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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비야디(BYD)의 전기차 'e6'
정부가 올해부터 국내에서 제주도를 시작으로 10개 도시에 전기차 보급 사업을 시작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전기차에 시장에 대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오토기어는 전기차 부문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당 부문에 대한 정보를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단점을 상당부분 개선할 뿐만 아니라, 급증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기차도 개선해야하는 문제점이 많습니다. 현재의 자동차가 모두 전기차로 전환됐을 때, 그 많은 전기를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폐배터리에 대한 처리와 안전성(폭발 위험성) 확보 등은 전기차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입니다.
▲ 볼보 C30 기반 전기차
하지만 전기차가 도입된다고 해도, 대중화까지는 상당기간 현재의 내연기관 차량과 공존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기간동안 전기차 부문의 단점 개선은 현재 기술의 잣대로는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문제들은 전기차 상용화 이전에 치러야할 부분들이며, 그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전기차가 대중화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기술과 시장의 차이는 있지만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의 관계는 피처폰과 스마트폰으로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IT전문가들이 일찌감치 스마트폰에 대한 청사진(당시는 PDA폰이라는 말을 함께 썼습니다) 내놨지만, 실제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것은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면서입니다.
▲ HP의 PDA 폰
아이폰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PDA폰과 스마트폰이 존재했지만 실제 성능은 조악했으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인 한계는 명확했습니다. 아이폰 출시 이후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여가면서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아마 전기차 시장도 비슷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피처폰 시대에서는 스마트폰 시대를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현재 내연기관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를 예상하기란 매우 위험합니다.
물론 자동차와 휴대폰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는 다른 산업과 달리 대규모 기반시설이 필요한 거대장치 산업이며, 상시 진동, 소음, 충격 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안전과 관련 법규, 각 나라별 생활습관 등 여러 가지 변수가 포함돼 있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더 생각할 것이 많은 복잡한 게임입니다. 가격도 개인이 구매 할 수 있는 물건 중에 매우 높은 편이어서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큰 것도 특징입니다.
전기차 경쟁 못지 않게 충전기 표준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각 나라와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전략적으로 움직이기고 있습니다. 자동차 사업은 고용률과 경제 파급력이 높아 기업들의 높은 관심 뿐 아니라 각종 세제들이 얽혀 있어 각 나라 정부의 관심사에 포함됩니다. 국가별로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과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입니다.
각 나라마다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나라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입니다. 중국은 규모의 경제 때문에 어떤 산업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특히 전기차 부문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자동차 업체들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언어와 문화 장벽 때문에 중국의 전기차 사업이 부각 받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이나 독일 못지 않게 전기차가 일찍부터 보급되어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정책
중국 정부는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정책을 2009년부터 추진해 왔습니다. 여기에 그동안 전기차 지원 정책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최근 전기차 관련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0개 주요 도시에 친환경차 1,000대씩을 보급하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후 시범사업 도시를 25개로 확대하고,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카에 보조금을 지원했습니다. 또, 전기차 업체들이 기반시설과 관련해 협의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 각 자동차 업체들이 규격화된 충전방식을 적용한 전기 충전소를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 BYD의 전기차 버스
하지만, 이같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전기차 육성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2009년부터 시작한 전기차 보급 계획은 당초 목표의 3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파격적인 보조금 혜택을 제공했지만, 실 구매자가 구매하기에는 전기차 가격이 너무 높았기 때문입니다.
또,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는 넓은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잦은 중국 생활환경에서 약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에 중국정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기차 육성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차 지원 정책은 이전 지방 정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 생산업체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2015년까지 진행되는 이번 정책은 전기차에 최대 6만위안(약 986만원), 하이브리드카에 최대 3만500위안(약 57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또, 정부기관, 공공기관 등의 차량 입찰에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에 우선권을 제공합니다. 버스와 물류 차량 경우에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신에너지 차량 비중을 30% 이상이 되도록 하는 등 강력한 육성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50만대, 2020년까지 500만대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 전기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존 디젤 버스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계획으로 전기차 저변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이습니다.
중국의 전기 자동차 업체
판매대수로 보면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입니다. 2013년 중국 자동차 생산판매량은 2,211만 6,800대로 지난해 대비 14.76% 증가했으며, 5년 연속으로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안을 들여다보면 1,000만원 미만 초저가 차량이 대부분 상위에 있기 때문에 실제 시장 크기는 미국이 더 크지만, 판매 대수에 관해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내 생산기지를 구축하면서 판매량 뿐 아니라 금액면에서도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 창안자동차와 피스커를 인수한 완샹 그룹 로고
아직 중국 전기차 기술력은 독일이나 일본, 미국 업체에 비해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창안 자동차가 개발한 전기차 ‘MINI'는 8시간 충전해 최대 15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동펑자동차 ’EJ02‘는 6시간 충전해 180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 속도가 80km/에 불과합니다. 비야디의 'E6'은 미니밴 형태 차량으로 한번 충전으로 최대 200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이들 중국 전기차는 다른 전기차 대비 특별한 성능을 내지는 않지만, 가격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려운 존재입니다. 특히 전기차 경우에는 배터리와 전기모터 기술을 갖추면, 신차 개발 없이 이전에 출시됐던 차량에 파워트레인만 교체해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1,000만원 전후 저가 차량에 특화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드는 순간, 전기차 시장은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내에서 전기차 인프라, 전기차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이 만들어진 것도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내에서 이미 전기자전거와 전기바이크가 대중화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기차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BYD처럼 전기자동차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전기차 업체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미 많은 양산 전기차를 판매 중입니다. 물론 중국 업체들의 전기차의 기술력은 미국이나 일본, 독일 자동차 업체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중국내 실제 운행이 가능한 양산차를 몇 년전부터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점입니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주요 업체는 비야디(BYD), 동펑, 치루이, 창안, 상하이차, 중국이치 등이며, 이들 업체들은 순수 전기차 뿐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차량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2014년 3월)에는 중국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완샹이 미국 전기차 업체 피스커를 인수해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피스커는 미국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부문에서 경쟁을 했던 업체였지만 지난해 말 파산한 바 있습니다.
이 외에 중국에서는 해외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 업체와 합작사 형태를 갖춰야 합니다. 따라서 다임러와 폭스바겐, 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자동차 업체와 법인을 설립해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중국 내 판매되는 현지모델을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향후 중국 시장에 공급할 전기차를 생산할 경우 자연스럽게 중국 내 전기차 관련 기술이 축적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다임러는 지난 2012년 비야디(BYD)와 협력해 중국 시장 전기차 브랜드 ‘덴자’를 발표했는데, 다임러는 기존 자동차 기술과 전기차 기술을 제공하고, BYD는 배터리 부문의 기술을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이처럼 중국 내에서는 전기차 전문 업체 뿐 아니라 기존 자동차 업체들까지 전기차 시장을 준비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게도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중국 전기자동차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독자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 2000년 초반부터 전기차 관련 기술을 연구해 왔습니다. 대표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2003년 설립돼 2008년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해, 택시로 공급했으며, 이후 2009년에는 순수 전기차 ‘500 E6'을 개발했습니다. 이후 비야디는 소형차부터 미니밴, SUV 형태의 전기차를 생산했으며, 정부 지원을 받아 전기차 버스를 만들어 중국 내 뿐만 아니라 뉴욕과 런던 등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비야디를 비롯해 많은 중국 전기차 관련 업체들이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체로 시작해 점차 사업을 확장해 내연기관 완성차와 전기차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야디 경우에도 기존 충전기 제조업체인 비야디주식회사에서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설립한 자회사입니다. 이렇게 모회사로부터 별도 설립될 경우 다른 벤처기업과 달리 지속적인 자금과 연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상당기간 매출이 없는 업체 입장에서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는 셈입니다. 이들 업체들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기차 기술력을 축적해서 시장에 진출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 BYD의 전기차 Qin
국내 경우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완성차 시장 진출 보다 제품 공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LG화학은 GM전기차 볼트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으며, 삼성SDI도 BMW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자동차 부품업체를 선택하는 위치에 있지만, 전기차 경우 핵심 기술이 배터리와 전기모터이기 때문에 부품업체들의 기술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완성차 업체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부품업체들은 기존 내연기관 시대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협적인 경쟁자인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부품과 완성차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빠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돼 이 부분에서 국내 부품업체들도 전기차 시장에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내 업체들의 전기차 시장 대응은 느릴 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 너무 집중돼 있습니다. 하이브리드를 넘어서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 집중하는데, 아직도 상용 제품에는 못미치는 전기차를 만드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향후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대기아차가 전기차보다 수소연료전지차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전기차 부문 개발 지연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언제부터 본격화 될지는 섯부르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국내 업체가 협력해 더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