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이야기] 09
S#1. 채회장 서재
은수의 안내로 들어서는 신.
채회장이 책상 앞에 아닌 소파에 기대앉아있다. 쇠약해진 모습.
은수가 얼른 옆으로 가서 채회장의 무릎에서 떨어지려는 덮개를 잘 덮어준다.
은수 : 오셨어요. 말씀 나누세요.
신은 우뚝 선 채로 채회장을 보고 있다. 쇠약한 노인의 모습에 별로 개운치 않은 마음.
신 : 저번 뵈었을 때 보다 영.. 안 좋아보이시네.
채회장 : 내 걱정은 말고. 그래서.. 마음은 정한거야?
신 : 우리한테 손을 잡자고 하셨죠? 아직 마음이 반반입니다. 날 좀 더 설득시켜보라구 왔어요.
채회장 : (신을 노려보다가 은수를 돌아보는) 손님이 왔는데 마실 거 좀 내오지.
은수 : 네 .
은수, 얼른 방을 나서며 문을 꼭 닫아준다.
채회장 : 이 집에 내 아들놈이 있어.
신 : 들어오면서 봤어요.
채회장 : 그 놈을 니들이 이길 수 있겠어?
신 : (웃고 앞에 앉는다. 그러더니) 영감님이 말하는 이긴다는 건.. 어떤 거에요?
S#2. 거실
서재에서 나오던 은수가 멈춘다.
거기 계단 아래쯤에 움직임도 없이 서있는 도우.
은수, 주춤하다가 도우의 옆을 지나쳐 가려는데.
도우 : 은수야.
그 목소리에 느껴지는 아픔 때문에 은수가 다시 멈춘다.
도우 :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은수 : (도우를 향해 돌아선다. 순하게) 아버지가.. 처음으로 나한테 도와달라 하셨어. 그래서 도와드리는 중이야.
도우 : 그게 오빠를 반대편에 놓는거야? 그래?
은수 : 오빠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그럼 내가 도와줄게.
은수 돌아서더니 주방 쪽으로 가버린다.
도우..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처럼 서있다.
S#3. 서재
이하 핑퐁 게임처럼 주고받아지는 대화.
채회장 : 주식에 대해서 얼마큼 아나.
신 : 난 잘 모르구요. 자알 아는 놈을 알고 있죠.
채회장, 소파 옆에 놓았던 책자를 던져준다. 임시주총에 대한 개요서.
채회장 : 두주 후에 임시주총이란 걸 열겠대. 도우 그 놈이 그 자리에서 채동을 먹으려 들 것이야. 막아 줘.
신 : 막아주면요.
채회장 : 뭘 원해.
신 : 뭘 줄 수 있는데요.
채회장 : 돈이라면 이미 갖고 갔잖아. 내 돈 50억.
신 : 어차피 우리 사기로 잡아넣으면 영감님은 회삿돈 횡령으루 같이 들어갈 거잖아요. 괜히 협박하는 척 해봐야 안통해요.
채회장 : 땅이 필요한가? 여기저기 사놓은 땅들이 있는데.
신 : 땅 같은 거 가져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얼마나 좋은건지 모르겠는데요.
채회장 : 돈도 아니고 땅도 아니면 뭐야.
신 : (보는)
채회장 : (불안해지는데)
신 : 영감님이 갖고 있는 채동 주식. 얼마나 되요?
채회장 : ...32퍼센트.
신 : 현재 채동의 시가총액은 300억.
채회장 : (불끈) 채동건설의 실제가치는 천억이 넘어.
신 : 최소한 18퍼센트 이상의 주식을 모아야 방어를 한다는 얘긴데.
채회장 : 할 수 있겠어?
신 : 어차피 영감님은 이대로 가만 있음 뺏길 수 밖에 없잖아요. 믿을데라곤 우리 밖에 없고.
채회장 : 할 수 있겠냐고.
신 : 경영권.
채회장 : ..뭐?
신 : 채도우를 상대해 채동을 방어한다. 그게 성공하면 경영권을 넘긴다. 그게 내 조건입니다.
채회장 : (어이가 없어 웃는다)
신 : 채은수란 사람하고 약속한 사항이기도 해서요. 따님의 소원이 그거던데요. 아버지를 돈에서 떼어내달라.
채회장 : (그 말에 웃음기가 가셔서 신을 보다가) 그래서 니가 채동을 갖겠다고?
신 : 태어나서 이제까지 나, 경영해본 거라고 만두배달 트럭 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난 가져봤자 소용없고.
도재명. 영감님이 형제처럼 생각했다는 도만희의 아들. 이 친구. 제대로 면허 있는 변호사니까.
회사 넘겨주면 알아서 하지 않을까요?
채회장 : (뜻밖의 제안이라서 보는)
신 : 선택하시죠. 채동 건설. 누구한테 넘길래요? 도재명입니까. 아니면 영감님 입으로 말한 독사뱀같은 채도우에요.
채회장이 머리가 복잡해서 신을 본다.
신이 조용히 채회장을 보고 있다. 이윽고 채회장이 입을 연다.
채회장 : 아직 남아있는 내 권한으로 주총을 2주 연기해보지. 주주명부 확정기준일을 두주 연장한다는 얘기야. 할 수 있겠어?
S#4. 정원
신이 나서고 있다. 마악 정원의 계단을 내려가려다가 멈춘다.
옆에 도우가 서있다. 신을 보더니 미소 짓는다. 냉정함을 되찾고 있다.
도우 : 이제야 목표를 제대로 찾은 모양이네요.
신 : 내가 좀 늦어. 일단 저지르고 나서 생각이란 걸 하다보니까 헛발질도 많이 하고.
도우 : 그래서 나를 상대해 보실라구요? 어뜩게요?
신 : 일단은.. 너한테 있는 걸 하나하나 뺏어볼라고. 니 아버지. 니 동생. 그리고 또 가진 게 뭐야? 이제 남은 건 돈 뿐인가?
도우 : 나한테서 ..내 돈을 뺏어보겠다구요. (다가오더니 신의 바로 앞에 서서) 안될텐데..
신 : 그야 해봐야 알지. 될지 안될지.
도우 : 당신같은 사람은 아무리 해도 안돼. 돈은 아무나 버는 게 아니거든. 아무나 벌 수 있는 거라면 세상에 서민이란 게 왜 있겠어.
서민. 일반 백성. 떨거지들.
신 : 그렇다구 가만 있을 순 없잖아. 내 인생이 말이야. 달리 할 게 없어. 너를 상대하는 거 밖엔 할 게 없다구.
그러니 어쩌겠어. 해봐야지.
신, 도우의 어깨를 스치며 옆을 지나 대문 쪽으로 간다.
도우. 돌아보지도 않는다. 둘 사이가 멀어진다.
S#5. 뮤즈 외경 / 낮
그 위로 들리는.
문호소리 : 이게 뭐라구?
S#6. 뮤즈 내부
신의 손에서 달랑달랑 흔들리는 서류.
그 주위에 둘러 선 문호. 경태. 저만치에 늘어져 있는 재명.
신 : 채동에 대한 조건부 경영권 양도에 대한 각서.
문호 : (웃는다)
신 : 웃자고 받아온 게 아닌데.
문호 : 그 늙은 구렁이의 말을 믿어? 아니 진짜루 우리한테 채동을 넘길 거라구 생각하는 거야?
이거 회사경영권이란 건 말이다. 김신아. 확실한 지분이 없으면, 바로 다음 주총에서 까자구 작정하면 얼마든지 까이는 거야.
근데 달랑 이런 각서 하나 가지구..
신 : 하루라도 좋으니까요.
문호 : 뭐?
신 : 하루라도 좋으니까 가져보고 싶어요. 내 형을 죽이고. 내 형 회사를 망치고. 그 회사에 있던 공장 식구들 죄다 백수로 만들어
거리로 내몰았던 채동이란 회사. 하루만이라도 가져보고 싶어서. 그럼 어뜩게 되나. 보구 싶어서요. 도재명.
늘어져 있던 재명이 본다.
신이 봉투를 들어 보인다.
신 : 너 지금 10억쯤 남았지? 그거 털어넣구. 니 아버지가 평생 하인처럼 섬겼던 회사. 가져볼 생각없어?
재명 : (일어나 앉으며) 누군 주먹으로 싸우고. 누군 총으로 싸우는데 넌 지금 돈으로 싸워보겠다는 거야?
신 : 그렇지. 그래야 제대로 이기는 거니까.
재명 : 지면.
신 : 난 원래 싸울 땐 이기는 것만 생각하는데.
재명 : 그래도 지면.
신 : 그땐 니 맘대루 해. 마암대루.
재명이 보다가 손을 든다. 신이 봉투를 날려주고 재명이 받는다.
문호 : 잠깐잠깐. 10억이라니. 아니 그럼 이번에 우리가 번 거 토해내라구? 몽땅 다?
신 : (문호에게) 그동안 개미로 박박 기면서 주식에 얼마 꼴아 박았다구 했죠? 대채동건설에 대주주가 되어볼 생각 없어요?
문호 : (잠깐 말이 막히는데)
신 : (경태를 돌아보고) 선생. 솔직히 이 작전, 선생이 없으면..
경태 : (벌써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나 합니다. 같이 나는 할 거니까. 오케이. 오. 케이.
S#7. 뮤즈 앞
문호가 내부공사 중 팻말을 건다. 그걸로 모자라서 CLOSE 팻말도 더 건다.
S#8. 거리
신과 재명과 문호가 걸어오고 있다. 각자 서류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다. (이하 최대한 빠른 몽따쥬로)
마치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걸어오더니 각자 다른 쪽으로 헤어진다. 그 위로.
경태소리 : 굉장히 치밀한 작전이 필요합니다. 치밀. 자세하고 꼼꼼함.
S#9. 뮤즈의 경태방
헤드셋의 잭을 자기 손가락 끝에 접속한 상태로 책상의 마이크에 대고 얘기 중.
경태 : 김신씨가 가서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래서 채도우는 우리가 주식전쟁을 벌이는 거 알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S#10. 증권사 창구
문호가 HTS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대리인의 자격으로 개설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직원 앞에 한 장씩 놓아주는 인감증명서. 위임장. 인감도장.
경태소리 : 우리는 자금이 한정되어 있어서 정면으로 붙으면 집니다. 그럼 우리가 이길래면 어뜩게 하느냐.
S#11. 지하도
신이 노숙자 한사람(박스를 깔고 자려던)에게 돈봉투를 건네고 있다. 50만원 정도.
노숙자가 신이 사준 순대를 먹으며 주민등록증을 내주고 있다.
경태소리 : 우리의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가 언제 얼만큼 주식을 사모으고 있는지 모르게 해야 됩니다.
S#12. 다른 증권사 창구
문호가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또 다른 대리인 증명서들을 내놓고 있다.
경태소리 : 그래서 일부는 차명계좌로 사봅니다. 최대한 많은 증권사를 이용해서 최대한 많은 이름으로 계좌를 만듭니다.
S#13. 공원
재명이 또다른 노숙자와 접촉하고 있다.
노숙자는 받은 돈을 세어보고 있고, 재명은 노숙자의 신분증에 있는 사항을 서툰 글자로 베껴 적느라고 고생 중이다.
경태소리 : 우리는 계속 삽니다. 그런데 그냥 사면 안됩니다. 샀다 팔았다. 샀다 팔았다.. 그래도 주가는 오르게 될 겁니다.
바닥을 쳤던 주가가 시가총액 100이상 오르게 되면.
S#14. 분할 화면
각각 다른 증권사의 대기의자에 신사복을 입은 신과 재명, 문호가 각각 가방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
경태소리 : 개미들이 다 토해내게 되있습니다. 싹싹 거둬들입니다. 언제 얼마나 살건지 팔건지는 나 마징거가 정합니다.
S#15. 경태의 방
모니터 앞에서 완전히 집중해서 보고 있는 경태. 모니터에는 차트의 파도.
경태가 순간 마이크에 대고 말한다.
경태 : 준비하시고..
S#16. 분할화면
대기하던 세사람.
경태소리 : 1억 5천씩.. 쏘세요.
일제히 일어나서 각 증권사 창구 앞으로 간다.
일제히 가방을 열어 보인다. 현금가득.
세명이 거의 동시에 말한다.
신 : 채동건설 매입해주세요.
문호 : 채동건설 살건데요.
재명 : 채동.
S#17. 채회장 집 정원
도우가 핸드폰을 하며 걸어 나오고 있다.
도우 : 그럴 리가 없는데요. 눈에 보이는 움직임이 없다니. 우리가 매입하는 속도에 맞춰서 따라오는 세력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놓치지 말고 체크해보세요.
전화를 끊다보면 저만치 정원에 휠체어를 탄 회장을 산책시키고 있는 은수가 보인다.
은수가 허리를 굽혀 채회장에게 뭐라 말을 해주고 있다. 그 말에 빙긋이 웃던 채회장이 도우와 시선이 마주친다.
도전하는 듯한 눈길로 도우를 보는 채회장.
도우가 채회장에게 다가선다. 도우는 은수를 보고 있다. 은수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아버지의 무릎덮개만 만져준다.
도우가 채회장 앞으로 다가서려 하자 은수가 저도 모르게 아버지를 보호하듯 앞으로 나선다.
그 행동에 상처받는 느낌이었다가 한걸음 옆으로 옮겨 회장을 보며.
도우 : (채회장에게) 그 친구들.. 이용하는 거 그만두시는 게 어때요. 불쌍한 애들이잖아요.
채회장 : 불쌍하다..
도우 : 가진 거 없는 애들이 재주 좀 펴서 아버지 돈을 가져간 모양인데 그냥 가지라고 하세요. 아니면 그냥 경찰에 넘기시든가요.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하실 필요 없잖아요.
채회장 : 잔인하다.. 내가.
도우 : (은수에게) 은수 너 아직 아버지 몰라? 그 친구들한테 아버지가 무슨 미끼를 던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놔두면 걔들 있는대로 고생하고. 가진 거 다 날리고. 아마 빚까지 지고 망가지게 될거야. 너라도 가서 말리지 그래.
은수 : ...그 사람들이 그렇게 된다면 그건 오빠가 그렇게 만들 거라는 거잖아.
도우 : ..
은수 : (도우를 보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돼? 오빠는 지금도 가진 거 많잖아. 그런데..
도우 : 그만하자. 너하구 이런 식으로는 말하기 싫어서 그래. 너.. 나한테 이런 적 없잖아. 전에는.
은수 : (그 말에 금새 마음 아파지는데)
채회장 : 대꾸할 거 없다. 이런 놈 말에. 마음 쓸 것도 없어.
도우 채회장에게 고개 숙여 보이더니 대문 쪽으로 간다.
은수, 안쓰러워서 본다.
S#18. 고수부지
신이 조깅을 하고 있다. 달리면서 계속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 이어셋으로 통화를 하고 있다.
신 : 팔어? 사는 게 아니구?
달리면서 핸드폰으로 매도를 누른다.
S#19. 바
어떤 여자에게 작업을 걸고 있는 재명. 작업을 걸다가 손목시계로 문자가 온다. '2500주 매입'
여자의 귓가에 뭔가 속삭여 여자를 미소짓게 만들면서 한눈으로는 손목시계의 문자를 확인하고,
한손으로는 여자의 머리칼을 쓸어올려주면서 다른 한손을 뻗어 작은 넷북으로 주식을 매입한다.
S#20. 경태의 방
방 한쪽 면에 칠판. 분필로 그려진 그래프. 32퍼센트에서 시작해서 목표량이 51퍼센트.
경태가 정성스럽게 37퍼센트까지 그래프를 이어 올린다.
옆의 칠판에는 (칠판의 옆에는) D-11 이라고 적혀있다.
S#21. 도우편 작전실
확정기준일까지의 날짜가 화이트보드에 적혀있다. 직원 하나가 [확정기준일 D-10]에서 10을 지우고 9라고 적는다.
한쪽 벽에는 경태의 칠판과는 대별되는 대형 모니터들이 있어서 주가현황이며 관계파도 등이 실시간으로 보여지고 있다.
위의 그림들에 계속 들리는.
작전맨 : (전화 중) 지속적으로 매입하는 세력이 감지됐습니다. 이들 때문에 채동의 시총이 300억에서 420까지 올랐구요.
(망설이다가 묻는다) 어뜩할까요?
S#22. 채회장 집 앞
케이가 차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
대문에서 나오는 도우. 그 뒤를 졸졸 따르는 오이사.
오이사 : 어뜩하까요? 상무님? 상무니임?
도우 : (차를 타려다가 미소 지으며 돌아본다) 왜요 갖고 있는 주식 던지구 싶으세요?
오이사 : 지금 채동 주가가 줄줄줄 오르고 있어서 말이죠. 주식 가진 제 일가친척들이 저를 들들들 볶구 있거든요.
사자만 있고 팔자가 없는 이때! 그러니 지금 팔면..
도우 : 갖구 계세요. (차에 타는)
오이사 : 저야 뭐 하라면 하라는대로 합니다만.. (차문을 잡고) 진심으로 걱정이 돼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상무님 지금 갖구 계신 자금.. 거의 없으시다면서요. 명도시인가. 거기 부동산을 죄다 매입하셨다구 들었는데..
그럼 채동 주식은 어뜩게..
도우 : 오이사님.
오이사 : 예.
도우 : 갖구 계세요. 채동의 시가총액. 수천억으로 만들어 드릴께요.
오이사, 감읍해서 차문을 닫아준다. 출발하는 차의 뒤를 향해 깊이 인사도 올린다.
S#23. 호텔 와인바
깔끔한 정장을 입은 경아가 들어서고 있다. 바에서 기다리던 도우가 일어나서 매너로 맞는다.
경아가 앉게 의자를 잡아 기다려주고 옆에 앉으며.
도우 : 샤토디켐 좋아하죠?
바텐에게 손짓으로 와인을 주문한다.
경아가 잠시 도우의 안색을 살피더니.
경아 : 어디 봐요.
하고는 한손을 들어 손등으로 도우의 이마를 짚어본다. 다른 한손으로는 자기의 이마를 짚어 열을 비교해보고.
경아 : 미열이 있네. 식사 마지막으로 언제 하셨어요.
도우 : 글세. 언제드라.
경아 : 일어나요. 와인을 마실 게 아니구 죽집이라두 찾아봐야겠다. (일어나려는데)
도우 : (그 손목을 잡아 다시 앉히며) 난 경아씨가 내 식사보다 더 중요한 걸 도와줬음 하는데.
경아 : 좋아요.
도우 : 뭔지 묻지도 않아요?
경아 : 뭘 해드릴까요.
도우 : 아버지 회사가 위험해요.
경아 :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만 가져오면 된다구 하지 않았어요?
도우 : 아버지가 이상한 사기꾼들에게 걸리신 거 같아요. 아버지가 갖고 있는 지분 32퍼센트에 대해서 전권위임을 해준 모양이에요.
경아 : 채상무님이 가진 게 얼마나 된다구 하셨죠?
도우 : 확보된 우호지분 합해서 45.4퍼센트.
경아 : 저쪽에서 매입 시작했나요?
도우 : 내 계산으로는 지금쯤 아버지꺼 합해서 40퍼센트 가까이 모았을 거에요.
경아 : 알았어요.
도우 : 뭘요.
경아 : 내가 할 수 있는 일, 말씀하시라구요. 바로 움직일 준비 되있으니까.
도우 : (미소 짓더니) 제니.
경아 : ?
도우 : 경아씨라구 불러두 되죠?
경아 : 허락.. 해드릴게요.
도우 : 그럼 이제 상무님 소리두 그만하죠. 언제 쫓겨난 상무자린데.
경아 : 알아 들었습니다. 도우씨.
경아 미소 지으며 마악 바텐이 밀어준 와인잔을 든다.
도우, 미소지어 경아를 보는데 눈빛은 차다.
S#24. 뮤즈 앞
클로즈, 내부공사 팻말이 그대로 걸려있다.
S#25. 뮤즈 내부
문호가 보고 있다. 안에서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나오는 신도 본다.
거기 경태가 안절부절하며 이리저리 헤메 다니고 있다.
자기 생각에 완전히 빠져 있어서 혼자 뭔가를 생각하고 아니라고 고개를 젓고 멈춰 섰다가 다시 종종종.
신 : 왜 저래요.
문호 : 몰라 오분 넘게 저러구 있어.
신 : 가끔.. 저래요?
문호 : 마지막으로 저랬을 때가 출소 직후였지.
신 : 그땐 왜.
문호 : 헤드셋을 뭘로 사야할지 세 개를 놓고 고민하더라구. 내가 보다가 미치겠어서 세 개 다 사줬어. 덤으루 옆에꺼까지 다.
재명이 이층에서 내려오다가 마악 앞을 종종 지나치는 경태와 부딪힐 뻔 한다.
재명 : 뭐야.
가던 경태가 돌아오더니 재명 앞에 선다. 손가락을 재명의 어깨에 꼽고.
경태 : 도재명. 잔고 이천이백만원.
경태 종종 가더니 신 앞에 선다. 잠시 신을 바라보더니.
경태 : 이구이사. 벌써 마이너스. (옆의 문호를 보더니) 삼촌. 잔고 안 가르쳐줌.
경태 다시 가려는 것을 신이 잡아 돌려세우더니.
신 : 선생. 뭔데.
경태 : ...모자랍니다.
신 : 우리 돈 오링이야?
경태 : 팔고 사고 팔고 사서 사십일프로까지는 채울 줄 알았는데 안됩니다. 삼십구에서 스톱.
저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마징거 계산대로 안됩니다. 마징거.. 안됩니다. (울려고 한다)
신 : 얼마나 모자란데.
경태 : 오.. 오..
문호 : 오억?
경태 : (고개를 젓는다)
신 : 오십억이라..
경태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호는 어이가 없고, 재명은 완전 귀찮아져서 다시 이층으로 올라가버린다.
문호 : 이건 어때. 지금 우리가 산 주식. 좀.. 올랐잖아? 팔아버리는 거지. 그럼 얼마 이득인가 하면..
신이 옆의 의자에 걸쳐놓았던 옷을 집어들며 나가고 있다.
S#26. 교도소 외경
S#27. 면회실
범환이 들어서다가 웃는다. 한 손을 들어보인다.
유리 너머로 신이 인사를 한다.
범환이 자리잡고 앉아 수화기를 들더니.
범환 : 다음달이면 나갈 것인데. 뭐하러 찾아와.
신 : 급해서요.
범환 : 또라이 또라이.. 암만 급해도 형님을 봤으면 일단 안부도 여쭙고 사는 얘기도 좀 하고 그리고 용건을 얘기해야 순서지.
신 : 돈 좀 빌려주세요.
범환 : (보다 웃는다)
신 : 한달 내로 갚을게요.
범환 : (조용히 보는)
신 : 꼭 이겨야 되는 게임을 하고 있는데요. 그 돈이면 이길 수 있을 거 같거든요.
범환 : (그저 보기만)
신 : 그냥 갚기만 하는 게 아니구 제대로 이자에 투자수익까지 붙여서 드릴게요. 형님 주식 하시죠?
아무리 길어도 한달 내에 결판이 나는 종목이에요. 저에게 맡기시라는 거죠. 그럼 제가..
범환 : 너 왜 그렇게 됐냐?
신 : (멈칫)
범환 : 내가 아는 넌 그런 놈 아닌데.
신 : ..제 말은.. (잇지 못한다)
범환 : 너 나한테 개길 때 아무한테도 도와달라 소리 같은 거 안했다. 니 혼자 똑바로 나한테 달려와서 내 머리통을 박았지.
신 : ..
범환 : 사회 나가더니 돈 맛에 찌들은 모양이네.
신 : 형님.
범환 : 우리 건달도 그렇다. 제대로 근성을 가졌던 놈들이 돈 맛을 알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쥐새끼가 되지.
신 : 형님이 그러셨잖아요. 복수를 제대로 하려면 그놈한테 당한 고대로 이자쳐서 갚아주라고. 그거 해보려는 거에요.
그런데.. 출발선이 너무 달라서요. 언놈은 날때부터 100미터 앞에서 출발하니까. 그래서 좀 도와달라는 겁니다.
좀만 뒤에서 밀어달라고.
범환 : 밀어주면 백미터 앞에 있는 놈. 따라 잡을 수 있다고?
신 : 해보겠다구요.
범환 : 그럼 증명해봐. 난 증명된 놈만 믿으니까. 돈 소린 그 담에 와서 해라.
차가운 범환의 눈. 더 이상 어찌 설득할 여지가 없겠다.
신. 막막해진다.
S#28. 뮤즈 앞
경태가 앞의 화초를 노려보고 있다. 꽃 하나가 옆으로 기울어져 있다.
바로 세워본다. 손을 놓으면 또 기운다.
옆의 다른 꽃에 기대어 세워본다. 완전 집중하고 있는데.
신소리 : 선생.
경태 : (깜짝 놀라서 돌아보면)
신이 어두운 얼굴로 보고 있다.
신 : 주식담보대출이란 게 있대매. 그거 어뜩게 빌리는 거야.
S#29. 뮤즈 내부
문호가 의자를 쿵 소리내어 바닥에 놓더니.
문호 : 하지 마.
문호는 홀의 청소를 끝내는 중이었다. 테이블에 올려놓은 의자를 하나씩 도로 내려놓으며.
문호 : 하우스 알지? 도박하는 데. 거기 가면 딱 너같은 놈 많다. 쫌만 더, 요것만 더, 한번만 더 하면서
집문서 내놓고 지 마누라 내놓는 놈들.
경태가 주춤거리는데, 신은 아무 대꾸없이 경태를 밀어 경태의 방쪽으로 간다. 그들과 엇갈려서 재명이 어슬렁거리며 온다.
문호 : 너 복수를 하겠다며. 근데 너 지금 복수하고 도박하구 헷갈리는 거 아냐?
재명이 앉으려다가 문호가 옆에 쾅 내려놓는 의자 때문에 움찔.
문호 : 김신.
그러나 경태와 함께 방으로 가버린 신은 대답이 없다. 그 방이 있는 쪽을 향해 냅다 소리지르는 문호.
문호 : 니 혼자 대출을 받아봤자. 안된다니깐. 우리 경태가 50억이 필요하대잖아. 너 혼자 해봤자 안된다고.,
재명 : 내 것두 담보 잡히라 했어.
문호 : 뭐?
재명 : 헤이 나 변호사야. 사기친 자를 변호하지. 사기로 돈은 안 벌어.
문호. 환장하겠다. 의자를 콰앙 내려놓는다.
S#30. 경태의 방
(현황표는 41%, D-4)
경태가 양손 검지를 마주 대고 걱정이 돼서.
경태 : 주식담보대출해서 제 시간에 돈 갚는 사람 열에 하나도 어렵습니다.
신은 대꾸없이 책상 위를 뒤져서 뮤즈 팀의 코드가 적힌 종이를 찾아낸다.
경태 : 자기 자본과 위험부담이 없는 자본이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주식담보대출은 원래 그럽니다.
갖고 있는 주식만 다 날리고. 빚은 빚대로 남게 되고..
신이 전화를 하고 있다.
신 : 증권사죠? 나 그 회사 계좌로 주식이 좀 있는데 그거로 담보대출해 준다면서요?
(상대의 대꾸를 듣더니 경태를 돌아본다) 바로 해주겠다는데? 무지하게 쉽네. 이거.
S#31. 명동 뒷골목
도우의 승용차가 와서 선다. 케이가 열어주는 문으로 경아가 내린다. 세련되면서 섹시함이 가미된 정장.
경아가 고개를 들어 보는 건물은 50년은 되보이는 오래된 것.
S#32. 건물 내부 사무실1 안
여직원이 돌아본다.
케이가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서는 경아.
사장실 책상에 앉아있던 환갑이 넘어보이는 노사장. 안경 너머로 경아를 본다.
경아는 입구에 도도하게 서서 미소를 짓는다.
경아 : 노사장님? 아까 연락드렸던 제니라구 하는데요.
노사장 : (잠시 더 노려보다가) 알아요. 그 이름..
S#33. 또 다른 명동 사채업 사무실2
아까보다는 좀 더 세련된 느낌의 사무실이다.
신사복을 입은 사내 둘이 문 옆을 지키고 있는데.
역시 신사복의 강사장이 악수를 청한다. 그 악수를 받는 경아.
강사장 : 영광이네. 말로만 듣던 뒷손. 제니.
경아 : 몰랐네.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해요? 뒷손 제니?
강사장 : 또 다른 말로 이렇게도 얘기하던데. 채도우의 섀도우 제니라고.
아하하하 재미있는 농담을 했다고 웃는다.
경아 살짝 흘기더니.
경아 : 섀도우가 환한 대낮에 찾아왔는데.. 흥미 있으시죠?
S#34. 당구장
당구를 치던 사내들이 모두 돌아본다.
거기 케이의 수행을 받으며 들어오고 있는 경아.
당구장의 추레하고 거친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옷차림.
경아의 도도함과 케이의 눈길에 찔끔해서 길을 슬슬 비켜준다.
당구장 한쪽 구석 카운터 뒤에서 배달된 짜장면을 먹던 주인이 경아를 본다. 짜장면은 계속 먹으면서.
옆의 플라스틱 의자를 끌어오더니 그 앞에 앉는 경아.
경아 : 김한철 사장님.
주인 : (빤히 경아를 보며 짜장면만 먹는)
경아 : 갖구 계신 채권 중에 애물단지가 하나 있으시죠? 삼년 전 채동 채동수 회장한테 빌려줬던 10억에 대한 채권.
주인 : 내가 이 바닥에서 이 일 한지가 사십년이야. 호락호락 아무렇게나 돈 안 빌려줘. 내가.
경아 : 못받으면 주식으로 전환하게 해놓으신 건 아는데요. 요즘 채동은 흔들거리구 그 회장은 쓰러졌다는데
지금 주식 바꿔봤자 본전의 반의 반도 안 될걸요.
주인 : (경아를 노려보며 옆의 물통을 들어 마신다)
경아 : 사장님 뿐이 아니에요. 그렇게 10억 20억. 채동수회장한테 사채 빌려줬던 분들. 명동 뒷골목에만 여럿 계세요.
그분들이 저더러 어떻게 좀 해보라구 하셔서요. 어떻게 좀 해볼까요. 제가?
빤히 보고 있는 주인.
경아가 옆의 젓가락을 들어 단무지를 집더니 들어준다.
주인이 말없이 보다가 받아 먹는다.
경아가 미소짓는다.
S#35. 작전실
작업을 하던 직원들이 분분이 일어서며 인사를 한다.
도우가 들어서고 있다.
직원들은 각자 자기 일로 돌아가고 작전맨만 도우의 옆으로 붙는다.
도우는 벽의 현황판을 훑어본다. 'D-3일'
작전맨 : 잠시 소강상태였다가 다시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우 : 자금을 더 구했단 얘긴데. (다른 직원을 보며) 회장님의 개인자금이 이동한 흔적이 있는지 알아보세요.
직원 : 네. (타자 치기 시작)
도우 : 지금 저들이 승부를 걸려면 몇억 정도로는 안 될 테고 수십억대의 사채가 한번에 움직인 건수가 있는지
(작전맨에게) 증권쪽의 사채시장을 알아봐요.
작전맨 : 알아보겠습니다.
작전맨이 지시를 하러 자기 책상으로 가 전화기를 잡는데 도우가 뭔가를 생각했는지.
도우 : 요 열흘간 채동 주식을 매입해온 자들.. 대충 파악하고 있죠?
작전맨 : 여러 경로를 통해서 대충은..
도우 : 그 계좌로 담보대출 나간 거 없는지 알아볼 수 있겠어요?
도우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S#36. 경태의 방
칠판에 'D-2, 47%'
경태가 완전히 모니터에 몰입해있다. 몰입상태에서 재빠르게 마우스로 클릭을 해대고 중얼중얼 계산을 하고.
그런 경태의 얼굴 앞에 손을 저어보는 문호. 꿈쩍도 않는다.
문호가 손을 펴서 모니터를 막자 고개를 삐딱하게 꺽어서 계속 모니터를 본다.
문호 : (밖에서 들을새라 낮은 목소리) 경태야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이렇게 골치 아프게 할 거 있냐? 우리 그동안 산 주식을
죄다 파는거야. 그리고 그 돈을 밑천으로 해서 말이다. 그 채도운가 하는 놈을 상대로 크게 한껀 때리는 거야.
지 애비도 당했는데 그 아들이 별수 있겠냐? 우리가 산 주식 다 팔믄. 그 돈으루 완전 국제적인 한탕 뛸 수 있다. 그러니까..
그러나 경태는 한마디도 안 들린다.
문호 : 내가 언젠가 써먹을라고 설계해놧던 게 하나 있거든. 이거 홍콩에 왕씨가 한번 써먹었던 건데.. 아주 완벽한..
경태 : (문호의 팔을 치우고 옆의 모니터를 본다)
문호가 한숨을 쉬더니 증권사 보안카드(신용카드 크기의 플라스틱)를 책상 위에 놓는다.
문호 : 이거 내 코드다. 쓰라고. 대신 조건이 있는데..
말하다보면 경태가 거의 기계적으로 메모를 가져가서 코 앞에서 보고 다다닥 키보드를 쳐넣고 있다.
문호 한숨을 쉰다. 말해 무엇하랴.
S#37. 명동 사무실1
경아 앞의 노사장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다.
경아가 노사장을 위해 계약서를 한 장 넘겨준다.
S#38. 경태방
경태가 흘러내리는 안경을 올리며 칠판의 숫자를 고치고 있다. '48퍼센트.'
그런 경태에게 억지로 김밥을 먹여주는 신.
S#39. 명동사무실 2
사장이 계약서의 마지막장에 도장을 쾅 찍는다.
그 앞의 경아. 미소를 지으며 그 계약서를 스윽 거둬간다.
S#40. 채회장 정원
채회장이 휠체어에 웅크리고 앉은 채 햇볕을 쬐고 있다. 문득 집의 이층을 돌아본다.
S#41. 도우의 방
시디 플레이어가 돌아가고(앞에서부터 계속된 음악) 책상 위의 모니터에는 채동의 파도차트가 보여지는데
도우는 혼자 아무 상관없다는 듯 스케치를 하고 있다. (자화상인 듯 얼굴 그림) 거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S#42. 당구장
김사장이 마지막 남은 단무지를 손으로 집어 먹으며 본다.
경아가 또각또각 걸어나가고 있다. 케이가 정중하게 문을 열어 나가게 해준다.
S#43. 뮤즈 홀
신이 진지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다. 옆의 재명도 진지하게 보고 있다.
재명이 신을 돌아본다. 신이 심각하게 고개를 젓는다. 재명, 참는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테이블에 놓여있는 삼분라면. 삼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신이 자기 앞의 라면의 종이 뚜껑을 살짝 열어본다. 재명이 긴장해서 보는데 우당탕 경태의 방 쪽에서 나오는 문호.
문호 : 됐댄다. 됐대. 51퍼센트. 채동!
신이 벌컥 일어나 달려간다.
문호 : (신을 따르며) 그럼 우리가 이긴 거지? 맞지?
혼자 남은 재명, 별로 관심없다.
자기 라면의 뚜껑을 스윽 열더니 한젓갈 먹어본다. 만족했다.
S#44. 경태의 방
칠판에 51이라고 쓰여있다. 옆에는 'D-1'
신이 경태의 어깨를 퍽 쳐주며.
신 : 선생. 멋지다. 수고했어. 선생이 해낼 줄 알았다니까.
문호 : 이제 다 끝난거야? 우리가 51프로 모았으니까 주총때까지 그냥 놀구 있음 되는거야. 그럼 채동이 우리 꺼 되는거지?
경태 : 마지막으로..
신 : 뭐.
경태 : 화.. 확..확..
신 : 확인해볼 게 있어?
경태가 끄덕이더니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한다. 새로 뜨는 화면. 의무공시페이지.
경태의 얼굴이 굳는다.
그런 경태의 심상치 않음을 보는 신. 화면을 다시 본다.
경태가 재빨리 화면을 바꾼다. 구자창에 총발행주식수가 나와있다.
경태가 휘청하고 주저앉으려는 것을 신이 잡아준다.
문호 : 뭐야. 왜애. 아 왜 그러냐고.
S#45. 도우의 방
음악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도우는 방금 그린 그림을 자신의 상상의 도시 조감도 위에 붙인다.
조감도 위에는 이미 서너장의 그림이 붙여져 있다.
도우 좀 떨어져서 본다. 만족스럽다.
그 때 전화벨이 울린다.
도우가 받아 들어서.
도우 : 찾았어? 어디? 명도시? (미소) 그 형수가 명도시에 있다구? 재밌네.
S#46. 뮤즈 앞 / 낮
경태가 총총 나온다. 거리를 둘러보고 시계를 보고 기다린다.
그러다가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서자 움찔한다. 뒷좌석에서 내리는 은수.
두어걸음 은수를 향해 가다가 은수가 경태를 보고 웃자, 굳어버리더니 주춤주춤 자기 먼저 뮤즈로 들어가버린다.
S#47. 뮤즈 내부
문호가 마중 나온다.
문호 : 가져왔어?
은수가 부지런히 들어서며 가방을 열어 명부를 꺼내며.
은수 : 필요하시다고 한 게 이거 맞죠? 주주 명부.
문호 : 경태야. 니가 필요하단 거 이거 맞지?
저만치 구석에 박혀있던 경태가 용기를 내어 우루루 달려오더니 은수 손에 있던 명부를 잡아채고는 다시 우루루 간다.
은수가 멀뚱하니 서있는데 신이 다가서며 커피잔을 준다.
신 : 사장님이 방금 뽑은 커핍니다.
은수 : (받으며) 고맙습니다.
신 : 어제 우리 선생 계산으로는 주식의 51프로를 확보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보니 시가총액은 올라있지.
주식수가 엄청 늘어있는 거야. 선생이 계산해보니까.. 51프로였던 지분이 43프로가 됐다는거지.
은수 : (열심히 듣지만 모르겠다)
신 : 무슨 소린지 모르겠죠?
은수 : 네.
신 : 당신 아버지가 발행한 채권같은 게 있는 모양이에요. 그게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게 해놓았나본데
하필 이번에 그 빚이 주식이 되버린 거죠. 전환사채라고 하는 건데.. 역시 무슨 소린지 모르겠죠?
은수 : (끄덕끄덕)
문호 : (옆에서 보다 답답해서) 아가씨네 회사 지킬려면 적어두 51프로가 필요해. 근데. 지금 우린 43프로야.
주주총회에서는 총회가 열리기 딱 이주 전까지 매입한 주식만 의결권이 있어. 그게 오늘이야.
신 : 이젠 더 이상 주식을 매입해봤자 소용없다는 얘기죠.
은수 : 그럼 어뜩해요?
신 : 저기..
신이 가리키는 곳. 경태가 주주명부에 빠져있다.
신 : 방금 가져온 주주명부를 보고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녀야죠. 위임장을 받아오는 거에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번에 새로 유입된 전환사채의 주인을 찾는건데.
은수 : 저두 갈게요.
신 : (보는)
은수 : 위임장 받으러 다니려면 사람 필요하잖아요. 저두 다닐께요. 그런 건 잘해요.
사람들 찾아다니고 고개 숙이고 뭔가 부탁하는 거..
신, 보다가 웃는다. 예전의 은수가 생각난 것.
S#48. 채회장 집 외경 / 저녁
귀가한 은수가 뛰다시피 들어온다.
S#49. 거실
외출복 차림의 은수가 종종 걸어서 지나치다가 멈춘다. 부엌쪽을 돌아본다.
거기 도우가 서서 또뽑기를 만들고 있다. 은수를 돌아보더니 미소 짓는다.
도우 : 늦었네. 어서 와.
은수 : (주춤거리는 기분으로 섰는데)
도우 : 너 기다리면서 너무 많이 만들었나부다.
테이블에는 또뽑기가 열몇장 쌓여있다.
도우 : 안 도와줄래?
은수가 가방을 옆에 놓고 다가선다.
도우 : 손 씻구 와야지.
은수가 싱크대 쪽으로 간다. 신이네 다녀오는 길이라 마음이 캥기고 있다.
도우 : 그거 기억나? 은수 니가 중학생때였지? 너 학교 오갈때마다 못살게 구는 남자애가 있다구 했잖아.
옆에 학교 고등학생이었나..
은수 : (조심스레 돌아서 도우를 본다. 무슨 말을 하려는걸까)
도우 : 첨엔 오빠가 그냥 좋게 타일렀지. 그러지 말라고. 두어대 쥐어박고 말았어. 알지?
은수 : (끄덕인다)
도우 : 며칠 후였나. 나 운동가는데 그 놈이 친구들을 끌고 와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그때 알았지.
완성된 것을 판에 타악 엎어 놓는다. 그 소리에 은수가 움찔하는 기분이 된다.
도우 : 사람이란 게 원래 남의 충고를 잘 못 들어. 그래서 가르쳐줄려면 확실하게 가르쳐줘야 돼.
다시는 기어오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처음부터 철저하게 밟아줘야 비로소 알아듣는거야. 아 내가 이러면 안되는 거구나.
도우가 은수를 본다. 은수는 겁에 질린 눈으로 도우를 보고 있다.
도우가 마음아픈 얼굴이 된다.
도우 : 그러지마 은수야. 너는 오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하구 싶은 말 있으면 다 하구. 화내구 싶으면 화내. 넌 그래두 돼. 알잖아.
도우 억지로 웃어보이는데, 그런 도우를 보던 은수 눈에 얼핏 눈물이 맺혀버린다.
도우, 들고 있던 국자를 냅다 던지려다가 참는다. 참고 물통에 넣더니 돌아서 가려한다.
은수 : 오빠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
도우 : (멈추는)
은수 : 오빤 돈두 별로 필요하지 않잖아. 아버지한테 서운한 게 많아서 그래? 아니면 그냥 무조건 이기는 게 좋은거야?
그래서 아무도 자기 편을 안 만드는 거야? 누구나 다 적이라고 생각하잖아.
도우 : (돌아보지 않은 그대로)
은수 : 난 피아노 치고 웃고 그러는 오빠도 진짜 오빠라구 생각해. 그런 오빠로 계속 남아주면 안돼?
회사같은 건.. 돈 같은 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가지라구 하구. 그럼 안 돼?
도우 : ...진짜 오빠.. 진짜 나.. (돌아서 은수를 본다) 난 언제나 나야. 은수야. 진짜 자기가 어떤지도 모르면서
대충 아무렇게나 사는 건 다른 사람들이고. 난 언제나 진짜야. 은수 너만은 그걸 아는 줄 알았는데.
도우는 정말 안타까운 듯 말하는데. 은수는 대답을 못한다.
S#50. 경태의 방
현황표가 그려지던 칠판에는 경태가 손으로 그렸음직한 한달 달력이 붙어있다. (년도와 달은 빼고)
19일 정도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주총. 이라고 적혀져 있다.
그 앞날짜들 중에 6. 7. 8에는 엑스자로 지워져 있다.
S#51. 대학 도서관 앞
학생들 사이로 나오던 학생 현수가 핸드폰을 하며 나오고 있다.
현수 : 저 지금 나왔는데요. 어디세요?
거기 기다리고 있던 신이 핸드폰을 내리며 손을 들어 보인다.
S#52. 연구소 건물 옆 외진데
강승현이 멍해서 보고 있다.
그 앞에 우뚝 서 있는 문호. 말없이 종이를 내민다. 받아 들어 내용을 보면 위임장.
강승현 : 그러니까.. 이걸 어쩌라는..
문호 : 그러니까 위임을 해주십사는..
강승현 : 그니까 왜 위임을..
문호 : 그러니까 위임을 하시라는 거죠. 왜 위임을 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면 차라리 위임을 하시는 게 낫겠다는 거죠.
S#53. 저택 정원
안여사가 핸드폰을 하며 대문으로 나가고 있다.
안여사 : (신경질을 내며) 아 글세. 이거 무슨 외판 행상도 아니고 남의 집은 왜 찾아와요.
내 주식을 왜 당신이 이래라 저래라야. 내가 정보를 듣고 팔았다가. 이번에 다시 오르길래 잽싸게 좀 샀어.
하며 대문을 연다.
S#54. 대문 밖
안여사 : 얼마 사지도 않은 거 왜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다가 멈춘다. 그 앞에 재명이 무뚝뚝하게 서있다.
안여사 : (말투가 바뀌면서) 뭐.. 필요하시다구요?
재명 : (위임장 종이를 내주며) 위임장.
안여사 : 어머.. 위임.. 그러니까 내가 아까 바빠서 잘 못 들었는데 뭘 어뜩게 해드리면 되나?
재명 : 설명해야 됩니까? 아까 전화로 한 거 처음부터 다시?
안여사 : 그래주시면 나야 고맙죠. 안에 들어가실래요? 어차피 도장두 안에 있는데.
S#55. 변두리 수퍼마켓
은수가 부지런히 바닥 청소를 하고 있다.
주인여자가 물건을 들고 움직이려 하자 열심히 받아들어 자기가 한다.
은수 : 이쪽으로 놓으면 되요?
여자 : 창고로 넣을건데.
은수 : 네 알겠습니다.
은수가 씩씩하게 가는 모습을 보며 여자가 카운터의 남편을 돌아본다. 남편이 돋보기를 쓰고 위임장의 내용을 읽고 있다.
S#56. 경태 방
경태가 새로 가져온 위임장을 책상 위에 쌓아놓는다. 수십장의 위임장이 쌓이고 있다.
이하 오버랩들..
S#57. 거리
위임장이 든 가방을 들고 달려가는 신이 마악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탄다.
S#58. 경태방
또 몇장의 위임장이 얹혀진다.
S#59. 다른 거리
문호가 운전하는 경차가 달려와 급정거를 한다.
문호가 내리다가 보면 뒤로 늘어져 자던 옆자리의 재명은 빨리 내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끼어서 끙끙대고 있다.
S#60. 변두리
복덕방으로 들어가는 신. 나오는 신. 다리가 아파서 늘어져 앉는 신. 그러면서 핸드폰을 눌러대는.
S#61. 경태의 방
위임장의 내용을 보며 암산으로 덧셈을 하고 컴에 기록을 하는 경태의 뒤로 달력에는 엑스자가 15일까지 지워져 있다.
그 위로.
문호소리 : 위임장. 아직 4퍼센트도 못 모았대매?
S#62. 뮤즈 홀
신은 장부를 보며 다음 사람에게 전화를 걸 준비를 하고 있다.
신 : 워낙에 소액주주들이라서. 아무리 뛰어두 표가 잘 안나네. 두주만 시간이 더 있어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넘버 누르는)
문호 : 두주 정도만 더 미루면 될 거 같아?
신 : 여보세요. 박순동씨 댁이죠? 박사장님?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채동건설 회장직속 특별기획부 김신이라고 합니다.
문호 : 주총 구경해본 적 없지?
신 : 사장님께서 갖구 계신 채동 주식에 대해서 상의 드릴 게 있어 전화드렸습니다.
문호 : 그럼 주총꾼이란 말도 들어본 적이 없겠네. 가끔.. 주총을 연기시키거나 아예 무효화시키거나 그럴 때 쓰는 방법인데..
신 : (수화기를 막고 문호를 돌아본다)
문호 : 물론 이건 사람이 좀 필요하지. 목청이 좋은 사람들. 좀.. 많이.
신, 수화기를 든 손을 아예 내리면서 문호를 본다.
S#63. 채회장 집 정원
오이사가 열심히 달려 들어온다.
S#64. 채회장 거실
달려들어오던 오이사가 멈칫. 거기 휠체어에 앉아서 보고 있는 채회장.
오이사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더니 넥타이를 바로잡으며 이층으로 바로 올라가버린다.
말없이 보고만 있는 채회장.
S#65. 도우의 방
오이사 : 바로 내일입니다. 주주총회. 상무님께서 명실공히 채동의 새 주인이 되시는 날이기도 하지요.
도우가 출근을 위해 복장을 손보고 있다. 커프스에 손수건에 등등 하나하나.
오이사가 들고온 서류철을 뒤적거리며.
오이사 : 현재 상무님께서 확보하신 주식은 45.7 퍼센트. 51퍼센트 이상 확보하셨다면 더 생각할 것도 없겠습니다만.
뭐.. 이 정도만으로도 안정적이다. 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제 남은 건 채동을 어서 인수하시고.
지난 두주 사이 시가총액 300억에서 오오오백억 이상으로 올라간 우리 채동을 수천억짜리로 만드시는 일 뿐입니다. 하하.
도우 : 이번 주총. 오이사께서 진행해주셔야 할 거 같아요.
오이사 : 제가요. 아니.. 제가..
도우 : 아버진 몸이 불편하시잖아요.
오이사 : (비장하게) 알겠습니다.
도우 : 용역 애들 좀 불러야겠네요. 나, 시끄럽고 지저분한 게 싫어서요.
오이사 : 명심하겠습니다.
S#66. 경태의 방
경태의 손이 마지막 주총 14일에 엑스자를 긋는다.
S#67. 뮤즈 앞
문이 활짝 열리더니 문호가 앞장 서서 나온다. 그 뒤를 수트로 빼입은 신과 재명이 따른다.
맨 마지막으로 경태가 따라나오다가 도로 들어간다.
신이 이미 예상했던 듯 팔을 뻗어 잡아낸다. 경태가 줄줄 끌려나온다.
대기하고 있는 문호의 경차. 그 뒤로 끼익 도착하는 중호의 봉고차.
중호가 운전석에서 고개를 내밀며.
중호 : 목소리 큰 놈이 필요하다구 했지? 몇놈이나 있음 돼?
신이 봉고차 내부를 들여다본다.
거기에는 나름 신사복들이라고 입었는데 안에는 빨간 셔츠를 받쳐 입었다든지 해서 어설픈 이들이 서넛 타고 있다.
S#68. 주총 회의 건물 앞
도착하는 버스.
버스에서 용역들이 내리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신사복을 차려입어서 제대로 된 경호원들이다.
건물 앞에는 이미 경호들이 입구를 막고 들어서는 사람들의 신분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
들어서려던 중년 하나가 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년 : 이거 왜 이래. 나도 주주야.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러 온거야.
경호 :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주주라는 증명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바로 출입증을 발급해드리겠습니다.
그들의 뒤 로비에서는 안내 테이블을 늘어놓고 직원들이 들어오는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출입증을 발부해주고 있다.
입구 앞은 빨리빨리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밀치며 소란이 벌어진다.
S#69. 건물 근처
봉고차의 열린 창문으로 문호가 위임장을 사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있다. 조수석에는 중호.
문호 : 자아 각자 위임장 받으시고. 요기 대리인 이름 쓰는 데 있죠. 각자 자기 이름 쓰세요.
// 이만치 경차 옆에 나란히 선 신과 재명.
재명 : 그러니까 오늘의 목적은 주주총회를 갱판 놓는거야?
신 : 갱판이 아니구 깽판. 이건 제대로 단어 앞에 힘을 줘야 돼. 깽판.
재명 : 그래서.
신 :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지. 제일 중요한 게 마지막에 전환 사채로 유입된 주식들. 그 주주를 찾을 시간이 필요해.
찾기만 하면 설득할 수 있을 거야.
재명 : 신.
신 : 어.
재명 : 너 아주 착한 놈이야.
신 : 시비 거냐?
재명 : 니 아버지 어머니 분명히 법을 절대 어기지 못했을 거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고. 그래서 납치도 못 해. 총도 못 쏴.
사기를 쳐도 재미가 없고.
신 : 너 심리학 공부도 했냐.
재명 : 그래서 니가 약한 거야.
신 : ..(돌아본다)
재명 : 착한 놈은 약한 거야. 약한 놈은 지는 거고. 그게 이 세상 룰이야.
신 : 그래서.
재명 : That's it.
재명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먼저 걸어간다.
신,, 그 뒷모습을 보다가 뒤를 돌아보면 차 안에는 아직 경태가 웅크리고 앉아있다.
S#70. 건물 로비
신이 경태를 밀어 안내 데스크로 온다. 앞서온 재명이 출입증을 받아 목에 걸고 있다.
옆에서는 문호와 경태가 들고온 위임장을 등록하느라 거기 직원들과 바쁘다.
신이 입구 쪽을 본다. 거기 중호네 패거리가 들어서고 있다. 각자 위임장이며 신분증을 보이고 있다.
신이 다시 안쪽을 본다. 거기 홀에서 계단에 이르는 길을 양쪽으로 양복의 경호들이 늘어서서 빈틈없이 감시하고 있다.
이층으로 통하는 계단에 있던 경호들이 위쪽을 향해 자세를 바로 한다.
위층에서 내려오는 도우. 옆에 케이가 수행을 하고 있다.
케이를 보고 재명이 먼저 몸이 굳는다.
그런 재명의 앞을 막아서며 도우를 보는 신.
도우도 신을 봤다. 빙긋이 미소 짓는다. 고개도 약간 숙여보이는 듯 하다.
도우는 누구를 마중하려는 듯 로비 입구 쪽으로 가는데. 그 때 밖에서 경호들에게 길이 막혀 못 들어오고 있는 은수가 보인다.
도우가 인상이 찌푸려져서 그쪽으로 가려는데 그 옆을 빠르게 지나가는 신. 경호들에게.
신 : 뭣들 하는 겁니까. 채동 회장님의 따님이십니다.
경호들이 멈칫하는 사이 신이 은수의 팔꿈치를 잡아 보호하듯 안으로 들인다.
신 : 혼자 왔어요? 기사는 어딨고.
은수도 도우를 봤다. 도우가 꼼짝않고 보고 있는데, 신이 은수를 안내해서 걸어온다. 도우를 지나쳐 온다.
잠시 후 도우가 돌아보자 거기 문호며 재명, 특히 경태가 반갑게 은수를 맞이하고 있다.
그들이 안쪽으로 은수를 호위하듯 해서 걸어 들어간다.
S#71. 총회장 내부
앞에 단상이 마련되어져 있고.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 [臨時株主總會 주식회사 채동건설]
단상의 한쪽에는 태극기도 세워져 있고.
일반석에 주욱 놓여진 의자에 사람들이 들어와 앉기 시작한다.
그 중에는 신이네도 있고. 그들과 떨어져서 자리를 잡는 중호네도 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갑자기 뒷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경호들.
그들이 우루루 양쪽 통로로 들어오더니 단상을 막아서며 일반석을 향한다.
중호 : 뭐야 이거. (냅다 기선제압용으로 소리를 지른다) 저 앞에 저것들 뭐야. 니들 주주야?
잠시 그 뒤를 받쳐주는 사람이 없어서 침묵이 흐르는데 신이 얼른 소리를 높혀.
신 : 주주 아닌 사람들은 다 나갑시다.
문호 : (재빨리 뒤를 이으며) 당신들 자리가 이상하잖아. 우리 주주들이 무슨 거지떨거지야. 지금 뭘 막겠다고 거기 선거야?
그들의 선동에 주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오이사가 재빨리 뒤에서부터 나와 경호의 담 너머에서 마이크를 잡더니.
오이사 : (권위있게 하려고 애쓰며) 조용히 해주세요. 그럼 지금부터 채동건설 임시 주주총회를..
신 : 말씀하시는 분. 회사 누구십니까? 어느 부서에 누군데 우리 주주한테 조용해라 마라합니까?
오이사 : 지금부터 모든 발언은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은 다음에..
중호 : (손을 들고 벌떡 일어서더니) 나 손들었어. 아저씨. 보이지? 손들었으니까 말하는데. 채동건설이 경호업체였어?
이 앞에 막아선 이것들 뭐냐고오.
이제 사람들이 다 중구난방 떠들기 시작한다. 중호가 데리고 온 애들이 완전 분위기 험악하게 만들며 의자를 차며 소리지른다.
앞에 사람들 빠집시다. 주주들끼리 얘기합시다. 등등.
재명이 팔짱을 끼고 앉아있다가 옆을 본다. 은수와 경태가 둘 다 겁이 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재명 혼자 웃는다.
신 : (일어서서 주주들을 향해) 주주 여러분. 이런 식으로는 우리 주총이고 뭐고 못하겠습니다.
보아하니 몇천만원 들여서 용역 부른 모양인데요. 그거 다 우리 돈입니다. 우리 돈으루 우릴 왜 막아요?
우리 주주가 깡패들입니까?
중호가 앞장서서 우우 박수를 날린다.
회의장의 맨 뒤에는 기자석이 마련되어 있는데. 저마다 노트북을 앞에 놓은 기자들이 재빨리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기자들은 목에 보도..라고 쓴 출입증을 매달고 있다)
S#72. 로비
이제 들어갈 사람들은 다 들어간 로비에서 도우가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로비의 문이 열리며 케이의 안내를 받아 경아가 들어선다. 도우를 보고 활짝 미소 짓는다.
경아 : 좀 늦었네요. 마지막 처리할 게 있어서요.
도우가 깍듯한 매너로 경아를 맞아 이층으로 향하며.
도우 : 경아씨.
경아 : 말씀하세요.
도우 : 들어가기 전에 말씀드려야 할 게 있는데요. 나도 좀 전에야 알았어요.
그래서.. 경아씨에게 먼저 말해줘야 할 거 같아서 기다렸구요.
경아 : (아직 미소) 뭔데요. 무섭다. 서두가 너무 길어서.
도우 : 우리 아버지한테 사기를 친 일당. 지금 저 위에 와있어요.
경아 : 경찰 안 불러요?
도우 : 그게.. 그 중에 하나가 아는 얼굴이드라구요. (계단 중간에 멈춘다)
경아 : (의아해서 같이 멈춰 보는)
도우 : 김신이라구. 경아씨 예전 남자였죠?
경아 : (얼었다)
도우 : 그 친구가 경아씨하구 내 사이를 아나? 그래서 하필 우리 아버지를 노려서 사기를 친걸까요?
아버지.. 벌써 몇십억 날린 거 같거든요.
경아, 숨이 막혀서 계단 위쪽을 돌아본다.
그런 경아를 가만히 관찰하는 도우.
S#73. 주총장 앞 홀
경아가 빠른 걸음으로 온다.
문 앞을 지키던 경호들이 막아서려다가 경아의 뒤를 따르는 도우의 눈빛에 비켜선다.
경아가 양손으로 닫혀있는 주총장의 문을 활짝 연다. 내부는 난리법석이다.
S#74. 주총장 내부
이제 앉아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다들 우루루 서서 저마다 소리를 질러대고 있고.
-누가 니들 해친대? -지금 장난치자는거야? -뭐가 그렇게 겁나.
경호들은 연단을 막아서서 앞으로 몰려나오려는 사람들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뒤에서 오이사가 앞의 소란과는 상관없이 마이크에 대고 지 말을 하고 있다.
오이사 :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모든 분들께
발언권을 드리지 못하는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중호가 냅다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중호 : 귓구녕에 뭘 처박았어? 사람이 말을 하면 왜 쳐듣질 않아?
바쁘게 사람들을 훑어보던 경아의 시선이 멎는다. 거기 신이 아예 의자에 올라가며 소리친다.
신 : 이 분 손해 많이 보신 분이야. 얘기 좀 하게 해주고 들어주라고 좀.
오이사 :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분들은 퇴장을 명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신 : 의장. 불신임안을 제창합니다. 그거 먼저 처리합시다아.
(의자 위에서 몸을 돌려 사람들을 둘러보며) 제대로 회의 진행 할 사람 불러오라해요. 이대로는 주주총회고 뭐고..
하다가 멈췄다. 뒷문 앞에 우뚝 서있는 경아와 시선이 똑바로 마주친 것.
굳은 신의 옆에서 문호가 의자에 올라가며 뒤를 이어 소리친다.
문호 : 이게 주주총회 맞아요? 이게 합법적인 의사 진행 맞아? 우리가 지금 당신들하고 싸우자고 왔어?
중호가 와아 앞으로 달려나간다.
중호의 패거리들이 바람을 잡으며 앞으로 민다. 다른 사람들도 우루루 앞으로 쏠린다. 경호들과 몸싸움이 일어난다.
뒤의 오이사가 기겁을 해서 뒤로 도망친다.
그 와중에 신은 경아만 보고 있다.
옆의 재명과 경태가 은수를 보호해서 옆으로 빠진다.
그래도 신은 경아만 보고 있다가 어쩐지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
S#75. 총회장 건물 일각
경아가 앞서서 빠르게 걸어오다가 멈춰 돌아본다.
그 뒤를 따라온 신. 선다. 경아 뭐라고 말해야할지 몰라 보면.. 신은 묵묵히 그런 경아를 보고 있다.
경아 : 신아.
신 : 어.
경아 : 이러지 마.
신 : (웃는. 의외로 담담한 자신을 느끼고 있다)
경아 : 내가 너한테 못할 말 했어. 나두 알아. 그래서 너 열받은 거 이해해. 너 화나면 보이는 게 없잖아. 알어. 아는데..
이런 말 우습겠지만.. 그렇게 모질게 대하는 게 널 위하는 거라구 생각했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이러지 마.
신 : 경아야?
경아 : 너 지금 니가 누굴 상대하는지 몰라서 그러는데..
신 : (차근차근) 뭔가 오해하나본데. 지금 내가 여기서 하구 있는 거. 너하구 전혀 상관없어.
경아 : 신아. 이러지 말라구.
신 : 내 말 어렵나. 경아 너하구 나, 이제 상관없다구. 그리고.. 난 이제 니가 내 여자 아니라구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내 여자 아닌 사람이 나한테 그러지 마라.. 이렇게 얘기하는 건 아니라구 생각하는데. 우리.. 그렇지 않나?
경아 : (말이 막혀 보다가) 너 누구하구 싸우는지는 알구 있어?
신 : 알어.
경아 : 아니. 신아. 너 아직 몰라. 이 세상엔 해도해도 안되는 것들이 있어.
신 : (좀 짜증이 나려고 한다) 그래?
경아 : 언젠가 말했는데 기억나? 사는 세상이 다르다구. 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아무리 기를 쓰구 싸워봤자
이 세상 사람들한테는 안돼. 그니까 제발 싸우지 마. 신아. 너만 다쳐. 그리고..
신 : (말을 잘라)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만 둘 수가 없잖아. 모두가 해봤자 소용없다구 하니까. 감히 덤비지 말라구 하니까.
우리같은 서민. 떨거지들은 그냥 그렇게 살다 죽으라고 하니까. 해볼 수 밖에 없잖아. 아무도 안해보니까 내가 해봐야지.
해봐야 알지.
경아 더 말을 못하고 본다.
신이 조용히 경아를 보고 있다. 그때 들리는..
도우소리 : 경아씨.
신이 후딱 돌아본다. 도우가 다가온다. 신은 그저 흘낏 보고 경아에게 다가서서.
도우 : 갖구 오셨죠?
경아 : (신을 보고 있다)
도우 : 경아씨가 모아온 전환사채 의결권. 주세요. 갖다주고 저기 시끄러운 거 정리하게요.
신 : (경아가 들고 있는 세련된 서류 가방을 본다)
경아 : (잠시 그 가방을 만지는 듯 싶다)
도우 : 경아씨 이름으로 위임받아 왔다구 했죠? 그거 합하면 우리 51.3퍼센트 되는데.. 나한테.. 줄거죠?
도우는 경아의 결정과 그에 대한 신의 반응이 흥미있다.
경아가 신을 보고 있다. 신이 그런 경아를 본다.
경아가 신에게 다가선다.
그런 경아를 도우가 본다.
경아 : (신에게 가까이 속삭이듯) 난 니가 그냥 거기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여기 세상같은 거 모르구. 편하게..
경아가 돌아서더니 도우에게 간다.
도우가 신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더니 경아의 허리를 감싸듯 해서 함께 나란히 걸어간다. 경아는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신이 절망의 느낌으로 주총장 쪽을 돌아본다.
S#76. 주총장
문호가 어이 없어 보고 있다. 중호도 경태도 재명까지 어이없어 보는 연단 쪽.
거기 오이사가 경호들에 둘러싸인 채로 마이크를 잡고 빠르게 발표하고 있다.
오이사 : 주식회사 채동건설 임시주주총회. 표결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1안 대표이사 해임건, 가결되었습니다.
제 2안 대표이사 선임건. 가결되었습니다.
책상 위의 나무망치를 들더니 재빨리 세 번을 내려친다.
S#77. 주총장 로비
이제 주총은 다 끝나고 경호들이 몰려있던 로비는 비었다.
유리문 밖은 어둠이다.
S#78. 주총장
모두가 가버린 주총장.
낮의 아수라장을 연상시키듯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의자들.
어두운데.. 어느 구석엔가 신이 보인다. 신이 혼자 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 앉아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그저 앉아있다가 일어선다.
S#79. 뮤즈 외경
도착해서 서는 차(도우의)의 바퀴.
S#80. 뮤즈 내부
벗은 헤드셋의 줄을 만지며 나오던 경태가 입구 쪽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허겁지겁 헤드셋을 머리에 쓴다.
카운터 뒤의 문호가 마시던 커피를 쏟을 뻔 해서 놓는다.
입구로 들어서고 있는 것은 도우다. 혼자 들어선 도우가 다방의 내부를 둘러본다.
문호와 시선이 마주치더니.
도우 : 김신씨를 만나러 왔는데요.
문호 : 아직 안 들어왔는데.
도우 : 나 아시죠? 채도우라고 하는데요.
문호 : 그런데요.
도우 : 우리 아버지 돈 사기친 분들 맞죠?
문호 : (웃는다) 이 분이 무슨 말씀을 하시나. 우리는 보다시피 커피하구 음악 파는 사람들인데.
도우 : 그 돈.. 안 남았죠? 채동 주식 사는데 다 썼죠?
하며 시선이 계단 쪽으로 간다. 거기 재명이 내려오고 있다.
재명은 똑바로 도우를 보며 걸어오더니 바로 도우의 앞에 선다. 그대로 한 방 먹이기라도 할 느낌.
도우. 다리를 벌려 잡으며 자세를 잡는데.
그 뒤로 들어서는 신이 둘 사이에 팔을 넣어 재명을 잡아 뒤로 밀고. 도우를 돌아본다.
신 : 나 만나러 온 거 아닌가?
도우 : 회복이 빠르시네요. 지금쯤 어디선가 취해서 늘어져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신 : 난 깐죽거리는 대화는 안 좋아하니까. 본론만 말하지.
도우 : 갖고 있는 채동의 주식. 팔고 싶으면 찾아오라고 말해주려구요. 내 여자가 부탁을 해서요. 김신은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신 : 고마워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
도우 : 대신 날 찾아올 때는 김신씨 혼자. 주식을 사달라고 부탁을 할 때는 무릎을 꿇고 해주세요.
신 : (어이없어 웃는데)
뒤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경태가 두어걸음 의자에 걸리며 나와서 손을 뻗어 도우를 가리킨다.
경태 : 내일 아침. 다 던질겁니다. 저 사람. 자기 가진 거 다 내놓으면. 우리 가진 거 휴지 됩니다. 휴지 되면 우린.. 우린..
(말을 잇지 못하는데)
도우 : 주식담보 대출 받은 거 갚을 길이 없어지죠. 똑똑한 분이네. (다시 신을 본다) 잘 생각해보세요. 혼자 찾아와서 무릎꿇기.
돌아서더니 입구 쪽으로 간다.
울컥 나서는 재명을 신이 막는다.
입구 쪽에서 도우가 돌아본다.
도우 : 아.. 혹시 형수님이 명도시에 살지 않아요?
신 : (꿈틀해지는)
도우 : 거기 내 땅이 많은 데라서.. 우연치고는 재밌던데.
도우가 미소짓는다.
이번에는 신이 미소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