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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클럽
60
혜원이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의 부모와 그의 부모, 그리고 찬샘의 부모가 달려왔다.
“해성아, 우리... 우리 혜원이 괜찮은 거니?”
평소에 무섭기로 소문난 혜원모의 목소리가 떨렸다. 곧 눈물이라도 보일 것 같았다. 아무리 냉정해도 그녀는 혜원을 낳아준 엄마엿다. 엄마는 강하지만 자식 앞에선 약한 법이다. 혜원모가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 누워있는 혜원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상태가 무척 심각했다. 이번엔 좀 심하게 맞은 모양이었다.
“누가 이랬니? 응? 누가 우리 딸 이렇게 만들어 놨어!”
혜원모가 소리를 질렀다. 해성모도 얼른 말하라고 재촉했다.
“경찰서에 있어요...”
“어느 학교야?”
“...집단으로...”
혜원모가 비틀거렸다. 혜원 부가 그녀를 옆에서 부축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남편에게 의지하며 해성을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해성은 뭐라고 해야할지 난감했다.
“애들 이름 다 대봐!”
해성은 어쩔 수 없이 그곳에 있던 서열들의 이름과 학교를 어른들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한두명이 아닌 자그마치 9명이었다. 9명에게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동안에 얼굴에 상처가 났을 땐 가볍게 넘겼는데 이번일은 절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담당 의사가 혜원의 상태를 살폈다. 혜원의 부모는 그를 바라보앗다.
“어떤가요?”
“외상은 좀 심하나 그 외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지금 기절한 상태이긴 하지만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겁니다”
“정말 괜찮은 겁니까?”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CT촬영에서도 별 이상 없었구요. 일단 환자가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외상이 좀 심해 병원 치료는 받아야 합니다.”
혜원모는 의사의 말을 듣고 멍해졌다. 특별한 이상이 없어 다행이긴 해도 외상이 너무 심하다. 도대체 얼마나 때렸길래 저럴까. 자신의 딸을 저렇게 만든 장본인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깊은 밤. 부평 경찰서 앞. 한 눈에 봐도 비싼 외제차가 경찰서 입구에 멎는다. 운전 석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내려 뒷좌석의 문을 연다. 안에서는 자연스런 파마머리에 중년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이며 차갑고 날카로워 보이는 눈을 가진 여자가 내렸다. 회색 정장에 검은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키가 컸으며 늘씬한 외모를 가졌다. 그녀의 겉모습에서 부잣집 사모님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그녀는 신일그룹 회장 은제성의 아내 성민주엿다. 성민주 또한 대단한 재벌가였으며, 신일 그룹의 20%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성민주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경찰서 안으로 들어섰다.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곧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도도한 얼굴로 다가갔다. 그녀는 주아의 친모였다.
“또 폭력이라니, 믿을 수가 없구나. 인천으로 보내놨더니 헛짓이나 하고 다니다니.”
주아는 보기 싫은 듯 고개를 돌렸고, 다른 일진들과 그녀들의 부모들은 민주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피해자 부모는 어디 있죠?”
“병원에 입원해서 병원으로 갔을 겁니다. 피해자의 부모는 가해자들 모두를 소년원에 넣었으면 한다고 합니다만...”
민주는 여학생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러다 주아에게 시선이 향했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더니 또 사고나치니? 도대체가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다닐 수가 없구나. 우리 애는 데리고 가도록 하겠어요.”
“아직 조사가 안 끝났습니다.”
민주는 예상했다는 듯 명품가방에서 돈봉투를 내밀었다. 담당형상인 김형사가 뭐냐는 듯 보았다.
“합의는 제가 만나서 하도록하죠. 우리 애 데리고 가겠습니다. 가자.”
민주는 우아한 발걸음으로 앞서 걸었고, 주아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다른 일진들은 어이가 없고 기가막혔다. 돈으로 해결하는 민주나 주아나 둘다 꼴불견이었다.
민주는 주아와 함께 혜원이 입원했다는 병원으로 갔다. 앞에서 혜원의 부모를 만날 수 있었다. 아니, 민주는 단번에 혜원모를 알아보았다.
“이세미.”
혜원의 엄마, 세미가 민주를 보았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아의 엄마가 성민주라니... 그것은 해성도 마찬가지였다. 주아의 엄마가 신일그룹 회장의 아내일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병원 휴게실 탁자에 마주 앉은 민주와 세미. 둘 사이엔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악연이었다. 부잣집에서 아무것도 부럽지 않게 살아온 민주는 세미에겐 거슬리는 존재였다. 도도하고 거만하며 새침하기까지 햇고, 언제나 세미를 무시하고 깔보았다. 평범한 가정, 평범한 집안의 딸인 세미가 민주보다 앞선 것은 공부와 주먹질뿐이었다. 아니, 공부마저 민주가 한 수 위였다. 민주는 항상 전교 1등이었고, 세미는 기껏해야 2등이나 그 밖으로 밀려나 전교 20등 안을 웃돌 뿐이었다. 어느것하나 남부럽지 않은 민주는 소위 명문대인 성지대에 특차로 입학했고, 세미는 육군사관학교로 진학을 했다.
“오랜만이구나.”
“......”
“너랑 내가 이런 일도 다시 만나게될 줄 누가 알았겠니.”
세미의 차가운 눈빛이 민주를 향했다. 여전히 도도하고 거만했다. 옛날과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니 딸은 괜찮니? 얼마를 원하지?”
항상 이런식이다.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세미는 민주가 더럽게 느껴진다. 예전에도 그랫지만 다시 만난 지금도 무척, 아니, 전보다 더 더러워진 것 가다. 민주가 내미는 돈봉투, 더러운 돈 따위 받고 싶지 않다.
“변한 거 없구나, 성민주.”
“이세미 너도 마찬가지야. 재수없는 눈빛과 역겨운 말투, 천박해보이는 웃음까지... 네 딸도 알만하다.”
“합의해주고 싶은 마음 없다.”
“어떤식으로든 난 내 딸 소년원에 보내지 않아. 어차피 나가게 될 텐데그냥 합의하지? 얼마를 원하지? 더 달라고 하면 더 줄게. 너한테 손해볼 일은 없을 텐데?”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고 생각해? 예전에도 그랫지, 성민주. 무조건 돈으로 해결하는 것. 그 버릇 여전하구나? 그래서 재성씨도 돈으로 얻었구나? 행복해? 돈으로 얻은 사랑 좋아? 만족스러워? 남의 남자 빼앗으니까 행복하냐고!”
“행복해. 재성씨도 만족하고 나도 만족해.”
“...그래? 죽은 연경이만 불쌍하게 됐네. 연경이가 너 엄청 원망했던 거 알지? 하긴 몰랐으려나? 알 리가 없겠다. 돈으로 재성씨 빼앗아버리고 부산으로 가버렸으닊. 잘난 사모님의 딸도 교육이 좀 덜 된 것 같네. 사업에만 신경쓰지말고 딸한테도 신경 좀 써.”
“...”
“니가 양심이 있다면 처음에 미안하다고 말하는게 순서였어. 넌 미안하다는 말 끝까지 안 하는구나? 하긴 예전부터 도도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공주님이엇으니 사과가 뭔지도 모르겠지. 다시는 만나지 말자. 피차 그게 낫지?”
“아줌마, 혜원이 깨어났대요.”
민주가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해성이 다가왔고, 세미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혜원이 있는 응급실로 가버렸다. 혼자 남은 민주는 잠시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아야, 그만 가자.”
민주가 주아에게 말헀다. 주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돌아서는 그녀에게 다가오는 세미.
“성민주, 넌 파멸할거다. 네가 아니라면 후대에라도 네가 뿌린 씨앗들을 고스란히 거둬들이게 될 거다. 지금이라도 그따위 오만 그만둬. 그리고 연경이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해라.”
민주는 세미의 말을 무시해버리고 주아와 함께 응급실을 나갔다. 들을 필요도 없었다. 한낱 쓸데없는 말들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리엔 과거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오연경. 세미의 친한 친구였으며 재성의 연인이었다. 연경과 재성은 신입생과 선배로 처음 만났다. 서로가 마음에 들었던 두 사람은 곧바로 사귀게 되었으며 결혼을 약속했다.
당시 그들과 같은 대학을 다니고 있던 민주는 캠퍼스에서 농구를 하고 있던 재성에게 첫눈에 반해버렸고, 적극적인 대쉬를 했다. 그러나 재성은 연경과 사귀고 있었기에 민주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성에 대한 감정은 점점 커져만 갔고, 마침내 빼앗기로 햇다. 이대로 물러나기엔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연경은 시골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의 딸이엇다. 별볼일 없는 집안의 딸. 그러나 재성은 부모님 모두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한 대학교수였다.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것은 재성의 손해였다. 재서이 한낱 촌에서 고기잡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돈으로 재성을 유혹햇다. 당시 경영학과에 다니던 재성은 수석으로 성지 경영학과의 인재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어 기업에서 여기저기 스카웃이 들어와 있었다. 그 또한 성공에 대한 야욕이 컸다. 또 당시에 졸업을 한달 앞두고 재성의 부모가 세미나 때문에 캐나다에 갔다가 돌연 사고를 당해 모두 사망하고 말았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민주의 달콤한 유혹은 구원과도 같았다. 그녀의 돈, 그녀가 물려받을 회사, 그리고 그녀의 몸 전부를 받아들였다. 그후로 졸업을 하고 민주와 부산으로 내려와 경영수업을 받았고, 결혼 후 회사를 물려받았다. 민주 또한 학교를 마치고 그녀의 회사에서 그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유학도 가고, 결혼도 했다. 그와 함께한 시간들이 행복했다. 그들의 사랑의 결실로 주아까지 낳았다.
연경의 존재는 모두 잊었다. 연경이 세미의 친궁ㅆ다는 것, 세미도 전부 잊엇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만날줄 몰랐고, 연경의 죽음까지도 알게되었다.
“언제까지 사고만 치고 다닐 셈이지? 경영수업도 받아야 하는데... 니가 그러면 우리는 뭐가 되겟니?”
“...”
“조직이랑 가까이 하지 말라고 인천으로 보냈더니 이젠 일진집단이라니... 기가 막히는 구나. 아무래도 엄마랑 아빠가 서울로 올라와야겠다. 부산의 일은 곧 마무리될 것이다. 서울로 본사 이전도 끝났으니 문제없을 거다.”
“....”
이제 다 지나간 일이며 세미와 재성은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으니 재성이 세미와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불안하긴 했지만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이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민주의 생각과는 달리 재성은 세미와 어느정도 친분이 있었고, 연경의 소식을 묻기 위해 연경을 찾다가 그녀의 무덤에서 세미를 만난 것이다.
***
혜원은 치료 때문에 사흘을 병원에서 지냈다. 그리고 사흘이 지난 바로 오늘 병원에서 퇴원을 했다. 아직 외상이 다 나은 것은 아니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병원에서 있는 다는 것은 그녀의 성격상 맞지 않았다.
혜원은 그녀의 부모를 뿌리치고 혼자 병원을 나왓다. 그러곤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불을 붙였다. 후. 연기를 한모금 들이마신 후 천천히 내뿜었다. 그녀의 눈빛은 전보다 더 차갑게 빛났으며 날카로웠다. 또한 살벌했다.
밟아줄게, 은주아. 조금만 기다려.
그녀는 주아를 제치고 다시 서열 1위로 올라서고 싶었다. 예전엔 그 마음이 막연했다면 지금은 더 강렬해졌고, 주아를 밟고 싶은 욕구가 솟구쳣다. 더 이상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천천히 그러면서도 잔인하게 주아를 무너뜨릴 것이다. 그래서 주아에게 뺴앗겼던 서열 1위 자리를 다시 되찾고, 그동안 자신을 깔봤던 사람들에게 모조리 복수해줄 것이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온통 복수심밖에 없었다. 주아를 처참히 밟고 서열 1위를 되찾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그 마음은 점점 더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름이 요즘 아파요ㅠㅠㅠㅠ 우짜지요??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