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 이 역대급 두 선수가 나타나면서 요즘 테니스가 치열한 맛이 좀 사라졌죠.
프랑스 오픈은 나달이 죄다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대회는 페더러와 나달이 돌아가면서 우승하니 이건 뭐 테니스 팬이지만 솔직히 예전만큼의 빅재미가 없습니다. 대진표 한번 살펴보고 나면 게임 결과 스포를 보고 있는 기분도 들고..ㅡㅡ;;
오늘 새벽부터 잉여력이 폭발해서 예전 랭킹 1위 선수들 제가 특히 좋아하는 선수들을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워낙 글을 못써서 횡설수설 잡소리가 될 거 같긴 한데 대강 알아보실 수 있으신 분들은 함께 예전 선수들을 추억해 보시는 것도 재밌을 거에요.
1. 레이튼 휴이트(Lleyton Hewitt)
“Come On!!” 휴이트는 위너를 성공시킨 후 항상 Come On을
외칩니다. 저는 파이팅이 멋져서 좋은데 이게 상대선수들에겐 상당히 거슬리나봐요. 누군지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심판에게 항의를 했었습니다.
레이튼 휴이트는 2000 초반에 두각을 나타낸 4명의 영건(페더러 로딕 휴이트 사핀)중 하나입니다. 2000년 사핀이 US 오픈 결승에서 샘프러스를 3:0으로 꺽고 랭킹 1위에 등극하며 두각을 나타내자 이에 질세라 2001년에는 휴이트가 똑같이 US 오픈 결승에서 샘프러스를 3:0으로 꺽고 최연소 랭킹 1위를 차지합니다.(은근히 샘프러스가 불쌍하네요.) 이듬해 윔블던에서 다비드 날바디안을
꺽고 2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연말랭킹 1위를 이어가죠.
휴이트의 테니스는
한마디로 근성이죠. 기본적으로 서브 리턴이 훌륭하고 체력과 스피드가 좋으며 코트커버가 뛰어납니다. 위력적인 서브를 갖추었죠. 그라운드 스트록도 튼튼한 편이지만 체격도
작고 탑스핀 위주의 단조로운 패턴이라 공격력이 크게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죠. 농구로 치면 BQ가 훌륭한 선수는 아닙니다. 근데 워낙 못 받는 공이 없고 에러가
적어서 상대하기가 까다롭습니다. 무엇보다도 멘탈이 훌륭한 선수죠. 전문가들이
휴이트의 멘탈에 사핀의 재능을 갖춘 선수가 태어났다면 테니스 역사가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었습니다. 테니스의
왕자라는 만화를 보신 분들은 카이도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서서히 잡아먹는 스타일이죠. 아 휴이트는 한가지 더 컴온컴온 외쳐서 상대 속도 박박 긁어놓죠.
전 세계랭킹 1위 킴 클리스터스와 열애를 하기도 했었는데
헤어졌죠. 애거씨 그라프 커플을 잇는 새로운 테니스 커플이 탄생할 뻔했는데 왠지 안타깝네요.
2. 마라트 사핀(Marat Mikhailovich Safin)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대한민국
어머님들 단골 멘트죠. 사핀이 그렇습니다. 재능은 엄청난데
멘탈이든 부상이든 메이저 타이틀이 고작 2개라는 건 잘 풀리지 못한 커리어죠. 2000년 초반은 제가 테니스를 가장 열심히 즐겨보던 시기인데 이 당시 사핀의 실력은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압도적이었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시선이긴 하지만 세간의 평가도 페더러와 더불어 가장 훌륭했죠. 아니 사핀의 우세였습니다. 2000년에 사핀이 획득한 개인타이틀이 7개입니다. 게다가 사핀이 US오픈에서
피트 샘프러스를 3:0으로 꺾고 랭킹 1위에 오른 시즌이거든요. 그렇게 무기력한 샘프러스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193의 신장에서
꽃히는 220km 서브, 무지막지한 파워 스트로크, 차라리 포핸드를 치게 하고 싶은 역대 최고의 백핸드, 수준급의 발리
능력까지 못하는 게 없는 선수였죠.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부상이죠. 2001년 무릎 부상 이후 경기력이 항상 들쭉날쭉했습니다. 코트도 매번 바뀌는데다 운동량이 엄청난 테니스 선수에게 무릎은 정말 치명적이죠. 멘탈 문제는 다다 아실 테니 생략하겠습니다.
사핀의 테니스 인생의 최고의 매치는 아마 2000년 US오픈 결승전과 2005년 호주오픈 세미 파이널이겠죠. 18세의 나이로 역대 최고의 선수인 피트 샘프러스를 홈팬들 앞에서 박살낸 경기이고 역시 역대 최고의 선수인
로저 페더러에게 전년도 패배를 고스란히 되갚는 멋진 역전승을 보여줬으니까요. 혹시 사핀 경기를 보고
싶으신 분들에겐 2004년 호주 오픈을 추천합니다. 2000년
US 오픈은 아무래도 vod 화질이 별로이기도 하고 게임
자체가 호주오픈이 더 재밌어요. 특히 4셋트 매치 포인트에
몰렸을 때 나온 탑스핀 로브는 정말 압권이었죠.
3. 안드레 애거씨(Andre Kirk Agassi)
솔직히 라파엘
나달은 몰라도 안드레 애거씨는 아무리 테니스 문외한이라도 왠만하면 다들 아실겁니다. 잘 생긴 얼굴에
브룩 쉴즈라는 당대 최고의 모델과 결혼한 스포츠 스타. 애거씨는 축구로 치자면 베컴이죠. 금발을 치렁치렁 휘날리며 윔블던 터줏대감 고란 이바니세비치를 꺽고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도 간지 만빵으로 획득하는가
하면 탈모가 오니까 지단이나 로벤과는 달리 머리를 훅 밀어버리고 섹시한 매력을 자랑하기도 했었죠.
애거씨의 커리어는 그라프와 결혼하기 전과 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애거씨의 테니스의 가장 큰 강점은 공수 밸런스가 엄청나게 훌륭한 것이라고 보는데요. 젊었을 적 애거씨 이를테면 이바니세비치를 꺽고 윔블던을 제패할 때의 애거씨는 수비도 좋긴 했지만 파워로 승부하려는
공격적 성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사실 애거씨는 파워나 스트록이 좋은 선수는 아닌데 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랄까 뭐 그런 스타일이었죠.
브룩쉴즈와 얽히며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잊혀져 가던 애거씨는 그라프를 만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게되죠. 이때부터 애거씨는 자신의 스타일을 획득합니다. 젊었을 적부터 애거씨의
자랑이었던 리턴은 더욱 노련해졌고 자신의 최대 약점. 밋밋한 서브와 느린 발을 최대한 커버하는 테니스를
하게 되죠. 속도도 속도지만 코스마저 별로였던 애거씨의 서브는
200km 근처까지 성장하면서 주무기는 아니지만 약점이 되진 않았고 느린 발을 커버하는 애거씨 특유의 라이징 샷을 마스터하게 됩니다. 이 당시 애거씨의 테니스를 보면 공수전환이 완벽하죠. 수비에 치중하다가
라이징샷 한방으로 공세를 퍼붓습니다. 게다가 에러가 거의 없는 어찌보면 좀 비정상적으로..
30을 넘어서 젊었을 적 보다 기량이 성장한 선수는 애거씨가 유일할겁니다. 테니스라는 스포츠가워낙 선수 생명이 짧기 때문이죠. 한가지 아쉬운
건 애거씨가 은퇴 후 약물 복용을 고백하며 8개의 메이저 타이틀, 그랜드
슬래머라는 찬란한 커리어에 먹칠을 했죠. 하지만 전설적인 선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샘프러스와 페더러라는 역대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획득한 커리어이기도 하고 그들보다 훨씬 나은 인기스타였죠.
4. 구스타보 쿠에르텐(Gustavo Kuerten)
지금이야 나달이라는 클레이조던이 있어서 구가가 많이 잊혀졌는데
원조 클레이조던은 구가 구스타보 쿠에르텐입니다. 프로 데뷔 2년에
클레이 본좌 토마스 무스터를 꺽고 롤랑가로를 제패하며 브라질 최초의 메이저 대회 우승자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2000년 2001년 연속으로 롤랑가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브라질의 영웅이 되었죠. 2000년 2001년 2년은 정말 구가의 시대였습니다. 구가의 12년 커리어 단식 타이틀이 20개인데 저 2년간 11개를 휩쓸었죠. 메이저
타이틀은 롤랑가로 뿐이지만 하드에서도 통하는 남미 선수였어요. 2001년의 마이애미 마스터즈(하드)에선 피트 샘프러스와 치열한 접전끝에 준우승을 차지했고 같은
해 신시내티 마스터스(역시 하드)에선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
래프터를 2:0으로 누르고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었죠. 구가의
테니스는 정말 화끈합니다.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그라운드 스트록과 훌륭한 서브를 바탕으로 하는 최고의 베이스라인 어태커
아니 파괴자였죠.ㄷㄷ 당시의 클레이코트 마스터들. 이를테면
카를로스 모야. 알렉스 코레차,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 기예르모 코리아 현재의 라파엘 나달까지 기본적으로 끈질긴 수비(조금은
지루하죠)를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반해(모야나 페레로는
공격성향도 짙긴 하지만) 라켓이든 공이든 하나는 박살날 듯한 구가의 화끈한 공격을 보고 있노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곤 합니다. ㅋㅋ
5. 마르셀로 리오스(Marcelo Andres Rios Mayorga)
NBA에 아이버슨이 있다면 테니스에는 마르셀로 리오스가 있습니다. 175cm라는 이 작은 왼손잡이 칠레 테니스 선수는 빠른 발과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강력한 스트로크, 독특한 스텝으로 피트 샘프러스의 107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저지합니다. 남미 선수답게 클레이코트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왔고
특유의 지저분하고 더러운 스트로크(정크볼이라고도 하죠.)와
양발이 앞뒤로 교차하는 독특한 백핸드 스텝이 인상적인 선수였죠.
유니크한
사이즈와 스트로크만큼이나 커리어도 유니크한 선수입니다. 남미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선수이고, 마스터즈의
3대 클레이 코트를 최초로 접수한 선수입니다. 무엇보다도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1개도 보유하지 않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유일한 선수죠. ㅡㅡ;; 앞으로도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선수 말년에 등부상으로 골골대다 2004년 은퇴했습니다. 그의 트래쉬토크와 파이팅이 그립네요.
첫댓글 저는 짐쿠리어를 참 좋아했습니다.(처음 테니스를 배울 당시에 최강자였거든요....) 그러다가 카를로스 모야...지금은 단연 라파엘 나달 입니다.(근래에 테니스를 칠일도 없는데, 라켓은 발보렛으로 구매 했습니다. ㅠ.ㅠ)
그리고 175Cm라고 하시니까 마이클창도 생각 나네요...세계랭킹 1위는 못했지만, 동양인의 신체적 한계를 생각 해본다면...어쩌면 더 괴물 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나저나 쓰리차판은 요즘 뭐하나요? 아직도 선수 하나?
마이클창도 저기 위에 있었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 듭니다. 마이클 창이 최연소 프랑스 오픈 우승자이고, 마이클 창 본인에게는 첫 데뷔이자 우승이기도 하니 의미가 크죠ㅋ 신체적인 한계를 다 극복하고 정말 정상급 활약을 보여줬고, 메이저 대회 결승에도 여러 차례 올라갔지만, 당대 최고 보리스 베커나 샘프라스 (특히 샘프라스ㅋ) 에게 무너지면서 안타까움을 많이 샀던 선수죠. 마이클 창 보고 싶네요.
쓰리차판 얼마전에 은퇴식 했습니다. 부상 극복을 못했죠.
전 패트릭 래프터를 좋아했어요.
22222222222222...래프터를 아시는 분이 있네요. 반갑네요ㅋ 저 호주에 있을 당시 래프터가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었을 때라 기억이 많이 납니다.
완전 매력적인 닥치고 공격 플레이였죠ㅋㄷ 특유의 서브엔 발리 를 앞세워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선수였죠ㅋ
us오픈맞을겁니다. 그때 사핀꺽고 우승도 먹으면서 호주 국민들을 열광시켰었죠ㅋ
전 코트위의 여우 마이클 창 선수를 좋아했었습니다.
저는 보리스 베커~~
고란 이바니셰비치.. 이 선수는 기자 간단회때나 인터뷰 때 상당히 유머있게 잘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강력한 서브와 준수한 실력도 인상깊지만요.
팀 헨먼.. 뭔가 임팩트는 없는데 당시 거의 볼 수 없던 영국 출신의 선수였고, 메이저 대회 때 꾸준히 8강 이상에서 많이 보였던 기억이 나네요ㅋ
알베르토 코스타, 피터 코다, 패트릭 라프터, 카펠리코브, 피올린, 짐 쿠리어, 카를로스 모야 등이 생각나네요ㅋ
팀 헨만.. 보다는.. 그렉 루세드스키가.. 더 성적이 좋았던거 같은데. 꾸준함 때문인지.. 영국 팬들은.. 팀 헨만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같은 영국 선수인데도...
루제드스키는 순수 영국태생이 아니죠. 퀘백 출신입니다. 성적도 헨만이 더 괜찮았어요. 현재는 앤디 머레이가 영국의 희망으로 맹활약 해주고 있죠
강서버 루세드스키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솔까말 제 생각에도 임팩트는 루제드스키가 더 많았죠. 파워풀한 서브에 공격적 성향의 선수라..
근데 꾸준함에서는 헨먼이 좀 더 앞섰다 봅니다.
전 스테판 에드베리가 참 멋져 보였었는데 ㅎㅎ 참 잘생겼었던 걸로 기억이 ㅎㅎ 서브앤 발리에 지존!!
태국왕자 요즘 뭐하나요 참 좋아했는데 ㅋㅋㅋ
그래도 전 로딕이 좋다는.. 로딕 때문에 테니스 시작했었죠 ㅋㅋ
정말 2000년대 초반은 절대강자가 없던...춘추전국시대의 테니스계였던거 같네요..전 아직도 사핀이 가장 좋습니다. 그의 시원시원한 플레이가 너무 좋았거든요..개인적으로 남자테니스는...샘프라스시대와 페더러시대가 가장 재미없는거 같네요..개인스포츠이다보니 한선수의 독주는 스포츠의 재미를 너무 반감시키는듯 하네요..
원조 클레이코트의 달인이라면 90년대 클레이코트의 강자 토마스 무스터(오스트리아)가 있었죠 이선수는 잔디보다 클레이코트에서 유난히 강해서 테니스계에서 상당히 신기한 선수로 평가받았던걸로...
고란 이바니셰비치.. 래프턴가요? 윔블던에서 이겨서 고향에 금의횐양하던게 생각나네요..
제임스 블레이크 vs 레이튼 휴이트의 대결보고 블레이크 팬이 되었는데... 휴이트 come on 세레모니 따라하는게 참 멋있었다는
마크 필리포시스, 래프터..
필리포시스 20세도 안 된 어린 나이에 데뷔무대를 자국 호주 오픈에서 가졌는데 당시 샘프라스를 3:0으로 이기면서 정말 센세이션을 일으켰죠ㅋ
전 발리 스타일이 좋아서 팀 헨만을 응원했었습니다.
저는 데뷔때부터 로딕을 좋아했는데 생각보다 발전이 더딘것(?) 같아서 안타깝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