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지부가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 시 요양기관 기호를 기재토록 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요양기관 기호 제공을 놓고 일선 약국과 제약·도매업체 간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달 20일 입법예고한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 서식에 요양기관 기호를 반드시 표기토록 해 향후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약국에서는 사업자등록번호, 요양기관기호 등을 의약품 공급업체에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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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이 되고 있는 개정 예정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 서식(요양기관 기호란이 새롭게 추가됐다) |
6일 약국가에 따르면 최근 제약사나 도매매업체들이 관련 법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거래 약국을 대상으로 요양기관 기호 제공을 요구하면서 마찰을 빚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뜩이나 요양기관 기호가 제공에 따른 부당 사용이나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약국들로서는 법 개정 전부터 이를 요구하는 업체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의 H개국약사는 "최근 신규 거래 제약사에서 요양기관 기호를 요구해 당황스러웠다"며 "관련 정황을 정확히 알지 못해 일단 제공을 거부하기는 했지만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의 K구 약사회 관계자도 "벌써부터 제약·도매업체들이 요양기관 기호를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이 빈번하게 발생해 법 개정 이전까지는 이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회원들에게 공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복지부가 법 개정 이전이라도 10월 공급내역 부터는 개정된 서식에 맞춰 보고를 하도록 통보해 요양기관 기호 제공 요청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지난 달 중순 의약단체 및 제약·도매협회 등에 공문을 보내 법 개정 이전이라도 10월 공급내역부터는 요양기관 기호를 포함한 개정 서식에 따라 보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결국 복지부의 입장이 일선 약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요양기관 기호 제공을 놓고 약국과 제약·도매업체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선 현장에서는 복지부가 늑장행정으로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달부터 적용돼야 하는 사안이라면 사전에 법 개정 작업을 마쳐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채 약국과 거래 업체들이 협조하라는 식의 통보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한약사회는 요양기관 기호 제공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약국가가 거래 업체의 요구에 선뜻 응하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약사회는 복지부의 이번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 등을 지적하며 이미 반대 의견을 제출한 상황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복지부의 협조요청을 받았지만협회 차원에서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회원들에게 공지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사업자번호 등으로 거래 요양기관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요양기관 기호까지 제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신상정보의 유출 우려가 있는 요양기관 기호 제공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일선 약국도 법 개정 작업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이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