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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은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여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붉은색으로 익는 열매를 강심제나 이뇨제, 혈액순환촉진제 등으로 사용하기도 하나 이 꽃의 가장 큰 용도는 아무래도 관상용이라 할 수 있다.
봄이면 나무가 들어찬 숲속, 간간이 드러나는 틈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찾아드는 곳에서 우리는 은방울꽃을 만날 수 있다. 양쪽으로 벌어진 널찍한 타원형의 잎새 사이에서 가녀린 꽃대가 올라오고, 꽃대에는 작고도 순결한 백색의 은종들이 조랑조랑 매어달린다.
은방울꽃이란 이름도 이 고운 꽃의 모양을 따서 붙여졌겠지만 실제 은방울꽃은 둥근 종과 같은 모양이며, 뒤로 살짝 말린 여섯갈래의 잎 끝이며 작은 꽃들이 서로 서로 사이 좋게 달려 있는 모습이며, 수줍은 듯 휘어져 고개숙인 모습 등 모든 면에서 분명 이름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꽃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봄바람에 실려 오는 은방울꽃의 향그러움은 워낙 특별하여 뭇 사람들의 향기를 대신하는 향수의 원료가 될 정도이니 현란하고 화려하진 않아도 꽃 가운데 이만한 꽃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은방울꽃은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 나라를 비롯한 북반구의 여러 나라에서 자란다. 학명은 콘발라리아 케이스케이(Convallaria keiskei)인데, 속명 Convallaria는 골짜기란 뜻의 라틴어 convallis와 백합이란 뜻의 그리이스어 leirion 합성어이다. 향기가 있기 때문에 향수란(香水蘭), 영란(鈴蘭), 초옥란(草玉蘭)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인들은 은방울꽃을 방울처럼 생긴 난초라는 뜻으로 ‘사스랑’이라 부르며, 매우 사랑하여 정원 같은 곳에 군락으로 많이 심어 놓고 축제처럼 즐기기도 한다.
유럽사람들도 은방울꽃을 매우 좋아한다. 독일은방울꽃이라고 부르는 서양의 은방울꽃은 우리와 거의 비슷하지만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처럼 우리 꽃보다 꽃의 크기가 크고 잎에는 약간 흰빛이 도는 듯 싶다. 영국에서는 은방울꽃을 두고 ‘계곡의 백합’(Lily of Vally)이라 하고 독일에서는 ‘5월의 작은 종’, 프랑스에서는 ‘천국에 이르는 계단’이라는 최고의 별명을 붙여 주었으며, 매년 5월 1일 은방울꽃으로 만든 꽃다발이 행운을 준다고 하는 풍속이 있어 이때가 오면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칠 은방울꽃 묶음을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은방울꽃은 여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한방에서는 붉은색으로 익은 열매를 강심제나 이뇨제, 혈액순환촉진제 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꽃의 가장 큰 용도는 아무래도 관상용이다. 공원의 나무그늘 밑에 군식하여도 좋고 분에 몇 포기가 어우러지게 심어도 좋다. 생명력도 강하고 번식력도 좋으므로 키우기가 비교적 쉬운 편인데, 반그늘에서 생육하여 부식질이 많고 습기가 많은 토양을 좋아한다.
봄에 떠난 산길에서 은방울꽃을 만나면 더욱이 넓은 잎새에 가려 그냥 지나치는 무지함을 범하지 않고, 잎새를 들추어 보일듯 보일듯 숨어 있던 그 아름다운 은방울꽃의 모습을 찾아내고 나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래서 이 꽃의 꽃말이 ‘행복’이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