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발걸음오는 소리
김민술
하늘이 뜨악하다.
혼자 지내는데, 하늘엔 미세먼지가 겹겹으로 닫혀 뭉그적거린다. 서풍이라도 휙 불어서 현해탄으로 몰아냈으면 좋으련만, 코로나 미세먼지 마스크는 필수다.
위기는 기회라고 요즘 한의원 다니며 왼쪽 발바닥 치료받고 효능이야 있는 둥 마는 둥 애매하다. 그래도 열심히 오늘도 늦은 아침으로 홀 악질하고 할 일도 없는데 침이나 맞자 갔더니 단골손님 반기듯 간호사 안내받는다. 진료과정은 마사지는 단골메뉴다. 침 맞고 뜸뜨는데 쑥뜸이 아니라 제ㅂ사대 쓰는 향 불 같은것 불을 벌겋게 하여 발바닥 지진다. 까므러치게 아파 소리 지르고 싶어도, 그런데 이상하다.
끓는 물 한 방울만 튀어도 화상을 입는데 새까맣게 지진 자국은 남아도 화상은 입지않는게 정말 이상하다. 불안전한 말로 치료가 되려고. 그러는지 입을 악물고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 그래야 기분이라도 시원하다. 발바닥에 함포사격으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사생결단 끌을 보기로 작심했다. 지성이면 감천, 몇 년을 두고 낮지 않으니 다리를 잘라야 하는가? 당뇨도 얼마나 조심 했는지 모른다. 불길한 생각은 현실로 나타나는데 나를 붙잡아 멘다.
휴대폰이 항상 조용하다. 그래서 가끔 열어본다. 동생 전화가 찍혀있다. 신호를 보냈더니 점심 먹게 아래로 내려오란다. 차를 얼른 탔더니 낙지마당에 주차한다. 치아가 안 좋아 낙지 먹는데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설명 없는 노쇠가 분명하다. 꽃피고 나비 날던 그 옛날은 어디로 갔을까? 동생하고 헤어져 신성 공원으로 내리쬐는 햇빛에 봄 발걸음 소리을 찾는다. 눈이 찟집하여 그 좋은 세상이 절반만 보인다. 밥은 똑같이 삼시 먹는데 나는 얼마나 세상을 손해 보고 사는가? 참 억울하다. 근육운동으로 철봉하고 벤치에 쉬는데 이름 모를 가녀린 나무가 꽃이 아닌 잎을 틔우려고 좁쌀을 씹어서 뱉은 것처럼 가지가 노랗게 앙증맞게 참 예쁘다. 바람에 한들거리며 봄 발걸음 소리도 보청기 속으로 섬진강 물 거슬르는소리도 쌍 음으로 귀를 간지럽게 적신다.
나무에 무뢰한이라 앙증맞은 나무 이름도 모르고 그냥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도서관 옆 언덕엔 목련 꽃망울이 냉해 입을까 솜털 옷을 입고 보성하다.
현실 상황을 적어노려고 주머니 뒤적였데 지필이 없다. 팔십을 훨씬 넘어 그런지 금방 이야기 한어도 잊어버려 적는 습관을 지녔는데 오늘은 나뭇가지 조금 꺾어 주머니 담았다. 자고로 청력이 불여 둔필 라는데 앞으로 글을 쓰는데 걱정이다.
기후 변화로 사계가 달라 젔어도 큰 가닥의 계절은 변함이 없는 게 참으로 묘하다. 이름 모를 나무 좁쌀 뱉어 놓은 가녀린 나무가 천하장사 동장군한테 한판 붙자고 샅바를 조인다. 동장군이 가소롭다 희죽거리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며 혼쭐 내주겠다. 씨름판 가운데 붙었다.
웬일일까? 가녀린 좁쌀 옷 입은 나무가 동장군을 들배지기로 꿍 넘어드렸다. 동장군이 어이가 없는지 오늘 뼈아픈 고통을 받았지만 너는 꽃길로 가거라. 어느덧 봄소리가 귀에 묻어 발걸음 없이 내 곁으로 한발 성큼 다가 왔다.
무거운 짐을 진자는 영혼이 메마른 자이다. 가녀린 나무를 가볍게 보았던 동장군 후회 말고 코로나 같이 성찰하기를 바란다. 요즘 일상이 너무 힘이든다. 코로나도 동장군도 봄 발걸음 오는 소리 들리걸랑 흔적 없이 가려무나. 손벽 치며 전송 하리라,,, ...
(202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