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필수아이템 '셀카봉', 2010년대 발명품?
1983년 특허출원,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한 일본인의 발명품
셀카봉 [사진제공 : 이미지투데이]
특허출원 : 셀카봉(US4530580A) 연도 : 1983년 국가 : 일본 지역 : 오사카 이름 : 우에다 히로시 Hiroshi Ueda (미놀타 Minolta) |
우리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세대다. 긴 글보다는 감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매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그중 SNS 발달로 자신의 얼굴을 찍는 사진이 많아졌는데, 이른바 ‘셀프카메라’에 있어 혁신적인 기기가 있었으니 바로 ‘셀카봉’이다. 오늘 IP지식재산에서는 관광지 필수 지식재산 셀카봉의 특허역사를 알아본다.
SNS 바다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셀카는 필수 사진 중에 하나다.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ID 프로필사진으로, 여행지를 배경으로, 그냥 일상적으로 셀카기능이 필요해 졌다. 영어로는 이를 셀피(Selfie)라고 하는데, 해외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셀피 열풍은 대단하다.
국내에서는 2010년대 초반부터 셀카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디지털카메라 액세서리로 사용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판매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때 출시되던 셀카봉은 당시 유행했던 무거운 DSLR을 감당할 수 없었고 컴팩트 카메라 정도를 붙이는 용도로 사용됐지만, 역시 사용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순 없었다.
셀카봉 [사진제공 : 이미지투데이]
사실 국내에서의 셀카봉 인기는 핸드폰의 발전과 맞물려 상승했다. 2010년대 중반 스마트폰의 카메라전환 기술, 화질과 촬영 거리가 향상되면서 셀카봉이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카메라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까지는 전파되진 않은 상황, 그런데 점차 방송계에서 새로운 촬영기술에 대한 실험정신으로 하나 둘씩 이용하기 시작한다. 그중 예능방송에서 스타들의 1인칭 화면을 셀카봉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하게 되는데, 두 촬영 장비가 환상적인 하모니를 보이며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빠르게 전파된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국내 셀카봉 관련 특허출원은 약 8건에 달했다. 미국의 10년간(2004~2013년) 셀카봉 관련 특허출원이 13건, 같은 10년간 일본의 경우가 15건인 것에 비하면 국내에서 상당한 관심을 보였던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에는 셀카봉의 대유행을 미국에서도 인정한다. 미국 ‘타임(TIME)’지에서 올해의 발명품으로 셀카봉을 25가지 제품 중 하나로 선정한 것이다. 그러나 수달 후 이는 잘못된 선정임을 알게 된다. 2010년대 유행한 셀카봉이 최초의 발명품이 아니고 무려 30년 전에 특허출원이 됐던 것이었다.
우에다 히로시의 셀카봉 특허 [사진제공 : Google patents]
특허청에 따르면, 최초의 셀카봉은 1983년 일본인 '우에다 히로시'가 발명해 1985년 미국 특허로 등록되었다. 1980년대 일본의 카메라 회사 미놀타에서 근무했던 우에다는 유럽 휴가 중 셀카봉을 발명하게 되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찾은 히로시 부부는 한 소년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소년이 카메라를 들고 도망쳐 버린 것이다. 이후 어느 여행지에서도 사진 부탁을 하기 꺼려지면서 타인의 도움 없이 사진을 찍을 기기를 발명하게 됐다.
그의 셀카봉은 늘어나는 장대 끝에 카메라를 붙이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 특성상 촬영한 모습을 즉시 확인할 길이 없어 카메라 앞에 거울을 붙여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당시 카메라는 장대에 붙이기 무거웠고, 거울을 보고 인화한 사진 역시 대부분 원하는 대로 찍히지 않았다. 그렇게 시대를 너무 앞선 발명품은 주목받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사진촬영 [사진제공 : 이미지투데이]
이후 20년이 지난 우에다의 특허는 만료가 되었고 2005년 캐나다의 한 장난감 회사원이었던 웨인 프롬(Wayne Fromm)은 ‘Quick pod’라는 이름의 셀카봉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한다. 웨인 또한 유럽 휴가 중 사진 촬영을 하염없이 부탁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을 확신했던 프롬은 박람회, 홈쇼핑 등을 통해 셀카봉을 홍보했다. 이듬해 웨인은 100만개 셀카봉을 팔며 큰 실적을 올린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특허를 획득하지 못한 웨인은 소위 중국판 ‘짝퉁’ 제품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중국 시장을 잃고 말았다. 특허의 중요성을 인지한 그는 자신의 회사 프롬 웍스(Fromm works)를 통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지금까지도 저작권 침해소송을 벌이고 있다.
셀카봉 'quikpod' [사진제공 : quikpod 공식홈페이지]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늘날 셀카봉 특허는 산재해 있다. 촬영 시 유용한 부가기능 등이 추가되는 등 누구나 쉽게 착안할 수 있는 아이디어 중심으로 출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메라 각도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거치대가 설치된 셀카봉, 흔들림 방지기능이 있는 셀카봉, 그리고 셔터, 초점조절, 줌과 같은 촬영기술을 원격제어가 가능한 셀카봉 등 융합기술이 적용된 사례들이다.
최근에는 와이파이, 블루투스를 이용한 웨어러블 기기와 비행기술 등이 접목된 기기가 등장하는 등 이젠 셀카봉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셀카 기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IT 강국인 대한민국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SNS 가입 인구수를 고려했을 때, 셀프카메라 기기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4차산업혁명에 걸맞는 기술과 일상에서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융합된다면 앞으로 더 획기적인 지식재산이 출원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