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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산 사랑방 원문보기 글쓴이: 의양
‘동사무소’ 지킴이 운동을 시작하자
안동문화지킴이 대표 김호태
어느 날 동사무소에 갔더니 ‘00동주민센터’가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여기 ‘00동사무소 맞지요’ 했더니 ‘동사무소 맞다’고 했다. 주민센터는 어디냐고 물었더니 동사무소가 주민센터로 이름을 바꿨다고 했다. 그래서 주민등록등본 1통 떼서 왔다. 그리고 얼마 후 ‘00동주민센터’에 갔더니 또 ‘00행정복지센터’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 동별 행정업무가 시청으로 통합되었나 했는데 센터 내부는 여전히 예전처럼 행정 사무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동장과 과장 계장이 그대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동사무소→주민센터→행정복지센터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주민복지행정이 많이 나아졌더라도 행정복지에 외국어를 센터를 합성한 단어는 국민 정서에 몹시 거슬린다. 국가에 기관 명칭에 외국어를 써야하는 것일까? 길 가는 할머니께 ‘00행정복지센터가 어디 있느냐’고 여쭤보았더니 잘 모른다고 했다. 다시 00동사무소는 아시느냐고 했더니 ‘바로 저기 있네’하시면서 주민등록등본을 떼 주던 ‘00행정복지센터’를 가리키신다. 주민들도 모르는 행정기관의 명칭이 생겼다.
‘동사무소’를 지키는 분들
대한민국의 행정 기초단위인 읍•면•동이 행정복지센터(center)로 용어가 바뀌었다. 하지만 센터 공무원이나 센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에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동사무소 공무원이지 센터직원이 아니다’라는 어느 전직공무원의 말이 와 닫는다. 행정복지센터의 기관장은 여전히 ‘동장’, ‘면장’으로 불리고 있다. 농업기 센터는 오래 전부터 사용했던 용어지만 기관장의 호칭은 센터장이 아니라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부르고 있다. 이것은 용어의 이질성이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아직도 옛날 기관명을 그대로 쓰고 있지만 아무런 불편이나 문제가 없다. 지금은 퇴직을 하고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경북 봉화군의 전직 공무원 이상갑 씨는 상부기관에서 명칭변경 공문을 받고도 처리하지 않고 미루다가 퇴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봉화군은 옛 명칭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간판을 새로 만드는 비용과 주민들의 언어사용의 불편을 많이 덜어 주었다.
봉화군에는 아직도 자연석에 새겨진 읍면 기관명이 정겹다. 그리고 울진군을 비롯한 많은 지자체들이 옛 명칭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경제적 비용 절감보다 지역의 정서와 주민들의 명칭 사용에 혼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역사 도시 경주는 시내지역 동사무소만 주민센터로 변경하고 읍면은 그대로 동사무소를 사용할 뿐 ‘행정복지센터’란 용어는 찾아볼 수 없다. 아직까지 상부에서 지시하는 ‘행정복지센터’란 용어를 거부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비도시를 자처하는 영주시도 경주시처럼 시내지역은 주민센터로 풍기읍은 신청사를 새로 지으면서 행정복지센터로 명칭을 바꾸었지만 입구의 표지석은 만들지 않고 있다. 반면 읍면 지역은 아직도 면사무소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다. ‘영주 2동 주민센터’란 자연석 표지석 앞에 꽃으로 가려 ‘주민센터’가 보이지 않게 하였다. 왜 그렇게 가렸는지 모르지만 지역정서와 맞지 않는 센터란 외국어가 싫어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된다.
전라도의 선비양반고을이라고 자부하는 장성군은 어떨까? 선비양반 고을답게 옛 명칭을 잘 지키고 있다. 전남 장성군의 백양사 가는 길목의 북이면 사무소는 꽃모양의 옛 간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정겹다.
기타 많은 지역의 지방 행정관서는 센터란 말을 거부하면서 옛 명칭을 지키고 있었다. 중앙정부의 지시를 거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정서와 경제적 이익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국어로 된 관공서의 명칭은 아니다
센터(center)란 말은 중심축, 사람이 모이는 중심지, 취미 용품 등을 파는 종합시설, 군사학에서 본대, 중앙부대, 일반 행정사무를 맡아보는 기관 등의 의미로 쓰이는 외국어다. 외국어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쓰던 말과는 달리 이질적이고 낯설다. 참고로 외래어가 우리말에 없는 단어들을 차용하거나 아니면 이미 오래전에 들어와 우리말처럼 쓰이는 ‘고구마’, ‘빵’과 같이 고유어처럼 쓰인다면 외국어는 생소한 말들이다. 외국어는 수입 과정에서 새 언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또 다른 의미가 첨가되거나 변형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다. 외국어가 들어오면 고유어를 쓰던 사람들(言衆)은 오랜 풍습과 정서를 담고 있는 말을 지키려 애쓰거나 들어온 말을 변형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그 언어사회는 많은 언어적 혼란을 겪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 변형을 동반하게 된다. 외래식물과 외래어종이 우리의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외국어도 실제 의미와는 다르게 의미변화를 심하게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슈퍼(super)’란 말은 서양에서는 최고, 크다는 의미지만 우리말에 들어와서는 ‘가게’의 의미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그 결과 ‘구멍가게’가 ‘작은 슈퍼’라는 말로 사용된다. 이것은 글로벌 시대에 세계 언어를 오염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잘못된 외국어 사용은 그 사회의 언어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언어까지 변형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어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옛날의 ‘동사무소’가 ‘행정복지센터’로 바뀐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행정복지센터’는 동사무소에서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 헬스 기구를 갖추고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요가 교실이나, 에어로빅 강사를 초빙하여 건강교실을 하는 곳으로 인식할 뿐이다. 시민 대다수는 행정복지시설과 동사무소가 따로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민들은 ‘행정복지’란 말은 물론 ‘센터’란 말도 이해하지 못한다. 국가는 ‘국민 종합 복지체계를 지향하는 행정 현장’의 의미로 ‘행정복지센터’를 만들었지만 시민들은 동사무소와 주민헬스장을 별개로 생각한다. ‘주민센터’나 ‘행정복지센터’는 ‘주민 건강 헬스장’ 정도로 인식할 뿐이다. 행정복지란 말도 ‘복지행정’이 되어야 어순에 맞다. 억지로 복지를 강조하다보니 행정을 위한 복지가 되어 주민복지는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센터’란 말은 ‘자전거 센터’, ‘오토바이 센터’처럼 판매와 수리를 겸하여 종합적으로 판매수리업으로 인식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또 ‘00전자서비스센터’처럼 판매보다는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장소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센터의 의미는 그 본업보다 부수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으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외국인생활지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근로복지센터’처럼 국가행정력이 직접적로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으로 운영비를 국가에서 지원하여 운영되는 기관들이다. 또 ‘우주센터’, ‘농업기술센터’, ‘어업기 센터’처럼 전문적 기술이 필요한 행정부설 기관에 주로 쓰였다.
국가 행정기관이 먼저 애용해야할 우리말
일제 강점기 일본인은 식민지 지배를 위해 우리말을 없애고 일본식 용어를 강요했다. 조상들은 우리말과 글이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셨다. 지금 한류 덕분에 세계인들이 다투어 우리말을 배우려하고 있다. 국가기관이 먼저 아끼고 가꾸어야 할 우리말이다. 국민의 세금이 외국어 남용에 쓰여서는 더구나 안 될 말이다. 그 언어는 그 문화의 뿌리이며 동시에 문화 보존과 창조의 원동력이랄 수 있다. 이 글로벌 시대에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 언어사회-한국인을 포함한 한국어를 사용하는 모든 세계인-를 혼란케 하는 외국어를 남용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2018년 한글날에 독립운동의 성지 임청각에서 |
첫댓글 센터(center)참 외국어 좋아 하나바요
외래어도 쓸때 써야지 제가 듣기에 MBC 9시 뉴스시간 첫머리 MBC뉴스데스크 저는 제일 듣기싫어요
MBC는 뉴스 데스크 한국방송이 외국에서 하는 소리인가?
또 주민센터 치안세터 등등 주민은 우리말 센터는 외래어 관공서가 이래서야 또 재 태크 컨설팅 리모델링 힐링
늙어(88)서 그런가 모르지만 참
좋은 글로 사랑방을 빛내주심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 의양님의 iD 문제로 당분간 작업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부득불 사랑방에서 보내던 전체 메일은 생략하고
회원님 게시판은 회원님 직접 관리하셔야 됩니다.
회원님 들의 양해와 격려 부탁 드립니다
2019년 1월 10일
삼산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