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군요. 쿠벨릭님, 먼저 가셔서 섭했는데 알고보니 여기에 글 올리려고 그러셨나보군요(농담입니다요~ ^^)
체코필, 대단하더군요. 그 너무나도 따스하고 부드러운 음색!! 그 음색만으로도 감동받기엔 충분치 않을까... 다만 멘델스존 듣다가 느낀건데 음이 너무 둥글어서 말러의 그 다채로운 관현악을 즐기기엔 좀 그렇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어느정도 현실화되긴 했지만, 예상만큼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멘델스존에 대해선 솔직히 별로 쓰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편파적인 글이나마 올리겠습니다. 지휘자는 독주자 생각해서 악단 음량을 상당히 통제하던데, 독주자께선 그런 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잘 안되데요. 음이 틀린게 한둘이 아니고, 3악장에서 자기파트 끝내고 건들거리는 건 도대체 무슨 매너랍니까? 끝나고 들으니 연주 후에 악단원들 얼굴에 비웃는 기색이 역력했다는데,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뭐 전 악단원들한테만 박수쳤으니 상관없지만.
말러는...
1악장: 전반적으로 아주 좋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연주였습니다. 처음부터 좀 해메는 느낌이랄지요. 테너호른(전공자 한 분은 아니라시던데, 뭔지 몰라서 일단)은 계속 늦게 들어오더군요. 성부간 대비도 잘 느껴지지 않았고(연주회장 음향조건도 작용했다고 봅니다만) '기'가 느껴지지 않는, 좀 유약하달까 싶은 연주였습니다. 그래도 후반부에는 많이 수습되더군요. 연주 끝나고 박수치는 분들 때문에 좀 언짢았습니다. 근데 저도 할말없는 짓을 2악장 끝나서 하게 되다니...
2악장: 정말 좋았습니다. 전 2악장 듣기 시작한 게 최근이라 아직 잘 모르지만, 체코필의 온기가 그대로 느껴지더군요. 관현악법이 좀 성긴 탓도 있겠지만 성부 대비도 잘되었고, 1악장보다도 단정하고 힘이 있었습니다('힘찼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첼로파트 멋지던데요^^ 호른 음색 조절이 힘들다는 생각을 첫머리에서 했습니다만, 대만족이엇습니다. 2악장 끝나고 너무 좋아서 박수쳤습니다. 소리없이... ^^a
3악장: 첫머리는 좀 안맞았지만... '발푸르기스의 밤' 대신 약간 색다른 분위기의 무도회에 온 듯한 느낌이더군요. 고상하고 정중한... 아무래도 체코필의 온화함으로는 신랄하게 하기 힘들테니 그런 연주도 오히려 좋을 수 있을 겁니다. (폄하하려는 건 아니구요... 전 좋았습니다) 그래도 뒷부분에선 힘을 많이 받더군요.
4악장: 만돌린과 기타를 위해서였다고 생각되지만, 아쉬케나지가 첫머리에서 악단 음량을 극도로 억눌렀습니다. 중간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풀어졌지만. 현의 아름다움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만돌린은 뚜렷했는데 기타가 잘 안들려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뒤로 가니까 들리긴 들리더군요.
5악장: 곧바로 시작하던데, 준비가 안된 상태여서(저 말입니다) 흠칫했습니다. 금관의 대향연은 거의 없었다고 해야 되나- 그건 좀 지나치고, 트럼펫이 계속 늦게 들어오고 게다가 교회 코랄인지 지나치리만큼 느릿하게 빼는 것도 썩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미어지는 소리라니.(이건 악기가 싸구려라서 빚어진 문제 같습니다. 사실 얼굴 시뻘개지도록 불어댄 트럼펫 주자들에겐 저도 연주 끝나고 박수쳤습니다) 호른과의 '대화'도 잘 되지 않더군요. 계속 현이 주도하다가(대단한 현이죠^^ 1바이올린과 2바이올린이 선명히 대비되는 것도 흥미롭더군요. 전자가 좀 더 부드럽고 약간 두리뭉실하다면, 후자는 상대적으로 명쾌한 보잉과 음을 연출했다고나 할까요.) 갑자기 코다에서 턱없을 만큼 스케일이 커지더군요. 막판에 흥분시킨다고 웃었습니다만, 알고보니 아쉬케나지가 힘 좀 내자고 열심히 악단원들을 추켜주었답니다. 정말 합창석 앉으신 분들이 부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여담 몇마디...
하프가 둘이었습니다. 근데 1악장에서는 하나만 소리내더군요. 너무 음량이 작아서 2하프는 왜 안하나 했더니 졸고 있더랍니다. 이런~~!!! -.ㅡ+
아쉬케나지가 말러 연주하러 무대 나왔다가 도로 들어갔습니다. 악보가 없었거든요. 유쾌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한데 들은 얘긴데요, '그깟것도 암보로 못해?!'하고 비웃은 이가 있었다더군요. (우리 카페분은 아니겠죠?) 제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한마디 했을 겁니다.
"말러 7번을 암보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로만티커님과는 '더 잘할 수 있었지만 이게 어디냐, 너무 좋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고(사실 체코필이 전력을 다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진을 다 빼버렸을 테니 이해해야죠. 그래도 우리나라가 그만큼이라도 해내려면 아직 멀었다고 봅니다, 솔직히), 원광님과는 오늘 참 행복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날밤님께는 항상 신세지게 되는군요.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정엽님은 정말 뵙기 힘드네요^^
내일도 갈 겁니다. 마지막인데, 좀 더 힘내주었으면 좋겠네요. 체코필 예산 삭감 조치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아쉬케나지를 중심으로 '돈 벌자'고 나선 게 이번 아시아 투어라니, 눈물나는 얘기지요. 아이엠에푸 때도 개런티를 깎아주던 우리 아쉬케나지 씨께 감사드리면서 글 마칩니다. 내일(오늘이구낫!!)은 좀 더 많이들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만 마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