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의 편지 중에서
2004년 10월13일 편지
내가 진정 죽이고자 했던 여자는 동거했던 여자처럼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여자들’이었어요. 막상 정 때문에 죽이지 않은 그 여자는 지 꾀에 살았다고 지금도 웃고 다니겠죠. 제 사건에서 그 여자를 빼 놓고는 범죄행각이 성립이 안 돼요. 저의 살인들을 결과로만 보지 않고 원인을 본다면 그 여자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죠. 그 여자는 벼랑 끝에 선 나에게 시퍼런 비수를 들이댄 사람이에요. 그 여자로 인해 ‘말’이라는 게 얼마나 잔인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말로써 나를 그렇게 죽어 가게 만든 그 여자는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인성마저 모두 앗아가 버렸으니까요.
그 사람의 행동에 극도로 동화되어 그렇게 무자비한 행동들이 계속 되었지만 단언컨대 그런 여자가 밤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한 제2의 유영철은 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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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방에 들어가면 어둠이 싫고 혼자 불 켜는 것도 싫고 답답할 때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곤 했어요. 어떤 엄청난 일, 무시무시하도록 나를 압도시키는 일, 비가 내려도 온통 잠기도록 왔으면 바랐었고, 번개가 쳐서 전부 불 태워 버렸으면 했고 태풍이 오면 온통 집어 삼켜 버렸으면 했어요. 그런 광기들이 있었기에 파괴의 유혹을 강렬히 느끼고 미친 듯이 사람을 害(해)하고 그로 인해 나로 모르게 도취되어 버리고. 카타르시스적인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정말 내 몸 속에는 몇 방울의 광적인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아요.
2004년 10월17일 편지
女子 하면 떠오르는 相(상)이 있냐구요? 저는 상당수 사람들이 선택했다는 ‘황진이’도 아니고 제 그림 상대 ‘엄지’도 아니고 소설 속의 ‘베아트리체’도 아니에요. 두 말할 나위 없이 ‘아이 엄마’라고 말하고 싶네요.
서로 百年偕老(백년해로)하지는 못했지만 참 착했던 사람이고 지난날 폐쇄적인 나에게 그 사람은 다정하고 건전하게 다가와 처음으로 ‘사랑’이란 걸 알게 해준 여자였어요.
착한 엄마에게서 나온 아이를 4~5세 때 시장엘 데리고 다닌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어머 쟤 좀 봐” “무슨 사내아이가 이렇게 이쁘니~” 그래서 기분이 좋았었는데. 누구든 자기 자식이 이뻐 보이는 법이지만 그 녀석 데리고 다니며 아무리 봐도 우리 애보다 이쁜 앤 없더라구요. 애정 없이 부족하게 자란 저라서 애한테 만큼은 정말 잘해 주고 싶었는데.
제가 이번 蠻行(만행)을 저지르면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아세요? 머리카락이 쭈뼛이 섰을 정도로 놀랐던 순간은, 잘린 머리가 수건걸이에서 떨어졌던 순간도 아니고 머리 없는 몸뚱아리가 내게 달려들었던 순간도 아니고 開腹(개복)한 임신부의 뱃속에서 움직이는 胎兒(태아)를 보았던 순간보다 더 긴장하게 했던 일. 남이 들으면 오히려 이해 안 가는 일이지만, 그건 사체를 토막 내는 와중에 아들 녀석에게 전화가 온 순간이었어요. 전화벨 소리에 놀란 게 아니라 당황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감기 아직 안 나았어 아빠?” 하며 물어보는 말이 “아빠, 난 다 알고 있어. 그러지마”하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 했었어요.
하던 작업(?)을 중단하고 너무 긴장해서 사체 토막을 늘어놓은 채 밥을 먹었어요. 긴장하니까 배가 고파지더라구요. 이은영씨도 배고프면 밥부터 먹는다는 것처럼 사체 정리도 안 하고, 라면은 좀 그래서(?) 그 늦은 시간에 밥을 해먹었어요.
사체 토막 내는 일이 얼마나 기(氣)를 집중해야 되는지 그 음악 틀어 놓고도 긴장을 늦출 수 없더라구요. 그 다음날 아이를 만나면서 그 긴장감이 사라졌듯이 그 만큼 제 마음이 얼마나 아들 녀석에게 의존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일 겁니다. 아들녀석이 내게 주었던 정신적 위안과 행복감은 세상 그 어떤 무엇과도 비교가 안 되었다는 얘기예요.
2004년 10월22일 편지
물고기의 IQ는 0.7이라는데 그런 물고기를 놓치는 낚시꾼들은 IQ가 얼마일까요? 하루에 한 명꼴은 사람이 죽어 나가도 열심히 순찰만 도는 경찰이나 힘들게 몇 번을 잡아 놓고도 쉽게 살인마를 놓치는 경찰들은 어느 나라 경찰일까요? 법조인들끼리 소송이 걸렸다면 아무래도 경험이 풍부한 범죄자들이 심판 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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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공권력이라는 경찰이 1월에 절 그렇게 찜질방 사건으로 들쑤셔 놓지만 않았어도 그 이후의 19명의 희생자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고 제 마지막 희망도 깨지지 않았을 거예요.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심정을 정말 모르는 걸까요?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못해 제 자신이라도 죽이고 싶은 심정을 왜들 모르는 걸까요. 그래요 죽을 때까지 이런 삶의 연속이라면 지금이라도 끝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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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은 오히려(?) 재미없었어요. 실존하고 있을 그 眞犯(진범)은 저 같은 인간이 생각하기에도 맛이 완전히 간 것이라 생각해 버렸습니다. 할머니와 유치원생까지 강간, 살해하는 者라. 아무리 살인에 미친 사람이지만 저 같은 살인마가 생각하기에도 그건 아니더라구요. 그 범인이 안 잡히는 건 아마 사형수가 아닌 重刑(중형)을 받아 교도소에 숨어(?)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2004년 10월22일 편지
센스 있는 이은영씨는 이미 感知(감지)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진정 죽이고자 했던 대상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비슷한 답이라도 찾으셨다면 답안 제출해 보세요. 채점해 드릴 테니. 언론에선 ‘부유층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데 그 노부부들이 과연 부유층이었나?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자를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면서 왜 일반 여성을 죽였나?’ 그러더군요.
신사동과 구기동에서 제 눈으로 확인한 현찰만 해도 億(억)이 넘는 액수더군요. 강도로 위장한 혜화동의 그 큰 금고엔 얼마나 있었을까? 성북동의 호화주택들도 踏査(답사)를 해봤지만 감히 엄두도 못 낼 ‘철옹성’들이더군요. 대출이자 내기에도 정신없이 사는 일반인들이 과연 그 많은 현찰 구경이나 해보겠습니까?
일반여성이라는 가정주부가 마약전과가 있고 윤락전과가 그렇게 많습니까? 결혼 앞둔 여자라는 사람이 퇴폐 이발소 직원이더군요. 일반 회사에 다닌다는 여자는 ‘조건만남’ 쪽지가 컴퓨터 조사 결과 그렇게나 많이 나오던데. 물론 제가 성매매 여성들만 골라 범행을 하려고 그랬던 건 아닙니다. 사람 가지고 장난 치고 남자들 등 쳐 먹는 여자만 찾아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성매매 토론 글귀에 ‘유영철이가 사람을 더 죽이게 놔두지 왜 잡았냐’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 사건이 미화되고 옹호되어선 안 됩니다. 정말로 세상을 바꿔 놓지 못할 바엔 저 같은 어쭙잖은 인간이 또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살인이라 해도 목적 없는 살인은 없습니다.
원한이 있어서도 아니고 돈 때문도 아니고 性(성)을 빼앗으려 했던 것도 아니고, 이제라도 제가 밝힌다면 전 사회를 죽이려고 그랬던 것입니다. 그 어떤 합리화나 정당성으로 포장하려고 그러는 건 아닙니다. 그럴 기력도 안 남았습니다. 제가 왜 收支(수지)도 안 맞는 그 짓거리를 마음먹었겠습니까? 제 이름 앞에 왜 ‘희대의 살인마’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합니까? 이제 그만들 왈가왈부했으면 합니다. 사회에 대한 살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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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 ‘부유층 살인’에서 ‘토막 살인’으로 생각이 바뀐지 아세요? ‘혜화동 사건’을 마지막으로 ‘동거녀’를 만나기도 했지만, ‘신사동 사건’의 유가족이 사회에 ‘억대’의 기부를 한 사실을 인터넷에서 보고 ‘부유층’은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던 겁니다. 안 그랬으면 ‘토막살해’에 이어서 ‘조폭’들까지. 다시 ‘부유층’, ‘토막’, ‘조폭’. 끝도 없었을 겁니다.
2004년 10월25일 편지
내 아이한테 한 번 실망(?)한 적이 있었어요. 아들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갔었는데 친구들에게 아빠가 너무 잘 대해주는 모습이 질투 났는지 도무지 생각지도 못했던 ‘거친 어휘’들을 쓰더라구요. 나중엔 여자친구 가슴까지 심할 정도로 주먹으로 쳤어요. ‘나는 저 나이 때 안 그랬는데 애가 왜 이럴까 하는’ 생각도 잠시 ‘아- 내가 애를 잘못 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반면 어느 날은 父子의 마음이 일치했던 순간도 있었는데, 500원짜리 야구장 알죠? 그 야구장을 함께 지나다가 내 얼굴을 보고 씨-익 웃는 거예요. 말할 것도 없이 ‘가위, 바위, 보’ 해가면서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하는데 안타는 아니더라도 이 조그만 녀석이 잘도 맞추데. ‘역시 고추 달린 사내놈이군!’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애 엄마한테도 실망한 적이 있어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을 너무 재밌고 감동 있게 봐서 애 엄마에게 읽어 보라고 했더니 “그럴 시간 있으면 한숨 자는 게 낫다”고 해요.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그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이 나를 만나 얼마나 고생했고, 삶에 찌든 생활을 했는가를 나타내서 많이 속상했었거든요. 아내는 저로 인해 온갖 쓰디쓴 경험의 집대성 같은 결혼생활을 하다 떠나간 겁니다.
연애시절 ‘폐병환자’였던 아내와 ‘프렌치 키스’를 하면서도 전염 같은 건 아예 생각도 안 할 정도로 정말 그 사람을 사랑했었어요. 그 사람의 환경과 그 어떤 아픔까지 전부 사랑했기 때문에 그 사람도 오랜 시간 날 기다려 준 것이 아니었나 하는 늦은 悲哀(비애)가 느껴지네요.
그 사람은 다음 生에 날 만나는 거, 고개를 절레절레 하겠지만 전 그 사람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진정 사랑했기에 슬프네요.
요즘은 ‘풍뎅이’ 한 마리 유인(?)해서 저와 친해지도록 훈련시키고 있답니다. 이 인간 세상이 너의 微物(미물)보다 못하다는 걸 가르쳐 주고 있어요. 이놈도 제 정체를 알게 되면 싫증나서 금방 언제 날아가 버릴지 모르지만 이 ‘적막강산’에 움직이는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있어요.
2004년 11월4일 편지
동거녀와의 관계도 내겐 무의미한 나날이 많았다. 내가 원했던 건 사람과 사람의 情이었고 그 여자가 원한 건 돈이었다. 내 학력과 전과와 이혼남의 전력을 알아 버린 그 여자는 나를 남자로 보지 않았다.
早漏(조루) 콤플렉스가 있는 나를 조롱했고 精管(정관)수술까지 한 내게 情이 아닌 돈만 요구했다. 그래서 실제로 경찰사칭으로 불법 단속(?)은 계속 병행해야만 했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유인된 여성들과의 性관계가 결여된 것이다. 이런 얘기까지 너에게 전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튼 돈으로 여잘 사고 남잘 얻고 그런 것들을 얻기 위해 너무나 많은 가식을 보이는 사람들(현재도 수없이 그런 채팅으로 밤을 새우는 이들이 많듯이). 그런 돈으로 사람을 저울질한다는 것 때문에 性(성), 命(명), 錢(전)을 경멸했던 것이다. 근본적으로 내가 어떤 여자에게 끌렸던 것은 그 사람의 ‘정신’이라는 얘기다. 어떤 미모나 매력도 순간 외에는 내 마음을 잡진 못했다.
서로 정신 공감이 안 되는 상황에서 여성의 美는 내게 비중을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미인을 싫어한다고? 믿거나 말거나지만 실제 그랬다. 미모 좀 있는 여성만 골라서 범행한 거 보면 모르냐? 나는 무섭게(?) 살찐 가슴과 엉덩이를 혐오했다. 여봐라는 듯이 흔들고 다니는 글래머라는 족속들이 왜 그렇게 미웠는지 모르겠다.
…
나는 그 옛날 그림이나 그려(대학로에서 캐리커처를 그려 주는 사람들처럼) 깨끗한 돈을 벌고 싶었다. 정말 그 돈으로 굶지 않을 만큼 먹고 살고 싶었다. 그게 이놈의 세상에서 욕심 안 부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제일 깨끗한 일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내는 원치 않더라. 집을 많이 비우는 웨딩 사진 찍는 일도, 도장 파는 일도, 운전직도, 중장비도, 어느 사장의 비서직도 내가 하는 일마다 탐탁지 않게 생각하더라. 좀더 나은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하는 여자들의 속물근성이 아내에게도 있다는 게 보였을 때 난 내 가정에 安住(안주)하지 못했던 것이다.
2004년 11월12일 편지
내가 인체의 마디마디를 어떻게 연구했는지 아냐? 인터넷으로 인체도감을 찾아봐도 뼈만 나온 건 없길래 병원에 가서 내 몸을 X-레이로 찍었다. 아프지도 않은데 무조건 몸 전체를 찍어 달라니깐 이상하게 생각하더라. 요즘 웬만한 병원은 X-레이 기록을 CD로 달라고 하면 주는데 그걸 다시 내가 web design으로 옮겨 놓고 확대해 가면서 골절의 마디마디를 공부(?)한 것이다. 그 결과 칼을 두어 번만 대도 정강이를 자를 정도로 숙련(?)이 되더라.
내 사건들은 가면 갈수록 대담해지고 치밀해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내 범죄일지에 구상했던 과정대로 진행된 것이다.
첫댓글 읽기 귀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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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
십이
십삼
십사
십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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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송.. 맨처음거만읽고 ㄷㄹㄹ
읽기전에 말대가리 달아주세욘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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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니 기분이 살짝 묘하네 ..
2222222 저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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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하네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결과가 뭐야 죄없는 여자들을 죽인것뿐이잖아?
제가보기엔 죄가없다고는 좀 .. 잇다고해도 뭔가 아니지만
다 불쌍함
휴
서두만 좀 봐도 자긴 해야 할일을 했을 뿐이라는 태도네요 헐ㄷ
주터질라고...
그럴싸하게 편지를 쓰지만 그래도 넌 살인범이라는 거.. -_- . .
살인을 저질러 놓고도 지가 세상의 위에 서 있는냥 자기 우월주의에 심취해 있군...
저런놈의 논리대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지가 맘에 안들고 짜증나는놈 다 죽이겠네?
그러니깐 싸이코패스
데스노트가 떠오르는군요. 이해는 가지만... 자신이 자신을 죽인 결과가 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