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다이어트 주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화기내과 이상협 교수(서울대학교병원)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담낭의 수축력을 떨어뜨려 담석이 생기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며 "다만 담석 환자의 90% 이상은 평생 증상 없이 지나가는 만큼, 수술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와 함께 담석이 생기는 원리와 응급 상황으로 악화되는 경우, 수술이 필요한 기준까지 자세히 살펴봤다.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다이어트 주사로 급격히 살을 빼면 담석이 생길 수 있다는데, 어떤 원리인가요?
과거에도 단식원에서 금식을 하거나 과도하게 운동을 하거나, 비만 수술(위 절제술)이나 위암으로 위를 절제하면 체중이 갑자기 줄어드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면 몸은 오랜 기아 상태로 인식하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간에서 에너지원인 콜레스테롤을 대량으로 만들어냅니다. 이 콜레스테롤이 담즙 안에 축적되면서 담즙 내 농도가 올라갑니다.
두 번째로, 살을 빼는 동안에는 담낭이 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게 됩니다. 콜레스테롤 농도는 올라가는데 담낭이 움직이지 못하니 그 안에서 콜레스테롤이 뭉치게 됩니다. 이것이 살이 빠질 때 담낭에 담석이 생기는 기본 원리입니다.
여기에 더해, GLP-1 작용제(아고니스트)로 알려진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약을 쓰면 담낭의 수축을 일으키는 콜레시스토키닌이라는 물질의 분비를 억제하고 그 역할을 제한합니다. 그 결과 담낭의 수축력이 더 떨어져 담석이 생기기 쉬워집니다.
폭식 후 더부룩함이 계속되면 담즙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상태일 수도 있나요? 단순 소화불량과 담석증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그렇게 이해하셔도 맞습니다. 다만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설명할 때 강조하는 점이 있습니다. 담즙은 담낭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간에서 만들어집니다. 담낭의 역할은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했다가 적절한 순간에 조금씩 내보내는 것입니다.
담석이 있을 때 증상이 생기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고지방식이나 과식을 하면 지방을 분해하기 위해 간에서 담즙이 많이 만들어지고, 그 담즙이 담낭으로 모입니다. 그런데 담낭에 담석이 있으면 담석에 의해 담낭에 스크래치나 상처가 생겨 딱딱한 담낭이 되고, 더 심해지면 쪼그라든 담낭이 됩니다. 담즙을 받으려면 담낭이 부풀어야 하는데 부풀지 못하니, 그 순간 환자는 '답답하다'는 증상을 느끼게 됩니다. 더 심하면 꽉 막히는 것 같고 소화가 너무 안 된다고 느끼며, 더 진행돼 담낭염 단계까지 가면 열이 나고 뒤틀리는, 이른바 토사곽란(심한 구토와 설사가 함께 나타나는 증상) 같은 여러 증상이 생깁니다.
그래서 담낭에 생기는 증상은 단순히 돌이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담낭에 담즙이 갑자기 많이 모여야 하는 상황이 유발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담석증 환자의 상당수가 평생 증상이 없다고 하는데, 실제로 증상을 겪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흔히 80%는 증상이 없고 20%만 증상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20%라는 수치도 전통적으로 수술을 하시는 외과 의사 선생님들이 만들어낸 자료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20%도 과하고, 저는 10~15% 정도이거나 그보다 훨씬 낮다고 봅니다. 나머지 90% 이상의 담석은 평생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담낭 기능도 잘 보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술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물론 최근 우리나라 외과 선생님들이 담낭 수술을 워낙 잘 하셔서 후유증이 남는 분은 거의 없지만, 담낭도 몸에 필요한 장기입니다.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수술은 피하는 편이 좋고, 실제로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10%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담석이 발견되면 반드시 수술해야 하나요? 담낭 절제술은 어떤 경우에 필요한가요?
반드시 수술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수술을 받고 싶지 않아 오시는 경우가 많고, 외과 교수님을 찾아가시는 분들은 수술을 받으려 가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환자분께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기준은 보통 세 가지입니다.
첫째, 담석에 의한 증상이 너무 심해서 응급실을 자꾸 가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수술을 하셔야 합니다.
둘째, 담석이 있으면 담낭의 수축력과 팽창력이 떨어져 만성 담낭염, 즉 담낭 기능 저하로 이어집니다. 검사로 담낭 기능을 확인했을 때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면 조만간 증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므로 수술을 권고합니다.
셋째, 담석 자체나 동반된 담낭 용종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주위 장기를 수술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담낭에 담석이 있고 마침 주변 장기를 수술하는 길이 열린다면, 그 기회에 담낭도 함께 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급격히 체중이 감소하고, 담낭 수축력이 떨어지면 담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담석이 한 번 생기면 계속 재발하는 체질이 되나요?
담석의 종류와 위치에 따라 다릅니다. 담석은 담즙이 뭉쳐 생긴 돌인데, 크게 콜레스테롤이 뭉쳐 생기는 콜레스테롤 담석과, 담즙 속 빌리루빈 색소가 뭉쳐 생기는 색소성 담석 두 가지로 나뉩니다. 콜레스테롤 담석은 우리나라가 서구화되면서 생기기 시작해 지금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색소성 담석은 과거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담즙에 감염이 생기고 담즙산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색소가 뭉쳐 생깁니다.
콜레스테롤 담석은 담낭 안에 작은 돌이 여러 개 있다가, 담낭에서 담도로, 끝에서는 췌도로 이어지는 좁은 공간 어딘가를 돌이 막았을 때 증상이 생깁니다. 교과서적으로 콜레스테롤 담석은 내시경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면 제거하고 담낭을 떼면 거의 재발하지 않습니다.
반면 색소성 담석은 담도에 변형이 오고 이미 과거에 염증이 있어, 담석이 잘 생기는 담즙 환경이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돌을 빼내도 다시 색소가 뭉쳐 또 생깁니다. 물론 콜레스테롤 담석도 담도 내에서 재발할 수는 있지만, 확률적으로는 낮습니다. 결국 체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병력, 즉 위생 문제로 담도에 감염증이 있었던 경우가 재발하는 것이고, 이미 생긴 돌을 모두 떼고 담낭까지 제거한 경우에는 재발이 많지 않습니다.
담석이 있으면 갑자기 응급 상황으로 악화되기도 하나요?
네. 담낭에 가장 많은 콜레스테롤 담석은 하나만 생기기도 하지만, 작은 돌이 자갈처럼 여러 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돌들이 담낭 안에서 움직여 다니다가 담낭과 담도를 잇는 좁은 담낭관에 막히면 급성 담낭염이 됩니다. 담낭이 부풀어 오르다 못해 안에서 염증이 생기고, 심한 경우 터지면 복막염으로 이어져 응급 상황이 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담석이 담낭은 잘 빠져나왔는데 담도에서 길을 막는 경우입니다. 담즙은 담도를 통해 장으로 배출되는데 그 길이 막히면 황달이 생깁니다. 고인 물이 썩듯 균이 자라면서 패혈증으로 이어지는데, 이를 담즙성 패혈증이라 하며 역시 응급 상황입니다. 이때는 내시경으로 막힌 부분을 뚫어 배액합니다.
여기서 돌이 조금 더 내려와 췌관을 막는 경우도 있습니다. 췌장에서 음식물을 소화하는 췌액이 장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돌에 막히면, 소화 효소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소화시켜 급성 췌장염이 됩니다. 급성 췌장염이 심해져 괴사성 췌장염까지 가면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담석으로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응급 상황입니다.
담석은 증상이 별로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흔한가요?
담석은 굉장히 많습니다. 연구 데이터에 따라 다르지만 유병률이 5%라는 자료도 있고 7%라는 자료도 있습니다. 여기에 증상이 생기는 비율을 10%로 잡더라도, 인구 자체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흔하게 보게 되는 질환입니다.
응급 상황으로 가기 전에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신호가 있나요?
돌이 처음부터 길을 꽉 막은 경우는 예외지만, 대부분은 기름진 음식을 드시거나 과식을 하고 나서 몇 시간 뒤에 증상이 유발됩니다. 그것이 첫 번째 신호입니다. 이런 증상이 자꾸 반복된다면 반드시 담낭에 문제가 있는지 검사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