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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회명(六悔銘)
여섯 가지 뉘우칠 일에 대한 계율
六 : 여섯 륙(八/2)
悔 : 뉘우칠 회(心/7)
銘 : 새길 명(金/6)
출전 : 명심보감(明心寶鑑) 존심편(存心篇)
때에 맞춰 일을 처리하면 좋으련만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기회를 놓치고 뒤늦게 후회하는 일을 많이 본다.
성인이나 앞을 내다보는 예언자가 될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은 그때 왜 그랬을까 하며 땅을 치지만 되돌릴 수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회를 놓쳐서 별 볼 일 없게 되면 '파장에 수수엿 장수' 신세가 된다. 그렇더라도 후회한다고 소용이 없다면서 후회만 해서는 앞날이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거나 '도둑맞고 사립 고친다'고 비아냥대더라도 잘못을 두 번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가장 좋은 일은 좋은 자리에 있을 때, 잘 나갈 때 후회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인데 이게 어렵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잘 알면서도 잘 잊고 까마득히 지나간다.
잘 알려진 주자십회(朱子十悔)와 함께 여섯 가지의 뉘우칠 일에 대한 계율, 즉 육회명(六悔銘)을 보면 더욱 그렇다.
보배로운 말과 글을 모아 옛날 서당에서 학동들에 가르치던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실려 누구에게나 익었다. 고려 말기 명신 추적(秋適)이 편찬한 이 책의 존심(存心)편에 구래공(寇萊公)이 한 말이라면서 나온다. 구래공은 북송(北宋)의 정치가 겸 시인 구준(寇準)의 별칭이다. 내용을 보자.
官行私曲失時悔.
관원은 사사롭고 굽은 일을 행하면 벼슬을 잃을 때 후회하고,
富不儉用貧時悔.
부자는 검소하지 않으면 가난해졌을 때 후회하며,
學不少勤過時悔.
어렸을 때 배우지 않으면 시기가 지났을 때 뉘우치고,
見事不學用時悔.
일을 보고 아니 배우면 필요할 때 뉘우치며,
醉後狂言醒時悔.
취한 뒤에 함부로 말하면 술이 깨었을 때 후회하고,
安不將息病時悔.
몸이 편안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병이 들었을 때 후회한다.
조선 영조(英祖)때의 대학자 이익(李瀷)도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육회명을 남겼다.
行不及時後時悔.
행동이 때에 못 미치면 지난 뒤에 후회하고,
見利忘義覺時悔.
이익 보고 의를 잊으면 깨달을 때 후회하며,
背人論短面時悔.
등 뒤에서 논단하면 면대할 때 뉘우치고,
事不始審僨時悔.
일을 처음에 못 살피면 실패할 때 뉘우치며,
因憤忘身難時悔.
분으로 인해 몸을 잊다 어려울 때 후회하고,
農不務勤穡時悔.
농사에 게으르면 수확할 때 후회하네.
두 육회명 모두 상식적으로 아는 일인데 실천이 어렵다. 사람이 후회 없이 생을 마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누구나 후회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좀 더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
암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간호인이 말기환자들을 돌보면서 후회하는 것을 정리한 책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이 있다.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는 ①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②내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았더라면, ③내 감정을 표현할 용기가 있었더라면, ④친구들과 계속 연락하고 지냈더라면, ⑤나 자신에게 더 많은 행복을 허락했더라면 이다.
어느 새 나이가 육십이 되다보니 인생을 한번 뒤 돌아보게 된다. 때로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司馬牛憂曰: 人皆有兄弟, 我獨亡.
사마우가 걱정하면서 말하였다. '사람들은 모두 형제가 있는데 나만 홀로 없구나.'
子夏曰: 商聞之矣, 死生有命, 富貴在天. 君子敬而無失, 與人恭而有禮, 四海之內, 皆兄弟也. 君子, 何患乎無兄弟也?
자하가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삶과 죽음은 운명에 달린 것이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군자가 남을 공경하고 실수가 없으며 남을 대할 때 공손하고 예의범절이 있으면, 온 세상 사람이 다 형제이니 군자가 어찌 형제가 없음을 걱정하겠는가?'
들은 얘기 중에 '가족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 친구는 내가 선택한 가족이다'는 말이 있다. 누구의 얘기인지는 몰라도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외국의 어느 출판사에서 '친구'라는 단어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을 공모한 적이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정의를 내렸지만, 그 중에서 1등은 바로 이 내용이었다. '온 세상이 나를 등지고 떠날 때 나를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이 친구라는 것이다.
명심보감 / 존심편(存心篇)
존심편(存心篇)
인의(仁義)의 마음 지키기를 성(城) 지키듯이 하라.
우리에게는 하늘이 부여한 양심(良心)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양심을 지킬 수 있다면 선한 사람이 되고, 양심을 잃는다면 악한 사람이 된다. 우리는 간단(間斷) 없는 반성과 경계로써 양심을 보존해야겠다. 인간에게는 무엇보다도 귀중한 것이 양심인 것이다.
景行錄云:
坐密室如通衢, 馭寸心如六馬, 可免過.
경행록에 이르기를, '밀실(密室)에 앉아 있더라도 마치 네 거리에 앉은 것처럼 여기고, 작은 마음 다스리기를 마치 여섯필의 말을 부리듯 하면 허물을 면할 수 있다'고 하였다.
擊壤詩云:
富貴如將智力求, 仲尼年少合封侯.
世人不解靑天意, 空使身心半夜愁.
격양시에 이르기를, '부귀를 지혜와 힘으로 구할 수 있다면 중니(仲尼; 孔子)는 젊은 나이에 마땅히 제후에 봉해졌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푸른 하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헛되이 한밤중에 몸과 마음을 근심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제1장
范忠宣公이 戒子弟曰 人雖至愚나 責人則明하고 雖有聽明이나 恕己則昏이니 爾曺는 但當以責人之心으로 責己하고 恕己之心으로 恕人이면 則不患不到聖賢地位也니라
범충선공(范忠宣公)이 자제를 경계하여 말하기를, '비록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責하는 것은 밝고, 비록 총명이 있다 하여도 자기를 용서하는 것은 어둡다. 너희들은 마땅히 남을 책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책하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한다면 성현(聖賢)의 경지에 이르지 못할 것을 근심할 것 없다'고 하였다.
(解義)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도 남의 잘못을 책하는 데는 밝고 아무리 총명한 사람도 자기의 잘못을 용서하는 데는 어둡다. 즉, 자기의 잘못은 용서하면서도 남의 잘못은 용서가 없다. 어디까지나 모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범충선공은 자제들에게, 남을 책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책하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그와 같이 함으로써 높은 수양을 쌓아 성현의 경지에 이를 것을 종용한 것이다.
제2장
子曰 聽明思睿라도 守之以愚하고 功被天下라도 守之以讓하고 勇力振世라도 守之以거하고 富有四海라도 守之以謙이니라.
공자가 이르기를, '총명하고 생각이 뛰어나도 어리석음으로써 지켜야 하고, 공업(功業)이 천하를 덮더라도 겸양하는 마음으로써 지켜야 하고, 용맹이 세상을 진동하더라도 겁내는 마음으로써 지켜야 하며, 부유함이 사해(四海)를 차지했다 하더라도 겸손함으로써 지켜야 한다'고 하였다.
(解義)
남보다 뛰어난 사람의 몸가짐의 방법을 말한 것이다. 내가 총명이 뛰어나고 생각하는 것이 밝다 해서 그것을 세상에 과시하려 든다면 그것은 교양이 부족한 소치이며 몸을 보전하는 현명한 길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어리석은 태도를 취하는 것이 자기의 인격을 더욱 높이는 것이 된다.
공업(功業)이 천하를 덮는다 해서 우월감을 가지고 세상 사람을 대해선 안된다. 어디까지나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그 공업을 길이 간직할 수 있는 길이다.
용맹이 천하를 진동한다 해서 횡포하고 뽐내서는 안된다. 더욱 조심해서 몸을 지켜야 한다. 부(富)가 온 천하를 차지했다 하더라도 겸손한 태도로 이를 지켜야 한다. 이것이 그 부를 오래 간직하고 사람들로부터 지탄(指彈)을 받지 않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제3장
素書에 云하였으되 薄施厚望者는 不報하고 貴而妄賤者는 不久니라.
소서(素書)에 이르기를, '박하게 베풀고 후하게 바라는 자에게는 보답이 없고, 몸이 귀하게 되고 나서 천했던 때를 잊는 자는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解義)
소서(素書)는 진나라 말기의 병가(兵家)인 황석공이 장량(張良)에 전해 준 병서(兵書) 이름이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고 그 보답을 바란다는 것은 군자의 태도라고 볼 수 없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면 이것을 마음에 두지 말아야 한다.
만일 보답을 받을 생각이 있다면 처음부터 은혜를 베풀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남에게 은혜를 베풀면서도 자기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으려 애썼다.
이조 고종 때 홍태윤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천인(賤人) 계급 출신었으나 사람이 워낙 훌륭하였기 때문에 벼슬길에 오르게 되고 여러 고을의 수령을 거쳐서 顯官이 되기에 이르렀다.
천인 출신으로 존귀한 몸이 되었으니 웬만한 사람이면 교만 방자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극히 謙虛했다. 현관으로서의 威儀를 갖추어서 행차를 하다가도 길 위에서 아직도 천한 모습인 그의 친족이나 친구를 만나게 되면 반드시 수레를 내려서 깍듯이 수인사를 했다.
그는 몸이 귀하게 되었다고 해서 한 때도 천했던 시절을 잊는 일이 없었다. 그럴수록 세상 사람들은 그의 몸가짐을 극히 존경해서 그 심했던 階級主義 사회에 있어서도 양반 계급의 인사들이 그와 許交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오래도록 지위를 보존하고 덕망이 높았으며, 지금까지도 그의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
제4장
施恩이어든 勿求報하고 與人이거든 物追悔하라.
은혜를 베풀거든 그 보답을 구하지 말고 남에게 주었거든 후에 뉘우치지 말라.
(解義)
은혜를 베푼다는 일은 어디까지나 사랑의 정신에 근거를 둔 미덕에 그칠 뿐으로 그 이상의 것이 개재되어서는 안된다. 또 일단 남에게 물건을 준 이상 나중에 뉘우치는 마음을 가져선 안된다.
제5장
孫思邈이 曰 膽慾大而心慾小하고 知慾圓而行慾方이니라.
담력은 크게 가지도록 하되, 마음가짐은 섬세해야 하고, 지혜는 원만하도록 하되 행동은 방정해야 한다.
(解義)
사람은 용기가 있어야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용기가 없다면 고난을 견디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중도에서 물러서거나 실패하고 말아서 무슨 일이든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그렇게 때문에 사람은 不退轉의 용기를 길러야만 한다.
반면 마음가짐은 극히 조심하고 세밀하여야 한다. 마음가짐이 조심스럽고 세밀하지 못한다면 일에 결함이 많이 생겨서 실패의 동기가 된다. 지혜는 원숙해야 하며 행동은 방정해야 한다.
念念要如臨戰日, 心心常似過橋時.
생각하는 것은 항상 싸움터에 나아갔을 때와 같이 하고, 마음은 언제나 다리를 건널 때와 같이 조심해야 한다.
懼法朝朝樂, 欺公日日憂.
법을 두려워하면 언제나 즐거울 것이요,
공(公; 공적인 일, 나라의 일)을 속이면 날마다 근심이 된다.
제6장
朱文公이 曰 守口如甁하고 防意如城하라.
주문공(朱文公)이 이르기를, '입을 지키는 것을 甁과 같이 하고, 뜻을 막기를 城과 같이 하라'고 하였다.
(解義)
수구여병이란 말은 입을 지키는 것을 병과 같이 하라는 뜻으로써 우리들의 입에서 흔히 오르내리고 있다. 입은 재앙과 근심의 문이 된다느니, 사람이 말을 쉽게 하는 것은 책임이 없는 행동이니 하는 말들은 다 같이 말조심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입을 연다는 것은 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인언서판(人言書判)이란 말이 있으니 사람은 첫째 인물이 잘나야 하고, 둘째 말을 잘해야 하며, 셋째 글씨를 잘써야 하고, 넷째 판단을 잘해야 한다는 뜻으로써, 이 네가지 조건을 구비한다면 처세헤 나가는 데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말을 잘하는 것도 한 가지 보배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맹자도 말을 잘 했기 때문에 이름이 더욱 높았고, 소진(蘇秦)이나 장의(張儀)도 말을 잘 했기 때문에 한때 육국(六國)의 상인(相印)을 몸에 차고 천하 제후를 두렵게 했으며, 종횡가(縱橫家)로써 이름을 후세에 전했다.
방의여성(防意如城)이란, 나쁜 뜻이 마음 속에서 싹트는 것을 마치 튼튼한 성곽으로 외적의 침입을 방지하듯이 굳게 막으라는 뜻이다. 즉, 나쁜 뜻이 싹트는 것부터 이를 막아버려서 마음이 악해지고 행동이 그릇되는 것을 미연(未然)에 방지하라는 것이다.
心不負人, 面無慙色.
마음이 남을 저버리지 않으면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없다.
人無百歲人, 枉作千年計.
사람은 백살을 사는 사람이 없건만
부질없이 천년의 계획을 세우는구나.
제7장
寇萊公六悔銘에 云하였으되 官行私曲失時悔요 當不儉用貧時悔요 藝不少學過時悔요 見事不學用時悔요 醉後狂言醒時悔요 安不將息病時悔니라.
구래공(寇萊公)이 육회명(六悔銘)에 이르기를, '벼슬아치가 私曲을 행하면 벼슬을 잃을 때 후회하게 되고, 부유했을 때에 절용(節用)하지 않으면 가난해졌을 때 후회한다. 기예를 젊었을 때 배우지 않으면 시기를 넘기고서 후회하게 되고, 일을 보고 배우지 않으면 필요하게 되었을 때 후회한다. 술취한 뒤에 함부로 말하면 깨어났을 때 후회하고, 몸이 성했을 때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병들었을 때 후회한다.
(解義)
관직에 있는 사람은 청렴결백(淸廉潔白)한 태도를 堅持하고 직무에 충실하여야만 그 관직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또 발전을 기할 수 있다.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서 부정을 행한다면 벼슬을 잃는 결과를 가져오니, 그때 가서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다.
부유했을 때 아껴 쓰지 않으면 가난해지기 마련이니, 가난해진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부유했을 때는 재물을 아껴 써서 그 富를 오래 지켜 나가도록 힘써야 한다.
기예는 젊었을 때 배워야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쉽게 성취할 수 있다. 그때를 놓치게 되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배워지지 않는다. 사람은 모름지기 시기를 놓치지 않고 배워야 한다. 일을 보았을 때는 이를 배워 두어야 한다. 배워 두지 않는다면 필요한 때에 배우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술이 취하게 되면 함부로 떠들고 따라서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깨어난 뒤에 아무리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술이 취했을 때 말조심하는 습관을 길러서 그와 같은 폐단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몸이 성했을 때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않고 몸을 돌보지 않는다면 병들었을 때 후회한다. 평상시에 충분히 휴양하고 몸을 돌봐서 병나는 일이 없도록 힘써야겠다.
益智書云:
寧無事而家貧, 莫有事而家富.
寧無事而住茅屋, 不有事而住金屋.
寧無病而食麤飯, 不有病而服良藥.
익지서에 이르기를, '차라리 아무 사고 없이 집이 가난할지언정, 사고가 있으면서 집이 부유하게 되지 말 것이며, 차라리 아무 사고 없이 허술한 집에서 살지언정, 사고가 있으면서 좋은 집에서 살지 말 것이며, 차라리 병이 없으면서 거친 밥을 먹을지언정, 병이 있어 좋은 약을 먹지 말 것이다'고 하였다.
心安茅屋穩, 性定菜羹香.
마음이 편안하면 모옥도 평온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다.
景行錄云:
責人者不全交, 自恕者不改過.
경행록에 이르기를, '남을 꾸짖는 자는 사귐을 온전하게 할 수 없고,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자는 허물을 고치지 못한다'고 하였다.
夙興夜寐, 所思忠孝者, 人雖不知, 天必知之. 飽食煖衣, 怡然自衛者, 身雖安, 其如子孫何.
아침 일찍 일어나면서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충효만을 생각하는 자는
남이 비록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하늘은 반드시 알 것이요,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입고서 안락하게 제몸만 보호하는 자는 몸은 비록 편안하나 그의 자손은 어찌 될 것인가?
以愛妻子之心, 事親則曲盡其孝.
以保富貴之心, 奉君則無往不忠.
以責人之心, 責己則寡過.
以恕己之心, 恕人則全交.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버이를 섬긴다면 그 효도가 지극할 것이요, 부귀를 보전하려는 마음으로 임금을 받든다면 그 어느 때나 충성할 것이다.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책망한다면 허물이 적을 것이요,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한다면 온전한 사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爾謀不臧, 悔之何及.
爾見不長, 敎之何益.
利心專則背道, 私意確則滅公.
네 꾀가 옳지 못하면 후회한들 어디에 이를 것이며(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며), 너의 소견(식견)이 뛰어나지 못하면 가르친들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위한다면 도리에 어긋나게 되고, 자기의 사사로운 마음이 굳어지면 공적(公的)인 것을 생각하는 마음은 사라지게 된다.
生事事生, 省事事省.
일을 만들면 일이 생기게 되고,
일을 덜면 일이 없어진다.
▶️ 六(여섯 육/륙)은 ❶지사문자로 두 손의 세 손가락을 아래로 편 모양을 나타내어 '여섯'을 뜻한다. 五(오) 이상의 수를 나타내는 한자의 기원은 과히 뚜렷하지 않으나 다만 (四-六-八)은 닮은 글자이며 (五-七-九)도 같은 자형(字形)으로 되어 있다. ❷상형문자로 六자는 '여섯'이나 '여섯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六자는 八(여덟 팔)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숫자 '여덟'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六자의 기원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설은 없다. 다만 六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지붕 아래로 기둥이 세워져 있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본래는 작고 허름한 집을 뜻했던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六자는 이러한 해석과는 관계없이 일찍이 숫자 '여섯'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六(육/륙)은 (1)여섯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여섯 ②여섯 번 ③죽이다(=戮)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해의 여섯째 달을 유월(六月), 60일 또는 60살을 일컫는 말을 육순(六旬), 열의 여섯 배가 되는 수를 육십(六十), 여섯 치 또는 재종 간의 형제나 자매의 서로 일컬음을 육촌(六寸), 한시에서 여섯 자로서 한 구를 이루는 형식을 육언(六言), 무엇을 직접으로 느끼어서 깨닫는 신비한 심리 작용을 육감(六感), 점괘의 여러 가지 획수를 육효(六爻), 사람의 여섯 가지 성정으로 희喜 노怒 애哀 낙樂 애愛 오惡를 이르는 말을 육정(六情), 여섯 가지의 곡물로 벼 기장 피 보리 조 콩을 이르는 말을 육곡(六穀), 예순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나이 쉰 한 살을 일컫는 말을 망륙(望六), 언론계에서 뉴스 보도에 반드시 담겨져야 할 여섯 가지 기본 요소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를 일컫는 말을 육하원칙(六何原則), 온갖 법령을 다 모아서 수록한 종합 법전을 이르는 말을 육법전서(六法全書), 14~15세의 고아 또는 나이가 젊은 후계자를 일컫는 말을 육척지고(六尺之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오뉴월의 더운 날씨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유월비상(六月飛霜), 내장의 총칭으로 오장과 육부를 분노 따위의 심리 상태가 일어나는 몸 안의 곳으로서 이르는 말을 오장육부(五臟六腑), 서른여섯 가지의 계략 또는 형편이 불리할 때 달아나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삼십육계(三十六計), 여덟 개의 얼굴과 여섯 개의 팔이라는 뜻으로 뛰어난 능력으로 다방면에 걸쳐 눈부신 수완을 발휘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팔면육비(八面六臂), 두 팔과 두 다리와 머리와 몸통을 이르는 말로써 온몸을 이르는 말을 사대육신(四大六身),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섯이라는 뜻으로 혼자서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삼면육비(三面六臂) 등에 쓰인다.
▶️ 悔(뉘우칠 회)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걸리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每(매, 회)로 이루어졌다. 단념(斷念)하지 못하고 마음에 걸리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悔자는 '뉘우치다'나 '후회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悔자는 心(마음 심)자와 每(매양 매)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每자는 비녀를 꽂은 여자를 그린 것으로 이전에는 母(어미 모)자와 같은 뜻으로 쓰였었다. 이렇게 어머니를 뜻하는 每자에 心자가 결합한 悔자는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悔(회)는 ①뉘우치다 ②스스로 꾸짖다 ③한이 맺히다 ④분하게 여기다 ⑤뉘우침 ⑥후회 ⑦잘못 ⑧과오(過誤) ⑨깔봄, 얕봄 ⑩주역의 괘효 ⑪아깝게도 ⑫유감스럽게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 한(恨), 뉘우칠 참(懺)이다. 용례로는 뉘우치고 한탄함을 회한(悔恨), 잘못을 뉘우치고 고침을 회개(悔改),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을 회심(悔心), 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을 회오(悔悟), 뉘우침과 허물을 회우(悔尤), 지은 죄를 뉘우침을 회죄(悔罪), 뉘우치어 부끄럽게 여김을 회치(悔恥), 뉘우쳐 탄식함을 회탄(悔歎), 그릇된 것을 뉘우침을 회비(悔非),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나 얼굴빛을 회색(悔色), 잘못을 뉘우치는 빛을 띤 얼굴을 회안(悔顔), 잘못한 것을 뉘우치고 두려워 함을 회구(悔懼), 과거의 죄악을 깨달아 뉘우쳐 고침을 참회(懺悔), 일이 지난 뒤에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을 후회(後悔), 몹시 뉘우침이나 뼈저리게 뉘우침을 통회(痛悔), 부끄러워하며 뉘우침을 참회(慙悔), 한탄하고 뉘우침을 감회(感悔), 잘못을 깨닫고 뉘우침을 오회(悟悔), 제가 한 일에 대해 뉘우침을 자회(自悔), 거짓 참회로 겉으로 뉘우치는 체함을 위회(僞悔), 슬퍼하고 뉘우침을 창회(愴悔), 잘못을 뉘우치고 착한 일을 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회과천선(悔過遷善),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회지막급(悔之莫及) 또는 회지무급(悔之無及), 회개하려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회개지심(悔改之心), 허물을 뉘우쳐서 스스로 꾸짖음을 일컫는 말을 회과자책(悔過自責), 하늘에 오른 용은 뉘우침이 있다는 뜻으로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더 올라갈 데가 없어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듯이 부귀가 극에 이르면 몰락할 위험이 있음을 경계해 이르는 말을 항룡유회(亢龍有悔),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음이나 일이 잘못된 뒤라 아무리 뉘우쳐도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후회막급(後悔莫及), 지난 일을 뉘우쳐도 소용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추회막급(追悔莫及), 끝내 회개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종불회개(終不悔改) 등에 쓰인다.
▶️ 銘(새길 명)은 ❶형성문자로 铭(명)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글자, 이름의 뜻을 가진 名(명)으로 이루어졌다. 금속(金屬)에 새긴 글자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銘자는 '새기다'나 '기록하다', '조각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銘자는 金(쇠 금)자와 名(이름 명)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이렇게 '이름'이라는 뜻을 가진 名자에 金자가 더해진 銘자는 금속판에 이름을 새긴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금속판에 이름을 새긴다는 것은 오래도록 이름을 남겨 보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銘자의 본래 의미는 '공덕(功德)을 기려 이름을 새기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기록하다'나 '조각하다'와 같이 오래도록 보존하고 남긴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銘(명)은 한문 문체(文體) 형식의 한 가지로 대개 운(韻)을 넣어 넉 자 한 짝으로 귀(句)를 이루어 서술하는데, 주로 자기 자신을 경계하거나 남의 업적(業績) 또는 사물의 내력을 찬양(讚揚)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 금석(金石), 기물(器物), 비석(碑石) 따위에 새김의 뜻으로 ①새기다 ②기록(記錄)하다 ③조각(彫刻)하다 ④명심(銘心)하다 ⑤금석(金石)에 새긴 글자 ⑥문체(文體)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새길 간(刊), 새길 각(刻), 새길 조(彫), 새길 루(鏤), 새길 전(鐫)이다. 용례로는 잊지않게 마음에 깊이 새김을 명심(銘心), 마음속 깊이 새기어 둠을 명기(銘記), 마음에 새기어 둠을 명간(銘肝), 고마움을 마음속 깊이 새겨서 간직함을 명패(銘佩), 마음에 깊이 새기어 고마움을 사례함을 명감(銘感), 마음에 깊이 새기어 고마움을 사례함을 명사(銘謝), 금석金石에 문자를 새김을 명각(銘刻), 잊지 않도록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둠을 명루(銘鏤), 특별한 방법으로 품질이 좋게 만든 술을 명주(銘酒), 비석에 새긴 글을 비명(碑銘), 감격하여 명심함 또는 깊이 느끼어 마음속에 새기어 둠을 감명(感銘), 마음에 깊이 새기어 잊지 않음을 간명(肝銘), 늘 자리 옆에 적어놓고 자기를 경계하는 말을 좌우명(座右銘),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두고 잊지 아니함을 명심불망(銘心不忘), 살갗에 새기고 뼈에 새긴다는 뜻으로 마음에 깊이 새겨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명기누골(銘肌鏤骨), 잊지 않기 위하여 허리띠에 써 놓고 마음에 깊이 새겨 둠을 서신명폐(書紳銘肺), 마음속 깊이 새겨 둠을 각골명심(刻骨銘心), 비를 세워 이름을 새겨서 그 공을 찬양하며 후세에 전한다는 말을 늑비각명(勒碑刻銘) 등에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