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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박멸에 헌신한 의사 신정식 박사
-의료윤리, 문화 창달 이바지한 소록도의 슈바이처
김완, 시인
『시와시학』으로부터 역사 속의 초인을 찾아서 기획 시리즈로 “소록도의 슈바이처 신정식 박사”에 대한 글을 청탁받고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이제인 선생님의 소개로 고 신정식 박사님의 둘째 아들인 신경호 전남대학교 명예교수님을 담양 <달뫼 미술관>으로 찾아뵙고 나서도 한동안 글을 시작할 수 없었다. 답은 늘 물음 안에 있는 것, 이 글을 내게 부탁한 건 신정식 박사와 내가 같은 의사이니 신정식 박사님의 삶을 의사로서 문학적으로 조명해 보라는 뜻 아니겠냐고 자문자답하였다. “초인이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운명 조건을 극복하고 자기실현, 자아완성을 위해 진력해 나아가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정의한다면, 신정식 박사는 초인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아웃사이더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웃사이더" 란 어떤 존재들인가? 오늘날의 많은 진실과 상궤(常軌)도 과거에는 이단(異端)이었음을 역사가 증명한다. 세속적 명리(名利)를 탐하지 않고, 시류에 초연한 채 오로지 자신만의 「외길」을 걸은 사람들. 그들 중 오늘날 아웃사이더의 범주를 훌쩍 뛰어 넘어 현대사의 거목, 그리고 시대정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된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생각으로 글을 쓰기로 작정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한센병 박멸에 헌신한 의사 신정식 박사의 생애
신정식(申汀植): 본관은 고령(高靈). 1924년 전라남도 고흥 출생이며 고흥군수와 경찰서장을 지낸 아버지 신지우(申址雨)와 어머니 이중경의 4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생후 6개월 만에 고관절염을 그리고 다시 소아마비를 앓았으나 부모님의 극진한 간병으로 이겨냈고, 이는 평생 보행 장애와 함께 ‘효친(孝親)’, ‘겸손(謙遜)’, ‘봉사(奉仕)’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어른을 섬기는 삶의 지표가 되었다.
당시 북에는 오산고보, 남에는 고창고보라는 민족교육기관이 있었는데, 장애에도 불구하고 고창고보에 어렵사리 입학할 수 있었다. 1947년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를 마치고, 1950년까지 광주의학전문학교 안과학교실에서 조무원(현재 조교)으로 의사와 연구 생활을 시작하였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부산의 제3병원에서 군의관(육군중위)으로 근무하다 신체장애자라는 이유로 군복을 벗고(1951년 예편) 낙향하여 지내던 중 한센병 사업의 선구자인 오방(五放) 최흥종(崔興琮) 목사로부터 ‘의사 일을 바로 하려면 불우한 주변에 눈을 돌려야 한다.’라고 강조한 말에 감명을 받아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한센병 환자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당시 한센병 환자들의 수용시설기관인 소록도갱생원 김상태 원장의 권유로 한센병 환자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의무관으로 봉직하였다(1950∼1955). 김상태 원장의 사퇴와 함께 퇴직 후 전상자를 위한 국립광주구호병원에서 안과 과장으로 근무하였다(1956∼1957).
그 후 광주에서 안과의원을 개원하며 대한나관리협회의 전남 지부장 및 이사, 부회장 일을 맡아, 주말마다 인근 음성 환자촌을 방문하며 무료 진료와 자활을 지원하였다. 틈틈이 대한적십자사와 협력하여 각 시군을 순회하며 무료개안수술을 시행하였다. 그 사이 전남대학교 대학원 병리학교실을 거쳐 약리학교실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1967), 다시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하여(1969) 경영진단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1974년 소록도에 원장이 공석이 되자 다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소록도병원 근무를 자청, 22대 소록도 병원장으로 취임(1974.3.8~1985.12.31.)하였다. 재임기간 중에 위축되었던 소록도 병원을 일신시켰다. 한센병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계속해 나갔다. 한센병을 천형이라 여기는 것은 병의 흔적이 몸에 남기 때문일 뿐, 단순한 전염병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기 때문에 한센병의 후유증으로 인한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정형수술을 실시한 후 물리치료와 의족 착용 등 보장구 제작 기술을 도입하였다. 그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다. 한센병·소아마비 환자와 장애인을 치료해 온 여수애양병원 김인권 명예 원장이 2016년 제4회 <성천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성천상>은 JW중외그룹의 창업자인 고 성천 이기석 사장의 생명 존중 정신을 기려 음지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며 의료복지 증진에 기여하고 사회적 귀감이 된 의료인을 발굴해 주는 상이다. 그는 <성천상> 수상소감 인터뷰를 하면서 소록도 병원에서 고 신정식 원장과 함께 근무했으며 “고 신정식 당시 원장께서 ‘이왕 시작하려면 인도에 가서 조금 더 배워라’면서 1981년 공중보건의로 군인 신분이던 저를 인도로 보내 공부하게 했습니다. 국가와 선배의 도움으로 한센병 지식을 얻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병원에 가더라도 한센병 환자 사지재건수술을 할 수 있는 끈을 놓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회고하고 있다.
환자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병동을 신축하고, 환자 자녀들을 위한 장학회도 설립하였다. 또, 자립기반 기금 마련을 위해 유실수 단지를 조성하고 축산 등을 장려하여 환자 복지증진에 공헌하였다. 의사와 약사 유치, 간호조무사 양성, 양노병실 신축, 유실수 식목, 합동 생일잔치, 음성환자 자활촌 설립, 금송 복지장학회 설립과 같은 사업으로 환자의 치료와 복지 수준을 높이고 환자와 직원들의 사기와 잠재력을 일깨웠다. 하모니카 합주단 순회 연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 등의 행사와 ‘소록도 반세기’, ‘김교신과 문둥아’, ‘소록도 일기 I, II, III’, 심전황 저 ‘아으 60년’, 월간 ‘소록도’ 등 소록도와 한센병 관련 집필을 통하여 이 질환과 환자의 실상을 널리 알려 대중들의 편견과 선입관을 고치려고 애썼다.
원장실에는 평소 존경하는 포사이트 선교사, 윌슨 원장, 하나이 원장, 이외에 오방 최흥종 목사와 김상태 전 원장의 사진을 걸어두고 그들을 ‘小鹿 5賢’이라 칭하며 그분들의 행적을 따르려 하였다. 자신은 돌보지 않는 이러한 이타적 삶으로 생전에 ‘소록도의 슈바이처’라 불렸고, 이러한 업적으로 1979년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하였다. 광복 후 소록도에 부임한 원장으로 정년을 맞이한 이는 오직 그 뿐이었다(1985).
정년 후에도 대한나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1984∼86), 진주와 익산의 환자 자활촌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진료하는 틈틈이 대중 강연과 함께 ‘의사의 윤리’, ‘의학의 철학’, ‘뇌사’와 같은 의료 윤리 관련 책자들을 번역하여 의료 문화 창달에 이바지하였다. 연세의대 등에서 의료 윤리와 관련한 강의를 하고, 의료 윤리 의식 계발과 의료 문화 발전에 진력하였다. 그간의 노력으로 무등문화상(1984, 공공봉사부문), 동아의료문화상(1986), 적십자박애상(1986), 제2회 인도주의실천의사상(1991) 등 여러 상과 표창을 받았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이러한 이타적 생활로 자신의 건강을 소홀히 하게 되었고 간까지 전이된 대장암과 맞서 끝까지 용감하게 투병하다 1994년 타계하였는데 국민훈장 모란장과 제5회 상허대상(尙虛大賞) 본상을 추서 받았다. 그가 소록도병원 의무관으로 5년, 원장으로 12년, 대한나관리협회의 10여년 등 27개 성상을 한센병 퇴치에 헌신한 데 힘입어, 오늘날 대한민국은 한센병을 모범적으로 퇴치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
1994년 그가 세상을 뜨기 전까지 살던 집은 3남 1녀가 마련해 준 광주의 14평짜리 임대아파트가 전부였을 정도로 청빈하게 살아왔다. 그는 평소 淑 부인이라는 김숙하와의 사이에 3남1녀를 두었는데 큰아들 정호는 연세의대를 졸업하여 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둘째 아들 경호는 화가로 서울미대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 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韓國의 癩』·『癩에 관한 자료집』·『소록도 일기』·『金敎臣과 문둥아』 등이 있다.
그림: 고향 선산 묘에 세워진 신정식 박사상 패.
소록도의 역사
전라도(全羅道) 길 / 한하운(韓何雲, 1919∼1975)
-소록도(小鹿島)로 가는 길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天安)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西山)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千里), 먼 전라도 길.
‘소록도로 가는 길’이란 부제가 붙은 이 시는 1949년 <신천지> 4월호에 실린 ‘한하운 시초’ 13편의 시 중 한 편이다. 그는 인천에서 천안 삼거리를 거쳐 소록도까지 천리 길을 걸어야 했다.??한센병을 앓고 있어 차를 탈 수 없었기 때문이다.??중학시절 길거리에 떨어져 있던 그의 시집을 주워 읽은 고은 시인은 그의 시를 알게 되었고, 결국 그를 시인의 길로 뛰어들게 만들었다고 한다. 오래 전, 소록도는 ‘세상의 섬’이 아니었다. 한센인들의 슬픔과 한이 깃든 섬이다. 통한의 섬이고, 죽음의 섬이었다. 천형(天刑)의 섬, 그 소록도로 간다.
소록도 병원 벽에는 '희망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2013년 고흥 남포미술관이 기획한 옹벽벽화 ‘아름다운 동행-소록도 사람들’이다. 길이 110m의 옹벽에 소록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표현했다. 피 흘리는 아기 사슴이 인권을 유린당한 주민들의 과거다. 평생 한을 품고 살아온 주민의 얼굴은 현재다. 한센병이 사라진 섬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아기 사슴은 미래이고 희망이다. 이동의자에 의지한 채 벽화를 바라보는 한센인의 눈빛이 애틋하다.
소록도에는 한센인을 치료하는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다. 2016년 개원 100주년을 맞았다. 1916년 들어선 소록도자혜의원이 효시다. 소록도의 아픔은 조선총독부가 이 섬에 한센인들을 격리수용하면서 시작됐다. 일제는 원주민들의 강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지주들로부터 기부금을 강제로 거둬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지었다. 당시 한센병은 전염병으로 인식돼 천형(天刑)으로 여겼다. 일제에 의해 강제 수용된 환자들은 가족과 생이별을 했고 지독한 오해와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 불법감금은 예사였고 골수를 빼고 생식기를 자르는 만행도 저질러졌다. 지금도 남아 있는 소록도갱생원 검시실(등록문화재 제66호)과 감금실(등록문화재 제67호)은 일제 강점기에 인권 유린이 자행되었던 현장이다. 검시실에는 수술대와 세척 시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소 록도의 상징이 된 구라탑. '한센병은 낫는다'고 새겨져 있다. 폭정을 일삼다 한센인에게 죽임을 당한 일본인 원장 수호(周防正季)의 동상이 있던 자리다. 제4대 수호 원장은 병원 확장공사를 하면서 원생들을 노예처럼 부렸다. 자신의 동상을 세워 참배까지 강요했다. 원생들은 강제 노역으로 인해 병세가 악화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바다로 뛰어들어 도망가려다가 물에 빠져 죽는 일이 허다했다. 한센병이 낫는다는 희망도 사라졌다. 수호 원장은 한센인 이춘상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 눈물겹게 묘사돼 있다. 한센병 퇴치와 계몽에 앞장선 오스트리아 국적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를 기리는 공적비도 있다.
광복 후 천사처럼 환자들을 돌본 헌신적인 사랑도 있다. 1960년대 초 병원장으로 부임해 ‘오마도 간척사업’을 주도한 조창원 원장, 환자들의 손ㆍ발톱까지도 손수 깎아주었던 신정식 원장 등이 그들이다. 푸른 눈의 천사들도 있었다. 1962년 외국인 수녀가 소록도를 찾아왔다. 오스트리아에서 파견된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ger)와 마가렛 피사렉(Margaritha pissarek) 수녀였다. 당시 한센인은 ‘하늘도 버린 존재’로 여겼다. 한국 의사와 간호사들조차 환자들과 접촉을 피하던 때였다. 두 수녀는 달랐다. 연고도 없는 소록도에서 환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살피며 사랑을 실천했다. 맨손으로 환부 피고름을 짜내고 진물을 닦아내며 상처를 치료했다. 환자들과 얘기할 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기도 하고, 모두가 기피할 때 환자를 집으로 초대해 함께 밥을 먹곤 했다. 죽어서도 소록도에 묻히고 싶다는 바람과 달리, 나이가 들어 소록도에 부담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2005년 편지만 남기고 소록도를 떠났다. 2016년 6월8일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명예 국민증’을 받았다.
사랑, 이긴 자와 진자가 없이 모두 이기는 길: 소록도에 대한 문학적 소고
소록도(小鹿島)란 작은 사슴을 뜻하는데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의 모습이 아기사슴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한다. 앞서 살펴본 소록도의 역사처럼 소록도는 한센 환자들의 슬픈 역사를 상징하는 섬이 되기도 하고 어느 때 부터인가 한센환자들의 슬픈 역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왜곡된 소록도가 되기도 한다. 쫓기고 학대받아온 문둥이들을 위한, 그 문둥이들만의 천국을 만들고 싶어 하는 정상인들인 원장으로 대표되는 사람들의 소망, 그것이 바로 천국의 철조망이다.
“우리는 누구나 오늘의 자기 현실을 최종적이고 불가변의 것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현실이 아무리 만족스럽고 행복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현실은 내일 다시 선택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 위에 내일의 선택이 열려 있지 않는 한 그 현실은 누구에게도 천국일 수가 없습니다. 선택과 변화가 전제되지 않은 필생의 천국이란 오히려 견딜 수 없는 지옥일 뿐입니다.”-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중에서
왜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당신들의 천국인가를 아프게 묻고 있다. 소록도에 삶을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환자로서의 남다른 처지와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생존조건들을 두 겹으로 동시에 살아가는 셈일 것이다. ‘환자’로서의 특수한 처지를 지나치게 강요당할 때, 이들은 오히려 그 환자이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인간’을 향한 자각과 모험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청준의 소설 속 주인공, 서로 마음속으로 불꽃 튀는 논쟁을 하는 조백헌 원장과 이상욱 보건과장의 삶은 결국 실패한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소록도라는 섬의 어떤 숙명적인 자유. 자유라는 건 싸워 빼앗는 길이 되어 이긴 자와 진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사랑은 빼앗음이 아니라 베푸는 길이라서 모두 함께 이기는 길이다.’ 는 황희백 장로의 말에 해답이 있다. 사랑으로 행하는 길에 자유가 자연스레 스며들 때, 소록도가 사랑으로 충만해지고 그 사랑 속에서 진실로 자유가 행해지는 날이 오게 되면 섬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인생도 그러하듯이 소록도라는 섬에서 천국의 완성은 이룰 수 없는 이상향, 미완이 참모습일 것이다.
신정식 박사의 삶을 통해 본 의사의 길: 의사가 되려는 분들에게
다음 보기 중 가장 훌륭한 의사는?
1) 실력이 좋은 의사 2) 친절한 의사 3) 설명을 잘해주는 의사 4) 돈을 안 밝히는 의사 5) 기타. 3)번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그러나 정답은 5)번 이였다.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기타 괄호 안에 큰 병을 앓아 본 의사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사 자신이 큰 환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환자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주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실제 전공의, 학생들과 병동 회진할 때 질문하는 문제 중의 하나이다. 후배들이 시인의 감성과 과학자의 이성을 가진 멋진 의사가 되기를 바란다.
신정식 박사에게는 ‘나환자의 아버지’, ‘소록도의 슈바이처’ 등 의사로서 받을 수 있는 극상의 존칭이 늘 따라다녔다. 명예와 부를 외면하고 나환자와 더불어 살아온 한 평생. 스스로 불치의 대장암과 괴로운 싸움을 하면서도 끝내 나환자 보살피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에게 이런 정도의 수식어는 오히려 부족한지도 모른다. 신정식 박사의 삶에서 보듯이, 의사가 되려는 분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될 덕목은 우선 고통 받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봉사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이 의사가 되고자 할 경우에는 어떤 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특히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병마에 시달릴 때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의사가 되려는 분들의 마음이다. 의사가 되려면 고통 받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봉사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며, 모든 의학도는 처음에 자신이 마음먹은 그 초심(初心)을 끝까지 유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의사는 성실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성실하고 부지런하지 않아서는 오랜 수련과정을 견뎌낼 수 없고 지속적으로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의사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실제 환자가 된 의사의 수기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의학박사 김주환 임상투병수기(삼신각, 1993)"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학문으로서의 의학과 그 철학적 의미에 대해서는 1974년부터 1985년까지 국립 소록도 병원장을 지낸 신정식 박사가 번역한 오모다카 히사유키(澤瀉久敬)의 "의학의 철학 I, II (원제: 醫學槪論, 범양사 출판부 1990, 1991)"이라는 책을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의 영역에 충실한 것은 물론 큰 미덕이지만, 의사의 사회적인 책임이 있는 한 다른 분야의 삶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가 되는 사람들은 여론을 형성하는 지도적 자질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여론을 선도하는 면에서는 크게 뒤쳐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의사라는 직역 안에서 다른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여 서로 협력하듯이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애환과 슬픔을 간직한 소록도와 두 수녀의 지고지순한 삶을 다룬 영화가 곧 개봉한다고 한다. “윤세영 감독이 연출한 휴먼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두 수녀가 소록도에서 겪었던 43년간의 삶을 기록영상과 실제 촬영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서툰 한국말로 전하는 사랑과 희망 메시지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진한 진심을 전할 것이다. 내레이션은 이해인 수녀가 직접 맡아 두 사람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더욱 의미 있게 전달한다.” 모쪼록 '수녀'라는 호칭보다 친근한 '할매'로 불리기를 원했던 두 수녀의 사랑 가득한 삶을, 영화를 통해 보면서, 한평생을 한센병 박멸에 헌신한 신정식 박사를 기리고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래본다. 사랑은 전염병이라고 한다.
참고문헌
1. 백영홍: 한센병 박멸에 헌신한–신정식. 의사신문 2012년 05월 24일 (목)
2. [네이버 지식백과] 신정식 [申汀植]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3. 삶의 향기 4050, http://cafe.daum.net/405033
4. 진정한 인의(仁義)를 실천하는 인공관절수술의 대가 여수애양병원 김인권 원장
| Health Forum
5. 한국현대사의 아웃사이더 50人-건국 50주년.
http://cafe.daum.net/mudhouse/2ZP3/
6. 국립 소록도 병원 역사(1916~1996) http://cafe.daum.net/ango7322/LSfw/
7. 신정식. 소아나의 통계적 고찰.1963.(1):17-24. 대한나학회.
8. 소록도병원 100년. 무등고. 광주일보 2016.5.17. 화요일
http://pdf.kwangju.co.kr/pdf/201605/0517-23.pdf
9. 소록도, 망가진 육신으로 일군 '당신들의 천국' 시사저널 1995.11.02.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80559
10. [초동여담] 영화로 만나는 소록도 '할매 천사' jun21@asiae.co.kr [아시아경제 ]
11. 연세의대 특성화선택과정. http://www.yumc.or.kr/medicine/anatomy/SEC/
12. 의사가 되려는 분들에게. http://hitelyk.tistory.com/192 [유위불패T]
13. 당신들의 천국 / 이청준 장편소설 / 문학과 지성사 1976 5 20.
14. 고흥반도 최초의 기독교 신자 신우구는 누구인가?
http://blog.naver.com/swlee8585?Redirect=Log&logNo=220936283166
15. 경향신문. 천형(天刑)의 섬에 인술(仁術) 단비 17년. 1990.11.24.
16. 매일경제 1977.12.7. 인터뷰 기사. 국립나병원장 신정식 박사에게 듣는다
17. 소록도 일기, 상하 / 신정식 엮음 시, 수기 / 국립소록도병원 1983-84 5 8.
시인 金完
약력:
2009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 『너덜겅 편지』가 있다.
현재 광주보훈병원 심장혈관센터장.
한센 관련 책들
1, 솔바람 물결소리 / 남지심. 장편소설 / 동아일보사 1982 6 25.
2, 연꽃을 피운돌 / 남지심 장편소설 / 동아일보사 1984 4 25.
3, 섬 / 윤정모 장편소설 / 도서출판 한마당 1983 9 1.
4, 사슴의 마을 / 김지연 장편소설 / 은영사 1970.
5, ㅁㄷㅇ의 딸 / 이숙자 장편소설 / 모음사 1991 11 15.
6, 그리고 함성이 들렸다 / 윤정모 장편소설 / 성현출판사 1990 2 28.
7, 김교신과 ㅁㄷ아 / 신정식 정리 / 1989.
8, ㅁㄷ이 성자 다미안 / 존 패로우 전기 / 정신세계사 1990 11 10.
9, 영원한 자유인 / 오방선생기념사업위원회 / 광주ymca 1976.
10, 몰래익은 포도송이 / 김두영 전기집 / 도서출판 신애 1992.
11, 보리피리 / 한하운 시집 / 문지사 1991.
12, 한하운 명시 / 한하운 시집 / 한림출판사 1979.
13, 아테네 가는 배 / 정소성 소설집 / 고려원 1987
14, 분홍섬 / 공세동 장편소설 / 도서출판 정민 1994 7 11.
15, 소록도 반세기 / 심전황 역사 / 전남일보 출판국 1979 1 01.
16, 아으 70년, 찬란한 슬픔에 소록도/ 심전황 역사 / 도서출판 동방 1993 7 20.
17, 사슴나라 사람들 / 박용규 수기모음 / 혜성문화사 1973 1 25.
18, 당신들의 천국 / 이청준 장편소설 / 문학과 지성사 1976 5 20.
19, 골고다 섬의 십자가 / 유덕용 자서전 / 도서출판 대기 1980 3 25.
20, 가도가도 황톳길 / 김창직 한하운 생애 / 지문사 1982 3 30.
21, 그리아니하실찌라도 / 김병련 설교집 / 도서출판 소망사 1985 8 31.
22, 광야의 나그네 / 김창원 수필집 / 크리스찬신문 1985 9 20.
23, 얼굴없는 사랑 / 전복심 장편소설 / 도서출판 누리기획 1997 1 25.
24, 나의 슬픈 반생기 / 한하운, 방옥례 서간문 / 문학예술사 1993 11 12.
25, 내가졌습니다 / 배인봉 신앙간증 / 한넋사 1994 9.
26, 말기환자 / 그레엄 그린 장편소설 / 삼호사 1978 10 20.
27, 소록도 일기, 상하 / 신정식 엮음 시,수기 / 국립소록도병원 1983-84 5 8.
28, 사슴섬 간호일기 / 간호조무사회 글모음 / 국립소록도병원 1995 5 17.
29, 인간단지 / 김정한 중편소설 / 범우문고
30, 형극의 반생기 / 제일환자 수기모음 / 삼일각 1975 5 17.
31, 해방영장 / 김홍신 장편소설 / 금화출판사 1980 8 15.
32, 하늘에서 별을 딴 사나이 / 이재성 수기집 / 도서출판 에이멘 1992 10 15.
33, 몇 개의 고독 / 노석현 / 1971 6-
34, 오계(五季) / 노석현 / 1982 3-
35, 뛰면서 일하는 기계 / 김두영목사님 수기 /
36, 성문밖 사람들, 상하 / 고성 실화소설 / 도서출판 띠앗 2001 5 30.
37, 나이롱 의사, 외길도 제길인걸요 / 조창원 수필 / 도서출판 명경 1998 2 14.
38, 이름없는 초상화 / 한영숙 / 민미디어 / 2001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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