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가 세 개 있어요.
Destiny, Fallen angel, Finally.
그 중에서 세 번째로(결국 꼴등) 좋아하는 단어가
이 단어랍니다. 이 이야기 왜 하냐구요? 짧을 것
같아서 잡담을 길게 해야하는데 할 말이 없더라구요.
하하하, 이해하시길….(누가 이해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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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뒤에서 당신을 조용히 지켜드리는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어두운 길 걸어다가 무서울 때면 나 여기 있노라 위로해주겠습니다.
나의 몸을 불태워서 당신을 밝게 비춰드리는 촛불이 되겠습니다.
나의 몸이 남지 않을 때까지 태워서 당신의 앞길 밝혀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당신의 뒤에서 지켜주는 그림자도 되고 당신을 앞길을
밝혀주는 촛불도 되는 나는, 당신의 가장 든든한 친구입니다.-
(저희 학교 회지의 저희 반 페이지에 실린 제 글귀입니다.)
다음날 아침, 일부러 일찍 일어나서 이안에게 알리러
황궁으로 향했다. 아무도 만나지 않으려고 꼭두새벽부터
움직인 보람이 있는지 해가 막 뜨기 시작하는 시간에
나는 황궁 안에 입성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난 어제 복도에서 잠든 것 같았는데….
몽유병이라도 있나? 아니면 리안이 옮겨줬나?
그것도 아니라면…."
"뭘 그리 중얼거리고 있어?"
"아, 유안!"
"왠일이야, 이렇게 아침부터? 아, 아무튼 전해줄 말이
있었으니 잘 되었네. 잠시만 이리로 와봐."
"네? 무슨 말이요?"
그는 더이상의 설명 없이 나를 뒤쪽에 있는 작은
화원으로 이끌었다. 마리가 예전에 소일거리로 꾸몄던
곳인데, 아직도 수수함을 갖추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저번에 천계에서 봤던 마천족 여자 있잖아?
제르비아…, 뭐더라?"
"제르비아 하나테루티. 그 여자를 말하는 거군요?"
"그래, 그 연보랏빛 눈에 갈색 머리. 그 여자가,
마족과 같이 있는 걸 봤어."
"…마족이요? 하기사, 천족과도 아는 사이인데
마족이라고 모르라는 법은…."
그는 고개를 젓고는 조금 빠른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랬다면 내가 말을 했겠어? 그 여자가 전마왕파의
마족과 이야기하는 걸 봤다니까? 그것도 꽤 고위간부인
마족과! 혹시나 모르니까 카인에게 말해놔. 어렸을
때부터 아는 사이라고 했다며? 뭔가 짚이는 게 없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어릴 적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을테니 말이다.
내가 고개를 젓자, 유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말에서 더듬거림은 없었다.
"나도 네 사촌오빠쯤 되니까 널 생각해서 말하는 건데,
카인도 의심해봐야 되지 않겠어?"
"…네?"
잠시 유안이 왜 내 사촌오빠 격인지 생각하다가 내 귀에
감지된 이상한 소리를 듣고 반문했다. 하지만, 내가 들은
말과 그가 한 말에는 별달리 다른 점이 없었다.
"만약 아니라면 무릎 꿇고 사과해야할 말이지만…, 솔직히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 아니지, 어렸을 적부터 넌 연산이
빨랐으니까 안 해본 적은 없겠지. 네가 잠시 집을 나왔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가서 너와 친해지고, 몇 백년 째 네 뒤에서
보필하고. 그러면서 신뢰를 얻고 있다는 생각 안 들어?"
그는 숨이 찬지 잠시 숨을 가다듬었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다.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그게 무슨 소리냐며 끊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잘 들어, 전마왕파는 너에 대해 잘 알고 있단 말이야. 네가 얼마나
정에 굶주려 있는지. 그러니까, 의심이라도 해보란 소리야. 그것도
싫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해둬. 너는 진짜 딱, 배신 한 번 당하면 그대로
쓰러져서 안 일어날 애잖아. 안 그래? 정말로 걱정되서 하는 말이야."
"하, 하지만 카인은…."
"너무 많이 마음에 담아두지는 말라구. 아닐지도 모르니까."
"네에. 고마워요. 나, 이안한테 가봐야해서…."
"아, 마리 일로? 얼른 가봐. 무지 초조해하던데. 가끔씩
놀러도 오고. 우리 쪽에만 오면 안전하잖아?"
"네에."
유안이 가고나자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가 말했듯이, 난 괜히 필요없이 연산이 빠르다.
조건이 주어지자 마자, 모든 것은 계산이 끝나있었다.
그리고 내 생각은, '카인이 나를 흔들리게 하려고 고백을
한 것이 아닐까.'하는 데까지 나갔다.
"아니겠지…."
눈물을 머금은 채로 나에게 말했던 어젯밤의 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천계에서 그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모습도
생각이 났다. 그 두 모습이 합쳐지자, 그 생각의 길 끝에
남은 것은…, 배신 뿐이었다.
"아닐 거야. 아니라고."
이럴 때 의논할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티아는 이런 일을 의논하기엔 지나치게 순수하다. 이안이나
유안은 이해를 하지 못할 것 같고…, 남은 존재는 마리뿐인데
마리는 지금 옹알이밖에 못 하는 아기가 되어 있었다.
"아니란 말이야. 그만하라고, 그만."
생각을 멈추려고 해봐도 멈춰지지가 않는다. 예전에 소설을
보면 천재가 무심코 7자리 숫자 두 개를 생각해냈는데 그걸
곱하고 나누고 하는 것이 멈춰지지가 않아서 벽에 머리를
박아가며 멈췄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나도 그래야 하나?
"여기서 뭐해? 알리러 왔으면 알려야지."
"이안…."
"너, 울어…?"
놀라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는 날 백년 정도 봐왔지만
내가 우는 모습은 하나도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미안해요. 마리를 못 찾아서…."
"그거 때문에 우는 거야? 괜찮아. 나이를 먹으면 어련히
기억을 찾아서 돌아오겠어? 그만 울어, 미안하잖아."
"미안해요, 미안해. 너무 많이…."
등을 토닥거리며 나를 진정시켜주던 그는 그래도 내가
울음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차라리 실컷 울라고 했다.
그게 오히려 울음을 멈추기 편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조금 더 울고나자, 언제 울었냐는 듯 울음은
더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나를 보고 웃더니 말했다.
"이제 다 울었어? 깜짝 놀랬잖아. 천하의 리아가 엉엉 우는
모습을 보이다니. 이거 영광인걸. 후후, 케이에게 알려야
겠는걸. 이거 자손 대대로 남을 영광이라고."
"에에-, 놀리지 말아요. 나 가뜩이나 창피한데…."
일어서서 나무에 기대어 서있던 그는 나와 눈높이를 맞추려
주저앉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럴 때 참으로 자존심이 상하지만, 난 14살짜리 꼬마의
키였으므로 그보다 앉은키가 작았던 것이다.
"우는 게 창피하다니, 전혀 그렇지 않아. 울거나 웃거나
화내는 것은 자신의 감정표현을 할 수 있다는 뜻인걸.
그리고 그 말은, 네가 드디어 인간이 다 되었다는 뜻이고."
"난 인간이 아닌걸요."
"거기에 마천족을 집어넣으면 웃기다구. 그냥 그러려니
받아드려."
사실, 이런 거에 태클 걸 생각은 없었다. 그는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고는 나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하루만 자고 갈래? 그 눈으로 돌아갔다간 내가 혼날 게
뻔하다고. 그러니까 오늘만 방 내줄테니 자고 가."
"후후, 알았어요."
그러자 그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이더니 나에게 말했다.
"그 전에, 일 좀 도와줘. 방값은 해야되지 않겠어?"
…결국엔, 다 이렇게 될 일이었다. 아무리 울어봐야 이미
예정된 일을 바꿀 수는 없는 거였다. 옛날의 나는, 그걸
알았기에 울지 않았을 뿐이고 믿을 사람이 없었기에 울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믿을 사람이 생긴 지금의 나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둬야 할 것 같다. 결국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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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판타지]
§마 천 족(魔 天 族)§ -53. Finally-(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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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헤-, 동생 오늘도 봐줘서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