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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의사결정자의 모델이론을 정립하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문제의 인식Intelligence’,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개발Design’, 그리고 ‘최적대안의 선택Choice’이라는 세 가지 단계로 파악하였다. 여기서 가장 먼저 나오는 ‘문제의 인식’ 단계는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단계이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그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았거나 정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문제가 무엇인지가 정확하게 정의되어져야만 하며, 일단 문제가 정확하게 정의되기만 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책들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된다. 이것은 마치 병원에서 정확한 병의 원인(혹은 병명)만 파악되면 불치병을 제외하고는 그에 대한 치료가 가능하나, 많은 경우 정확한 병의 원인을 발견하기 힘들어 처방할 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튼 필자의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박혁거세의 출생과 관련된 난생신화나 백마의 등장 등은 기존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비유와 상징으로 파악했었다. 물론 이러한 단서들도 추후의 연구진행 과정에서 유용한 단서가 되었지만, 연구의 첫출발선 상에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신선술을 익히고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선도성모를 핵심단서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것보다는 그래도 신선술을 익히고 한반도로 건너온 선도성모가 낳았다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국어학자 성호경 서강대 교수는 신라 향가인 사뇌가와 페르시아 시가와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에서 ‘박불구내’가 고대 페르시아에서 하늘을 뜻하는 ‘박bagh’과 아들을 뜻하는 ‘푸르púr의 결합어(’하늘의 아들‘이란 뜻)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논문을 읽을 즈음에 필자는 이미 상당한 연구를 진행하여 선도성모의 연원이 페르시아와 관련이 있음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선도성모의 이름인 ‘사소’나 ‘파소’라는 단어가 혹시 페르시아어에 있는지 이 연구자에게 메일로 문의를 했었다. 회답 결과 선도성모의 이름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조로아스터교의 경전을 기록한 아베스타어 사전의 인터넷 사이트 주소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 고대사와 관련 있음직한 이런저런 단어들을 검색해봄으로써 아주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사소’나 ‘파소’라는 단어가 그 사전에 없었던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만약 그런 단어가 사전에 있었다면 단지 신라의 국가 형성과 관련된 단서 하나를 더 찾는 결과만을 가져왔을 것이다. 하지만 아베스타어 사전에서 다양한 단어들을 찾아봄으로써, 오히려 신라와 부여, 고구려, 백제, 가야와의 관계에 대한 단서와 단군신화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러니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옛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선도성모의 이름인 ‘파소’와 비슷한 음가를 가진 신라 5대 왕 이름인 ‘파사婆娑’는 페르시아를 나타내는 한자음인 ‘파사波斯’와 동일하다. 이것은 비록 한자는 다르지만 페르시아를 표기하기 위해 서로 다른 한자음을 빌려온 것으로서, 중앙아시아 국가인 ‘소그드Sogd’를 표현하기 위해 ‘속독束毒’ 또는 ‘속특粟特’이란 다른 한자음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그러면 박혁거세 탄생과 사망신화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박혁거세가 탄생하면서 외쳤다는 “알지 거서간이 크게 일어난다”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앞에서 비교종교학자 조지프 캠벨과 북한의 역사학자 리상호가 신화에 대해 언급했듯이, 신화는 구체적인 역사적 정황 속에서 출현한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며, 특정한 사실과 관련하여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중동 신화』를 저술한 사무엘 헨리 후크가 말한 것처럼 신화에 대한 올바른 첫 번째 물음은 “이것은 사실인가?”가 아니라, “이 신화가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박혁거세의 탄생 신화에 대해 그것의 사실 여부를 따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화가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알에서 나왔다는 박혁거세 탄생 신화의 진정한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박혁거세의 탄생 신화에서 등장하는 ‘알지’는 아베스타어 ‘azhi’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며, 이것은 ‘뱀’ 또는 ‘용’을 의미한다.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창조 신화에 의하면, 세상은 태초의 대양에 살던 뱀이 낳은 알에서 태어나거나 혹은 태초의 물에서 우주의 알이 생겨났고 그 알에서 뱀이 나왔다고 한다. 다른 신화에 따르면 알은 새가 낳았고, 뱀이 그 알을 깨고 나왔다고도 한다. 여러 민족의 고대 신화에서 뱀은 땅을 대표하는 형상이었고, 알은 뱀의 상징이자 지상에 살고 있는 모든 식물과 동물의 어머니로 여겨지는 대지신의 상징이다.
마찬가지로 뒤에서 박혁거세의 뿌리로 드러나는 아리안족이 그리스 반도로 이주하기 이전에 그곳에 살았던 원주민인 펠라스고이족 신화에서는 태초에 어머니인 에우리노메 여신이 오피온이라는 뱀과 어우러져 우주의 알을 낳는다. 결국 알에서 박혁거세가 나왔으며, 박혁거세의 또 다른 이름인 알지가 뱀을 의미하는 것은 이러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또한 이 뱀은 박혁거세의 사후에도 하늘에서 떨어진 5체를 합쳐서 묻으려는 사람들을 방해하기 위하여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뱀’ 또는 ‘용’을 의미하는 아베스타어 ‘azhi’는 그 파생어로 ‘azhish’와 ‘azhîm’이 있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 단어들에서 현재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어떤 단어들이 각각 떠오르지 않는가? 특히 전라도, 경상도 그리고 강원도 출신의 독자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어릴 때 삼촌을 ‘아재’ 혹은 여자들은 ‘아지야’, 숙모를 ‘아지매’라고 불렀으며, 요즘도 ‘오촌 당숙’이란 표현보다는 ‘오촌 아재’라는 표현을 주로 쓴다. 그리고 필자의 고향 야구팬들은 ‘마산 아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데, 여기서 ‘아재’ 혹은 ‘아지야’라는 단어는 아베스타어 ‘azhi’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azhish’는 바로 오늘날 ‘아저씨’의 어원이었으며, ‘azhîm’은 ‘아주머니’의 전라도 방언인 ‘아짐’과 경상도와 강원도의 방언인 ‘아지매’와 연관된 단어로 ‘아주머니’의 어원이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역사학자 홍윤기에 의하면 매년 11월 23일에 올리는 일본 천황가 황실에서 대대손손 카라카미韓神에게 올리는 축문의 말미에 일본말 ‘おけ阿知女おおおおおけ(오게 아지매 오오오오오게 ; 오소서! 아지매 어서 오오오오오소서!)’라고 한다는데, 이때 ‘아지매’는 단순히 오늘날의 ‘아주머니’ 개념이 아니라, 고대시대에 여신으로 숭상 받던 그 누군가를 부르는 호칭이었던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전관수는 『주몽신화의 고대 천문학적 연구』에서 우리말의 사투리이자 비속어인 ‘간나’라는 단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는데,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이것 역시 아베스타어와 관련이 있다.
“우리말에 여자를 가리키는 사투리이자 비속어로도 쓰이는 간나(ganna ; 함경, 평안, 경북), 간나이(gannai ; 경북) 등은 모두 옛말 ‘간나ᄒᆞㅣgannahae에서 온 말이다. 이 말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간나기(gannagiかんなぎ)가 된 것 같은데, 일본말로는 여자 무당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남녀를 구별할 때에는 남자 무당, 즉 박수는 오간나기(ogannagiおかんなぎ)라고 하고, 여자 무당은 메간나기(megannagiめかんなぎ)-여기서 메란 딸의 뜻을 가진 무스메(musumeむすめ)의 메일 것이다-라고 한다. 우리의 옛말 간나ᄒᆞㅣ가 원래 무당의 뜻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아베스타어 사전에서 찾아본 결과 우리말에서 여자를 가리키는 사투리이자 비속어인 ‘간나’에 해당하는 아베스타어는 ‘kanyâ’라는 단어인데, 그 의미는 ‘숫처녀virgin’ 혹은 ‘처녀maiden’의 의미이다. 결국 우리말의 ‘간나’는 아베스타어 ‘kanyâ’에서 유래했으며,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간나기’가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밖에 한반도의 지명에 남아 있는 아베스타어의 흔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먼저 신라와 경주를 지칭하는 서나벌徐那伐에서 ‘들판’을 의미하는 우리말 ‘벌’의 한자음을 제외한 ‘서나’는 아베스타어 ‘snâ’에서 나온 것으로 그 의미는 ‘목욕시키다to bathe’이다. 그리고 이것은 박혁거세가 태어난 후에 동천에서 목욕시키고 그의 부인 알영을 북천에서 목욕시킨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낙동강이 굽이 쳐 흐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삼한시대 불사국不斯國이었던 창녕의 옛 지명인 비사벌은 ‘마을의 수호천사guardian angel of the village’를 의미하는 아베스타어 ‘vîsya’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한 단군신화에서 단군이 최종적으로 도읍으로 정한 아사달이란 이름에서도 아베스타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신채호는 아사달의 ‘달’이 산을 의미한다고 했는데, 결국 아사달은 아베스타어 ‘Asha’와 산을 의미하는 ‘달'의 합성어인 것이다.
그리고 아베스타어로 ‘Asha’의 뜻은 ‘진리·정의·세계의 질서·영원한 법칙truth·righteousness·world order·eternal law’ 등을 의미한다. 여기서 ‘asha’가 ‘아사’로 발음되는 것은 ‘vîsya’가 ‘비사’로 발음되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강릉의 옛 지명인 하슬라 역시 아베스타어 ‘hathra’에서 유래된 것으로, ‘함께together’, ‘동시에at the same time’, 그리고 ‘연맹united’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밖에도 한반도 고대사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아베스타어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들은 각각 해당 내용에서 언급하도록 하겠다.
한편 신화학자 서대석은 『한국 신화의 연구』에서 “박혁거세의 사후에 하늘로 올라갔다가 이레 뒤에 유해가 땅에 흩어져 떨어졌으며, 합장을 하려고 했더니 큰 뱀이 나와서 내쫓아 못하게 하므로 5체를 5릉에 각각 장사지냈다”는 박혁거세가 죽은 뒤 나타난 기이한 행적에 대하여 오시리스 신화에서 죽은 오시리스의 시체를 조각내어 여러 곳에 흩어서 뿌리게 한 것과 유사한 것으로 혁거세의 곡신穀神적 면모를 보여준다고 했으나,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그야말로 신화적 해석에 불과하다. 박혁거세의 사후 이적의 실상은 조로아스터교가 국교였던 고대 페르시아 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이란에서 행해졌던, 새가 뜯어 먹을 수 있도록 특정한 장소에 시체를 놓아두는 조장鳥葬 풍습을 신화적으로 포장한 표현일 뿐이다.
<그림 2-4>는 전남 함평에서 출토된 옹관(독무덤)으로 두 개의 옹관을 서로 맞붙인 것이다. 한반도 각지에서 발견되는 전형적인 옹관 형태인데, 이러한 형태의 옹관이 <그림 2-5>와 같이 메소포타미아 남부 칼데아 지역에서 출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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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16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선도성모 집단과 관련 있는 중국 앙소 문화 유적지 외에 산서·산동 지역의 여러 문화 유적지에서도 옹관이 발굴된 바 있다. 결국 옹관 역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화의 흔적임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당시 조로아스터교인들은 뒤에서 자세히 살펴 볼 ‘다크마Dakhma’ 혹은 ‘침묵의 탑Tower of Silence’이라는 장소에 시체를 놓아두고 조장을 한 후에 뼈만 골라서 독으로 만든 옹관에 보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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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아스터교인들이 이처럼 시체를 땅에 묻지 않고 조장 풍습을 따른 이유는 시체를 부정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시체가 신성한 땅을 오염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조로아스터교는 불을 신성시했기 때문에 신성한 불에 부정한 시체가 닿는 것을 피하기 위해 화장에 의한 장례도 이용하지 않았다. 반면에 인도로 건너간 아리안 계통이 화장법을 이용한 것은 불교가 생기고 난 이후의 일로 추정된다.
그리고 지금도 조장을 행하고 있는 티베트에서는 시체를 천장대天葬臺라는 직사각형 모양의 바위에 올려놓고 새들이 먹기 좋게 사지를 절단한다. 티베트의 조장 풍습을 확인하고 싶은 독자께서는 구글에서 ‘티베트 천장대’라는 검색어로 검색해보면 조장 풍습 및 천장대 사진을 확인하실 수 있다. 다만 독수리 떼가 시체 주변에 모여 있는 모습은 보기에 상당히 끔찍하니 임산부, 노약자, 그리고 비위가 약한 분에게는 별로 권해드리고 싶지 않은 풍경이다.
결국 박혁거세의 사후에 하늘로 올라갔다가 이레 뒤에 유해가 땅에 흩어져 떨어졌으며, 흩어진 5체를 수습하여 오릉에 장사지냈다는 기록은 이러한 조장을 하기 위해 시체를 절단하고, 새들이 그 시체를 뜯어 먹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신화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리나라 고대 신화의 뒤에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앞으로 살펴볼 삼국시대의 다른 신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러한 천장대 역할을 하는 것이 아직 한반도 곳곳에 남아 있는데, 독자 여러분들은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첫 번째 역사 추리문제인 천장대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한 번 추측해보시기 바란다. 힌트를 드리자면 시체를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의 평평한 공간이 되어야 하며, 경주 시내 평지에 많은 고분이 있듯이, 산기슭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평야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골치 아프다고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들의 추리본능을 마음껏 뽐내보신 후에 페이지를 넘기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