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한글자씩 마우스로 논문…
희소병 이겨낸 ‘한국의 호킹들’
[길] 숨쉬기도 어려운데 학업에 도전
9명의 특별한 입학·졸업 축하행사
밤마다 산소호흡기…
“그래도 남 돕고 살래요”
----16일 오후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희소
질환 중증 장애 학생들의 대학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민경현(33)씨가 어머니와 함께 참석한 모습----
** 그는 희소 유전 질환을 앓고 있지만 9년 만에 연세대
물리학 박사가 된다. 어머니의 손에는
그가 쓴 논문이 들려있다 **
< 이태경 기자 >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
병원의 중강당.
휠체어에 탄 민경현(33)씨가 꽃다발을 두 손에
든 채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달 말 9년 만에 연세대 물리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졸업한다.
그는 희소 유전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을
평생 앓으면서도 물리학 박사라는 꿈을
이뤄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운동신경 세포가
퇴행하고 근육이 위축되는 병으로, 이른바
‘루게릭병’과 증상이 비슷하다.
민씨의 친구들은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세계적 석학이 된 스티븐 호킹을 떠올리며
그를 ‘호킹’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날 이 병원에서는 민씨를 비롯해 거의 평생
희소 질환과 맞서 싸워 온 9명의 대학 졸업 및
입학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들의 치료를 맡아온 병원이 이들의 앞날을
응원하는 차원이었다.
졸업장을 받기까지 민씨와 그 가족들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민씨의 어머니 정윤주(60)씨는
“아이가 생후 12개월 때 갑자기 움직임이
둔해져서 한 병원에 갔는데, 당시 2년 밖에
못 살 거라고 했다”
며 암담했던 때를 떠올렸다.
호흡이 멈추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말에 정씨는
아들이 고1이 될 때까지 밤마다 민씨의 곁에서
잠을 자며 그가 숨을 잘 쉬는지 살폈다.
민씨는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총 80쪽에 이르는 박사 논문을 쓸 때도
15개월 동안 매일 8시간씩 연구실에서
살다시피했다.
동시에 또 다른 학술지에 기고할 또 다른
논문은 3년째 작업 중이다.
손가락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탓에 컴퓨터
화면에 가상 키보드를 띄워놓고 마우스를
움직여 한 글자씩 클릭하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민씨의 오른쪽 검지에는 굳은살이
깊게 박여 있었다.
민경현씨는 물리학 박사가 되기까지 여러
역경을 헤쳐 나와야 했다.
학창 시절 늘 휠체어에 앉은 채 수업을
들었는데, 몸이 불편해져도 스스로 움직이기가
어려워 거의 30분마다 한 번씩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자세를 바꿔야 했다.
잦은 치료 때문에 결석하는 일도 있었다.
충북대 천문우주학과를 지난 2013년 졸업했지만,
학업을 더 잇기로 결심하고 그해 연세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런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어머니 정윤주씨는
이날 병원 행사장에 아들이 쓴 졸업 논문을
가슴에 품고 들어왔다.
어머니 정씨는
“사실 대학은 욕심도 안 냈고, 오랫동안 경현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았으면 했어요”
라며
“저보다 경현이가 오래 사는 것,
그게 제일 간절한 소원이에요”
라고 했다.
어머니의 말을 들은 민씨가 곧바로
“지금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삽니다”
라고 답하자, 주위에 있던 환자들과 부모들이
한바탕 웃었다.
민씨뿐만 아니라 이날 행사장에는 희소
질환을 앓으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미래의
‘호킹’ 8명이 더 있었다.
7명은 대학 입학을 앞뒀고, 민씨와 다른 1명은
졸업해 사회로 나갈 채비를 하는 중이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밝고
있는 오성환(26)씨는 민경현씨와 마찬가지로
날 때부터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았다.
병원에서는
“10살도 넘기기 어려울 것”
이라고 했지만, 오씨는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버텨냈고, 전교생 360명 중 전교 10등을 할
정도로 학업도 놓치지 않았다.
수학 문제를 풀 때는 손으로 식을 써야 했는데,
연필을 쥘 수 없어 암산으로 해야만 했다.
결국 그는 2017년 두 번째 본 수능에서 전 과목
1등급을 받고 연세대 심리학과에 진학했다.
거의 평생 휠체어를 탄 채 생활한 오씨는
“학교에 엘리베이터 설치가 안 돼 재택근무를
하도록 교수님이 배려해 줬고, 수업 때는
대필해 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고 했다.
그런 오씨는 친구들과 삼겹살 식당에 가고
싶다고 했다.
오씨는
“고기를 좋아하는데, 불판에 고기를 혼자
구울 수 없고 휠체어가 다른 손님에게
방해될까 겁난다”
고 했다.
5살 때 척수성 근위축증 진단을 받은 채민우(19)
씨는 오는 3월 목포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다.
그는
“어린아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들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은행앱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싶다”
고 했다.
대학에 합격해서 기쁘기는 하지만, MT와 같은
학교 행사에서 누군가 자신의 휠체어를 밀어줘야
하는 상황이 걱정된다고 한다.
채씨의 어머니는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병의 진행을 늦추려
손가락 힘을 기르는 컴퓨터도 많이 하고,
피아노 치기도 좋아했다”
며
“의지가 강한 아들이라 대학에 가서도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고 했다.
----이날 희소 근육 질환을 앓으면서도 3월 강남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게 된 신선아씨도 꽃다발과
함께 큰 축하를 받았다----
< 이태경 기자 >
3월 강남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대학생이 되는 신선아(20)씨는 근육 질환인
‘선천성 근디스트로피’를 앓고 있다.
근육이 위축되고 갈수록 쇠약해지는 병이다.
일상 생활은 가능하지만 숨이 가쁜 운동은
불가능하고 잘 때도 반드시 산소 호흡기를
껴야 한다.
어머니도 같은 병을 앓고 있어 병원 통원을
하거나 학창 시절 등교하기가 힘들었다.
대입 준비를 하면서 밤샘 공부를 한 적도
있었는데 갑자기 호흡이 가빠져 위태로웠던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
계명문화대 언어치료학과에 입학 예정인
장지원(19)씨는 신경섬유종과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다.
그는 허리가 휘어져 지금까지 15번의 수술을
받았고 평상시에도 허리 보조기를 차야 한다.
신선아씨나 장지원씨 모두 본인도 평생
희소병과 싸워왔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
라고 입을 모았다.
신선아씨가 사회복지학과에, 장지원씨가
언어치료학과에 진학하기로 한 이유다.
신씨는
“저같이 희소병을 가진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면서
“어릴 때부터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나도 그런 사람이 되겠다”
고 했다.
장지원씨도 다운증후군으로 언어치료를 받는
여동생이 있는데, 여동생 같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박혜연 기자
신지인 기자
[출처 : 조선일보]
[100자평]
Rhee
어려움을 이겨내며 승리한 당신들은 진정한
영웅입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Duk
나도 컴퓨터 랩에서 휠체어에 앉아 한 손가락으로
키보드 하나 하나 몇 시간을 치던 대학생을
본 적이 있다
그 학생은 말도 우워 우워~하는 정도의 발음 밖에
못했다.
그런데 그 말을 다 알아듣는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 학생에게 하는 말이 내 아이도 같은 병을
앓고 있다고 너의 부모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고.
그 대학생을 키워낸 부모, 그리고 그 학생과
대화하던 젊은 부모를 보니 부모는 참 위대하다는걸
새삼 느낀다.
남들의 수십배 노력으로 꿈을 이뤄가는 신선아,
장지원님과 예전에 보았던 컴 랩의 그 학생
모두에게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바우네
'거의 평생 휠체어를 탄 채 생활한 오씨'(?)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동안'이
'평생(平生)'이다.
26세인 오씨에게 '평생'은 어울리지 않는다.
'거의 평생'을 '지금까지 거의 휠체어를 탄 채'로
했으면 좋겠다. <표준국어대사전>평생(平生)
[명사]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동안.
Duk
오성환 채민우 민경현님께도 축하와 축복을
기원합니다.
티모시
포기하거나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오늘에
이른 분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았던 가족과 친구, 주변인들을 축복합니다.
Turtleusa
부모님, 수고하셨습니다.
대칸
대단합니다.축하합니다.
영웅호걸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치
그 노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축하합니다...
파이팅
토오루
어려운 조건 에서도 혼신으로 노력하는 모습들,
감동 그 자체입니다.
건투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위대한 모정에 경배 올립니다
rhois99
자식을 위해 애쓰신 부모님께 경하드려요
마하반야바라밀
모정은 위대하다 부끄럽습니다
우리들 모두가 그대들 앞에
도톨이
응원합니다. 불굴의 투지와 끈기!
그리고 부모님들 힘내시길...
응원하는 우리가 있잖아요
마하반야바라밀
어서 빨리 신약 개발돼서 함께 건강한 생활 오기를
기도합니다
brain
절실한 상황에서 끈기로 이겨낸 여러분이
존경스럽습니다.
힘내시기 바라고 도움을 준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감사합시다.
임정임
아침부터 젊은 친구들이 눈물을 흘리게 하네...
그대들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길 기원
합니다.
최후보루
당사자의 집념과 부모님의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jawal
학생도 훌륭하지만 그 어머니께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