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한참 여물 즈음에 백화점 가판대에서
양산을 하나 샀더랬습니다.
백화점 점원과 친구가 추천한 것은
조금 비싼 것이었고 전 그냥 부담을 접고 어눌한 것을 집어들었는데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양산이었습니다.
종을 알 수 없는 꽃이 무더기로 피어있는데
코스모스인지 국화인지 민들레인지 좀처럼 정체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때문인지 햇볕을 잘 가리지 못하는 탓에
한참 뙤약볕을 거닐면 현기증이 일어나서
쓰나마나 양산이라는 이름도 있고....
개강을 하고 학교에서 지인(知人)들을 만났을 때
양산 속에서 하얗게 웃어주면 우산과는 좀 다른 맛이 납니다.
햇살 속에서 여럿이 같이 쓰고 종종히 걸어가는 기분도 좋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양산을 갖고 나서 좋은 점은
양산을 쓰고 잠을 자는 것입니다.
형광등 밑에서 양산을 쓰고 누워있으면 장석남 시인이 말한
'레이스 달린 꿈'을 꿀 것만 같답니다.
더욱 기분이 유쾌할 때는 아침에 눈을 떳을 때
창문 틈으로 들어온 빛속에서
천정처럼 펼쳐진 양산의 꽃무더기 속에서 숨을 쉴 때입니다.
매일 보던 천정을 보지 않았을 때는 잠깐 낯선 느낌입니다.
그리고...
양산을 쓰고 엄마처럼 늙은 이모가 담가줬다는 깻잎에
물말아 밥을 먹는데 무척 맛있었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과 겨울이 와도
양산과 함께하는 제 인생은 즐거울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양산을 하나씩 장만합시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