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부쪽에서 신랑쪽에 '예단(비)'를 보내고 신랑쪽에선 그에 대한 답례로 신부쪽에다 '돈'을 보냅니다만
그때 보내는 돈의 성격은 사실 명분이 불명확합니다. 왜냐면 신랑 신부집 앙가간에 뭔가 주고 받은 것들은 모두
옛날 전통혼례의 관습을 따르기 마련인데...요즘 일부에선 '꾸밈비'라기도 하고 한편으론 '봉채비'라고도 하는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보내는 돈은 딱히 옛 혼례에서 어떤 관습을 따른 것인지 분명치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비슷한 관습을 찾아 본다면 양가가 서로 혼인을 하기로 결정이 되면 신랑쪽에서
신부쪽에다 '혼서지'를 보내면서 함안에다가 신부의 옷(비단 옷감)과 함께
신부에게 줄 노리개며 분(화장품)과 같은 신부의 신변용품을 함께 담아서 보내게 되는데...
이 때 함안에 넣어서 보내는 신부의 옷감을 봉채 또는 봉치라고 합니다.
그래서 신랑쪽에서 신부쪽에 주는 돈은 신부의 옷값인 바 '봉채비'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나중에 함들어갈 때 함안에다 넣어서 줘야 하는데도
돈은 돈대로 따로 건네 주고 나중에 또 함을 보내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그렇게 보내는 돈이 꼭 '봉채비'라고 할 수도 없답니다.
그리고 요즘 미리 신랑집에 보내는 '예단'도 사실은 미리 보내는 것이 아니고 혼례(결혼식)를 치루고 난 후에
신부가 신랑집으로 들어오는 '신행' 때 신부의 혼수며, 이바지 등과 함께 갖고 오는 것이며
따로 예단을 보내는 격식도 없었습니다.
굳이 있다면 당시에 딸이 신행을 할 때는 딸의 어머니가 딸의 시어머니에게 보내는 '사돈지'라고 하는 서신이
있었습니다. 양가간에 오가는 다른 서신에 비해서 '사돈지'는 한글로 적었으며
내용은 제대로 배우지 못한 딸을 이쁘게 봐 달라는 것과 신행 때 함께 보내는 물품의 '물목'을 적어서 보냈던 것인데,
그기에 '예단과 이바지'로 보내는 물품이 모두 적혀지게 됩니다.
요즘은 예단과 이바지를 따로따로 보내는 바 예단을 보낼 때는 '예단 물록'을 따로 적어서 보내고
나중에 이바지를 보낼 때는 '이바지 물목'을 따로 적어서 보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신랑이 신부쪽에 보내는 '봉채비 또는 꾸밈비'를 보낼 때도 역시 옛날 함안에 넣어서 보냈던
'봉채 물목'식으로 적어서 보내면 될 것 같습니다. 즉 요즘 예단을 보낼 때 '속지(단자)'를 적고 봉투를
쓰는 방식에서 단지 제목만 '禮緞' 대신에 '封采'라고 적고, 봉투를 싸는 방법 또한 예단봉투와 같지만
신랑쪽에서 신부쪽으로 보내는 것인 바 청색이 아닌 적색이 밖으로 보이도록 싸시면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