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ㆍ3조 개정안)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본회의 직회부는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에 이어 벌써 열두 건째다.
“입법 폭거”라고 반발한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건의를 예고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직회부 표결은 국민의힘 의원 6명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ㆍ정의당 의원 총 10명이 만장일치 찬성으로 의결했다.
법안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권과 경제계는 “불법 파업이 조장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민주당이 활용한 직회부는 국회법 86조 3항을 근거로 둔다. 법안의 체계ㆍ자구를 심사하는 법사위가 특정 법안 심사를 이유 없이 60일 안에 마치지 않으면 법안을 소관하는 상임위원장이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받아 본회의로 바로 보낼 수 있다. 현재 환노위는 민주당 9명에 이은주 (정의당)를 합치면 5분의3 이상이다.
민주당은 지난 2월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노란봉투법을 처리해 법사위로 넘겼었다. 이날 직회부 안건 상정을 제안한 김영진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이) 법사위로 넘어간 지 90일이 경과됐음에도 아무런 논의가 없다”며 “더 이상 법사위의 침대 축구를 지켜볼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야당의 일방 진행에 국민의힘은 “깡패냐”라고 소리치며 회의장을 퇴장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이 청부한 ‘불법파업조장법’(노란봉투법)을 직회부 한 것은 다수 야당의 횡포이자 유례를 찾기 어려운 폭거”라고 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습관적 입법 강탈의 목적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통 이미지를 덧씌우고 민주당이 ‘쩐당대회’와 김남국 코인 사태로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입법 저지를 위해 “본회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신청 등 여러 가지 노력을 다해볼 것”이라며 “그럼에도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대통령께 부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을 민주당이 직회부로 밀어붙였을 때도 여당은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 고유 권한인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노란봉투법은 이르면 6월말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직회부된 법안은 최장 30일의 여야 간 합의 기간을 거치는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처음 개최되는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본회의 부의(附議) 여부를 가린다.
대통령실이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정식 장관은 직회부 의결 직후 브리핑을 열어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소수의 기득권만을 강화해 다수의 노조 미조직 근로자와의 격차를 오히려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법리상의 문제와 노동현장에 가져올 큰 파장과 혼란이 너무나 명백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사 입장도 극명히 엇갈렸다.
줄곧 노란봉투법을 반대해온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 6단체도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수십년간 쌓아온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질 것임을 수차례 호소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다수의 힘을 법안 처리를 강행한 민주당과 정의당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 국내법과 마찬가지로 효력이 있고, 대법원 판결도 실질 사용자성을 인정하는데도 (여권이) ‘묻지 마’ 식 반대를 일삼고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합법적인 쟁의 행위를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으로 노동권이 그나마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