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길고 긴 세월의 여정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고달픈 가시밭 길도 걸으시고 웃을 일보단 힘든 일과 괴로움이 더 많았을 우리네 인생 참고 묵묵히 걸어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도착하신 역은 천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환승역 이오니 이제는 정신줄 잘 잡으시고 어느 날 갑자기 승천할 수 있사오니 미리미리 날개옷을 입고 기다려 주십시오
어제는 며칠 전 전문요양원에 입원하신 남편 고등학교 동창분 병문안을 다녀왔다 죽음의 발걸음을 도와줄 전문요양원 이란다 치료를 위하여 이병원 저병원 순례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정착한 환승역!
요즘은 병실로 들어가는 면회는 없고 로비에서 코로나 검사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으면 요양원 측 보호자가 휠체어에 환자를 모시고 나온다
성 한 사람 눈에도 저분이 그분 맞나 싶을 정도로 바싹 여위고 초췌해진 모습이시다 그분이 남편을 알아볼 리가 만무하다 남편이, 나 우석이야 하니까 그제서 간신히 알아보시며 반기신다 평생을 같이한 죽마고우! 늙고 병들어 초라해진 두 남자가 한참이나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나눈다.
한참 후에 등뒤에 서있는 내게도 계수씨까지 오셨느냐고 인사를 하신다 전에는 계수씨라고 하면 남편이 형수씨라고 못해 하면서 실랑이 벌이던 기억이 생생하다 말소리가 겨우 들릴락 말락 해도 여전히 재밋쓰시다.
야 인마 우석아 넌 언제 그렇게 늙어버렸냐? 농담도 건네신다 너 고등학교 다닐 때 생각나니 책가방 옆구리에 끼고 모자는 빼딱~하니 눌러쓰고 키 크고 멋진 놈이었재 여학생들과 빵집만 드나들고... 그렇게 놀던 놈이 어떻게 육사는 갔는지 몰라 계수 씨 이놈 믿지 말라 신다 ㅎㅎㅎ 아주 나쁜 놈이란다. 남편이 겸연쩍게 나를 보며 웃는다 에~잉 하루라도 젊은날 귀뜀을 해주시지 않고서...... 다 늙은 할아버지들이 그래도 입담은 남아있다 전에도 남편동창모임에 가본 적이 있어 알지만 그 입담들이 어찌나 재밌고 웃기는지 집에 와서도 사나흘은 웃을 정도였다.
그러유! 그 옛날에 뭘 어쨌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이제는 다 늙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천국행 대기표를 받아 들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입장들인데 제발 고통 없이 얼마간 일지라도 편히 계시다 가시옵소서 누가 어떻게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 회포 풀 시간도 안 주고 촉박하니 30분 만에 면회시간은 끝나고 요양원을 나와야 했다
요양원을 나와 하늘을 바라보니 푸른 하늘에 흰구름은 그대로 변함없이 유유자적 하것만
이승과 저승의 분계점에서 생에 가장 고독한 순간을 지나며 혼자 가슴 에일 듯한 그 쓸쓸하고 외로운 영혼이 한없이 애처로워서 눈물이 확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