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미국과 소련의 냉전구도는 극에 달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미소(美蘇)의 대결이 있었다면
문화의 라이벌은 영미(英美)의 구도였다. 엘비스프레슬리(Elvis Presley)로 미국이 선방한 후
영국 리버풀 출신의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라는 4명의 더벅머리 총각 비틀즈는 이른바
미국 침공(British Invasion)을 감행하고 세계 음악계를 평정하며 영국은 문화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한다.
63년 결성되어 70년 해체된 이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의 전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비틀즈는 64년 2월 동아일보에 한국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소음인가 노래인가.
비틀즈라는 이름의 재즈’라는 타이틀은 혜성처럼 등장한 청년들이 마뜩치 않은 논조다.
4.19혁명에 정치, 문화적으로 경직된 우리나라 여건에서 성개방과 마약, 히피 문화 등 서방문화의 대표격인
비틀즈의 인기가 달가 울 리 없었다.
AFKN에서 흘러나오는 비틀즈는 당시 청년들의 자유였고 꿈이었고 신세계였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매니아를 양성하고 신화를 넘어 클래식이 된 비틀즈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틀즈를 기념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정규앨범, 불법복제앨범, 사진, 영화포스터, 서적 등
250여점의 관련 자료들이 선보였다.
전시는 롯데백화점 본점, 영등포점, 일산점, 광복점, 광주점을 순회하면서 열리며 기간 중
비틀즈 트리뷰트 밴드인 ‘더 멘틀즈(The Mentles)’와 최근 세계적 뮤지션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의
러브콜로 더욱 유명해진 기타 신동 정성하의 특별무대도 펼쳐진다.
홍경택의 ‘The Beatles'는 '펑케스트라(Funkchestra)'시리즈 중 하나로 화려한 사이키델릭 조명무대를 연상시키며
복잡한 기하구조 속 패턴들에서 반복되는 리듬감이 살아난다. 비틀즈 멤버들의 얼굴이 네 귀퉁이에 자리하며 금방이라도
음악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이 비틀즈전을 기획한 이기일의 ‘성냥그림 비틀즈’, 실제로도 비틀즈 매니아인 작가는 다양한 재료로
대중문화의 소통과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1969년 마지막 앨범 ‘애비 로드(Abbey Road)’ 디자인을
성냥 발화제로 그렸다. 불붙듯 일어났던 문화영웅들을 표현하는데 딱 맞는 재료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삶과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서상익의 ‘Beatlestic’은
존 레넌의 기타 연주모습을 담았다
쌀화가로 불리는 이동재는 점을 찍는 기법의 연장으로 스펠링을 붙여 ‘icon_The Beatles’를 제작했다.
이호진은 비틀즈의 여섯 번째 앨범 ‘러버 소울(Rubber Soul)’을 자유로운 붓터치와 강한 색채를 통해 표현하였다.
한국 채색흐름의 계보를 잇는 작가 김선두의 ‘Yesterday'.
김선두는 영화 취화선의 신기어린 장승업의 그림을 실제 재현해낸 작가로 유명하다.
예스터데이에서는 비틀즈 멤버들의 먹선 표현이 아련한 청춘의 기억으로 재배치된다.
색테이프를 이용해 쟁반위에 비틀즈를 새긴 김형관의 '쟁반위의 비틀즈’도 색다르다.
고근호는 4명의 멤버들을 스틸로봇 캐릭터로 만들어 ‘히어로 비틀즈’로 재탄생 시켰다.
비틀즈 앨범 모두가 주옥같지만 1967년에 발매된 8집 정규 앨범
‘서전트 페퍼스 론리 허츠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대중음악
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음악 뿐 아니라 독특한 커버 디자인으로도 유명한데
영국 팝 아트의 대부라 불리는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가 제작하였다.
해적옷을 입은 멤버 4명을 포함해 칼 마르크스, 아인슈타인, 밥 딜런, 메릴린 먼로, 에드거 앨런 포, 칼 융 등
문학,예술, 철학계의 유명인 60여 명을 가상 로큰롤 밴드의 관객으로 등장시켰다.
대중문화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려는 작가의 실험정신이 잘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마초 파동을 겪은 후 처음 발매된 비틀즈 앨범으로 오리지널 디자인이 아닌 멤버들만
남고 뒷 배경은 모두 시커멓게 지워버린 디자인으로 발매되었다. 피터블레이크의 재킷 안에 마르크스가
끼어 있었다는 것, 대마초 비슷한 식물이 등장한다는 이유 등으로
세계 유래없는 희귀 앨범이 탄생하였던 것이다. 전시에서는 오리지널과 국내판을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소설가 김훈의 ‘비틀즈와 나’라는 제목의 친필원고들에서는 짧고도 간결하게 당시 청년들의 꿈과 해방구였던
비틀즈의 의미와 인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비틀즈의 출현은 천지개벽과 같았다. 리버풀의 어린 영웅들은 더벅머리를 흔들고 기타를
치면서 ‘I wanna hold your hand’ 를 노래했다.
나와 내 친구들은 미친 듯이 비틀즈를 따라서 노래했다.…
그 노래는 자유이며 희망이었고 저항이며 그리움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전세계를 음악이란 코드로 하나로 묶어 내었던 네 전사들의 영향력은 아직도 유효하다.
당장 이번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폴매카트니는 'Hey Jude'를 부르며 전 세계인들에게 비틀즈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켜 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것이다.
다양한 해석으로 오해와 혹평과 안티, 암살까지 정작 스타 자신들의 삶은 평탄치 않았으나
로큰롤 베이비로 시작한 비틀즈는 이제 장르를 논할 필요 없는 세기의 고전이 되었다.
그 시대를 같이 살았고 이후 그들의 음악으로 위안과 꿈을 가지게 된 수없이 많은 팬들의 가슴 속에
슈퍼스타 비틀즈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비틀즈 포에버~
첫댓글 비틀비틀비틀이라고 적힌 것이 재미있네요 ^^
박하님..다녀오셨군요. 홍경택 그림은 전주도립에서 본적이 있네요. 채용신 초상화전에서요~
시크한 박하님, 잘지내시죠? 뵙고 싶네요.
좋은 전시있으면 벙개 쳐주세요. ^^
가볼게용~~ ^^
박하님의 리뷰가 아니였다면 가지 못했을 전시..
감사합니다^^*
롯대갤러리 일산점에도 온다니 그때 한번 보러 가야겠어요~^^
비마중님 정말 비틀비틀 참 위트있죠 ㅎㅎ, 한리님 홍경택작가 워낙 뜨신 분이라 전주에서까지 보셨군요,
아니타님 소문에 여름휴가에도 미술관투어를 다니시겠다는 그 열정에 박수를~ 가방에 물과 썬스프레이,티셔츠 몇개 가지고 돌아다니심 좋을 듯, 안그래도 이 전시 벙개를 칠까말까 했어요 최초로 쇼핑과 전시를 묶어서 ㅎㅎ 마네님도 슝~ 여여님의 센스있는 선택^^ 보보님 그러셔요 이게 순회공연을 한다니~
누구나 비틀즈에 노래 관련해서 추억하나쯤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런걸 나누고 싶었는데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영등포 롯데 이번에 꼭 가봐야겠어요~ ^^
영등포롯데도 좋은 전시 종종하죠,이번주 토요일에 관련 공연도 있던데 것도 챙겨보심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