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크스
명작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귀부인들의
작은 난로
기드 모파상 작품 비계덩이
독일 군을 피해
피난길에 나선 마차 안 광경
귀부인, 수녀,
창녀, 날건달
등장인물을 보면
작은 프랑스나라를 옮겨 놓은 셈이다 (작가의 의도)
계급주의
빈부차이 권력과 압박 핍박
다들 쨍하는 추위를 이기고자
작은 난로를 가지고 있다
여자들만..
손난로의 빨간 불빛
여자들은 수다 중에도
집게로 코크스를 집어다 난로 속 불이 꺼지지 않게 한다
졸라의 소설 목로주점
세탁소 여사장 젤베즈네 가게는
인근에 소문났다
따뜻하기로
통이 큰 젤베즈가 난로에 코크스를 아끼지 않고
쏟아 부으니
가게는 세탁물에서 나오는 김과 함께
목욕탕을 방불케 한다
집밖을 나온 이웃여자들이
공연히 아는 체 하며 가게로 들어와
손을 쬐며 각설탕 넣은 커피를 두 세잔씩 마셔도
젤베즈는 친절히 대해준다
그런 젤베즈도
월말만 되면 석탄업자의 계산서 앞에서
두손을 비비며 사정 한다 외상값을 미루자고
명작 속에 나오는 겨울철 땔감 코크스라는
석탄은 어찌 생겼을까
그것은
우리나라에도 있는 조개탄이다
그걸
조개 모양으로 빗자고 한 이는 누구일까?
유럽 여인들 외출 시
그리고 그녀들의 침대 머리맡에 두는 앙증맞은 손난로
작고 동글동글한 코크스 덩이들
여름
집안이 더워서 세끼 밥을 집 앞에서 해 먹던
대구 동부시장 안
풍로에
숯피워 밥을 끓이고 국이 끓이고 .
.
숯을 못 사는 날
호사스럽게도
조개탄을 몇 덩이 얻을 때가 있다
조개탄 화력이야 다들 아시잖은가
연소될 때까지
일정하게 솟구치는 고 화력
누가 사랑의 폭풍을
설탕같이 달다고 했나
조개탄의 화력은
사랑의 쓰나미다
사랑이 결실을 맺기도 전에 다 녹아 없어진다
트럭 기사들이 자주 오는 우동 집에서 일할 때다
우동, 라면, 커피 등등
그 해 겨울이
얼마나 추웠냐 하면
저 시베리아 쪽 속담대로
소대가리도 얼어터지겠다는 말로 표현할까
밖에서 들어오는 손님마다
으 덜덜 몸서리치는 동작으로
난로가로 모여 서는데
가게 난로는
무쇠 난로
난로 둘레가 금복주 할배 뱃살 허리 살 같이 두툼하며
높이가 내 키만 했다 (내 키가 좀 작지 ...)
트럭기사들을 일러 속어로 왕발이라고 불렀는데
일하는 가게가 그들 위주로 하는 장사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기사들은
근처 시멘트 회사에서 나오는
벌크를 받아 싣고 장거리를 간다
그날 각자 받을 짐 벌크는
회사에서 오더가 떨어져야 하는데
오더가 떨어졌다 해도
워낙 많은 물량에 기사들의 기다림도 밀릴 수 밖에 없다
오더를 받고도
몇 시간씩 기다리는 기사들
밥 먹고 우동 먹고 라면 먹고
물마시듯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다가 새벽 4시쯤 짐을 싣고 출발하는 기사들도 많았다
가게도
주 야간 돌아갔다
나는 주간만 했는데
야간이 비면 야간도 했다
30 중반 젊은 여자의 몸으로
거친 언사의 트럭 기사들 속에서
밥벌이를 하려니 마음과 몸은 늘 긴장 상태였다
그러던 중
한 기사에게 자주 시선을 주게 되었다
유달리 거칠고
종업원에게 모멸감 주는 언어를 남발하는 기사였는데
나에게만 안 그러는 것이다
나한테만
다정히 대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그 다정에 마음까지 줄 정도는 절대 아니었는데
그 때 내 사는 게 너무 추웠고
마음 녹일 무엇을 갈구하고 있었나 보다
손님이 잘해주고
내 마음이 살짝 행복해지면
더 이상 뭘 바라지 말아야 하는데
사랑은 작은 부스러기라도
가슴에 들어오면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힘들어 한다
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주 거울을 보고 몇 개 없는 화장품에 한탄하기도 했으니 ...
그런데
가게 난로가 문제다
크고 넓은 난로의 땔감은 갈탄이다
갈탄 ...
조개탄 보다 질이 낮고
모양도 울퉁불퉁 기암괴석이 있는가 하면
조약돌만하고 심할 때는 반은 가루로 된 것도 있다
그걸 우리가 들어다 창고에 쟁이고
난로불이 꺼지지 않게 하루에 수십 번
삽으로 퍼 넣어야한다 중노동이 따로 없다
퍼다 넣고
때는 거 까진 좋다
손님이 다 빠진 이른 새벽
난로 문을 열고
갈탄 재를 긁어내는 일은 정말이지 못할 일이다
난로 속에 머리통을 집어넣고
재를 긁다 보면 나는 재투성이 신데렐라 ~
바케쓰에 퍼 담은 재를
밖에다 버릴라치면
매운바람에 재가 날려
곱빼기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재 세례 ..
그걸 아침마다
한 시간 가까이 하고 나면 기진맥진
그랬다
내 마음이 아무에게도 열리지 않고
빗장이 채워졌을 때는
꼴이 재투성인들 어떠랴
세수를 하던 머리를 빗던 알아서 할 일인데
마음이
이성한테 끌리는 시점에서는
이뻐지고자 하는
내 마음을 방해하는
저 가난한 현실의
괴물에게 저주를 퍼붓는 것이다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 사람이 가게에 들어서면
가슴이 요동치고 눈썹은 떨리고
그릇을 들고 가는 내 얼굴은 매번
대역죄나 지은 듯 벌겋게 달아올라 있곤 했다
좀더 이쁘게 보였으면
조금만 깨끗하게 보였으면
마음과 달리 내 행색은 늘 꾀 죄죄
채 씻겨 나가지 못한 갈탄 가루가
머리 옷, 손목에 남아
마치 내 자신이
시궁창 쥐같이 더러운 생각이 들며 슬프고 참담했다
무슨 대단한 사랑을 한다고
자신을 그리 학대하고 비하했을까...
춥고 쓸쓸할 때면 떠오르는
그날 그 시절 어줍잖은 행위들
원수 같이 여겨지던
지겹도록 치웠던 갈탄 재 ..
트럭기사
사내의 쌍꺼풀진 눈과 흰 피부
재투성이 나에게 달콤한
눈빛 보내던 사기꾼 같던 사내
.................
갈탄과 조개탄의 차이점
갈탄은
나처럼 못생기고 품급 낮은 연료
예술품같이 정교하게 빚은
조개탄은 질조차 좋은 연료
코크스 집게 우아하게 드는
유럽의 귀부인 같은 ...
첫댓글 사랑의 쓰나미같은
조개탄의 위력..
표현이 짱이에요
굳이 어릴 적 기억이 아니라도
지금도 여기 소도시의
작은 우동집은 갈탄을 때는
곳이 더러 있어요
어디를 가나 나는 난로옆에 있는
버릇이 생겼지요..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난로는 정겨움의 표상같아요..
이 정겨움이 좋아
오방난로라는 조그만 것을 구해
그 위 주전자에
계피와 생강차를 올려
난로를 둘러싼 단란한 분위기 내려고 하는데
코로나로
모두 오자마자 쌩쌩 그냥 가네요 ㅎㅎ
글이 참 맛나요 션한 동치미 국물에
겨울에 말아묵는 소면처럼 우찌이리 맛있나요 ㅎ
우리고향엔 바닥 흙을 조금 걷어내면 검은색에
토탄이란거 캐서 말려 연료로 사용한적이 있었지요
토탄 캐러간 울아버지 도시락 배달가서 얻어묵던 밥 정말 꿀맛이었는데 ~~ㅎ
갈탄과 조개탄이라도 땔 수 있는 집은
그래도 형편이 조금 나은 집이라나 뭐라나...
요즘은 그런 표현말고 어찌 써야할지 ?
지금은 쌍꺼풀눈의 사기꾼같은 사내 였지만,
당시에는 코크스빛 우중충한 30대중반 여인에게는 한줄기 구원 이였을겁니다,
뜨거운 윙크는 구원의 빛을주고,대신에 넉넉한 우동사리와 뜨거운 커피가 슬쩍 건너 졌을거란,,,,
합리적 추측을 하게되네요^^
저희 시골집은
장작불피는 보일러인데
저는 그 장작불피우는거 재미있어서
수시로 드나들며 불피우기 했어요
조개탄은 중고등 학교때 교실에 난로피운거 정확히 기억하는데
갈탄 기억은 별로없네요
그렇죠.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끌리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오로지 나한테만 잘해주는 사람,
그 마음이 보여지니 두근거림도
보여드렸을 거구요.
오가는 눈빛 속에 무르익던 사랑이여...
미소지으며 잘 읽었습니다.^^*
가난은 죄가 아니고 더군다나 갈탄 재를 뒤집어 쓴 여인은 죄인이 아닌데
작은 부스러기 사랑이라도 가슴에 들어오면 마음의 갈피를 못 잡았던
쌍거플 눈에 힌 피부색의 사내는
분명 갈탄재 투성이 여인을 흠모(欽慕)했을텐데
그런 달콤한 사내의 눈빛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가난을 원망하고 자학 햤었군요
근데 달콤한 눈빛을 보내든 사내가 사기꾼 같았다면
것 또한 흠모(欽慕)하는 사람이 무서워서 충격적인 괴리감에 허우적 될까봐서 사기꾼이라 했는지
이것이 알고 잡다네요ㅎ ^^
한때 운선님 글에 푹 빠진적이 있었지요
요즘 코로나19때문에 조용한 일터
오랜만에 마음잡고 글 앞에 앉았답니다
아주작은 숲길을 걷는듯
님의 글길을 걸어봅니다
감사합니다~^^
독서토론의 주제로 목로주점을 들여다본 기억이 있습니다만...
지금 남은 기억은 영화속의 몆장면 뿐이군요 묘한 미소를 짖던 마리아 셀이던가...
영화" 술과장미빛 인생과" 엔딩이 겹치는군요
글에 힘줄이 불끈스럽게 강한건 실로 있었고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글이라 그렇다 봅니다
진실,사실 만큼의 설득력은 세상에 없지요
꾸밈으로 가공되지않은 글,
가꿈으로 어루만진 글,
사랑이란 그렇게 왔다 그렇게 가는 거 같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화력에 정도 차 있을지언정..그게 갈탄이든 조개탄이든
나름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대체로 인생의 중심을 장식하는 역사로 남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