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펌과 도용은 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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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디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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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
"넌 인문계라서 잘 모르겠다.
걔네 관계야 공고 상고에서는 아주 유명하지."
"그러니까. 무슨 관계인데."
.....쿵쾅쿵쾅.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수 없이 많은 물음표가 내 머릿속을 가득 메워왔고.
답답한 마음에 진우 오빠를 다그쳐보지만
오빠는 술만 들이키는 것 이였다.
결국 참다 못한 난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유비가...아은이를 좋아해..?"
...욱신.욱신.
아프다. 저 말을 꺼내놓고 내 왼쪽 가슴 있는 곳이
욱신 거린다.
....눈을 한 번 꼭 감았다.
그리고.
진우 오빠의 대답을 듣기 위해 귀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렇게 간단했으면 왜 유명해졌겠냐."
...그것도 아니면 뭐야.
대채 뭔데.
바짝바짝 타오른다.
내 입술도.그리고. 내 마음도.
...바짝바짝 말라간다.
오빠의 입이 열리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고.바라면...
그제서야 서서히 열리는 오빠의 입술.
"아까 니가 말했던 그 남자친구가 한 유비면..
걔가 너한테 거짓말을 해가며 만났다는 애가 이 아은이겠구나."
난 조용히 들고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갔다가
한국으로 중 2 때 왔어.그 때 휴원중학교를 들어갔는데..
한 유비 놈이랑 천 시루 놈이랑 나랑 니 오빠랑 다니고 있었어. 넌 선일여중 다녔지?"
그의 말에 또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으로 이민갔었다..
.......이 아은.
정말.정말 내가 알던 그 친구였나..?
이 문제까지 지금 해결하려고 들면
문제가 복잡해질것 같아서 우선은 접어두기로 했다.
"중 3 때.나랑 니 오빠가 졸업하고 남고 간뒤에
천 시루 놈이랑 이 아은이랑 사귀는 사이로 발전했다더라."
.....오빠의 말에 난 눈을 커다랗게 떴다.
시루?
...시루가..
시루가 불여시 년이랑 사귀었다고?!!!..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보다 둘의 같이 있는 모습은 상상 조차
하기 힘들었다.
게다가.게다가 지금 불여시년은 ..
유비랑 썸씽이 있는거 아니였어.?
점점 더 많은 물음표만 늘어났다.
....뭐가 어떻게 되는거지.?
"그렇게 끝났으면 된 얘기였는데.
원래 인간 관계라는게 꼬이고 또 꼬이는 거잖냐."
아리송한 말과 함께 잠시동안 숨을
돌리더니 술을 또 한잔 더 따라보라는 제스쳐를 취하는
진우 오빠였고.
난 그런 그에게 냉큼 술을 따라주었다.
"....이 아은이 한 유비한테 딱 삘이 꼿힌거야."
..........
..
술을 따르다가.
그만 술병을 놓아버렸다.
술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지만.
....주워담을 생각 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시루 놈이랑은 여전히 사귀면서,
유비를 꼬시기 시작한거지.."
..
시루의 모습이 지금 왜 떠오르는거지.
양호실 유리로 반사되어 보이던 시루의 아픈 표정이.
...하필이면..
왜 지금 떠오르는거지..
"그러다가.
어느 날 이 아은이랑 한 유비 그 자식이랑 만난거야.
왜 만난는지, 그런 이유는 나도 잘 모르지만.
...어쨌든 둘이 만났어."
나도 모르게.
어느 새 또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
다른 여자와 관련되있는
유비의 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지 않았다.
....왠지 몰라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다.
그리고 고작 그 욱신거림 때문에
나는 둘이 만난 이유가 뭘까 궁금할 겨를 도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사건이 터진거야.
둘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술에 취한채로 승용차를 몰고있던
한 사람이 그 둘을 그대로 박아버린거야."
차 사고.
항상 뉴스를 틀면 나오는 주제 중 하나인데 낯설게만 들린다.
너무. 낯설게만 들린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유비 놈이라도 별 수 있어?
자동차가 와서 박는데.
...결국 그 자리에서 쓰러졌지. 물론 둘 다."
순간적으로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유비 녀석 팔꿈치에 있던 흉터.
확 눈에 띌 정도로 끔찍하게 컸던... 상처.
..
그 상처가.. 아은이랑 같이 있다가 난거였단 말이지.
......그런거였단 말이지..
또 욱신.
내 빌어먹을 가슴은 또 아려온다.
병신같이. 또 아파온다.
"한 유비 놈은 전치 몇 주 정도의 입원으로 그저 끝났지만.
심각한 중상을 입었던 아은이는 중환자실에서 영영 나올줄을 몰랐어."
".........."
"그렇게 죽었다는 얘기 뿐이 못들었었어.
아는 후배였기는 해도 친하진 않았었기 때문에 금방 잊어버렸고.
얼마 전에 미국에서 돌아왔다며
내 눈 앞에 나타났을 때는 정말 많이 놀랐었지."
"......"
"아마 전에 이민을 갔었던 미국으로 다시 돌아갔었던 거였는데,
아은이네 부모님이 행여나 또 시루랑 유비랑 어울리다가 아은이가 또
그렇게 큰 사고라도 당할까봐 거짓말을 하셨었나봐. 죽었다고."
...
'한 유비란 사람 난 이제 몰라!!!!
그 아이가 살아있는 거 알고 있었으면서 나한테 말도 안해준
배신자랑은 말 안할거야!! 안도와줄거야!!!!!!!'
비오던 날...
쓰러진 유비를 부여잡고 있던 내게 운동장 한가운데
서서 악을 쓰던 시루의 모습이 불현듯이 지나간다.
'한 유비 녀석 갈기 갈기 찢어버리고 싶은거 꾹꾹 겨우겨우 참았어!!
대신에 우리 친구 사이 찢어버리기로 한거야!!
그 아이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줄 알면서 숨겨준 유비가 잘못한거야!!!!'
시루가 눈가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절규하듯
외쳤던 저 말이.. 이것 때문이였구나.
....아은이를 많이 사랑했었기 때문이였구나..
아픈 표정을 지으며 애써 피하려고 했던 '그 아이'의 이야기 주인공이...
...불여시년. 아은이였구나...
착찹했다.
궁금했던건 다 풀렸는데.
오히려 가슴이 더 답답하게 조여왔다.
.....가슴 한 켠이 세게 아려왔고 텅 빈것 처럼 허전했다.
"....유비는 아은이 좋아했어?"
제일 궁금했던거.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해놓고는 더 아려오는 내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아니.
별 느낌 없었던거 같던데."
......
별 감정 없이.
아무런 느낌 없이 그렇게 아은이를 만났던 거였구나.
...그리고 하필이면 둘이 만난 그 날 사고가 난거고.
.......그래서..
시루가 그렇게 아픈 표정을 짓게했던거구나.
한 유비.
아무 감정도 없으면서,
별로 좋아하는것도 아니면서 괜히 불여시년 만나서.
..시루 마음에 칼자루로 난도질을 해놨구나.
그런 놈이 였구나.
...여자라면 친구의 애인도 상관 없이 만나서
즐기는 그런 놈이였구나.한 유비..
그런데 어떡하냐.
....나..
널 좋아하는데.
.......좋아해버린거 같은데..
넌 왜 그렇게 나쁜 놈 역할을 맡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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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
한 유비.
그 녀석을.내가 좋아한다.
나 반 율안이.
한 유비를 좋아한다.
왠지 이걸 인정해버리면.내 자존심에 손상이 가는것 같아서.
지금까지 외면하고 애써 돌아섰는데.
...이제 확실히 깨달았다.
나 정말. 정말 유비를 좋아해버렸나보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비의 욕이 선뜻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정말.. 좋아해버린 것만 같다.
잠시동안의 혼란스러움이 날 괴롭혔지만
그것도 잠시 뿐.
시루에 대한 미안함과 동정심이 내 머릿속을
꽉꽉 채워가기 시작했다.
항상 방글방글 웃고 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어두워 보였던 그 녀석의 얼굴.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적 없음.ㅡ,.ㅡ)
그리고 비오던 그 날 양호실에서
봤던 시루의 아픈 얼굴과 슬픈 표정이 내 마음을
마구 조여왔다.
"넌 한 유비 진심으로 좋아하냐?"
응.
그러는거 같다.
그래. 유비를 좋아해.
"오빠."
조금 진지한 목소리로 진우 오빠를 불렀다.
그리고 그런 날 고개 들어 바라보는 진우 오빠.
"왜."
"한 유비 말이야.."
한 유비.
그는 내게 어떤 존재일까.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싸이코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심장에 들어와있는거야, 그놈이."
..그래.
딱 저 표현이야.
처음에는 정말 황당할 정도로 갑작스레
다가와서 애써 거부하려고 했지만,
싫은 느낌은 왜 들지 않는 건지 항상 의문이였는데.
처음 봤을 때 부터 유비의 매력에 매료되어버린걸지도 몰라, 난.
다만 지금까지 알량한 자존심
세우기에 급급해서 인정을 하지 않았던거 뿐이였던거야.
"..........그럼.
유비 놈은 니가 좋다그래?"
....
침묵. 무겁고 긴 침묵.
오빠의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애매모호 하긴 했지만 어쨌든 44 송이 장미와 함께 사랑한다고
말해줬던 유비의 말은 진심이였을까.
..자신이 없다.
나는 유비에게 어떤 존재일까.
분명 유비는 내가 자신의 마누라라고.
여자친구라고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유비가.
정말 날 좋아하는건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에, 날 그저 그런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며 아무런 감정없이 그런 말을 하는건지..
난 잘모르겠다.
...그리고 어색한 침묵이 오랫동안 지속되자,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나 대신에
진우 오빠가 먼저 말을 꺼냈다.
"유비 놈은 믿지마."
..
오빠의 딱 부러지듯한 말투에
순간 움찔 했다.
유비를.. 믿지 말라고...
"그 녀석은 아무런 감정 없이도 친구 여자와 나가는 그런 놈이다.
그 녀석이 정말 아은이에게 관심이 있어서
아은이가 만나자는 말에 응했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 녀석 평판은 별로 좋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청문공고 대표 바람둥이라는 타이틀도 있잖아."
...그 말을 마치고 술을 들이키는 진우 오빠.
공고 대표 바람둥이.
저 말 듣고 처음에 되게 많이 웃었는데.
바람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자들이 사귀려고 할까
하는 의문도 든적이 있었지만.
바람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자들이 매달릴 정도로 그 녀석에게는
왠지 모르게 끌리는..
그런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그래서 더 불안하다.
게다가 아까 내가 여고 운동장에서 뱉어내었던
발언은 '헤어지자' 라는 말과 비슷한 뜻이 아닌가..!!!..
지금 내가 유비를 좋아한다는 걸
확실히 깨달아버린 이상, 유비를 믿어보자.
한 유비..
내 남자친구를 믿어보기로 하고
굳은 결심을 했다.
항상 여고로 나오던 그 놈 대신
내가 유비의 학교인 청문공고로 찾아가자.
..좋아.=_=...
후아후아..
좋아.나도 장미 44 송이 들고!!!
쌔끈번쩍하게 입고!!!! 그렇게 가는거야. 오예!!!!!
-0-숙자에게 꾸며달라고 해야지.
벌써 이것저것 공고로 갈 때의 일을 상상하고 혼자 궁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내 어깨에 얹어지는 커다란 손 하나.
...시린 차가움이 어깨로 전해지는 그런 차디 찬 손바닥.
순간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고..
내 눈 앞에는 진우 오빠가 바로 코앞에서 날 보고 있었다.
순간 숨이 멎는듯 싶었다.
또 내 머릿속에선 빨간 불빛이 보이는 듯 했다.
적색의.. 위험신호.
"난 정말 너한테 아니야.?"
위험한 적색이 머릿속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의 취한듯한 표정과 풀린 눈에 난 더욱 몸을 움츠렸다.
"오빠 취했나보네.
나 이만 내 방으로 가볼께."
어색하게 웃으며 내 어깨에 얹어져있는
그의 손을 치워내려고 했지만,
아무리 쳐내어봐도 꿈쩍할 생각도 않는 그 커다란 손.
그의 상기된 얼굴은
나로 하여금 더욱 위험하단 생각을
들게 하였다.
"오빠 이거 놔."
"한 유비가 정말 좋아?"
"오빠 취했어."
"내가 그 자식 보다 못할건 뭐야?"
약간 혀가 꼬인 발음이지만
그의 진지함은 촥 가라앉은 목소리를 통해 전해져왔다.
...꿀꺽..
침을 넘겨삼켰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오빠가 유비 보다 못난건 없지만..
중요한건 내가 오빠가 아닌 유비가 좋다는 사실이잖아."
"....난 니가 좋다."
제길.
...답답하다.
억죄어오는 가슴이 한층 더 답답해진다.
이런 잘생긴 남자에게 고백 받는 다는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결코 불쾌한 일이 아니건만..
유비에 대한 내 마음을 이제 막 확인한 나로서는 부담으로 느껴질 뿐이였다.
내가 아무런 반응도 대답도 않고
고개만 푹 숙이자
화가 났던지 그는 내 어깨에 얹은 손에 힘을 싣는다.
그리고는 거칠게 자신의 다른 손을
이용해 내 턱을 움켜잡았다.
"..왜 이래!!!!"
너무나도 위험한 포즈로
숨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두려움에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는 결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니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한 유비 녀석에 대한 정보 들려준 값..
그 값은 해야지?"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서서히
다가오는 남궁 진우. 진우 오빠의 얼굴.
난 안간힘을 써서 내 두 손으로 그를 밀어내었다.
...왠일인지..
아주.. 아주 쉽게 물러나는 그.
"당신 아주 최악이야!!!!!!!!"
희롱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나버린 나는 소리를 크게 한 번 질러주고
벌떡 일어났다.
아까 이야기를 듣다가 떨어트려서 술이 줄줄
흘러나온 술병을 주워담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내 방으로 향했다.
'쾅!!!!!!!!!!!!!!'
저번과 같은 패턴이다.
저번에도 오빠랑 진우 오빠랑 같이 술먹고 있을 때도
이랬는데.
난 학습능력이 정말 딸리는걸까?!!!!
...아직도 몸에 떨림이 채 가시지 않았고,
굳게 닫힌 문을 또 확인하고 확인 한 뒤에야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한 유비.이 아은.. 천 시루.
그리고 그들의 삼각관계 한가운데에 놓인 나.
....복잡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안다.
"한 유비를 좋아해."
작게.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그렇게 유비 놈의 학교인 청문공고로
찾아가서 그에게 내 마음을 알려줄 날을 상상하고
또 상상하며 잠에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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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
"나 한 유비 좋아해."
큰마음 먹고 내뱉은 말이였다.
점심시간,
여학생들의 웃음소리 떠드는 소리 따위가
왁자지껄 교실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운데
용기를 내어 숙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날 살짝쿵 당황스럽게 만들었다-_-..
"-0-어쩌라고."
...엥?..
내가 원한 반응은 그게 아니였는데 -_-..?
"어머!! 진짜?!!!!!"
☜저 정도는 되는 반응을 기대했건만..
나름대로 끙끙 대다가 겨우 꺼낸 말이였는데.....
숙자는 표정의 변화도 없이 급식 먹기에만 연연할 뿐 이였다.
"아악!! 씨포알!!!!!!
김치에 또 개미!!!! 아악!!!!"
아니,
정확히 정정하자면 형편 없는 우리 학교
급식 욕하기에 연연하고 있었다=_=..
"안놀라워?"
그녀의 시시한 반응에 난
시무룩해져서 되물었고 그녀는 그런 날 똥그랗게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뭐가.개미가 김치 위에서도 기어다닐 수 있는게?"
"아니. 그거 말고....
내가 한 유비 좋아하는거 말이야."
이제 지렁이가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을 만큼
형편 없는 급식을 말 없이 바라보다가 스윽 저 쪽으로 밀어내며
숙자에게 말했다.
"...왜? 너 좋아하니까 사귄거 아니였냐?"
....
..............
"..흐흐. 맞어."
..그래..
.........맞어.
나 어쩌면 처음부터 유비에게 호감을 느꼈을테지.
그러지 않았다면 멋대로 사귀자며 다가오는
그놈을 밀어내지 않았을리가 없잖아.
지금 내가 진우 오빠에게 하고 있듯이..... ..
진우 오빠 일을 떠올리자 또 머리가 복잡해져왔다.
그 사람도 단순히 장난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아.
지금 난 유비 문제로도 벅차다.
그 문제는 우선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다시 유비의 일로 초점을 돌렸고
원래 본래의 목적을 꺼내기 시작한 나 였다.
"이번엔 유비한테 내가 직접 공고로 찾아가보려구."
"잘생각했어."
대충대충 듣는 둥 마는 둥 대답하는 숙자.=_=
"그래서 말인데, 나 좀 예쁘게 꾸며줘."
내 말에 날 슬쩍 올려다보더니만...
이내 박수를 치며 환한 웃음을 짓는 숙자 년.
"잘됬다!!!!!"
"어?"
"마침 우리 이모가 너 그 모델건 어떻게 할거냐고 하던데."
모델..?
숙자의 말에 그제서야 떠오르는 숙자네 이모의 뷰티살롱.
아아. 거기서 모델 제의를 받았던것..
지금까지 새카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내일 가서 사진 몇 방 찍어주고
옷 빌려서 메이크 업 예쁘게 받은 다음에 가면 되겠네!!!
내일이 우리 학교 개교기념일이잖아ㅡ,.ㅡ!!!"
"안그래도 내일 개교기념일이라서 가려고 그랬는데.."
"잘됬네. 그럼 그렇게 해~.
이모 한테 내가 연락 취해놓을께."
그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야 메이크 업이나 화장 따위 전혀 할 줄 모르니까..
게다가 눈에 띌 만큼 예쁜 옷도 없는걸.
-0-내일 가서 저번에 했던 것 처럼 사진 찍고
메이크업 지우지 말고 옷 그대로 입고 공고로 가면 되는거야!!!
으하하하!!!!
한 유비.
이 누님이 멋지게 꾸며서 가마.
기대하거라.!!!!
(#.다음날)
"율안이 왔구나!"
행여나 시간이 지체되어 유비의 하교 시간에
늦을까 아침 일찍 부터 뷰티살롱으로 와버린 나 였다.
숙자네 이모는 언제나 그러셨듯
고풍스러운 미소와 함께 ㅡ,.ㅡ. 날 반겨주셨고
난 그녀의 손에 이끌려 의자에 반 강제적으로 앉았다.
"-0-.저번에 걸어놓았던
율안이 사진이 효과가 꽤나 컸어. 반응 좋더라!!"
"아..그래요?"
"그래서 말이야,
이번에는 좀 스케일을 크게 잡아보려고.
내 친구가 SHEA 광고 마케팅 쪽에서 일하는데
니 사진 보고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더라."
...SHEA?
SHEA 라면 요즘 한창 젊은 층에서 인기가 좋은
화장품 메이커 잖아?!!!..
"제가 SHEA 모..모델이요?"
어느 거리를 가던지 꼭 하나 쯤은
있는 그 화장품 메이커의 모델?!!!!!!
난 떨려오는 목소리로 겨우 물었고, 그녀는 인자한 미소로 화답했다.
"뭐 그렇게 비중을 크게 잡는 광고는 아니니까 걱정마."
...아.
그럼 그렇지=_=.. (☜실망하고 이씀.ㅡ,.ㅡ..)
난 그제서야 진정했고
그런 날 보며 계속 웃던 그녀는 내 머리를
한가닥 한가닥 씩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어디선가 길쭉한 기계를 찾아오시더니
이내 내 머리카락에 가져다 대시는 것이 아닌가!!!!
살짝 머리 타는 냄새가 나고...
대채 뭔일 인가 싶어서 뒤를 돌아보면
앞을 보라는 숙자네 이모의 목소리만이 들렸다-_-..
"..저기요..-0-뭐하세요?"
마구 마구 솟아나기 시작하는 궁금증을
겨우겨우 억제하다 못해 결국 물어보았다.
"아^-^ 율안이 고데기로 머리 좀 살짝 말자.
오늘 샤워하면 다 웨이브기 가라앉을테니까 걱정마."
"아.. 네."
고데기로 말아본적이 있어야지. 허허.
어색한 미소와 신기한 눈초리로
거울 속에서 내가 변하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았고
얼마정도의 시간이 흐른뒤,
내 머리는 굵게 웨이브 진채로 찰랑거리고 있었다.
..
"예쁘지? 자 이제 저쪽으로 가서 메이크 업 받자."
"메이크 업도 끝났고, 옷 좀 입어보자."
...
......
"악세사리 착용도 하고.. 음.."
한참을.
아주 한참동안을 그녀의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온몸에 장신구를 매단 뒤에야
난 숙자네 이모의 손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 커다란 전신 거울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즈음..
사진작가로 보이는 턱수염이 더부룩한 남자가 한 손에는 커다란 렌즈가
눈에 확 띄는 카메라를 든채로 걸어들어왔다.
..
=0=..호와호와.
한 유비!!!
여기서 일 후딱 끝내고
이 누나가 멋진 모습으로 쳐들어가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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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4.」
'찰칵.찰칵.'
어두운 세트장에서 찰칵 소리를
내며 터지는 플레쉬 만이 유일한 빛 이였다.
몇 번이나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메이크업을 다시 받고 또 고치고.
한참을 작업 한 것 같은데도,
턱수염이 얼굴에 덥수룩하게 난 그 카메라를 든 아저씨는
영 못마땅 하다는 얼굴 이였다.
"이봐! 표정 좀 밝게 지어보지?"
"아. 네!!!!!-0-!!"
뭐 이리 요구하는것이 많은지ㅡ.,ㅡ.
그 턱수염 난 아저씨의 말에 따라 나름대로 크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표정이 죽어있어.미소 짓는다고 다가아니라구.
웃을 줄 몰라?"
...그의 말에 수긍이 가지 않았다.
표정이 죽어있다니.
이렇게 활짝 웃고 있는데 울고 있는 것 같다니.
=_=대채 어쩌라는건지.
계속 되는 웃어보라는 요구에 나는 연속으로
방긋 웃어주었지만
끝내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컨셉 바꿔.웃지 말고 아예 울어봐."
"네에?!!!!!!"
"눈물 흘려봐.그게 더 쉽겠어."
...그의 말에 더욱 크게 되물었다.
울어보라니.
=_=눈물을 흘려보라니.
지금 날 일일 모델이 아니라 혹시 배우로 착각한거 아니야, 이 아저씨?
난 황당하다는 눈길을 보냈지만
그는 또다시 커다란 호통을 치듯이 말하기 시작해왔다.
"넌 울 줄도 몰라?!!!"
....ㅡ_ㅡ..우는 방법은 별로 알고 싶지 않는뎁쇼.
지금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왜 궂이 눈물을 보여야 하지?
그의 컨셉인지 뭔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로, 난 그저 멀뚱 멀뚱 서있었다.
"너. 감정 표현을 하고 살기는 하니?"
또 다시 고개를 설레설레 좌우로 흔들며 뱉어내는
날카로운 그의 말투에 순간 발끈해버린 나 였다.
"....그런 식으로 말씀하실 때 내가 화를 내는 것도 감정 표현에 속하죠?."
자신을 살짝 노려보며
똑 부러지게 되물어오는 내 모습이 당돌하게 느껴졌는지, 어쨌는지 날 벙찐 눈으로
바라보는 사진 작가 아저씨.
그러더니 씩씩 대고 있는 나를 보고
갑자기 빙그레 웃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 이미지 멋진걸.
좀 더 날카롭게 카메라를 노려봐봐."
그의 말에 난 순간 어리둥절 했지만,
카메라맨 아저씨는 빨리 해보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고
난 곧 그가 들고 있는 카메라의 렌즈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_=대채 화장품 광고에
남을 노려보는 이미지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역시 예술 쪽은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더욱 더 섬세한 부분이 있나보다 하고
난 계속해서 그가 요구해오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그 요구 중 대부분은.
카메라 렌즈 노려보기.
소리지르는 모습 취하기입술 깨물고 참는듯한 표정 지어보기.
따위의 내가 평소에 잘 짓는
얼굴들이였기에 아까 전 보다는 훨씬 쉬웠다.
하지만 촬영 도중 내내 마음에 걸리는 거..
'너. 감정 표현을 하고 살기는 하니?'
...아까 저 사람이 한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멤돌뿐이다.
저번에 유비 놈과의 첫번째 데이트 때도 녀석이 했던 말..
내 표정이 항상 울고있다는 것 같다는 말.
그저 쉽게 지나쳤는데..
지금은 왜 이리도 심정이 복잡해지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정말 속 시원하게.아주 크게
웃어 본 일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울어본 일이라고는 최근 들어서는 유비가 등을
돌렸을 때 뿐이니....
.....난 절대로 비정상이 아니야.
다만.. 다만..
크게 웃는건 내 내면의 나의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썩 내키지가 않고,
눈물을 흘리는건 약한 내 모습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아서 싫을 뿐이야.
...그게.. 이상한건가.?
"이봐! 렌즈를 노려보라니까?"
"알았어요!!!!"
=_=참나.
2 시간 내내 5 분도 제대로 못 쉬게 했으면서
시키는 건 진짜 많아요, 하여간.
..
결국 몇 십번을 더 찍고 찍고 찍고 난 뒤에야
난 더 이상 카메라 플레쉬 터지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까지 찍어왔던 사진을 보겠냐는
턱수염난 사진 작가 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거울 보면 매일 보이는 나인데,
또 봐서 뭐해요-0-."
"이상한 여자애야 정말..
보통 니 또래의 모델 아이들과는 다른 점이 너무 많아."
"다 똑같으면 재미없잖아요? 나같은 애도 있어야지."
내 말에 껄껄껄 크게 웃는 그 사람.
그의 모습에 나도 한결 기분이 나아짐을 느꼈다.
"숙자 이모!!!"
마침 세트장으로 발을 들여놓은
숙자네 이모를 발견한 난, 그녀를 크게 불렀다.
"수고했어 율안아~."
그러자 그녀는 활짝 웃어주며 내게 다가왔다.
"저기요...
저 이 옷 좀 오늘 하루 동안 빌리면 안될까요?
이따 밤에 돌려드릴께요."
내가 조심스레 여쭙자,
또 다시 미소를 입에 걸치며 이유를 물어오는 그녀 였다.
"그 옷이 필요하니?"
"...아.. 데이트가 있어서.."
쭈뼛쭈뼛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고.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쿡쿡 대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였다.
"으아! 감사해요!!!!"
"감사하긴.이렇게 예쁜 율안이 남자친구가 누군지 참 복 받았네!!"
"...하하.저기요...
-0-메이크 업도 다시 해주시면.. 안될까요?"
내 질문에 숙자네 이모는 더욱 크게 웃었고.
난 무안함에 고개를 푹 숙였지만,
그녀는 결국 화장을 다시 예쁘게 해주었다.
..
............
"감사합니다, 옷은 꼭 돌려드릴께요!
아참, 그리고 사진 작가 아저씨 께도 오늘 수고하셨다고
전해주세요!!!"
"그래!! 데이트 잘 하고-0-. 오늘 수고했어!!"
"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를 하고.발걸음도 즐거웁게.
그야말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며 공고로 향했다.
지금 현재 매고 있는 핸드백은 숙자네 이모가 선물로 준것인데,
그 핸드백 안에는 봉투가 하나 들어있었고.
모델비라는 글씨가 적혀있는 봉투 안에는
꽤나 많은 양의 돈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돈들은 내 발걸음을 한층더 가볍게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흐흐.ㅡ0ㅡ..
숙자가 조사해준 정보를 빌리자면,
아직 공고 하교 시간은 30 분이 남아있다=_=!!.
옷마무세라도 다져보자 라는 생각에
아무 건물에나 들어가 화장실로 쏘옥 들어가버린 나였다.
화장실에 걸려있는 아주 커다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그야말로 멋졌다.
하얀 색의 맵시있는 가디건과 화려한 구슬들로
장식 되어있는 적당한 기장의 청치마,
그리고 귀여운 까만색의 부츠.
이 옷이 대가라면, 오늘 사진 작가 아저씨께 꾸중까지 들어가며
작업을 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예뻤다.
또한 마음에 드는거 한가지 더.
나로써는 엄두도 내지 못할정도로 깔끔한 메이크업.
특별히 아이 셰도우를 많이 바르지도 않았는데,
색깔은 아주 잘 들어나있었고.
너무 화려하지 않은 화장기는 역시 베테랑의 솜씨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게다가 공짜로 한 고데기!!!
내 모양새에 제법 만족해서
콧노래 까지 흥얼 거리며 또 다시 공고로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타잔이 10 원짜리 팬티를 입고.♬"
저번에 어디선가 줏어들은 노래를 불러가며
듣기 좋은 또각 소리를 리듬감 있게 만들어내며 얼마간 걷자,
청문공고 정문은 곧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좋아. =_=!!!!
결전이다, 한 유비!!!
오늘은 내 마음을 꼭 너에게 확실히 전하고,
너에게서도 니 마음을 확실히 듣고야 말겠어!!!!
두 주먹을 불끈 쥐고-_-
마음을 굳게 먹고.. 신호흡을 한 뒤
공고의 정문 앞에 당당히 고개를 빳빳이 든채로 섰다.
하나 둘씩, 공고 남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공고는 남녀 공학이 아니였기에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우락부락한 남자들 뿐이였다=_=..
ㅡ.,ㅡ한 유비 놈은 왜 이렇게 안나오는거야!!!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유비 놈의 뒤통수라도 행여 보일까 기웃거리고
있는데..
정작 찾고 있던 유비 놈 대신
내 앞에 나타난건 ..
".....으악!!! 율안이다!!! .."
시루였다.
뚜비.그 아이를 사랑하는.
상처 많은 아이 천 시루 였다.
밝게 웃는 그의 모습에 더욱 더 찡해져 오는 내 마음이였고,
난 그런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하하!! 시루야 안녕!!!!!"
"율안이도 안녕하세요.-0-..."
고개를 꾸벅 숙여가며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 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는 쫑알 쫑알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따라 비가 올거 같애!!!!
왜냐면 제가요, 호빵맨을 닮은 구름을 봤거든요??"
....=_=..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우스꽝 스러운 소리란 것은 알겠다.
난 그저 그의 말에 대충 맞장구를 쳐주었고, 그는 신난듯
더욱 수다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난 여전히 눈알을 굴려 유비를 찾고 있었다.
..
그리고 시루가 꺼냈던 자신이 어제
했던 빨래 얘기가 마침내 끝나갈 때 쯔음...
유비의 얼굴이 내 시야 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입에 미소를 담으며
크게 손을 흔들었다-0-.
"유비야!!!!!!!!!! 한 유비!!!!!"
불편한 부츠를 신고도 방방 뛰며
그의 시선을 내 쪽으로 돌리려고 소리를 질렀고,
그런 내 모습에 시루는 이야기를 뚝 끊더니만
유비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건... 복수야..."
"응? 시루야 뭐라고?"
여전히 유비에게 손을 흔들며
시루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유비가 날 발견하고
내 쪽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난 시루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크게 외쳤다.
"한 유비!!!!! 너 한테 할 말있어!!"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본 유비 녀석의 표정이 은근히 밝다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한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였다.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옆에 서있었던 시루가 내 어깨를 붙잡고
내 몸을 자신의 쪽으로 돌려 내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춘건...
...
..........
★ 불펌과 도용은 사절입니다.
★ 퍼가시려는 경우, 메일을 먼저 보내주세요. (kissing_him@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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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5.」
그 어떠한 행동을 미처 취하기도 전에
시루의 물컹한 입술이 내 입술에 겹쳐졌다.
말그대로 버엉-.버엉 쪄있었다.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판단을 하려고
애쓰는 동안에도 시루는
여전히 나에게서 입술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머리가 순간적으로 새하얗게 물들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시루를 확 밀쳐내었다.
"...너..너..!!! 이게 무슨짓이야!!!!!!!!!!.."
나도 모르게 떨려오는 손을
겨우 진정시키며 시루를 노려보았다.
그런 날 바라보기는 커녕
시선을 아래로 내려깐 채로 무표정한 얼굴로
입술을 스윽 소매로 훔치는 녀석.
복수..
시루의 마지막 말은 분명 '이건 복수라구' 였다.
.......하.. 복수?!!..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말 그대로 분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걸 겨우 참으며
손을 위로 올렸다.
이건 아니야. 천 시루.
유비가 미워도 이런 짓은 하면 안되는거야.
짜악-.
...저런 모질은 소리를 내며 녀석의 뺨을 당장이라도
내려쳐야하는데.
짜악 소리가 날 정도로 뺨을 휘갈겨 줘야하는데.
아주 모질게 마음을 먹고 내리치려고 하는 찰나에..
난 그만 그러기 전에 시루의 눈물이
글썽한 눈을 먼저 보고야 말았다.
...제기랄..
시루의 뺨을 때리려던 내 손을 맥 없이
내린채로 욕만 낮게 뱉어냈다.
저렇게 아프고 상처입은 눈을 하고 있는
사람을 때릴, 감히 그럴 마음이 내게는 없었다.
어찌할 줄을 몰라 애꿎은 입술만
깨물고 또 깨물고 있는데.
...........아차... 유비..
...
..그리고 그 순간.
난 아주 잠시 동안 잊어버렸던 유비의
존재를 떠올리고 아차 함과 동시에 유비의 쪽을 돌아보았다.
.....비어있다..
아까전에만 해도 내가 손을 흔들어주었던
그곳에 서있던 유비는 온데간데 없었다.
'퍼억-.'
...다만..
나와 시루 바로 옆에 와서..
자신의 주먹을 시루의 얼굴로 날린 그를 바로
발견할 수 있었을 뿐.
"개자식..!!! 죽여버리겠어!!!!!!!!!!!!!!!!!!!"
거칠게 욕을 하며 얼굴이 벌게진 채로
씩씩대는 유비의 모습에
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처음보는 그의 흥분한 모습과
이성을 잃어버린 듯한 목소리에 은근히
좋아하고 있다면 난 이기적인 년 인걸까.
하지만 곧 상황은 그저 속으로
좋아하고 있을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니 기분은 어때..."
...유비의 주먹에 맞아 저 쪽으로 어느새
날아가 버린 시루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소름끼치도록 슬프게 들려오는 그의 음성에
난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제일 친한 친구한테 니 여자 빼앗겨본
기분.개 같지?그지 같지 않냐?"
장난스러운 표정도.
평소에 들려주던 귀여운 목소리도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의 시루.
"........니 여자 건든 적 맹세코 없어!!!!!!."
그럼 그런 시루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씩씩대는 투의
말투로 거칠게 말을 뱉어내는 유비.
....
몰랐으면 좋을텐데.
차라리 진우 오빠에게 그 이야기를 듣지 않을 걸 그랬나보다.
이 둘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아주 잘 알아버린 이 상황에서.
난 그 둘을 말릴 수도.싸움을 중단시키려 끼어들 수도 없다.
..........
...이 문제에... 난 포함되지 않았으니까..
그 사실이 빌어먹도록 화가나고
내가 모르던 시절의 유비가 엮여있는 상황에 내가 상관없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비참할 뿐이다.
..
"...천 시루.반 율안은 안되."
..파르르 떨며.
무섭게 시루를 노려보며 저 위의 말을 하는
유비의 모습은..
무언갈 꾸욱 참는 표정이였다.
하지만 그런 유비의 태도와는
상반되게 갑자기 큭큭 웃어대는 시루 녀석.
"...하하하하!!!!!!!!!.. 안되?!!! .. 큭큭..."
"........."
"..하하하하..!!! 푸하하!!!!."
유비의 옆에서 숨을 죽인채, 아무런 말도 않은채 서있는 난.
미친듯이.정말 미친듯이 웃어대는 시루의 모습에
더 당황스러울 뿐 이였다.
웃는다.
이 표현이 아니였다.
..마치 광기를 표출해낸다는..
그런 표현이 더 들어맞을 정도로 소름돋는 웃음 소리였다.
한참을 그렇게 바닥에 앉아서는
웃어대더니.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드는 걸 느꼈는지
웃음소리 내는 것을 멈추고 벌떡 일어난 시루.
....
........왠지 울고있는 것 같은 표정의.. 시루.
"..있는 힘껏 한 번 막아봐."
이번에는..
웃음도. 눈물도.
그 어떠한 표정도 담지 않은채로 유비를 향해 말했다.
시루가 그 말을 뱉어냄과 동시에
유비는 또 다시 발끈해서는
시루를 향해 달려가려고 했고.
난 그런 유비를 꽈악 안아버렸다.
"유비야!!!!!!!!! 왜그래!! 둘 다 왜그래!!!!"
...내가 소리를 빼액 지르자
시루도 유비도 잠시동안 싸움을 멈춘채 날 바라보았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다.
"반 율안.이거 놔."
"안놔!!! 둘이 대채 왜 싸우는데!!!!!!!!!"
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아니, 몰라야하는 상황이니까..
그러니까.끝까지 모른 척 할께.
둘이 싸우는 원인이 빌어먹을 그 삼각관계라는거...
그거 나 모르는걸로 할께.
"유비야. 나 너 한테 할 말있다고 했잖아!!"
여전히 그를 꼬옥 안은채로
시루에게 가서 주먹을 휘두르지 못하게
잡아둔채로 말했고,
그제서야 곤두세웠던 신경을 풀듯 녀석은 꽉 쥐었던 주먹을 서서히 풀었다.
하지만..그 순간.
..
"꺄악?!!!!!!!"
내 몸이 유비에게서 떨어져나감을 느끼고,
누군가의 손이 강제적으로 날 유비에게서로부터 띄어놓았다는 걸
알아챘을 즈음....
'퍽!!!'
겨우 말려놓았던 유비 대신에 또 다시 싸움을 시작한 시루 였다.
시루의 주먹에 맞아 엄청난 소리와 함께
고개가 순식간에 돌아가버린 유비.
그의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일그러져갔다.
이내 주먹에 다시 힘을 주고 꽈악 쥐기 시작하는
유비의 모습을 보고 그만두라고 내가 소리를 지르려는데.
그 전에...
시루가 꺼낸 말은,
유비의 주먹을 거짓말 처럼 풀어놓았다.
..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다가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의도는 무엇 이였을까요."
....
알아들어먹을 수 없는 말 이였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였지만.
유비는 이해를 했나보다.
...그리고.
유비의 표정은 아까 전보다 더 굳어만 갔다.
"............천 시루.."
"접근한 이유가 무엇이였을까요."
또 한 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시루.
...도대채 무슨 말이길래.
단순해 보이는 저 말의 의미가 무엇이길래.
...저리도 유비가 동요하는걸까.
"제기랄!!천시루!!!!!!!!!!!!.."
참지 못하겠다는 듯 커다랗게 고함을 지르는
유비의 모습에..
시루는 미소를 짓는다.
난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어느 새 빨갛게 부풀어오른 시루의 오른쪽 뺨과
피가 뚝뚝 흐르고 있는 유비의 입술.
...그들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는 듯 싶었지만..
그걸 핑계삼아 이 싸움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나였고.
곧 행동을 개시했다.
"어머머머-0-!!!!!!!!! 어떡해!!!!
유비야!!!입술 터졌어!!!!!!!!!!!!!!!!!!"
오버스럽게 호들갑을 떨며 시루와 유비 사이로 막아들어섰고,
유비는 그런 날 바라보지도 않은 채 천 시루만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유비야, 여기 근처 약국가서 빨리 치료하자.
내일 되면 너 이거 썩는다!!!!"
=_=입에서 피 좀 났다고 하루 만에
썩을리는 없었지만
되는대로 지껄여대는 나 였고,
그런 헛소리를 신경쓰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난 낑낑 대며 여전히 오버스러운 모션과 함께
유비를 끌어당겼고.
아무말 없이. ..
그래도 순순히 그런 내게 끌려와 주는 유비 녀석.
........
시루는 여전히 우릴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의미 모를 미소를 짓고 있었고.
점점 더 굳어가는 유비의 표정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그의 손을 꼭 잡은채로.
..난 근처 약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불펌과 도용은 사절입니다.
★ 퍼가시려는 경우, 메일을 먼저 보내주세요. (kissing_him@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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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디엘♪
[♣] 소설제목: ※ ※ 강한 척 하는 여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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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6.」
약국에서 사온 약으로.
보기만 해도 시큼시큼한게,
아파보이는 유비의 상처를 발라주었다.
터진 입술에 그 약이 닿을 때 마다 인상을 찌푸리는 유비 녀석 이였다.
"..아퍼."
지금까지 아무말도 않던 녀석이
이제서야 꺼낸다는 말이 고작 저거다.
=_=사내 놈이 되서. 아프기는.!!
"참어봐 좀.-_-"
"아퍼.. 씨.."
입을 툭 내민채 투덜투덜 되는 그의 모습은 우스꽝 스럽기 까지 했다.
'탁!'
소리가 나도록 세게
반창고를 그의 입술에 붙여주자,
그는 눈살을 마구마구 찌푸리며 날 노려봤다.
ㅡ.,ㅡ짜식.
그러니까 누가 다치래?!!
"너 오늘 왜 왔어."
"뭐가."
"우리 학교 왜 왔어.!!"
".....어? .."
=_=..좋아한다는 말.
그 말 전해주러 왔다고 어떻게 말해.
지금 이 상황에서 그 말을 꺼내는 건 왠지 우습게 보일지도
몰랐고, 난 좀 더 로맨틱한 분위기를 원했었는데.
시루와 유비의 싸움 때문에
내가 준비해왔던 모든 것들이 현실로 돌아오기엔 너무
늦어버렸다-_-.
"나 싫다며..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은.싫다면서."
고개를 내리깔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미안함으로 꽉 차버렸다.
가슴이든 마음이든 머릿속이든.
어쨌든. 그를 향한 미안함에 쓰려왔다.
그런 말. 생각도 제대로 해보지 말고
섣불리 내뱉는 게 아니였는데..
생각이 짧았던 나의 말이 어리석게도 그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나보다.
내가 다가가야한다.
처음에 내게 다가온건 유비였으니까.
그리고 살짝 밀어냈던 건 나였으니까.
이제 유비를 좋아한다는거 깨달았잖아.
...나 진심이잖아.
..
꿀꺽.
침을 넘겨삼켰다.
눈을 한 번 꼬옥 감았다가 뜨면..
유비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채로 말 없이 서있는게 내 눈에 들어오고.
어색하게나마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며..
얼굴 안면 근육을 피고..
말을 어렵게.어렵게 꺼낸 나다.
"....유비야. 내가 할 말 있다고 했잖아."
대답 없이.
아무런 말도 없이...
슬며시 고개만 든 유비.
깔끔한 그의 이목구비가 내 눈에 가득 차오는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날 처럼
여전히 빠져들 것만 같은 매력적인 눈동자를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그러다가.
..뱉어내듯이.
난 마음 속에 꾹꾹 눌러놓았던,
숨겨놓았던,
비밀스레 감추어놓았던 감정을 한 순간에 풀어내어 버린다.
"널. 좋아해, 한 유비!!"
..
....그 말을 크게 해버린채.
그 뒤에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나도 모르게
아까 유비와 같은 포즈로 고개를 푸욱 숙여버리면.
.....빨갛게 상기되어가는 것이
느껴지는 내 얼굴.
연기라도 풀풀 나는 것이 아닌가 쓸데 없는 걱정까지
하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 쯔음..
그제서야 유비의 말이 내 귀로 들어온다.
"넌 나 좋아해?"
"어..응?"
"진짜 치사하다.나쁜 놈."
"내가 왜 놈이야!!!!!"
"그럼 나쁜 년이야?!!!"
"...아니=_=.. 둘다 안할래."
도대채 어쩌다 이야기가 이런 쪽으로 흘러버린거야.
-_-난..
난 진지하게 고백한거라구!
부끄러움을 무릎서고!!!!
"치사빵꾸."
"내가 왜 치사빵꾸야!!!!!!!!!"
..
"난 너 죽도록 사랑하는데.
..44송이.그거 뜻대로 죽도록 사랑하는데."
"............."
"그런 나 한테 좋아한다고 말하냐."
.....
전혀.전혀 장난기가 보이지 않는
진지한 그의 목소리와 표정에.
할 말을 잃었다.
죽도록 사랑한다..
...그랬구나.
난 유비에게 여전히 한 걸음 뒤떨어져있는거구나.
좋아한다는거 인정하고
너랑 같이 마주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노력할께."
"공원갈까. 사람 많을래나?씨발.여기도 존나 많네."
"....좋아하는게..사랑하는거로 바뀌도록..
노력할께 한 유비."
"그냥 여기서 놀까?"
"....그래."
못들은척 다른 말만 하는 유비 놈이지만.
난 안다.
저놈.. 저래도 쑥스러워하고 있다는거.
"빨리 가자!
우리 편의점 가서 도시락도 사갈까?"
"그 전에 너 옷 갈아입어."
"옷?"
"어."
...내 옷이 어때서-_-?.
"왜?"
내가 곧바로 되묻자,
이내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하는 유비 놈이였다.
"몰라.씨발. 그냥 갈아입어."
"싫어!!! 내가 이것때문에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일?"
아차.-_-...
실수했다.
"아니! 일이란게 대단한게 아니구.
그냥 모델일 비스므리한거.사진 몇 방만 찍고.."
"딴따라?"
"딴따라랑은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_-.."
"..몰라.그딴거 하지마."
"그딴거라니!!"
"그딴거 하지말고. 그딴 옷도 입지마."
"뭐?!!"
"아니다. 그 옷은.. 챙겨놔..."
=_=..뭐야.
"왜?"
내가 또 다시 묻자,
고개를 저리로 돌려버리며
속삭이듯이 작게 대답하는 유비였다.
"사내새끼들 우글대는 데서
입지말고. 나랑 둘만 있을때 입어."
..
귀가 빨개지는게 내 눈에 들어왔고.
그의 머뭇대는 목소리는 내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
내가 저 귀여운 자식때문에..
아주 그냥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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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가시려는 경우, 메일을 먼저 보내주세요. (kissing_him@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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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7.」
"우리 사진 찍자!!!!."
시내 한 가운데를 활보하던 도중,
내가 유비에게 팔짱을 끼우며 말했다.
"싫어."
딱 잘라 대답하는 유비-_-.
이럴 때만 아주 똑 부러지는구나.
"왜?"
"몰라."
대충대충 대답하는 것이
딱 티가나는 유비에게 난 다그치듯이
물어보았다.
"왜 몰라!! 찍자, 응?"
"싫어."
"왜 안찍는데~. 찍자아."
어느 새 오기가 생겨버렸고.
한 번 거절당했다는 사실에 열받아버렸기에,
조르다 싶이 매달리고 있는 나 였다.
=_=.하지만 유비 녀석은 여전히 싫다고 할 뿐,
사진을 같이 찍어줄 기미 조차 보이지 않았다.
"왜 안찍는데!!!!!"
"씨발! 사진 안찍어!!!"
"-_-치사빵꾸."
"따라쟁이 즐."
...유치찬란한 대화 속에서도 기분은 계속 좋기만 하다.
건물 옆을 지나가면서 건물 유리에 비친 우리 둘의 모습.
어느 새 난 입에 비록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미소를 달고 있었다.
내 스스로로써도 자주 보지 못한 미소.
분명 아침에 모델 사진 촬영 할 때만 해도
억지로 웃으려고 노력해도 미소가 잘 지어지지 않았었는데.
...건물 유리 속에 비친 내 모습은..
행복하게 웃고있었다.
사진작가 아저씨. 봐요.
나도.나도 웃을 줄 알아요.
나도.... 유비 놈 옆에선 감정표현 하고 살아요.
좋아하는 상대 옆에선 역시
설레이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억누를 수가 없는 모양이야.
나조차도 내 저런 미소를 보고 놀랄 지경이니..
..
뭐. 꼭 나쁘지 만은 않네.
...
.........
"유비야, 이 사진 기계
세 번 밖에 안찍혀!! 어!! 카운트 시작한다!! 하나 둘 셋!!!!"
결국 내 성화에 못이겨
근처에 스티커 사진기 안으로 끌려들어오다 싶이한 유비 녀석.
투덜투덜 대면서도
결국엔 못이기는 척 사진을 찍는 유비였고.
난 그의 옆에서 더욱 활짝 미소를 지었다.
삼 분 뒤.
스티커 사진기에서 나온 사진을 보았는데.
"푸..푸하하하!!!!!!!!!!!!
한 유비!!!! 너 세번다 눈 감았다!!!"
우스꽝 스럽게 찍혀버린 유비의 사진이였다.
스티커 사진 처럼 사이즈가 작은
사진 대신,
몇 천원 정도를 더 지불하고
더 사이즈가 큰 종이에다가 사진을 인화했는데...
첫 번째 사진에서의 유비는 눈을 감고 있었고,
난 그런 유비 옆에서 웃고 있었다.
두 번재 사진 역시 유비는 눈을 감고 있었으며
난 첫 번째 사진과 그다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세번째 사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씨발.사진 안찍는다고 그랬지!!!!!!"
화난 듯한 목소리로
큰 소리를 치는 유비에 모습에
난 더욱 더 크게 웃었다.
"눈을 다 감으면 어떡해!! 풉.."
"몰라.
카메라 의식하면 눈이감겨. 씨발."
모델은 평생 못해먹겠구나 한 유비.
우스꽝 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눈을 감은 그의 모습조차 멋있었기에
난 은근슬쩍 사진 세장을 모두 내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유비 놈에게
딱 들켜버린건 두 말 할것도 없었다ㅡ.,ㅡ..
"반 율안.다 내놔."
커다란 손을 내 앞에 떡하니 내놓는
그의 모습에 콧방귀를 껴주었다.
웃기시네-_-..
"싫어."
"안 내놔?!"
"응."
능청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에
아주 인상을 팍팍 쓰는 유비 놈 이였고,
그런 그의 모습은 나를 더욱 즐겁게 하였다-.,-.
..결국,
유비 놈은 세장의 사진 중 한장을 가져갔고,
난 나머지 두장을 주머니에 소중히 넣어두었다.
....집에 가서 벽에다 붙여놓아야지.
왠지 모르게 자꾸만 흐뭇한 미소가 입에 걸쳐진다.
이렇게 많이 웃음을 지어보인 날은
아마 내가 태어나서 처음일것으로 추정되었지만,
유비 녀석 곁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웃게 되는걸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씨. 마누라 옷 존나 이쁘네.
딴 새끼들이 못 보게 유성 매직으로 칠해놔야겠다."
중얼거리듯이 말하며 사진 속에
내가 입고 있는 옷을 가르키는 유비의 모습에
난 더욱 더 큰 미소와 함께 그를 바라보았다.
한 유비.
진짜. 정말 좋아해.
.남을 이렇게 좋아한다고 인정한거 처음인데.
아니 어쩌면 이렇게 타인을 좋아해버린 것 자체가 처음인것 같은데..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지만 유비 놈을 보면 자꾸만 뛰는 심장이
기분 나쁘다고는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기분 좋은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
...... 한참동안 시내 거리를 돌아다니고
사진을 빌미로 녀석을 놀려먹고
기분 좋게 정말 데이트 라는 것을 즐겨보다가
문득 시계를 올려다보니 어느덧 꽤나 늦은 시각이였다.
"유비야, 이제 나 그만 집에 가야겠다."
어둑어둑해진 길거리에서
유비에게 작별인사를 건내고 돌아서려고 하면.
그런 내 손목을 확 잡아낚는 유비.
"데려다줄께."
짧디 짧은 그의 말 한마디에도
감동을 하는 날 발견할수 있었다.
말 없이, 대답대신 고개만 아래 위로 끄덕거린뒤
집으로 가는 익숙한 길을 같이 걷기 시작했다.
..
가로등도 그 어떠한 인조 불빛 없는 골목길을,
오로지 달빛만이 내리 비추고 있는 그 어두운 골목길을 단 둘이 걷고 있자면..
어느 새 오묘한 기분이 들고는 한다.
두근두근.
듣기 좋은 심장 박동소리가 내 귀로 들려온다.
내 심장 소리인지. 유비의 것인지
잘 알 수 없었지만...
"달빛 이쁘다-."
하늘을 내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하자, 유비는 말 없이 달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거 알아?
달빛은 햇빛을 받고.그걸 반사해서 빛나는거래."
...어디선가 줏어들은 소리를
막 지껄여댔다.
얼마전 수업시간에 학주가 그런것 같은데..흠.
"그럼 햇빛이 없으면 달은 빛을 발하지 못하냐?"
여전히 걸어가는 상태로
물어오는 유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응.그렇지."
..
내 대답이후..
유비 놈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저벅저벅 우리 둘의 발걸음 소리만이
골목길에 울려퍼질 뿐..
어색한 침묵이 얼마나 흘렀을까.
발자국 소리 외에도
유비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럼..... 나 달 할테니까."
"........."
"너가 내 햇빛 해라."
"응?"
"나도 너 없으면 빛 못발하겠으니까.
이제 반 율안,니가 내 햇빛해서. 나 책임져."
..........낯뜨거운 대사를
잘도 뱉어내는 유비.
모르겠지.
여기는 어두우니까.
빛이라고는 아주아주 희미한 저 골목길 끝에서
비추어오는 상점들 조명이 땡이니까.
달빛이 땡이니까.
내 얼굴이 빨개진거.. 유비는 모르겠지.
..
"그래. 까짓거 내가 그거 할께."
분명 내 얼굴은 빨개졌지만,
어둡다는 사실을 이용해 애써 태연한척.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내 것이 아닌척, 대답했다.
..
................이거..
이러니까 진짜 사귀는 티가 이제 나는거 같기도 하네.
..유비랑. 나랑.....
진짜 남자친구 여자친구 하는거 같네.
또 다시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런데.
또 다시 그런 고요함을 깨는 거 하나.
'띠리리리.띠리리리리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핸드폰 벨소리.
아주아주 단순한, 초기 벨소리.
..
"나 전화왔다."
내게 보고하듯 말을 하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유비 녀석이였다.
..-_-쳇. 분위기 깬다.
어느 덧 진짜 또래 소녀들 처럼 분위기
타령을 하는 내자신이 우스워지려고 한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난 유비가 전화를 받는 순간,
귀를 쫑긋 세웠다.
"...왜."
언제나 마찬가지로 건방진 말투로
전화를 받는 유비.
순간 기분이 확 나빠졌다.
지금까지는 구름 위를 밟는 것 같이 가벼웠는데.
.....갑작스럽게 그 구름에 뻥뻥 구멍이 뚫려서.
그냥 그 아래로 떨어져버린 것 같다.
딱 내 기분이 지금 그렇다.
.....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후에 내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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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8.」
분명히 여자의 목소리였다.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하이톤의 목소리는
분명 여자임이 틀림 없었다.
순간 마구 마구 가라앉는 내 기분은
하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난 애써 태연한 척, 유비를 슬쩍 올려다 보았다.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가 어쩌고 저쩌고 나불댈 동안 (☜말투가 험해짐-_-;)
유비 녀석은 잠시 움찔 움찔 하는 표정의
변화만 보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고..
아무런 대답도, 말도 꺼내지 않다가
얼마뒤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안들려. 끊어."
...
그 세 마디를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를 끊어버린 유비녀석.
..아은이다.
분명 아은이다.
목소리는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내 직감이랄까.
이 아은, 그아이가 틀림없었다.
..
유비가 전화를 끊고서
핸드폰을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는 그 순간까지
난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너. 유비야, 너 말이야."
그리고 마침내.
침묵을 깨고 말을 꺼냈는데..
"춥다. 빨리 가자."
"지금 여름인데-_-."
"난 추워!!!"
막무가내로 승질을 부리다 싶이
말하는 그의 모습은 날 당황시키기에 적합하였다=_=..
그나저나...
전부터 궁금한거.
이해가 가지 않는거 하나.
왜 아은이에게 꼼짝도 못하는거지.
그 빌어먹을 삼각관계에 시루랑 아은이랑 유비 너랑
얽혀있는건 알겠는데..
왜 아은이에게 꼼짝도 못하는거야..?
저번에도..
나랑 하교하다가도 아은이의 부름에
영우랑 있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그애한테 가버리고.
카페에서도 그 아이가 부르니까 바로 오고.
....도대채 이유가 뭐야?..
마음속에 꾹꾹 눌러놓았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유비야. 너 아은이랑은.."
"씨발!!나 춥다!! 열라 춥다!!!!
콜록콜록!!! 빨리 가야지."
....어색해.
한 유비,
무지무지 어색해.
ㅡ_ㅡ..내가 아은이의 이름을 꺼내자마자
어색하기 그지 없는 가짜 기침소리로
말을 뚝 끊어버린 놈 이였다.
"한 유비 너 가."
불쾌한 기분에 그저 툭 말을 뱉었다.
"어딜."
"니네 집."
걸음을 우뚝 서고 유비에게 가라고 말하는 날
보며 그 녀석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삐졌다고 해야되나.
어쨌든.. 기분이 참 이상했다.
분명 지금 유비가 잘못한건 없는데.
....괜히.
아은이랑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질투가 난다.
참 우습지.
별것도 아닌일에 질투를 연연해하던
여자들을 보면 비웃곤 했었는데..
아주 사소하기 그지 없는 일에 내 감정의 기복이 이리도 심해지다니.
난 여전히 입술을 빼죽 내민채로
걸음을 멈추고 있었고,
그런 날 유비 녀석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나 우리 집 말고
니네 집에 너 데려다 주고 가야되는데."
"됬어. 그냥 가도 되."
"싫다."
툴툴 대는 말투로 투덜거리는
내 손을 갑자기 낚아챈 유비 녀석.
"어, 야아!!!!"
갑작스러운 접촉 (?)에 놀란 나머지
소리를 빽 질렀지만,
그 녀석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내손을 더욱 더 꽉 잡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너 안가.?"
"어. 안가."
큰소리로 대답하는 녀석의 모습에
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리고는 못이기는 척 그의 손에 이끌려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기 시작했다.
유비는.. 손이 참 따뜻하다.
크면서도 따뜻해서..
.....=_=내 손에 땀띠 날것 같다. 씨풀.
"반 율안, 난 누구지.?"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로
내게 말을 걸어오는 유비.
내 손을 잡고 있던 그의 커다란 손은
내 손을 더욱 더 꽉 쥐었다.
그리고 난 그의 뜬금없는 질문에
그저 고개를 갸우뚱 거려야했다.
"너? 한 유비 잖아~!"
내 간단한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살짝 찌푸려지는 그의 표정이 보였다.
"그거 말고."
"그거 말고? 너.. 음.. 내 남자친구."
나름대로 닭살 날리는 멘트라고 생각하며 뱉은 말이였는데,
유비가 한 말은 더욱 가관이였다.
"아니지. 난 니 서방님이라니까."
낯뜨겁기 그지 없는 그의 말에
또 다시 한 번 달아오른 얼굴을 시키느라
애먹고 있는데,
내 귀로 다시 들려오는 유비의 음성.
"나 니 서방님이니까.나 믿어."
...
조금은..
아주 조금은 더 진지해진
그의 목소리와 보폭이 좁아진 그의 걸음걸이에
난 그가 지금 농담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 말은 듣지 말고.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 한 유비 말만 들어."
여전히 진지한 태도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난 살짝 고개를 끄덕여줌과 동시에
나즈막히 대답해주었다.
"그래..."
"..........."
"니 말만 믿을께."
..
내 대답을 끝으로 또 다시 끊겨버린 우리의 대화.
니가 지금 무슨 의도로 그 말을 하는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왠지 살짝 떨려오는 니 목소리에서
느껴져오는 진지함이 잘 전달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 대답대로 니 말만 믿을께.
...지금 니가 한 말처럼..
혼자 혼잣말처럼 다시 되내이며,
중얼거리며
여전히 유비와는 손을 꼬옥 잡은채로 걸었다.
어두운 골목길에 내리쬐는 달빛과
저 끝에서 희미하게 비춰오는 상점 간판에서 빛나는
네온 사인들이 오로지 빛인 이 좁은 골목길에서.
두근두근.
유비의 심장소리인지,
내 심장소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으며..
서로 말 없이 걸었다.
어두운 골목길을
거의 다 지나갈 즈음...
내 귀로는 단음의 핸드폰 벨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_=..
또 한 유비 놈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는 것이였다.
분위기 깨지 말아야
할 때만 울리는 망할 놈의 핸드폰.
(☜슬슬 입이 험해짐.)
유비 녀석은 걸음을 우뚝 멈추더니,
이내 내손을 살짝 놓아주었다.
"전화.. 왔어."
아까와 비슷한 말투로.
마치 보고하듯이 말하는 그 였다.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그는 다시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곧 거기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받지마.
받지마 한 유비.
이 아은이면..
그냥 전화 받지마.
말없이 자신의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는
유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는 통화버튼을 눌렀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은 내 기분을 더욱 침체시켰다.
"이 아은, 왜 전화했어."
....
그걸 마지막으로 유비의 손을 놓아버렸다.
그리고는 유비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않은채
말을 지껄여대기 시작한 나였다.
"나 이제 사 일 뒤면 중간고사 시작이니까,
그 때까지 공부하느라 너 못 만나!!!시험기간 끝나고 봐!!"
왠지 모르게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나오는 대로 지껄인 뒤
골목길에서 빠져나왔다.
유비의 대답조차 듣지 않은채로 도망치듯이
높은 부츠굽을 신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뛰어나와버렸다.
그리고 그 날 밤에는 공부도 하지 않은채
씩씩대며 침대에 누워서 잠에 들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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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9.」
오늘은 일요일.
어제는 개교기념일.
그리고 다음주 수요일 부터는 중간고사 기간.
아주 미친듯이 공부를 해야하는 시간이였다 지금은=_=.
게다가 요즘 들어서는 유비놈이랑
놀아나느라 공부도 자꾸 자꾸 빼먹어버렸는데.
어젯 밤 잔뜩 독이올라서 지껄여댔던 말 처럼 사 일 뒤에 있을
시험 기간 까지는 놈을 일절
만나지 않겠다고 꾹꾹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아침을 대충 토스트 하나로 때우고
책상에 철푸덕 앉았는데.
때 마침 내 눈에 들어오는 어제 입었던 옷들.
숙자네 이모의 뷰티 살롱에서 빌렸던 옷가지들ㅡ.,ㅡ..
그걸 보니 또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들.
공고에 처들어간답시고 쫄래쫄래 갔다가
시루한테 키스당하고 유비 놈과 시루 놈 싸우는거 말리고.
또..또... 음. 어쨌든 일이 참 많았던 어제.
어제 유비에게 어영부영 좋아한다고 제대로 말을 하긴 했는데..
집에 오는 도중 그 녀석이 받아버린 아은이의
전화 때문에 아주 열 받아버렸지, 아마ㅡ_ㅡ^..
그나저나,
숙자 이모 한테 원래 어젯밤에 옷 돌려드리기로
했었는데..
아무렇게나 내팽겨쳐져 있는 옷을
손으로 쫙쫙 피며 창문 밖을 바라보니.
아아-0-
세상은 참 화창하고 밝구나아.
이 옷을 가져다 주기 전까지는 절대로 공부에
집중을 못하리라는 걸 잘 아는 나 였기에
결국 옷을 쇼핑백에 접어 넣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어제 밤 골목길에서의 일을
생각하며 또 혼자 씩씩 대면서 집을 나섰다.
커다란 쇼핑 백에 어제 빌렸던 윗옷과 치마와
부츠를 넣어들고는 성큼 성큼 숙자네 이모가 하는 뷰티 살롱으로
향하고 있는데..
갑자기 울려대는 나의 핸드폰.
작년에 돈 탈탈 털어서 샀던 내 귀중한 핸드폰 -_-..
사자마자 50 퍼센트 세일로 내걸렸던 빌어먹을 그 핸드폰=_=..
작년에 피눈물을 흘렸던 그 기억을 떠올리며 부르르 떨고 있는데.
여전히 울려대는 핸드폰.
난 발신자 정보도 확인하지 않은채 전화를 확 받아버렸다.
"-_-누구세요."
전화를 산만하게 받아들며,
옆에 지나가는 대머리 아저씨 머리를 감상하며.
조금은 쌀쌀맞게 들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안웁니다."
..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잠긴 듯한 목소리.
"시루니?"
지나가던 대머리 아저씨를 보며
숨죽여 킬킬 대던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덩달아 발걸음도 멈추었다.
-"뚜비는 이제 필요없어요.
필요없어요. 필요..없어....요........."
간간히 들려오는 흐느낌 소리.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수 있는 눈물 흘리는 그녀석의 모습.
"시루야. 우니?!! 너 울어?!!!!!"
당황한 내가 기겁을 하듯이 되물으면.
또박또박 대답해오는 천 시루.
-"아니.시루는 외로워도 슬퍼도 안울어."
또박또박.
한글자도 쉬지 않고 내뱉어내는 그 아이.
때문에 더 슬프게만 들리는 말투.
"시루야!!!!!!!"
-"이제는 뚜비 싫어.유비도 싫어.
둘 다 싫어.울고싶어, 그래.엉엉 울고싶어."
....왜 그래.
또.왜 그래.
"유비가 또 왜.."
-"정말.싫어."
유비가 또 어떤 잘못을 했길래.
그 둘이 또 어떤 못된 짓으로 너에게 상처를 줬길래 그래..
..유비가 또 어떤 나쁜 역할을 맡은거야.
-"뚜비는 싫어.아은이는.. 이제..... 이..제.."
"시루야 무슨 소리야! 잘 안들려!!!"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들 때문에 통화내용이 잘 전달되어지지 않고있었다.
사람들 웃음소리와 깔깔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걸 보면 어지간히 복잡한곳에 있는 듯 싶었다.
-"율안이도 그애처럼.유비가 좋은거야.?"
..
시루의.. 조용하고도 침착한
말투의 질문에 난 말문이 막혀버렸다.
어떡하죠.
어떻게 대답하죠.
시루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이가
유비를 좋아하는데.사랑하는데.
나는 여기서 응 이라고 대답해야하나요.
여기서 아니라고 대답하면 저 아이가 상처를 덜 받을까요.
"시루야."
-"그만둬."
"뭐?"
차갑고, 싸늘한 시루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되물어버렸다.
...그만두라니. 뭘.
-"난 남의 뒷 이야기 하는거 안좋아해.
유비의 이야기라면 더더욱.하지만 이건 말해줄께.
율안이는 상처받을꺼야."
"....무슨 말이야 시루야.. 대채......"
소름끼치리만큼 냉정한 말투의
시루 였기에 난 그저 되묻기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만둬.유비를 좋아하지마.그만둬."
"천 시루, 너 어디야."
-"..율안아. 그만..둬."
그리고는. 그걸 마지막으로
뚝 끊겨버린 전화.
분명히.
전화가 끊기기전 분명히
'뎅뎅뎅' 하고 시계탑 종소리가 들렸다.
지금 시간인 10 시에 맞추어
딱 10 번 울린 종소리가 똑똑히 내 귀에 들렸다.
......사람들 많고. 북적거리면서
정시가 되면 커다란 종소리가 울리는 시계탑..
우리 동네 시내에 있는 사거리 코너에 있는 공원이다!!!
순간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공원 시계탑.
그 곳이야. 틀림없어.
시루가 어디에 있는 건지
어림짐작을 한 나는..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었던 건지 조차 잊어버린채
그 공원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종종 오빠랑 산책하러 가는 그 공원으로
마구 뛰어갔다.
....무슨 말일까.
유비를 좋아하면,
사랑하면 내가 상처를 받을거라니.
유비 좋아하기를 ..
그만 두라니..
어제 내가 공고 정문에서 그를 마주쳤을 때 부터
그 녀석이 하는 말은 온통
내가 이해하기 힘든 것들 뿐 투성이였다.
....대채..
그 아이는 그렇게 아픈 목소리로 내게
뭘 전하고 싶었던걸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달려가는 날 보며.
유비에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하는 내 모습을 보며..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그 말의 설명을 더 듣고 싶었다.
유비에 관한 일이라면
내 페이스를 찾기 힘드니까.
..
"천 시루!!!!!!!!!!!!!!!"
공원에 시계탑이 어렴풋이 보여오자.
목이 터져라 시루의 이름을 불렀다.
"너 어딨어!!!!! 시루야!!!!!!!!!!!"
한층 더 커진 목소리가 공원을 가득 매우면,
그제서야 내 눈에 들어오는 시루의 모습.
...시계탑 아래에 쭈그려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시루의.. 모습..
"너.그거 무슨 말이야."
시루에게 한 발자국 씩 다가가며 물었다.
유비를 좋아하면 상처 받을 거라는 그 말.
무슨 뜻이야 천 시루.
..
"시루야..!!"
시루의 이름을 애타게 한 번더 부르자,
그는 ..
천천히.살며시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미소를 지은채로.
...예쁘게 웃고 있지만.
내 눈에는 왜 울고있는 것 처럼 보이는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활짝 웃으며 날 보고 있는데.
왜. 왜. 왜.
....왜 내 마음이 이렇게 욱씬 거리고
왜 내가 덩달아 눈물이 날 것만 같은걸까.
눈물이라고는 한 방울도 찾아볼 수가 없는
그의 눈이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사람들이 하고 있던 눈들 중..
가장 슬퍼보인다고 느끼는건..
단순한 내 착각일 뿐인걸까-.......
..
"율안이왔다."
"시루야."
"유비 얘기 하니까 율안이 바로달려왔다."
"........."
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는
시루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울고있다.
어떻게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저아이의 미소는 내 눈에 울고있는 것 처럼 밖에는 보이지 않아.
그것도..
아주 만신창이가 되어 울고있는 거야.
"...그만두라고 했잖아."
시루는 내 뒷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비를 좋아하는건.그만두라고 했잖아.."
...
여전히 내 뒷 쪽만을 주시하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짙은 한숨을 다시 내쉬며
내 입을 열었다.
"이제는..멈출 수가 없어."
"...상처받을텐데도."
"응.설사 상처받는다고 해도."
"많이 아플텐데.그런데도?"
"....많이 아파도. 그래도."
내 확신에 찬 듯한 대답을 잠자코 듣고 있던 시루는.
여전히 나와는 눈을 마주치지 않은채로
나의 뒷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루야, 지금 어디봐? 내 뒤에 뭐있어?"
아까부터 이상할 정도로
내 뒤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질문을 던졌다.
내가 무슨일인가 하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안돼!!뒤돌아보지마.!!"
내 고개를 자신의 큰 두손으로
감싸쥐어버린 시루.
....하지만.
난 이미 봐버렸다.
우리와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의 눈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고 키스를 하는 두 남녀를.
....그리고.
그 두 남녀가.
시루가 사랑하는 그 아이.아은이인것도.
..또..
내가 끔찍히도 좋아해버린. 내 남자친구.한 유비인것도...
난 이미 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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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
"율안이 얼굴 대따 작다.
내 손에 착 감겨. 대따 작어."
뭐지.
어떻게 된 상황이지.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지금 키스하고 있는 두 사람은.유비랑 아은이잖아.
..
"시루야. 방금 그거.. 나 잘못 본거지.."
"이야. 내 주먹이랑 율안이 얼굴이랑 비슷비슷해."
왜 자꾸 딴소리만해.
...내가 묻잖아. 나 잘못본거지.?
".........시루야.."
"나도 머리통 되게 작아서 머리 나쁜데.
율안이는 머리 작은데도 인문계다. 좋겠다."
..
여전히 내 얼굴을 감싸쥔채로.
그런 채로..
내가 행여나 뒤를 돌아보지 않게 꼭 붙들어놓으려는 듯한 시루 녀석.
어떡하니 시루야.
..나. 벌써 봐버렸다.
유비랑. 아은이랑.
키스하는 거.그거 벌써 봐버렸다.
내가 잘못본거지?
그냥 다른 남녀 둘이서 애정행각 벌이는 걸
내가 유비와 아은이로 착각한거지?
맞지?..
..멍한 표정을 짓는 날.
멍청히 할 말도 잃은 채 서있는 그런 날.
반 강제적으로 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시루.
그리고 그 순간 내가 돌아본 벤치의
앉아있는 두 사람은..
빌어먹게도.정말 유비와 아은이였다.
2.0의 시력을 자랑하는 내 양쪽 두 눈이
똑똑히 그들의 얼굴을 보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루는 또 다시 내 몸을 앞으로 돌려놓았다.
그리고는...
시루는 내 손을 잡은채로
유비와 아은이가 앉아있는 벤치로서부터
멀리 멀리 달리기시작했다.
별다른 저항 없이 그를 순순히 쫓아가주었고.
공원 밖으로 빠져나와서,
더이상 시계탑의 모습 조차 보이지 않을 즈음,
그제서야.. 시루는 달리기를 멈추었다.
...분명 유비였어.
그리고. 분명.. 불여시 년이였어.
대채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지?
한 유비.
니가 왜 그애랑 키스를 하고 있는거야?..
...
허탈감.
지금 이 순간 드는 기분은..
비참함과 조금의 배신감.
그리고.
빌어먹을 정도로 씁쓸한 허탈함..
...이거였나.
둘이 같이 있는 거 보고 시루가 그렇게도 아픈 목소리로
내게 전활 걸어서 경고를 했던 걸까.
유비는.내게 상처를 줄 거라고-.
그만두라고.
....
우뚝 걸음을 멈추어 선채로.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나. 유비 좋아해."
아까전 내가 보았던 광경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애써 말을 했다.
왜 자꾸 목소리가 흐려져 오는지.
시야가 번져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꿋꿋이 말했다.
그런 시루는..
스르륵 내 얼굴에서 자신의 손을 떼더니만..
이내 날 꽈악 안아버렸다.
..
그의 품에 안긴 꼴이 된 채로.
비참한 기분과 분함을 맛보며.
따뜻한 시루의 품에 안긴채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꾹꾹 되삼켰다.
"나는..유비좋아해."
그래.
나는.유비를 좋아해.
그런데.
난 너 좋아하는데-.
"빌어먹게도. 이미 좋아해버렸어."
너도 그랬잖아. 한 유비.
너도..
아니, 넌 나 사랑한다고.죽도록 사랑한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지금.. 난 이 상황. 어떻게 받아들여야되.?
"더 상처받을꺼야. 더 많이 아플꺼야.
그만둬 율안아."
날 자신의 품에 더 꼬옥 안아가며
속삭이듯이 빠르게 내 귀에 중얼거리는 시루.
시루도 분명히 아플텐데.
아은이를 사랑하는 입장으로,
그 모습 보기가 무척이나 아프고 힘들텐데.
내가 지금 이렇게 투정 부리고 내 중심적으로 행동할 때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너무나도 이기적인 난 지금 이 상황에서
시루에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지금 본 상황은 지워버려.
머릿속에서 휴지통으로 던져버려."
"............"
"하지만, 이거 하나 말해줄께.
지금 받은 상처보다, 후에 받을 상처가 더 클꺼야 율안아.
지금 그만둬. 아프기 싫으면 지금 그만둬."
이제 더이상 시루의 안타까운 목소리는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온통 유비생각.
내 남자친구 생각만으로 벅찼다.
...왜 거기있는거야.
왜 아은이랑 있는거야.
...왜.. 그애랑 키스하고 있었던거야......
..........
복잡해서, 뭔가 심각하게 머릿속에서
꼬여버린 거 같아서..
내 힘으로는 도저히 상황 파악을 할 수가 없다.
왜 유비가 그녀와 키스를 하고 있었는지.
여자친구인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입맞춤을 하고 있었는지.
내가 얻을 수 있는 답은 없었지만,
현재 내 머릿속에서는...
어젯밤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믿어달라던
유비의 말이 멤돌기 시작했다.
......
'나 니 서방님이니까.나 믿어.'
믿는다.한 유비.
믿는다. 믿는다. 믿..는다......
내 서방님이니까.
내 남자친구니까...
지금 솔직히 배신감도 느끼고
비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너 믿어줄께.
너 좋아하니까.믿어..줄께.......
"시루야.
니 말대로 아까 본 상황은 잊어버릴께.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이제 유비를 좋아하는걸 멈출 수가 없어."
그 말을 끝으로 살짝 시루를
밀쳐내서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쇼핑백을 들고. 원래 목적지였던,
숙자네 이모의 뷰티살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생각하지 말자-0-.
생각하지 말자.
옷을 도로 돌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었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그 둘의 모습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한 유비 이 못된 놈.
왜 자꾸 나 울리려고 그래.
난 지금까지 부모님이 없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아파도. 슬퍼도.. 눈물 흘려본적도 거의 없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날 약한 년으로 만들어버리냐.
한 유비 이 나쁜 자식아.
....
원망을 하고 하고 하다가도.
믿어달라던 그의 말이 떠오르면,
다시 눈을 감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뭐하는거야, 반 율안.
믿기로 했으면 끝까지 믿어주자.
내 남자친구, 끝까지 믿어주자.
"오빠, 다녀왔어ㅡ0ㅡ!!!!!"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
큰 목소리로 소리를 치며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
신발을 벗으며 한숨을 잠시 내쉬고 있노라면.
그제서야 쫄래 쫄래 내게로 다가오는 내 오라버니, 반 사안.
"야. 니가 좋아하는 오므라이스 했다-_-."
칭찬해달라는 듯 씨익 웃어보이는
오빠의 모습에 나도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응응.땡큐."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 오빠의 텔레토비
앞치마를 한참동안 말 없이 바라보다가 옷을 갈아입으려고
방으로 들어섰다.
"하아."
방으로 들어와보니.
지금 내게 닥친 중요한 문제는 유비와의
문제만이 아니란 걸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사흘 뒤면 시작인 시험.
틈틈이 공부를 해왔긴 했어도 터무니 없이 부족했던
공부량이 였다.
그래.
시험 끝날때까지는 유비 안 만나기로 했으니까.
시험 끝나고. 그러고 나서.....
유비 문제는 시험 뒤에... 그때 해결하자.
...
잠시 그 복잡한 문제는 접어두기로 한채.
밖으로 나와 간단하게 오므라이스를 먹고,
그날은 하루종일 책상에서 공부만 하며 보냈다.
다행이였던 거 하나. 적어도 공부에 집중해 있을 때는
아까 목격했던 장면이 날 괴롭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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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50 HIT★ 입니다!! 축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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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족 완결소설
(장편)
[디엘♪] ※ ※ 강한 척 하는 여자 、 ※ ※ 「04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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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 이렇게 좋은 소설에 댓글이 없다니 아쉽군요> <♡ 재밌어요오~
다들 너무 재밌어서 빨랑빨랑 볼려고 그런걸껄요??ㅋㅋ
잘 읽고 가요
동감인데요..ㅋㅋㅋ
흐엉......
너무 재밌음
나중에도맨날맨날볼꺼;;
맨날볼꺼야아아아
넘재밌어어어어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