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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농구를 좋아하기 때문에,이 시리즈도 1차전부터 보고 있습니다.감상평을 쓰기 위한 기준상황이
1차전부터 어긋나서(고베어아웃),새로이 글을 쓰려하면 또 다른 변수가 생기고(그리핀아웃)해서 여러모로
글을 쓰기 어려운 시리즈입니다.더욱이,공수 양면에서 양 팀의 치열한 주고받기식 두뇌싸움이 복잡하고
미세조정을 거듭하고 있기에 글로 이것을 표현하기엔 능력부족입니다.이렇게 보면 되겠다 싶으면 금세
카운터를 준비하고,또 그런건가 하면 상대가 반격하는 연쇄반응을 제 능력으론 담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매니아분들이 경기를 볼때 재미가 될 수 있길 바라며 부족하나마 글로 남겨봅니다.
경기별 평가보단 5차전 중심으로 시리즈 전반의 화두를 언급해보고 즐길거리를 제시하는 목적정도로
글을 써보겠습니다.결론이 나지 않고,중립적인 태도로 끝날 글이라 쓰는 저도 글이 참 안써지네요.
본디 픽앤롤 기반 플레이를 수비하는 방법은 팀별로/구성원별로/상대 팀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같은 팀이라도 우리편 온코트/상대편 온코트에 따라 플랜을 달리 가져가니까요.
그 중 재즈의 픽앤롤 봉쇄법은 NBA 30개 팀중 가장 간편하면서도 강력한 위용을 지니는 쪽인데
이유는 추측하시는대로 루디 고베어때문입니다.
팀별로 픽앤롤 수비법을 살펴볼때 가장 간단히 팀별 철학을 확인할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 측면입니다.
-세부적으로 너무 다양하지만 다소 거칠더라도 크게 3가지로만 일단 묶을게요.(스위칭은 배제합니다)
-하이픽앤롤이라 가정 합시다.핸들러와 스크리너가 3점밖 정면에 있고 남은 3명은 코너2명,윙1명
펼쳐진 장면을 상상하시죠
1.스크리너 수비수는 어디로 가느냐
a. 뒤로 처지느냐 : 드랍백
b. 전진해서 압박하느냐 : 헷지,쇼,블리츠(트랩=더블팀)
2.핸들러 수비수는 어디로 가느냐
a. 핸들러에게 뒤 따라붙느냐 (대부분 일단 벗겨지니까)
b. 스크리너나 타 공격수에게 따라붙느냐 : 비어백 또는 로테이트
3.나머지 3명의 수비대응 기조는 무엇이냐
a. 가운데 픽앤롤의 전진성을 도와줄것이냐 : 태깅 및 기타 헬프수비(안으로 좁혀서 도와주기)
b. 내 마크맨에게 더 집중하고 붙어있을겄이냐 : 스테이,어태치,킵프런트
평소 고베어 존재시 유타 재즈의 기본 철학은 1a,2a,3b 의 조합을 따르는 팀입니다.
(반대로 클리퍼스는 디조던을 1b형태로 좀 더 자주 씁니다)
아래 그림에서 일반적인 타팀들의 수비와 유타가 가장 다른점은 3a,3b의 차이를 가르는 윙 수비수들의
위치에요.자기 마크맨에게 찰싹 붙어있습니다.팀 디펜스 트렌드상 대다수의 팀은 3b를 중용하는데 비해
재즈의 유니크함은 고베어의 1:2 (아래그림처럼 롤맨 핸들러 둘다 커버)를 믿고 윙맨들의 헬프를 훨씬
적게 사용합니다.그냥 붙어있는 경우가 많단뜻.
즉 2:2 픽앤롤시 남은 3명은 자기 마크맨에게 붙어서 3점시도 및 컷을 최대한 억제하고 아웃넘버나 공간틈을 주는 상황 자체를 자연억제하며 순수히 픽앤롤의 공격/수비 2:2를 유도하는 것이죠.
고로 재즈수비의 유리함은 여기서 발생합니다.타팀 림프로텍터와 달리 고베어는 핸들러의 대쉬와 수평적으로 같이 대쉬하는 롤러의 페인트존 진입도 동시에 억제하는 극히 드문 빅맨입니다.
크고 길고 빠른데다 윙스팬도 좋고,눈치도 좋아서 둘이 나란히 대쉬해와도 커버를 다 치죠.핸들러가 레이업을 때릴지,롤러에게 랍이나 포켓패스를 주던지 상관없이 둘 다 제어를 할 수 있단 메리트는 남은 3명 우리편 수비의 헬프 빈도 자체를 줄여주며 자연히 3점 시도를 억제 할 마크맨에게 붙어 있을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해 줍니다.
이것이 재즈가 리그에서 가장 3점시도를 적게 주면서,동시에 가장 고기대값 득점 슈팅위치인 코너 3점
시도를 잘 억제하는 이유입니다.(코너3점 시도억제에서 리그 1위)
보통 코너 3점은 수비가 공격수에게 붙어있을때 잘 안나옵니다.대부분 가운데 픽앤롤이건 드라이브건
코트밸런스 붕괴가 올때 헬프수비가 들어가며 자기 마크맨을 비울때 패스가 그리 가서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다시 한 번 위 그림처럼 수비가 공격자에게 딱 붙어있을때랑 페인트존 근처에 위치해서 거리가
있을때의 3점 시도 의지 차이를 상상해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입니다.일단 패스를 내주기가 꺼려지겠죠?
(당연히 이런 헬프와 붙어있기 사이에 고민은 팀별로,시기별로,수비플랜의 큰 분기점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재즈의 수비철학은 깔때기처럼 림근처로 공격을 유도하면서도 외곽 3명의 수비는 홀딩하기
때문에 Funneling 전법이라고도 불립니다.깔때기 상상하시면 이해가 쉽겠죠.
이것이 또한 압도적 림보호능력이 있으면서도 피림어택 빈도가 압도적으로 고베어가 많은 이유가
됩니다.보통 림보호가 압도적이면 피해가야하는데,재즈 상대팀은 이런 깔때기식 몰이에 의해 쏘기
싫어도 리그 최고 림프로텍터 앞에서 슛을 쏴야하는 상황이 강제된다는 뜻인거죠.
하지만 재즈와 클리퍼스 모두 시리즈안에서 변수가 생깁니다.뒤로 처져서 림과 가운데를 보호하던
고베어의 아웃은 페이버스 및 백업 빅맨의 사용시간 확장을 야기했고,클리퍼스에겐 플레이메이커
2명의 부재로 폴의 과도한 핸들러 역할 떠안기를 유발하게 되었습니다.
트랙킹스탯을 봐도 정규시즌보다 배 가까이 픽앤롤 핸들링과 드라이브를 시전하고 있는 크리스 폴과
고베어없이 4경기를 치뤄야했단 재즈에겐 공통된 딜레마가 있습니다.
바로 림과 3점안쪽 사이의 거리,미드레인지를 어떻게 처리할것이냐란 문제.
원래 크리스폴은 요 몇 년간 리그최강 미드레인지 점퍼의 소유자입니다.반대로 재즈는 리그에서 가장 많이
미드레인지 점퍼를 강요하는 수비를 하고 있습니다.상술했듯 3점은 붙어서 억제하고 림은 고베어가
커버치니 상대팀으로선 자연적 롱2시도가 많을 수 밖에 없죠.하지만 하필 상대가 재즈고,하필 상대가
크리스 폴이다보니 양 팀간의 치열한 머리싸움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안으로 들어오게 할것이냐,
안으로 들어갈것이냐의 물고 물리는 딜레마.결과값은 5차전까지 재즈로서도 그리 좋다고만은 못하죠.
일단 고베어없을때의 재즈의 선택지는 드랍백이 아니라 가벼운 헷지후 리커버리입니다. 의도는 각도를 주지 않겠단 것에서 출발합니다.즉 미드레인지로 들어오지못하게 하거나,들어와도 한 번은 불편하게 하겠단 것.
폴이건 누구건 픽앤롤을 시전하면 재즈는 페이버스가 온코트할땐 위 그림처럼 합니다.미드레인지에 누가
들어왔을때 고베어처럼 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횡으로 공을 돌리게 하려는 의도.뒤로 처지는 고베어와 달리
페이버스는 핸들러를 살짝 압박해주거나 아예 먼저 각을 잡아서 안쪽으로 진입 자체를 막으려는 패턴이
거의 100% 반복됩니다.
하지만 3차전 막판의 폴쇼타임을 제하더라도,시리즈 내내 폴은 자유자재로 미드레인지를 드나들고 플레이를
합니다.심지어 고베어가 돌아온 5차전도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리그 최고의 미드포스트 부근 킵과 패스아웃 능력을 필두로 본인 점퍼,패스등을 자유자재로 뿜어내고 있어요.
(위 장면처럼 물러나건 말건,3명 4명이 둘러싸도 자기 하고 싶은 것을 거의 다 하는 폴입니다)
페이버스는 트랩에 가깝게 각도를 먼저 선점해서 사이드에 가두려 하는 시도도 하고,헷지해서 리듬을
깨려고도 하고 하지만,그렇게 큰 억제력이 나타나지 않습니다.고베어도 역시 큰 재미를 수비적으로
보고 있진 않아요.그럼에도 재즈는 폴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미들존 진입후 디시전효율을 낮추기
위해 더 강한 수를 준비합니다.바로 맨 처음 이야기했던 윙맨들의 수비 위치를 바꿔서 좁혀버리는거죠.
이 사진은 2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머리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 글 맨 처음 사진과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양 코너 수비수 잉글스와 디아우의 위치가 다릅니다.
자기 마크맨에게 딱 붙어있는 평소 수비를 버리고,고베어가 있음에도 페인트존 근처에 눌러 앉아 있죠.
확연히 3점시도억제를 다소간 포기하더라도 폴의 미드레인지 진입 및 림어택or 패스아웃을 강력히
방해하겠단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2) 스페이츠(폴피어스도 같은 역할 입니다)는 무조건 픽앤롤 뒤로 빠져서 정면에서 3점 노리는 역할을
반복합니다.본디 그리핀이 위치했을땐 저기서 3점뿐만이 아니라 드리블 돌파 후 킥아웃,숏패스라는
플레이메이킹 옵션이 하나 더 있었는데,스페이츠나 폴피는 캐치슛말곤 할게 없죠.폴로선 이렇게 상대가
뻔히 입을 벌리고 있는데도 진입할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됩니다.
그러면 또 클리퍼스도 카운터를 준비해야겠죠.저런 수비가 가능한 이유중 하나가 음바아무테를 버리는
수비를 하기 때문이고,반대측 레딕은 오늘 경기를 제외하곤 잉글스의 길목잡는 수비에 쩔쩔 매고 있기도
하니까요.
음바아무테를 저렇게 드랍오프 받아먹을 자리에 위치시키기 시작합니다.저 위치는 돌파후 핸들러가 빼주면
덩크하기 좋은 위치죠.너희가 우리 코너 3점을 버리고 폴이나 핸들러를 압박한다면 우리는 받아먹기를
노리겠다란 의도로 보시면 됩니다.너희가 거리를 좁힌만큼 우리는 더 벌어짐을 선택하기보단 우리도 같이
좁혀서 끝을 보겠단 의지.
2팀간의 경기는 남은 시리즈도 폴의 동선을 살리기 위해 배치를 꾸준히 바꿀 클리퍼스와 그 배치와
진입동선을 막아보겠다고 계속 역공할 재즈의 수비전술을 지켜보시면 굉장히 재미있으실겁니다.
어디로 몰려고하면 다람쥐처럼 빠져나오는 폴(공이건 본인이건)과 어떻게든 몰아서 패스차단하고
길목잡아서 폴의 플레이메이킹을 잠구겠단 재즈의 공방전은 정말 재밌는 관람포인트라 생각해요.
폴의 고군분투와 재즈의 강력한 수비 모두 재미를 주지만,결국 남은 팀원들이 어찌 해주느냐의
문제가 클 것 같네요.
핵심은 상대의 강점(미드레인지 폴의 디시전)과 우리의 강점(미드레인지 강요)이 맞물린 묘한 밀당의
시리즈란것.또 다른 적당한 a급의 원핸들러였다면 이 과부하를 버티지 못하고 진작에 재즈 수비에
박살이 났을 터인데 하필 그 상대가 크리스 폴이라 서로 헤게모니를 확 따오지 못하고 있는 시리즈.
1.조존슨
위 움짤은 조존슨의 장점을 그대로 비추는 장면이자 왜 헤이워드나 후드가 저렇게 못하느냐의 답이기도
합니다.조존슨은 큰 키와 무거운 무게를 아주 잘 이용합니다.가다서다를 백다운과 페이스업을 절묘히
섞어 시전하면서도,꼿꼿한 상체에서 오버헤드패스 및 바운드패스,점프중 수비수 옆구리 사이 드랍오프하기
등 모든 패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합니다.하지만 가장 유니크한 점은 스텝인데요.저렇게 캐치후에 전진하면서
어깨로 쿵하고 상대를 박치기하며 자기 공간을 벌리고 그 과정에 한 발 더 짚어넣다 뒤로 빼며 멋진 슛을
시전합니다.상대가 손을 짚어넣는데도 굴하지 않고 스텝을 쪼개는 저 냉정함이 능력인거죠.
반면에 후드는 마지막 선택을 쪼개긴 커녕 반드시 드리블 도중엔 스탑해서 점퍼외엔 불가능한 스텝을
지녔고,헤이워드는 밀고 들어가서 오프밸런스 슛은 잘 쏘지만 조존슨처럼 가다서다 변박을 이동중에
시전할 능력이 없습니다.그래서 헤이워드는 짜내서 밀고 드가는 느낌이 피니쉬에서 강해요.
두 선수가 반드시 조 존슨에게 배워야할 부분이라 생각해요.
2.조 잉글스
원래 좋아하는 선수지만,수비가 이 정도로 좋은진 이번 시리즈에서 처음 깨달았습니다.공과 사람 사이에서
길목을 잡고 패스자체를 디나이하게 수비가 먼저 움직이고 포지셔닝 하면, 느린발과 힙턴을 지닌 선수도
얼마든지 수비를 잘 할 수 있단걸 보여주는것 같네요.특히 레딕의 오프볼 커팅동선을 기가 막히게 먼저
읽어서 레딕을 4차전까지 묶는데 1등 공신이였습니다.(레딕이 잔발로 다다닥 오프볼 동선 밟으면
여유있게 몇 발만 움직여서 패스길에 서버리니 레딕이 공잡는것 자체가 어려웠고 잡아도 몸통이 먼저
드리밀고 있어서 쉬운 슛을 선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팀에서도 이번 시리즈 조지힐의 수비가 엉망이다보니 ,잉글스에게 폴을 마킹 시키는 장면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픽앤롤 수비보단 오프볼 상태나 1:1에서 패스나가는 길이나 잡으라는 의도 같아요.
어차피 벗겨지는건 잉글수도 마찬가지니까,볼흐름이라도 죽여보잔 취지)
3.재즈 픽앤롤
오늘 5차전엔 고베어-4핸들러 체재도 드디어 가동했습니다.4-1,1-4,3-5,3-4등 자유자재로 핸들러 스크리너를 갈아끼우는 픽앤롤 전법이 남은 시리즈의 또다른 변수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리퍼스는 디조던이 고베어완 달리 뒤로 처지기보단 헷지식으로 압박하는 형태가 많아서 4핸들러로
재즈가 온코트 하면 키큰 핸들러가 많은 재즈가 역으로 이용하기에 좋죠.패스한방에 오픈 나기 쉬우니까요)
플옵이 되면 팀별로 평소에 안쓰던 픽앤롤 조합도 많이 구사하고,번거롭게 층위를 복잡하게 해서 어떻게든
좀 더 압박을 덜 받고 공격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씁니다.조지 힐의 폼이 공수 양면 정상이 아닌 재즈로선
더욱 다양한 플레이메이커를 보유했단 점을 활용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4.원핸들러와 복수의 핸들러
두 팀의 픽앤롤 수비법 대처도 차이가 나지만,공격면에선 근본적으로 크게 대비되는 면이 또 이 부분입니다.
a급 핸들러 한 명의 팀 vs b급 핸들러 여러 명의 팀이란 구도가 그것이죠.(편의상 a급,b급이라 할게요)
헤비온볼러 1명에게 극한의 플레이메이킹을 요구하는 클리퍼스,여러 명의 핸들러에게 플레이메이킹을
분담하는 재즈. 어찌보면 리그 트렌드의 변곡점에서 얼마 안 남은 헤비 원핸들러 중심의 팀이란 점이
클리퍼스와 폴을 이해하는 단서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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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즈 농구를 이렇게 봐주면서 분석해주는 분들이 있다는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