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침묵의 시선>을 보고 왔습니다. (서울에도 상영관이 정말 없더군요.)
영웅담처럼, 자랑스럽게 학살의 과거를 추억하고 희생자들의 목을 따서 '피'를 마셨다는 이야기를 웃으며 말하는 권력자들의 모습.
진실을 추적하는 피해자 가족에게 되레 큰소리치고 위협하는 모습에서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그것이(학살이) 공산주의자들을 섬멸한 '정의'와 '애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 안에서 희생당한 무고한 사람들은 생각지도 않은 채...
진실과 정의가 실종되고 책임 회피와 합리화에만 급급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그것이 먼 나라 인도네시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에 불과할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연이어 뜨는 공채, 자소서와의 싸움, 필기 공부, 좌절과 실패 가운데 묵직한 뭔가가 마음에 들어오는 기분이었습니다. 결국 언론인의 길을 걷고자 하는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인데. 어느덧 주객이 전도되버린건 아닐까, 입사 자체에만 매몰되버린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사람들의 시력을 재주고 안경을 맞춰주는 안경사입니다. 학살자, 권력자들을 위한 안경도 맞춰주죠. 어느덧 노인이 된 그들은 다시금 시력은 되찾았을지라도 결국,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는 끝내 내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래서 제목이 <침묵의 시선>일테죠.
나 스스로는 과연 정의와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들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웹툰 <송곳>에서 '서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지금의 생각과 마음이 변하지 않길 조금이나마 바래봅니다.
첫댓글 끝에서 세번째 문단..깊이 공감합니다:) 목적을 잊지 않기.
저도 작년에 이 감독의 액트오브킬링을 보고 비슷한 마음을 가졌었는데 다시 한번 용기얻고 가네요^^
화이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