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바지란 무엇일까? 홑바지, 겹바지처럼 바지인데 ‘핫’이 솜을 덧대었다는 말로 핫바지는 솜을 두어 지은 바지라는 뜻이다. 핫바지는 두툼하고 볼품없어 입었을 때 사람이 모양새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핫바지의 두 번째 뜻이 시골 사람 또는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부정적인 표현인데 ‘시골 사람’을 낮잡아 지칭한다는 말에 우리 여주 사람들 역시 충청도민처럼 억울하기 짝이 없다.
핫바지의 ‘핫-’은 접두사인데 ‘솜을 둔’이라는 뜻으로 15세기에는 ‘핟’으로 쓰였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솜을 둔 이불을 ‘핟니불’이라고 하고, 솜을 둔 저고리를 ‘핟져구리’, 숨을 둔 옷을 ‘핟옫’이라고 했다. ‘핟옫>핟옷>핫옷’으로 변화된 것이다.
‘핫바지’는 17세기에 ‘핫바디’로 쓰였는데 구개음화(ㄷ, ㅌ가 ‘ㅣ’나 ‘ㅣ’ 반모음 앞에서 ‘ㅈ, ㅊ’으로 변하는)로 ‘핫바지’가 된 것이다. 재미있는 표현으로 옛말에 ‘핫바지에 똥 싼 비위’라고 비위가 매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도 있다.
비슷한 표현으로 ‘등신(等神)’이 있는데 ‘등신’은 쇠, 돌, 풀, 나무, 흙 등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으로 ‘자연물 등등(等等)’의 그 ‘등’이다. 얼마나 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그럼 ‘빙다리’는 과연 무엇일까?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듣기도 했다.
‘병신(病身)>빙신’을 생각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빙다리’는 현대에 쓰이는 비속어로 ‘병신 다리’를 나타낸다.
다리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볼품없는 핫바지를 입은 것을 비하(卑下)하는 표현이니 ‘빙다리 핫바지’가 얼마나 사람을 하대(下待)하는 표현인지 알 수 있다. 사람을 ‘핫바지’로 여기는 것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여기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까지 덧붙였으니 ‘빙다리 핫바지’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
‘핫바지’의 의미를 살펴보면, ‘바지사장’의 ‘바지’가 ‘핫바지’에서 나온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유추해 본다. 바지사장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명의만 빌려주고 실제는 운영자가 아닌 사장인데 ‘핫바지사장’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