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이천수(20)가 ‘연고권 불씨’를 남긴 채 유럽진출을 시도할 전망이다. 이왕 결심을 굳힌 바에야 좋은 결실을 얻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뿐이지만 그동안 그의 장래를 걱정해온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이천수가 넘어야 할 일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7월 중순으로 예정된 프랑스행에서 좋은 결실을 거두고 유럽리거로서 현지에 정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동양인으로서 유럽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페루자 잔류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는 안정환이 지난 1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겪었던 고생만 봐도 유럽행이 얼마나 힘든 여정인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이천수는 ‘뜨거운 감자’인 연고권 문제를 해결치 않고 해외진출을 시도함으로써 결과에 따라서는 장래가 상당히 불안해질 소지도 있다.
우선 이천수에 대해 연고지명권을 갖고 있는 안양 LG는 프로축구연맹이 자유계약제도(FA)를 소급 적용, 기존 연고권 폐지 결정을 내리더라도 법적 대응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이천수가 연고권 파동을 피하는 방법은 안양 LG에 입단해 곧바로 해외진출을 하거나 아니면 이번 프랑스행에서 좋은 결실을 거둬 아예 해외파로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2가지 시나리오뿐이다.
이천수의 안양 입단이 어렵게 된 것은 프로축구연맹의 불분명한 태도와 이천수 부친의 개인감정 탓이 크다. 당초 연맹은 자유계약제가 시행되더라도 기존의 연고지명권은 인정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타구단의 눈치를 보면서 질질 끌다가 최근에는 폐지쪽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몇몇 구단이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이천수와 고려대측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안양의 현실적인 조건제시가 타구단의 ‘물타기 작전’에 휘말린 것으로 보인다. 아들의 장래보다는 감정을 앞세운 부모의 선택, 그리고 부모로 하여금 악감정을 갖도록 방치한 안양 LG 모두 일단의 책임이 있다.
이천수가 프랑스에 가더라도 임대될 가능성이 높고, 또 임대기간이 만료돼 귀국하면 또 한 번 연고권 분쟁이 불붙을 게 뻔하다. 그에게 손짓했던 구단들도 선뜻 ‘뜨거운 감자’를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