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학명: Pteridium aquilinum var. latiusculum]는 양치류(fern)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궐(蕨), 궐채(蕨菜), 오각(烏角), 소각(小角)이라고도 한다. 잎이 피었을 때 가장자리가 양의 이빨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고사리는 하나의 종(species)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약 10여 가지의 종이 속하는 속(genus)을 가르키는 말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종으로 취급했으나 최근에는 여러 종으로 분류했다. 영명 Bracken은 고대 스칸디나비아어(Old Norse)에서 유래한 것으로 양치류(fern)라는 뜻이다.
어린순은 갈색으로 꼬불꼬불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양 때문에 어린순을 영어로는 ‘소용돌이 모양의 장식’이란 뜻의 ‘Fiddlehead’라고 붙였다. 세간에서는 어린이들의 작으며 부드럽고 앙징스러운 손을 말할 때 ‘고사리손’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고사리와 비슷한 고비나물과 다른 점은 고사리는 한 뿌리에 줄기 하나만 곧게 자라고 고비나물은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는 특징이 있다. 또한 고비는 솜털이 있으며 고사리 보다는 훨씬 두껍고 쓴맛이 강해 데친 후 맑은 물에서 충분히 루려내고 조리해야 한다. 꽃말은 ‘신비, 요술’이다.
원예종 고사리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고려시대에 한 여인이 반야산에서 고사리를 캐다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가보니 아이는 없고 땅 속에서 큰 바위가 솟아나며 그 소리가 거기에서 들려왔다고 한다. 나라(조정)에서는 그것을 신성하다고 여겨 혜명스님에게 그 바위로 불상을 만들어 세우도록 한 것이 지금의 충청남도 논산시 관촉사에 있는 “은진미륵”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펴져 있는 양치류(fern)로써 남극대륙이나 사막과 같이 너무 춥거나 더운 지방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볼 수 있다. 뿌리줄기는 곳곳에서 잎을 뻗는데 땅속으로 1m 정도 자란다. 잎자루는 연한 황토색이며 20~80cm 길이로 자라며 땅에 묻혀있는 부분은 털이 있고 갈색이다. 둥그스름한 삼각형의 잎은 3회 우상복엽으로 뒷면에는 약간의 털이 있다. 열편의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작은 잎 조각은 갈라지지 않고 길게 자란다. 엽맥은 2개씩 2~3회로 갈라진다. 가장 밑의 잎조각이 가장 크다. 낭퇴는 적갈색으로 포막으로 싸여 있다.
생약명(生藥銘)은 궐근(蕨根), 궐기근(蕨其根), 고사리근(高沙利根)이다. 한방에서는 두통, 가래, 해독, 이뇨, 종기, 습진, 관절통, 설사, 황달, 대하증, 기생충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한다. 뿌리줄기를 늦가을에 굴취하여 말린 약재를 1회에 4~8g씩 200cc의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기관지염 치료제로 뿌리줄기를 날로 먹었다. 최근에는 새로운 살충제 성분을 고사리에서 찾고 있다.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산불이 난 뒤 땅에서 영양분을 뽑아 올려 제일 먼저 자라나는 식물이 고사리다.
식용으로 새로 나온 어린잎을 뜯어 끓는 물에 삶아서 나물로 무쳐 먹는다. 우리나라의 비빔밥에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고사리나물이 고사리의 어린순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잎과 뿌리줄기 모두 맥주를 만드는데 사용되며, 뿌리줄기의 전분은 빵을 만드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고사리는 음력 2~3월에 싹이 나 어린이의 주먹 모양과 같은데 펴지면 봉황새의 꼬리와 같다고 하였다. 석회질(칼슘)이 많아 이와 뼈를 튼튼하게 한다. 뿌리줄기에서는 녹말을 채취하기도 한다.
고사리에 대한 나쁜 소문 2가지가 있는데 먼저 첫째, 정력에 안 좋다는 설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양기가 줄면서 다리가 약해져 걷지 못하게 된다’고 나오고, ‘식료본초’에도 ‘다리 힘을 약화시켜 보행 곤란을 일으키고 양기를 빼앗아 음경이 오그라들게 한다’고 적혀 있다.
생고사리를 먹으면 다리 힘이 약해지는 건 맞다. 생고사리에는 비타민B₁인 티아민을 분해하는 티아미나아제라는 효소가 있어서 비타민B₁ 결핍을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해 다리 힘이 약해지고 보행이 어려워지는 각기병이 유발될 수 있다. 티아민이 부족해 활력이 떨어지고 심혈관과 신경계에 이상이 초래된다면 정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성 기능 저하에 관한 직접적인 연구 결과는 없다.
둘째, 고사리를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속설이다. ‘동의보감’에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온다’고 하고, ‘천금요방’에서는 ‘오래 먹으면 가가 많이 생긴다’고 하였는데 ‘가’는 종양을 뜻한다. 최근 한 연구에서 쥐를 대상으로 52주간 생고사리를 먹인 결과 고사리를 먹인 그룹에서 살아남은 쥐는 모두 다발성 장 종양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사리 속 프타퀼로사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주요 원인일 수 있다. 프타퀼로사이드는 국제암연구소 발암물질 분류 기준에서 2B군(발암 가능 물질)에 속하는 물질이다. 다행히 이 성분은 물에 잘 녹고 열에 약하다. 특히 알칼리에 약한 화합물이라 소금물에 삶으면 독성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여기까지 듣고도 고사리를 먹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사리는 영양분이 풍부한 나물이다. 단백질이 제법 많이 함유돼 있고 아스파라긴산, 글루탐산,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아스트라갈린 등의 성분이 다량으로 들어 있어 독소를 배출시키고, 혈액과 뼈를 좋은 것으로 채우는 효능이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고사리는 성질이 차고, 담음(痰飮)이라는 독소를 청소하는 식치 효능이 있어서 목에 가래가 잘 끼거나 위산 역류로 가슴이 타는 듯한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소변을 시원하게 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먹는 방법만 주의하자. 절대 날것으로 먹지 않는다. 올바른 고사리 손질법을 소개한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10분간 삶고 △불을 끄고 삶은 물은 버린 뒤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4번가량 씻고 △12시간 이상 물에 푹 담그고 중간중간 물을 갈아주면 된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에서 생고사리를 10분간 데친 뒤 독성 물질의 잔류량을 측정한 결과, 5분 가열했을 때는 1kg당 32.4mg으로 생고사리에 비해 약 60%, 10분 가열하면 27.2mg으로 약 66.4%가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고사리 손질법도 소개한다. △찬물에 1∼2시간 불린 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20분 정도 삶은 다음 △불을 끄고 뚜껑을 닫은 채로 1시간 정도 뜸을 들이고 △찬물에 4번가량 헹군다 △그 다음 다시 12시간 불리면서 물을 4번 이상 갈아주면 좋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식치합시다 정세연 한의원(정세연 한의학 박사),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생명과학 사진작가)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