. 사람의 체온을 감지하는 센스가 발달하여 가까이 가면 귀신처럼 빠져나가는 뛰어난 기능이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뺀질이의 날샌 동작에 대항하느라 번번이 약이 오른다. 붉그락 푸르락 혼자 열 내며 쫓아 다니는 폼이 가관이다. 거울에 비친 표정이라니... 울음 터뜨리기 직전의 울상이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벽지와 동일한 흰 수건을 사각으로 접어 물을 흠뻑 적셔 체온이 느껴지지 않도록 손바닥보다 크게 펼쳐 들고 더운 입김 차단에 마스크착용은 필수, 숨 죽여 완전 무장이다. 의자를 옮겨가며 올라서서 천장에 붙은 가증스런 해충을 덮칠 때마다 선혈이 붉은 무늬를 그린다. 끔찍하고 소름 끼쳐 한 마리 한 마리 잡을 때마다 비명을 질러도 정작피해자는 잠에 취해 꿈나라다. 재주가 좋은 건지 모기도 꿈속인지 백발백중에 인정 사정 만무하다. 수건을 뒤집어 가며 잡고 또 잡는다.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 손이 닿을 틈이 없다. 실크벽지에 물수건 사용은 무방하지만 한지韓紙 병풍에는 붉은 얼룩흔적으로 망가진 모양세가 말이 아니다. 사방을 휘저으며 정신을 빼놓고 보니 더러는 과욕의 후유증으로 낙상落傷하여 배 터져 죽는 기막힌 종말을 맞기도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리니 네 들의 어리석음에 나에게도 승리의 쾌재를 부를 날이 있었다니, 허허허 웃으나 볼일이다. 전에 없이 유난히 크고 많은 모기들이 예사롭지 않다. 저녁나절의 서늘해진 기온에 청소를 하느라 열어 젖힌 문으로 떼거리로 몰려들었던 것 같다. 평소에는 열 체질인 내게 주로 몰리는데 오늘은 이상한 현상이다. 혹시 내 인간성에 문제가?? '얼마나 인간성이 나빴으면 모기도 안 덤비냐'며 비아냥거리는 남자는 밤새 모기에게 고문당하느라 잠을 설치고 열 내는 그녀의 남편이다. 애꿎은 아내를 향한 공격성 발언이 무단침범에 흡혈하는 모기의 괘심죄보다 한층 무거울 것이란 추측이다. 인신공격은 씻을 수없는 인권침해이고 보면 어떠한 사랑의 방편으로도 치유될 수없을 죄목임에 이 시대에 가장 간 큰 남편으로서 여생은 아내를 여왕으로 받들어 모심으로 죄값이 주어지지 않을까 나름대로 판결을 내려본다. 훤칠한 키와 유순한 외모에 유난히 말을 아끼던 그녀였기에 주체할 수없는 내면의 불만을 무의식 중에 발설해버린 실언이었다. 모기로 인해 조각난 자존 감에, 들통나 버린 남편을 향한 애증에, 스스로 화들짝 놀라던 어느 가정의 단면을 떠올릴 때면 입맛이 씁 쓸 해진다. 아침상을 마주하고 살펴보니 모기물린 흔적으로 팔 다리가 성한 곳이 없다. "어제저녁상이 부실했더라면 실신해 일어나지도 못할 뻔 했다"며 미안한 마음에 살코기 몇 점을 더 떠서 국 대접을 채워 준다. 하찮은 모기가 신경에 거슬려 잠결에도 킬러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웨~엥 하면 눈을 감은 채 가차없이 뿜어대기에 지난 밤에는 모조리 안방으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주말을 맞아 편안한 휴식을 취해야 할 밤을 저토록 괴롭혔으니... 요즈음 모기는 내성이 강해 웬만해서 죽지 않는다. 따라가며 킬러를 뿌리다 보면 오히려 사람이 호흡곤란을 느낄 쯤 에서야 떨어진다. 가느다란 다리를 파르르 떠는 중에도 칙칙 두 번을 더 뿌려 확인사살이다. 도망가는 도둑은 쫓아가는 게 아니라 했건만. 밤을 지샌 소탕작전의 쾌거에 새 아침이 상쾌하다. 모기 한 마리가 1200개의 알을 낳는다고 하니 놀라운 번식력이다. 주로 방치된 용기에 고인 빗물이나 웅덩이 또는 습지 등에서 서식하는데 석유 한두 방울 떨어트려 간단하게 많은 유충을 박멸했던 어린 날의 기억이 새롭다. 여러모로 두려움의 대상인 해충이 인간에 대한 반격을 가해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모기와의 전쟁은 계절에 관계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다운 말 한마디에 3개월 겨울이 따뜻하다'는 일본속담을 되뇌이며 인간에 한해 허용되는 특혜임을 감사한다. 더위에 습도에 모기에 불쾌지수상승으로 잠 못 이룬 지난여름 날들이다. 그간 소원해진 이웃과 어우러져 칼바람도 비켜 갈 인정 넘치는 따끈한 겨울을 향한 마음이 저 만치 먼저 달려가고 있다.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맛있는 송편 많이 드시고 보름달 같은 함박웃음으로 웃느라 볼일도 못 보는 즐거운 명절 맞으시길 바랍니다. 2009. 9 |
| 정진철 | 09-10-01 00:46 | | 모기하고 전쟁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모기가 너무 약을 올려서 소림사에서 배운 무술까지 써가며 목을 친 경험이 있습니다. 12시에 시작한 싸움이 새벽 3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지구전이었지요.요눔들이 36걔가 너무 능해서 여간힘들지 않습니다 저도 모기만 쫒아 다니는것이 왠지 손해가 되는것 같아서 책을 펴고 읽으면서 숨어 버린놈을 촉각으로 추적해서 기어코 모가지를 비틀어 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대충 성공하신것으로 알고 박수를 쳐드립니다 짝짝짝~~ 아무래도 가을 바람 소슬하게 부니 무술이야기가 많이 나오는것 같습니다, 엊그제는 서진과 서표의 무림 이야기를 읽었는데 오늘은 모기 모가지 비트는 무술이야기를 읽었습니다 | |
| | 양순태 | 09-10-06 05:41 | | 정진철 선생님의 구수하신 구담에 부족한 2%가 채워진 것 같습니다. 추석 잘 보내셨지요. 선생님을 가까이서 뵙는 듯하여 오늘도 웃음으로 하루를 열어갑니다. . 여전히 예쁜아기 손녀 사랑에 함박웃음 짓고계신 모습을 상상하게 하십니다. 그 사랑을 안겨준 손녀를 향한 보답의 선물로 올 겨울에는 캥거루 할아버지로 변장하셔서라도 가슴에 폭신한 털주머니 하나 만들어 붙이시어 손녀를 폭싸서 넣고 다니시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의 특별한 사랑으로 더욱 예쁘게 자라게 될 선생님의 손녀사랑에 제 아이디어도 투자하겠습니다. 늘 지켜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
| | 임재문 | 09-10-01 01:14 | | 저도 모기에게 물려 많은 상처를 입었답니다. 그래서 모기 시계를 챡용하고 있지요 팔목에 차면 모기가 안달려든다네요 홈키퍼며 전자향이며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전쟁중입니다. 좋은 추석 보내세요.. | |
| | 양순태 | 09-10-05 05:40 | | 임재문 전회장님 추석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누렇게 물들어 가는 가을 들판이 그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가을 전경이었습니다. 추석에 먹는 송편 맛이 유난이 고소하고 바라만 보아도 여유로워지는 듯한 계절에 사방천지가 풍요의 물결로 출렁이는 행복한 우리모두의 명절기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자연을 만끽하시는 선생님의 멋진 가을을 기대합니다. | |
| | 임병식 | 09-10-01 07:27 | | 한바탕 소동이 느껴집니다. 요즘 모기는 지독해서 월동을 하더군요.
다른 때는 그렇지 않는데, 모기가 잔뜩 피를 빨아먹고 축 쳐져있는 붉은 배를 보면 화가 나서 누구나 때려잡게 되지요.
빼앗긴 피를 이번 추석에 맛난 음식자시며 충분히 보충하기기 바랍니다.^^ | |
| | 양순태 | 09-10-05 05:16 | | 회장님께서도 그러시죠? 역시 무법천지로 덤비는 모기는 괘심죄에 붙여 영원히 사라져야 할 미물임에도 끈질기게 괴롭임을 주고있으니... 추석 잘 보내셨는지요. 모두들 그러시겠지만 볼살이 통통해진 걸 보면 한 동안은 남산을 줄기차게 오르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환절기 건강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 |
| | 일만성철용 | 09-10-01 10:41 | | 감히 만물의 영장 인간을 못살게 구는 놈들이 모기, 파리 그리고 쥐가 있더군요. 요즈음 시장에 5천원 ~1만원하는 모기 퇴치기가 있는데 이용해 보세요. 무엇보다 날파리나 모기가 전기 라켓 같은 퇴치기에 죽는 소리가 아주 고소하거든요. | |
| | 양순태 | 09-10-05 05:02 | | 예 선생님 그런 통쾌한 기구도 있었군요. 죽는 소리가 고소하다시니 저도 호감이 가는바입니다. 추석명절 잘 지내셨는지요. 특히 저는 송편맛이 유난히 고소한 추석이었습니다. | |
| | 박영보 | 09-10-01 16:10 | | 초저녁 달빛 아래 모깃불을 피워놓고 들마루에 둘러앉아 열무김치에 꽁보리 비빔밥을 비벼먹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모기를 추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을 재현할 수 있는 저녁 한 때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주전 뿌린 열무씨가 돋아나 싱싱하게 자라고 있으니 다음 주말쯤 아이들이 오면 큼지막한 양푼에 열무김치 비빔밥 한상을 차려봐야 되겠습니다. 뒷마당에서 허리높이 까지 자란 쑥을 잘라 말려 두었다가 모깃불도 피워놓고요. 마당에 나무가 많아서 인지 모기도 많은데 이동네 모기는 대낮에도 달라들거든요.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모기장 안에까지 헤치고 들어온 모기들을 두 손바닥을 짝짝거리며 쫒아다니든 일들이 생각납니다. | |
| | 양순태 | 09-10-06 06:03 | | 박영보 선생님 그 곳 이국에서의 휘영청 보름달은 한 층 은은하게 떠오르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상상해봅니다. 그 달 속에는 토끼가 방아를 찧기도 하고 가을 들판에서 메뚜기도 잡으시며 논 도랑을 거슬러 미꾸라지도 잡으시겠지요. 해거름에는 웬종일 풀뜯은 소를 몰고 집을 향하는 소년의 모습도 그려봅니다. 말도 살찐다는 계절인 만큼 고향을 향한 추억속에서 줄줄이 엮으시는 선생님의 명수필을 기대합니다. 관심어린 댓글에 감사의 마음도 함께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 |
| | 박원명화 | 09-10-03 11:46 | | 저도 모기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만. ... 한여름 보다도 요즘에 모기들이 더 극성을 피는 것이 도통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답니다. 문을 꽁꽁 닫았는데도 어디로 그렇게 들어오는지, 알 수 없는 모기들, 아마도 밖의 날씨가 서늘해지니깐 아마도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나 봅니다. 양순태 선생님! 꽁트같은 수필이랄까요. 암튼 재미 있게 잘 읽었습니다. | |
| | 양순태 | 09-10-06 06:19 | | 박원명화 사무국장님 추석 잘 지내셨지요. 가족을 어우러느라 명절을 맞은 주부의 분주하신 모습이 상상됩니다.
모기의 극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리라 생각하면서도 좀 별스럽다는 감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기 예기에 파리는 다 어디로 날아갔지요? 거기에 비하면 파리는 양반이죠. 특히 일명 똥파리라는 성질급한 종류를 보면요. 윙윙거리며 날아들었다 두어바퀴 돌아보고는 별 실속없다 싶으면 휙 날아가버리는 쐐파리는 멋~쟁이지요. 늘 수고많으신 사무국장님께 보람찬 결실의 가을을 응원합니다. | |
| | 이희순 | 09-10-06 10:48 | | 데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와 산초판사가 합체된 듯한 묘한 여운을 맛봅니다. 올 추석에는 환한 보름달과 마음껏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이틀 전 악랄한 모기떼에게 여섯 군데나 물어뜯낀 종아리로 자꾸 손이 갑니다.^^ 선생님은 모기한테 물려도 미소를 머금고 계실 것만 같습니다. | |
| | 양순태 | 09-10-07 05:26 | | 이희순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창밖의 맑은 하늘에 휘영청 밝은 달님이 반기는 가슴찡한 아침입니다. 돈키호테도 산초판사도 두려워 않는 모기라지만 감히 선생님께도 덤비다니... 그럴 때는 얼른 침을 바르세요. 어릴적 부모님은 침을 자주 발라주셨거든요. 아이가 넘어져 울면 입김으로 호호하고 침발라 주시고 벌레한테 물려 피부가 발갛게 달아올라도 당연히 침발라주셨어요. 따끈한 온돌방이 정겨운 계절에 어린날들의 부모님 사랑이 그리움으로 밀려드는 아침입니다. 울다 웃다 이즈음의 사람마음도 울긋불긋 단풍색인가 합니다. | |
| | 김창식 | 09-10-11 13:50 | | 전 '달밤에 결투라'해서 완전무장하고 양선생님 구하러 뛰어뜰었다가...^^ | |
| | 양순태 | 09-10-12 03:36 | | 아니, 그러시면 혹시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