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통신, 2017, 12 (2)
1편을 써놓고는 해를 넘기고 말았네. 저녁 식사로 고구마 두 개를 구워먹었어. 저녁까지 먹었으니, 이 글을 빨리 마치고 산책을 나가야지. 지난번에 말한 대로, 나는 삼례 네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지. 그 쪽으로 5분 쯤 걸으면, 차례대로, 내가 좋아하는 커피숍 ‘휴(休) 앤 안(安)’이 나오고, 삼례 고서점이 나오며, 삼례 문화예술촌이 나오지. 조금 더 가면 삼례역이 나오고. 나는 삼례역을 오른 쪽에 두고, 대명아파트 옆의 공원을 지나 비비정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지. 낮은 언덕이지만, 거기에 올라가면 사방이 거의 다 보여. 정확히 말하자면, 270도 정도가 보여. 거기에 올라서면, 물론 혼자 있으니 쓸쓸한 심정이 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시원한 느낌, 뭔가 대범한 느낌, 뭔가 충만한 느낌을 느끼게 돼.
그러나 지난번에 말한 대로,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가지 문제로 시달리는 곳이야.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비비정 마을에도 문제가 없지 않은 것 같아. 이 동네에는 전망 좋은 까페가 하나 있고 ‘농가 레스토랑’이 하나 있는데, 이 마을 사람들이, 관청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해. 그런데 그 운영을 둘러싸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있는 것 같아. 최근에는 ‘비비정 예술열차’라는 것이 생겼어. 삼례천을 건너 전주로 가는 옛 철교 위에 열차 객실 모양의 집을 지어놓고 식당, 커피숍, 편의점, 전시장 등을 들였어. 이것도 물론 이 마을 사람들이 운영하게 되어있지.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 중 누가 운영을 하지? 협의해서? 의견 차이가 나면 어떻게 하고? 이익금은 또 어떻게 처리를 해?
외지 사람들과도 갈등이 있는 것 같아. 삼례 문화예술촌에는 디자인 박물관, 목공소, 책공방 등이 입주해있는데, 이제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간다는군. 그런데, 그 계약이 끝난 뒤에는 이 예술촌의 운영을 삼례 사람들이 손수 해보자는 의견이 제기되어있다는 거야.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까? 문화와 예술을 아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물론 삼례 사람 중에 그런 전문가가 없으라는 법은 없지만 말이야. 삼례역 구역사(舊驛舍)는 도자기 전시관으로 운영 중인데,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은 타지 사람이래. 어디에서 들었는데, 이 사람이 들어올 때 삼례 사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대.
같은 값이면 삼례 사람이 하는 것이 좋겠지. 그런데, 삼례 사람이라는 것이 누구지? 완주군 사람이면 다 되나? 그렇지 않은가봐. 며칠 전에 우리 아파트 앞 5거리에 플래카드가 하나 내걸렸어. 내용은, 삼봉 지구에 봉동 농협의 지점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이야. 삼례 이장 협의회의 명의로 되어 있어. 봉동읍은 완주군에 속해있으며 삼례읍에 인접해있어. 삼봉 지구라는 것은 삼례에 속한 곳으로, 지금 아파트 단지를 조성 중에 있지. 그곳에 봉동 사람들이 자기들의 농협을 들여놓으려고 하나봐. 삼례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거지. 이것을 막지 못하면 삼례 농협의 조합장은 물러가라는 것이야.
삼례 문화예술촌에 놀러오는 관광객들이나, 지나가는 길에 삼례를 둘러보는 여행자들은 이곳을 가리켜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마을이라고 말하겠지. 이곳은 그런 곳이 아니야. 사실, 그런 곳이 어디에 있겠어. 내막을 들여다보고 사정을 알게 되면, 그야 말로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손바닥만한 시골 마을도 문제투성이인 것으로 밝혀지게 되어 있어. 그렇기는 하지만, 한 마을이 변화하고 성장하게 되면 없던 문제가 새로이 생겨나기도 하는 거지. 삼례도 그런 것 같아. 삼례가 시장을 현대화하거나, 삼례 문화예술촌을 건립하는 등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고 변화와 발전을 어느 정도 성취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대두되는 것 같아.
얼마 전에 들었는데, 삼례에 마을 방송국을 만들려고 한다는 거야. 삼례 발전을 위한 무슨 위원회라는 곳에서 추진한대. 그 위원회 사람한테서 들은 거지. 그 사람은 나더러 방송에 출연해 달라고 요청하더라고. 아직 멀었어. 어떤 형식으로 방송국을 만들어 어떤 방식으로 방송을 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실무자들이 지금 연수를 받는 중이래. 그러니, 내가 지금 결정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나는 이미 결정하였어. 내가 삼례 방송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나아가서 방송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방식으로도 내가 삼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어. 예컨대 그 위원회의 그 사람은 삼례에 교양 대학 같은 것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나보고 거기에 출강을 해달라고 요청하였지만, 나는 사양하였어.
최근 들어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어. 삼례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는 거야. 지금, 내가 들은 대로 삼례의 속사정을 몇 가지 이야기했지만, 그런 속사정은 몇 해 전만 해도 나로서는 전혀 알지 못하던 것이지. 그렇다면, 지금 내가 들어서 알고 있는 그런 것들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일이 삼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보아야겠지. 삼례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고, 또 강해. 고집도 세고, 자부심도 있고. 게다가 슬슬 움직이고 있어. 슬슬 변화하고 있으며 슬슬 성장, 발전하고 있어. 나로서는 조금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말이지.
20년 전 쯤의 일인데, 어느 장날에 있었던 일 한 가지가 퍼뜩 떠오르네.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할머니 한 분이 옹색하게도 콩, 팥을 넣은 자루 두 세 개를 늘어놓고 앉아있었어. 팔려고 나온 것이지. 땅콩도 보이더라고. 값을 물어보면서 흥정을 하다가 내가 이렇게 말했어. “이 땅콩 한 봉지하고, 이거 하고, 이거 하고 해서, 5천원에 주시면 되겠네요.” 그러자 그 할머니가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하더라고. “이게 내 물건이고 내가 값을 정했는데, 아저씨가 어째서 마음대로 바꾸는 게요?” 물론, 교양 대학이 개교를 하면, 나는 내 관심이 닿는 강좌를 찾아가 수강을 할 꺼야. 마을 방송도 (옛날 노래 등 음악 위주로) 들을 참이고.
아까 비비정 언덕까지 갔었지? 나는 비비정을 둘러보고, 비비정 정자에 서서, 주변 경관을 완전히 망가뜨린, 새로 생긴 삼례천 철교에 욕을 실컷 해 준 후 돌아나와, 비비정 마을을 관통해서 걸어. 그리고는 삼례천 지류에 해당하는 수로변으로 난 길을 걸어 우리 아파트 쪽으로 나오지. 커피 숍에 머무는 시간을 빼고도 1시간이 좋이 걸려. 그래 보았자, 내 산책 코스의 면적은 삼례 전체의 100분의 1도 안 될 거야. 이 코스가 싫증이 나면 저 쪽 웃삼례 쪽으로 코스를 개발해야 하겠어. (끝)
첫댓글 삼례든 어디든 아니 국가든..모여 사는 사람들이 가치를 어디다 두고 사느냐가 제일로 관건인 것 같아. 기본과 원칙을 잘 지키며 이웃을 배려하는 자세로써 마을의 수익 사업이나 환경 교육등을 바라본다면 좀 더 나은 삼례가 되지 않을까? 물론 자네 같은 선각자들이 삼례 사람들에게 잘 사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일깨워 주는 수고가 필요하겠지만 말이야~ ㅎㅎ
우리 조교수님 저녁식사 메뉴가
치킨? 구운 고구마?
맨날 그런것은 아니지? ㅋㅋ
"좋이" 보단 "족히"가 어떨까요..
그래 모두에게 Happy New Year! 선각자? ㅋㅋ 선각자는 무슨. 상록수 이야기도 아니고. ㅎㅎ 나는 그냥 삼례 늙은이 중 하나. '좋이'를 찾아보았어. 표준말이고 '족히'하고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 치킨은 거의 안 먹는데, 지난 번에 한번 시켜먹었고. 보통은 그래도 밥을 먹어. 국민의 건강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약사님, 감사.
난 드라이버 칠 때 실수해서 두번째 다시 칠 떄 잘 맞더라구 중학교 2차 나와서 그런가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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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ㅋㅋㅋㅋㅋ~
카페 정말 오랜만에 찾았는데..
여전히 조학장님 독무대시네 ㅎㅎ
카톡은 안하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