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입니다.
집사람이 저녁 약속이 있어 많이 늦는다고 합니다.
얼씨구나,내 세상이다.
혼자서 냉장고 다 뒤집니다.먹을게 이렇게 많네...
삼겹살도 꺼내 굽고,통조림으로 찌개도 끓이고..
숨겨 논 랑야타이도 한 병 꺼내고...
실컷 먹고,입 싹 닦고 설거지 깨끗하게 해 놓아야지..
한 상 그득히 해서 티브이 앞에 개인 밥상을 차렸습니다.
비게 하나에 술 한 잔.
고등어 한 점에 술 한 잔.
오이 한 입에 술 한 잔.
창문너머 저어기 별 하나에 또 한 잔.
퍼다 논 밥그릇엔 손 갈 일이 없습니다.
여하튼, 배 두드리며 팔자로 늘어져 소파에 기대니,,,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티브이는 혼자 떠드는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지 그냥 눈길만 주었을 뿐입니다.
침까지 흘리며 무릉도원을 헤매는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칩니다.
"인간아~ㅅ~~!!!!"
화들짝 놀라 쳐다보니,,
왠 거목 두 그루가 눈앞에 떡 버티고 있어 혼비백산했습니다.
조금전까지 거실에 있었는데, 언제 거목이 버티고 있는 숲 속에 들어왔을꼬~
비스듬히 누운 채 올려다 보니, 세상에! 구기터널이 또 여기에 와 있습니다.
더욱더 놀라,,눈썹을 모으고 집중해서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라 사람 코구멍이군요.
저는 이때까지 집사람이 모투리 작은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그날은 다른사람이었나 봅니다.
허둥지둥 일어나 왜 이렇게 화가 나셨을까.바깥에서 무슨 나쁜일이 계셨을까,,두리번 하니..
아뿔사~~
밥상에 있어야 할 삼겹살이 티브이 화면에 척 붙어있습니다.
된장은 또 부엌에서 거실까지 걸어 왔나?
젓가락은 쇠 젓가락,나무 젓가락 서로 섞여 왜 여기저기 흩어져 있제?
욕 먹어도 싸다.
"보소. 바깥에서 봉사를 한다고 소문이 났던데, 집구석 청소나 설거지 봉사도 안 하면서..개뿔~.."
"한번도 먹고 난 뒤 자기 것 정리하는거 못 봤어.."
"옷이던 양말이던 허물 벗 듯 해 놓고는.....잘났다 설치기는~~"
등 뒤로 잔소리를 하염없이 들으면서 허둥지둥 물걸레를 들었습니다.
"내가 언제 봉사한다고 했나? 항상 논다고 했제.."
"안 하기는...밥 다 먹고, 깨끗이 설겆이 해 놓을라 했제...그게 그만..." 궁시렁~~
집사람은 제가 이웃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하다못해 한국에 계신 어느 분은,스님이 해외까지 나가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한다고
산짜이(善哉)!산짜이(善哉)!...꿍더웨이쭝성(功德爲衆生)이라고도 하십니다.
하나같이 다 맞지 않고 틀린 말입니다.
취미와 봉사를 혼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남을 위한 봉사라 하더라도....
취미는 하고 싶으면 하고,하기 싫으면 안 하는 것이고,봉사는 하기 싫어도 힘을 내서 하는 것입니다.
취미는 나의 즐거움을 위해 하는것이고,봉사는 남의 즐거움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 차이입니다.
즉.
취미로 하는 봉사는 활동이지,절대 봉사가 아닙니다.(말 그대로 봉사활동입니다.)
봉사는 내 몸이 천근만근이던, 마음이 내키던 아니던, 남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입니다.
단지 그것을 즐겁게 즐기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힘듬을 극복 하시는 분들입니다.
얼마나 존경스럽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하는 활동을 '봉사'로 잘 못 이해하고 있습니다.(받는 입장에서 말함이 아닙니다.)
그건 자기만족.또는 정치에 눈이 먼 진짜 봉사가 하는 봉창 두드리는 소리입니다.
제 주위에도 더러 있습니다.
누군가 제게 이런저런 봉사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 뿌듯해 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속으로 주먹밤을 한 대 먹입니다. "솔직히 취미생활을 한다고 하시오."
그 취미생활이 골프.탁구.등산...이 아니고 봉사라서 그나마 남에게 덕이 되는 일입니다.
남을 위해 봉사하려고,없는 시간도 쪼개고 몸이 힘들어도 꾹 참고 궂은 일을 다 했는데,,
주위에서 이런저런 험담도 들리고,순수하지 않다는 말도 들리고,솔직히 시간도 내기도 힘들고...
좋은 일이긴 하지만, 맥이 빠져 하고 싶은 마음이 고만 없어졌다고 하는 사람.
그게 봉사입니까? 그건 당신의 취미요.
진짜 몸과 마음을 다해 봉사하시는 분들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행복한 가게. 무료의료봉사.아름다운 가게.사랑의 학교 등에 봉사하시는 분들..
이렇게 진정으로 남을 위해 봉사하시는 우리 이웃들에게 항상 감격합니다.
저의 경우.
그런 분들을 존경하면서도 따라하지 못하는 제 심성을 항상 질책합니다.
제가 그리 덕성이 높지 않아 제 스스로도 안타까워 하는 문제입니다.
그나저나 취미라도 좋으니까, 집에서라도 설겆이 봉사를 좀 해 봐야 겠습니다.
이렇게 작게라도 시작하면 나중에 큰 봉사를 할 수 있을 지 누가 알겠습니까.
점심 맛있게 드십시오.
남이 해 준 밥..귀하다 생각하고 한 톨도 남기지 마시길^^..
첫댓글 스프링님 글을 읽고나니 멕시코 오지에서 모든 것을 바쳐 봉사하시는 선교사님 생각이 납니다.
주위에 존경스런 분들이 참 많습니다.그런 분들을 본 받아야 하는데..
근데요, "밥상에 있어야 할 삼겹살이 티브이 화면에 척 붙어있습니다."라뇨? 그니깐 티비화면에다 삼겹살을 구워드셨다는 거죠? 혼나도 쌉니다. 글구, " 된장은 또 부엌에서 거실까지 걸어 왔나?"라뇨? 된장이 왜? 아예 질질 흘리셨구랴~ 에궁! 아까운 된장~ *^^*! 진정한 봉사란 자기희생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실감합니다.
이 글을 집사람이 본 모양인데,내일부터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네요.왜 그렇지 웃자고 비유한 말인데.또 잘못 했는갑따.
맨날 다른 사람한테는 그리 잘하믄서 집에만 오믄 완전 나무늘보가 되서 집안일을 안 도와주노? ㅋㅋ 저도 맨날 마눌에게 듯는 말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저도 많이 도와주는 편인데 말입니다. 결혼한지 3년동안 설것이만 10번 가까이 했으니 경상도 남자가 이정도면 할만큼 한거죠.^^; 마눌님에게 봉사활동은 왜 그리도 하기 싫은건지...전 아직 철이 덜 들었나봅니다.^^;
청도 온다메? 을라들은 잘 크고 있지요?
10월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거든 인사 드리러 가겠습니다. 전 지금 청양 직딩 모임에 밥 얻어 먹으러 와 있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