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눈을 떴지만, 약 10분 정도 더 누워 있고 싶은 마음과 씨름하다가 일어나 밖에 나가 운동을 했다.
이후에는 집안일과 내가 계획했던 일정들을, 비록 조금 늦기는 했지만 하나씩 해내며 오랜만에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도박에 얽매여 있을 때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정인 것 같다.
12단계 1단계에 나오는 “도박을 하게 되면 결국 파멸이 닥친다”라는 말이, 단순히 돈을 잃는 것만이 아니라
이런 정상적인 일상을 할 수 없는 조건이 되는 것도 포함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오늘은 도박 유혹이 없었다.
아마 해야 할 일들이 많아 생각할 틈조차 없었던 것 같다.
요즘 계속 회복일기를 쓰고 있는데, 이렇게 기록을 남기며 여러모로 유익한 점들이 느껴진다.
도박을 하게 되었을 때든, 그렇지 않을 때든, 내가 어떤 하루를 살았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감정 속에 있었는지를 나중에 다시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기를 쓰는 시간만큼은 최대한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하루의 사실들을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정리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도박에 얽매여 있을 때 정신 상태였을 때 보다는 삶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또렷해 지는 것 같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보며, 오늘 나는 일기 쓰기와 12단계, 그리고 가능한 한 여러 GA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것들은 마치 목발 없이는 걸을 수 없는 나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목발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요즘 계속 도박과 관련된 삶의 기록을 남기고 있지만, 앞으로 절대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거나 결심하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기대와 집착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내려놓고 있는 것 같다.
돌아보면, 나는 도박을 하지 않는 것조차 결국 내가 꿈꾸던 미래와 이상적인 삶을 이루기 위한 조건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 GA 모임을 알게 되었을 때도 그저 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도박만 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도박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내 삶의 가장 큰 목표가 되어 있다는 사실 앞에서 허탈함을 느꼈다. 그동안 나는 물질적인 풍요와 안정만을 꿈꿔오며 살아왔는데, 결국 돌아보니 육적으로도 영적으로도 아무것도 쌓지 못한 채 텅 빈 모습의 내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님,
12단계와 GA 란 목발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같은 아픔을 가지고 나눌 수 있는 협심자님들을 허락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첫댓글 저도 형제님과 같은 목발을 통해 지금까지 단도박하면서 온 것 같습니다. 2008년 12월 부터....
케빈 형제님의 평생 치유를 위해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