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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들] 03
S#1. 빅토리 기획실 (낮)
민철과 연수.. 마주 앉아 있다.
민철 : (놀란) 동생을 가수로 만들어 달라구요?
연수 : 네!
민철 ; ...............
연수 : 갑자기 이런 부탁드리는 거... 실장님께 얼마나 황당하게 들릴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한텐 너무 절실한 일이라 무리한 줄 알면서두 부탁드리는 거예요.
민철 : 김연수씨!
연수 : ................
민철 ; 가수 된다는 거.. 그렇게 쉬운 일 아닙니다.
연수 ; 알아요. 저도 알지만, 제 동생은 꼭 가수가 돼야 합니다. 제 동생을 가수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전 어떤 뒷바라지도
할 각오가 돼 있어요. 돈이 필요하다면 돈도 마련할 거구요. 노래 연습이건 춤 연습이건 회사에서 하라는 건
다 시킬 겁니다.
민철 : 연수씨 동생이라는 분.. 친동생입니까?
연수 : (!)
민철 : 연수씬 가족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력서가 잘못된 건가요?
연수 : 아뇨......... 친동생은 아닙니다.
민철 : 친동생도 아닌데, 그 동생을 위해서 뭐든지 할 각오가 돼 있다.. 저로선 좀 이해가 안 가는데요.
연수 : 친동생은 아니지만 저한텐 유일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전, 그 애한테 갚아야 될게 너무 많거든요.
민철 : 무슨 큰 빚이라도 졌단 얘기처럼 들리네요.
연수 : ......... 네. 아주 큰 빚을 졌어요. 죽을 때까지 갚아도 다 갚기 힘들만큼...
민철 : (!)
연수 : 제 동생..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되는 것만 꿈꾸면서 힘들게 살아온 애예요. 근데, 그꿈마저 포기해야 한다면
그 앤 아마 자기 인생을 포기할지도 몰라요. 부탁드립니다. 제 동생한테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민철 :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은 연수씨 동생만이 아닙니다.
연수 : 실장님! 지금 동생한테 가수의 길을 열어주지 못한다면, 전 평생 그 애한테 죄책감을 느끼면서 살게 될 겁니다.
제발 저한테 그 앨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민철 : ....................
연수 : (고개까지 숙이며) 부탁드립니다.
민철 : (연수의 고개 숙인 모습을 바라보다가) .................. 한 번 만나게 해주세요.
연수 : (얼굴 환해지는)
민철 : 하지만, 무조건 가수로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은 못합니다. 전 승산 없는 게임은 안 하거든요.
연수 : 걱정 마세요. 제 동생.. 실장님이 이끌어주시면 잘 할 거예요.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어요. 자신 있습니다.
민철 : (미소지으며) 연수씨가 자신 있다고 될 문젠 아닌 거 같은데요.
연수 : (확신에 찬) 아뇨. 전 동생을 알아요. 꼭 자기 꿈을 이룰 거예요.
민철 : (!)
S#2. 레코드사 계단 (낮)
연수.. 기쁨에 찬 얼굴로 계단을 내려오는데,
윤주.. 열받은 얼굴로 지켜서 있다가 앞을 탁 막아선다.
윤주 : 근무시간에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연수 : ................
윤주 : 실장님 쫓아가는 거 같던데, 연수씨가 실장님한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연수 : 개인적인 일로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윤주 : (어이가 없다는 듯) 개인적인 일? 연수씨가 실장님한테 개인적인 얘기 할 처지야? 부탁인데, 그런 짓 해서 나 좀 욕먹게
하지 마. 연수씨가 그렇게 주제 모르고 귀찮게 굴면 실장님은 내가 직원 관리 못해서 그런다고 생각하실 거 아냐!
연수 : ................
윤주 : 오늘 근무 끝나고 이번 달 판매 순위랑 다음 달에 나올 신보 목록, 포스터로 제작해서 매장 안에 쫙 붙여.
미대까지 다녔다니까 그 정돈 할 수 있겠지?
연수 : 알겠습니다.
윤주 : (돌아서며 중얼거리는) 차.. 나도 여태 실장님한테 개인적인 얘기 한 번 못해 봤는데, 웃겨! 진짜!
연수 : .................
민철 : (외출 차림으로 연수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연수 : (내려간다)
기찬 : (민철 뒤에서) 실장님! 아직 안 나가셨네요. 다행입니다.
민철 : 무슨 일 있습니까?
기찬 : 제가 깜빡했는데요. 4시에 음반제작자협회 세미나가 잡혀 있습니다.
민철 : 주제가 뭔데요?
기찬 : 올해 가요계의 동향과 전망.. 뭐 그런 거랍니다.
민철 : 그거라면 세미나보단 거리로 나가보는 게 낫습니다.
기찬 : (?)
S#3. 민철의 차 안 (낮)
민철... 직접 운전하며 천천히 대학로를 지나가고 있다.
여기저기 붙어있는 <길거리 가요제> 플랜카드가 보인다.
민철.. 핸즈 프리를 이용해서 민지에게 전화를 건다.
S#4. 민지 방 (낮)
민지.. 배낭에 화구( 벽에 낙서하는 데 필요한 도구들. 붓, 뿌리는 페인트 등..)를 챙겨 넣고 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민지 : (전화 받는) 네!
민철 : (F) 뭐 하니?
민지 : 오빠!
S#5. 민철의 차 안 (낮)
민철 : 밥은 먹었어?
민지 : (F) 밥맛 없어서 안 먹었어.
민철 : (걱정스런) 왜? 어디 아퍼?
S#6. 민지 방 (낮)
민지 : 그건 아니구.. 근데, 오빠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전화를 다 하구..
민철 : (F) 그냥.. 니 생각이 나서..
민지 : 갑자기 내 생각이 왜 났는데?
S#7. 민철의 차 안 (낮)
민철 : 민지야!.... 넌 꿈이 뭐니?
민지 : (F, 황당한 듯) 꿈? 웬 꿈?
민철 : 말해봐. 니가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오빠도 알고 싶어서 그래.
그 때, 민철의 차 앞으로 기타 가방를 맨 소년 하나가 뛰어든다.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는 민철.
소년... 차를 피하면서 기타 가방을 떨어뜨린다.
민철의 차.. 기타 가방을 박살내며 정지한다.
민철 : 민지야! 오빠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께. (전화 끊고 차문을 열고 뛰어나간다)
소년 : 기타! 내 기타! (기타 가방을 열고 박살난 기타를 꺼내보더니 절망스런 얼굴로 털썩 주저앉는다)
민철 : 다친 데 없습니까?
소년 : (울상으로) 차라리 내가 다치는 게 난데, 기타가 박살나버렸어요. 이제 곧 대회도 시작할텐데...
민철 : 길거리 가요제 나가요?
소년 : 이젠 끝났죠 뭐! 그거 나가려고 몇 달이나 연습했는데.. (망가진 기타를 안고 한숨 쉬면)
민철 : (소년을 보다가) 기타만 있으면 나갈 수 있는 거죠?
소년 : (?)
민철 : (차 트렁크를 열고 기타 케이스를 꺼내 소년에게 주며) 가져요! 맘에 들지 모르겠지만..
소년 : (케이스를 열고 반짝거리는 고급 기타를 보더니 입이 딱 벌어진다) 이, 이거.. 진짜 비싼 기타잖아요.
이걸 진짜 저보고 가지라구요?
민철 :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주며) 대신 우승하면 찾아와요.
소년 : (감격한)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민철 : (소년 어깨를 두드려주고 차를 타고 떠난다)
S#8. 대학로 야외 광장 (낮)
<길거리 가요제>가 열리고 있다.
소년.. 민철이 준 기타를 연주하며 열심히 노래한다.
민철.. 관객들 뒤에 서서 뿌듯한 얼굴로 소년의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소년.. 노래가 끝나고 내려가면,
민철.. 돌아서서 걸어가는데, ZERO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세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민철... 무대를 보면 세나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민철.. 세나를 보고 오디션에서의 세나를 다시 떠올린다.
S#9. 빅토리 오디션장 (낮) - 민철의 회상
세나 : (정훈에게 끌려나가면서도 바락바락 소리지른다) 두고 봐! 나 놓치고 분명히 후회하게 될거야. 두고 보란 말야!
S#10. 대학로 야외 광장 (낮)
민철.. 감정에 취해 열심히 노래하는 세나를 보며 씩 웃는다.
S#11. 민철 집 앞 (밤)
규석.. 민철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오토바이를 대놓고 열심히 주위를 살펴보고 있다.
대문이 열리더니 화구가 든 배낭을 맨 민지.. 조용히 빠져나온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색으로 통일한 차림이다.
규석 : (손짓을 하면)
민지 : (달려와서 날렵하게 규석 등뒤에 올라탄다)
규석 : (울상으로) 야! 나 이제 이런거 시키지마! 사장님이나 실장님한테 들키면 나 바로 (모가지자르는 시늉하며) 이거란 말야.
심장에 소름 돋아 죽겠다.
민지 : 시끄러! 넌 내 말 안 들어도 어차피 모가지야! 아빠한테 니가 찝쩍거렸다고 바로 찔러버릴 거니까!
규석 : 내가 니가 사장님 딸인 줄 알았냐?
민지 : (규석 다리를 걷어차며) 가기나 해!
규석 : 아우.. 씨... (울상으로 오토바이를 출발시킨다)
S#12. 거리 (밤)
민지처럼 검은 색 복장을 한 남자애들 몇이 기다리고 있다.
규석의 오토바이 도착하면 민지.. 뛰어내린다.
민지 : 넌 여기서 기다려!
규석 : 언제 끝나는데?
민지 : (남자애들 쪽으로 가며) 오늘은 어디야?
S#13. 경찰서 담장 앞 (밤)
민지와 남자애들.. 경찰서 앞에서 주위를 살핀다.
민지를 따라온 규석.. 얼굴이 하얘진다.
규석 : 아니 이제 경찰서까지... 저것들이 진짜 간땡이가 부었네.
민지와 남자애들.. 잽싸게 각자의 배낭에서 낙서를 하는데 필요한 도구들을 꺼내더니 경찰서 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경찰을 놀리는 내용의 그림과 낙서다.
민지..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해나간다.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진지하고 열정에 휩싸인 모습이다.
S#14. 음반 매장 앞 (밤)
영업이 끝난 매장. CLOSED 표지 걸려 있고, 캄캄하다.
민철의 차.. 도착한다. 매장을 지나가는데, 안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온다.
민철.. 매장을 들여다보면, 매장 한쪽에만 불을 켜져 있는 상태에서
연수.. 포스터(음반 판매 순위, 이 달의 신보)를 그리고 있다.
S#15. 음반 매장 (밤)
연수.. 그림 솜씨를 발휘, 화려한 포스터를 만들어내는데 열중해 있다.
연수 앞에 놓여지는 커피잔.
연수.. 놀라서 보면 민철이 서 있다.
연수 : 실장님!
민철 : 왜 이 시간까지 퇴근 안 했어요?
연수 : 네.... 일이 좀 남아서요.
민철 : (그림을 들여다보며) 이런 데 쓰기엔 아까운 실력이네요.
연수 : (쑥스럽고)
민철 : 나 신경 쓰지 말고 일하세요. 난 매장 좀 둘러보고 가겠습니다.
연수 : .................
민철 : (CD 진열대 쪽으로 간다)
연수 : (계속 그림을 그리려 하지만 민철이 신경이 쓰여 집중이 되지 않는다. 살짝 민철을 훔쳐보면)
민철 : (CD를 고르고 있다)
연수 : (다시 그림에 집중하려고 의도적으로 열심히 붓을 놀리는)
민철 : (CD를 하나 집어들고 연수가 그림 그리는 모습에 시선을 준다)
연수 : (그림 그리다가 다시 민철이 있던 곳을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약간 서운한 표정 스치는데..)
그 때, 매장의 음악이 바뀐다.
(평범한 히트 가요에서 분위기 있는 JAZZ곡으로)
연수 : (놀라는)
민철 : (오디오가 설치된 곳에서 걸어나오며) 혼자 일할 때 자주 틀어놓는 곡입니다.
이 곡을 들으면 누군가와 함께 있는 거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연수씨도 이 넓은 매장에서 밤에 혼자 일하려면
무서울 거 같아서 친구 하라고 틀어드리는 겁니다.
연수 : (!)
민철 : (연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럼.... 수고하세요.
연수 : (목례한다)
민철 ; (사무실로 올라간다)
연수 : (바로 그림을 그리려다가 붓을 놓고 편한 자세로 고쳐 앉더니 민철이 준 커피를 마시며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한다.)
S#16. 빅토리 기획실 (밤)
민철 역시 같은 음악을 들으며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다.
S#17. 빅토리 레코드사 앞 (밤)
연수.. 매장에서 나와 위를 올려다본다.
민철의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다.
S#18. 민철의 사무실 (밤)
민철... 옷을 입으며 나갈 차비를 한다.
S#19. 빅토리 레코드사 앞 (밤)
연수, 대로로 나가 **동을 외치며 택시를 잡으려 애쓰고 있다.
연수를 지나치는 택시들.
연수.. 난감한 얼굴인데, 민철의 차가 와서 선다.
민철 : (차에서 내린다)
연수 : (?해서 보면)
민철 : (조수석 쪽 문을 열어주며) 타세요. 집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연수 : 아뇨. 괜찮습니다.
민철 ; 너무 늦었어요. 밤에 여자 혼자 택시 타는 것도 위험하구요.
연수 : 정말 괜찮습니다. 폐 끼치고 싶지 않아요.
민철 : 동생분도 연수씨처럼 이렇게 고집이 셉니까?
연수 : ................
민철 : 그러면 곤란한데요. 전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컨트롤이 안 되는 신인은 원치 않거든요.
연수 : ...............
민철 : (미소지으며) 타세요!
연수 : (잠깐 망설이다 차에 탄다)
민철 : (문을 닫아주고 운전석으로 가서 차를 출발시킨다)
S#20. 민철의 차 안 (밤)
민철.. 운전을 하고, 연수..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연수 : (어쩐지 긴장이 돼서 자꾸 손을 만지작거린다.)
민철 : (그 모습을 보고) 추워요? (히터를 높인다)
연수 : 아뇨. 괜찮은데요.
민철 : 연수씬 뭐든지 괜찮다 그러네요.
연수 : .................
민철 : 동생이 걱정하겠어요. 퇴근이 늦어서....
연수 : ......... 지금은 동생하고 같이 살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곧 같이 살게 될 거예요.
민철 : 친동생이 아니면, 그 동생하곤 어떻게 만난 사입니까?
연수 : ..........같이 자랐어요. 고아원에서...
민철 : (!)
연수 : (당당한)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불쌍하게 자란 건 아녜요.
먹을거 없어서 굶은 적 없고, 입을 거 없어서 못 나간 적 없으니까요.
민철 : .................
연수 : 전 오히려 그곳에서 살 수 있었던 걸 고맙게 생각해요. 부모 있는 애들 중에도 생활이 어려워서
학교 못 다니는 애들 많은데, 전 거기서 고등학교까지 편하게 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구 뭣보다 절 따르는 동생을 만나서 외롭지 않았구요.
민철 : .................
연수 : 실장님처럼 늘 가족이 곁에 있는 분을 잘 모르실 거예요. 자기를 믿고 의지하는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민철 : .................
S#21. 나래 집 동네 길 (밤)
나래... 연수를 기다리고 있다.
추우니까 노래를 부르며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다.
나래 : 아우.. 이 기집애 기다리다 동태 되겠네. 서방을 이렇게 기다렸으면 열녀문도 백 번은 세워줬겠다.
그 때, 민철의 차.. 나래를 지나쳐 몇 미터 앞에 선다.
나래.. 무심하게 쳐다보는데, 민철의 차에서 민철과 연수 내린다.
나래 : (깜짝 놀란 얼굴로) 아니, 저게 누구야? (차 쪽으로 뛰어가며) 김연수!
연수 : 어! 나래야!
나래 : 안녕하세요! 실장님!
민철 : 안녕하세요!
나래 : (무슨 일인가 싶어 연수와 민철을 번갈아 쳐다보는데)
민철 : 연수씨가 택시를 못 잡아서 곤란해 하길래 제가 모셔다드린 겁니다. 그럼, 전 이만 가 봐야겠네요.
(연수에게) 회사에서 봐요.
연수 :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나래 : 저기요! 실장님! 여기까지 오셨는데 저희 집에서 차라도 한 잔 드시고 가세요.
연수 : (말리는) 나래야!
나래 : 뭐 어때? 여자 둘이 같이 사는 집인데 야밤에 남자 끌어들인다고 뭔 일 날 것도 아니잖아.
연수 : 야!
민철 : (웃으며)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시간이 늦어서요. 차는 다음에 마시죠. (차에 탄다)
나래 : (아쉬워서 차창에 매달리며) 아우.. 담에 또 오실 리가 없을텐데.. 좀 마시고 가시지..
민철의 차 떠나면, 연수.. 멀어지는 민철의 차를 바라보는데..
나래 : 아깝다. 하늘이 주신 기회였는데...
연수 : 뭐가?
나래 : 내가 매니저가 되는 제일 빠른 방법이 뭐겠냐? 황태자만 OK하면 끝나는 거 아냐!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확 집으로 끌고 들어가서 날 매니저로 받아준다고 할 때까지 물고문이라도 하는 건데... 진짜 아깝다!
연수 : (웃으며 나래 팔짱 낀다) 춥다! 들어가자!
나래 : (걸어가며) 안 되겠다! 내일부턴 나도 황태자 나오는 시간 맞춰서 택시 잡는 척하구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수밖에!
도대체 황태자가 널 목격한 지점이 어디냐?
S#22. 민철 집 앞 (밤)
민철.. 차에서 내려 열쇠로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S#23. 2층 복도 (밤)
민철.. 계단을 올라온다.
선재의 방에서 선재와 명자의 웃음 소리 들린다.
S#24. 선재 방 (밤)
선재의 간식 거리 책상 위에 놓여 있다.
명자 : (웃으며) 진짜 너를 사위 삼겠다 그랬단 말야?
선재 : 그렇다니까! 병원에 오기 전에 꿈을 꿨는데, 내가 꿈에 나왔다면서 자기 딸하고 천생연분이래요.
명자 : 그럼 한 번 만나나보지 그랬어? 혹시 아니? 그 딸이 진짜 니 천생배필일지..
선재 : 그 아주머니 얼굴을 보고 얘기하세요!
명자 : 그렇게 아니었어?
선재 : (고개 크게 끄덕끄덕)
명자 : (웃고)
선재 : (같이 웃고)
S#25. 2층 복도 (밤)
민철.. 선재의 방 앞에서 선재와 명자의 웃음 소리 들으며 씁쓸한 표정이다.
민철.. 민지의 방으로 가서 방문을 노크한다.
안에서 아무 대답이 없자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민철.
S#26. 민지 방 (밤)
민철.. 조용히 들어와서 민지의 침대 쪽으로 간다.
민철 : (침대 한쪽에 걸터앉아서) 민지야! 벌써 자? 오빠 왔는데... (살짝 이불을 걷어보는데 이불 속에 큰 베개만 들어있다.)
S#27. 선재 방 (밤)
선재.. 명자에게 귤을 까서 먹여주고 있는데,
민철이 문을 벌컥 연다.
명자.. 깜짝 놀라서 일어난다. 선재도 따라 일어나고..
명자 : (긴장하며) 민철이 왔니?
민철 : (굳은 얼굴로) 민지 어디 갔습니까?
명자 : 민지? 방에 없어?
민철 : 없습니다.
명자 : (당황하는) 그럴 리가.. 아까 일찍 잔다고 먼저 올라갔는데.....
민철 : 그럼, 한번 들여다봐 주셔야죠. 일찍 잔다고 했으면 몸이 아픈 걸 수도 있잖습니까!
명자 : ...............
민철 : (나가버린다)
선재 : (명자에게) 너무 걱정 마세요. 잠깐 편의점에 간 걸지도 모르니까..
명자 : (한숨 쉬는)
S#28. 경찰서 담장 앞 (밤)
그림이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다.
그림을 보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민지.
규석.. 좀 떨어진 곳에 쭈그리고 앉아 졸고 있다.
순찰을 마치고 경찰서로 들어가던 경찰들.. 민지 일행을 발견한다.
경찰1 : 니들 뭐야?
민지 일행 : (도망친다)
규석 : (깜짝 놀라 엉겁결에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S#29. 아파트 단지 철조망 앞 (밤)
경찰들.. 뒤에서 쫓아오는데, 민지 일행 앞에 아파트 단지 철조망이 가로막는다.
남자애들.. 잽싸게 철조망을 기어오르는데, 민지.. 기어오르다 떨어지고 만다.
신음하는 민지를 비추는 경찰의 플래시 불빛.
S#30. 민철 집 앞 (밤)
민철.. 걱정스런 얼굴로 민지를 기다리고 있다.
문이 열리고, 명자와 선재가 나온다.
명자 : 추운데 좀 들어가 있어. 이제 선재랑 내가 기다릴게.
민철 : (선재에게) 어머니 모시고 들어가라!
선재 : (명자에게) 그래요. 엄만 들어가 계세요. 내가 형하고 여기 있을게.
명자 : 민철아.. 미안해.... 내가 민지한테 더 신경 썼어야 되는데...
민철 : ....................
그 때, 성춘의 차가 도착한다. 봉달.. 먼저 내린다.
봉달 : (민철, 명자, 선재를 보고) 왜들 다 나와 계십니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디 불구경이라도 났습니까?
성춘 :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린다)
명자 : (얼른 성춘을 부축하고)
선재 : 다녀오셨어요.
민철 : (목례만 한다)
성춘 : (명자에게) 무슨 일이야? 왜 이 시간에 나와 있어?
명자 : ............ 민지가 안 들어와서요.
성춘 :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야?
민철 : (보면)
성춘 : 안 들어오면 안 들어오는 거지, 뭐 대단한 딸년이라고 식구수대로 나와서 보초를 서구있어?
민철 : (얼굴 굳어진다)
명자 : (민철 눈치를 보며) 여보...
성춘 : 다들 들어가! 돈 떨어지면 기어 들어오겠지. (들어간다)
명자 : (민철을 보며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데)
성춘 : 한 잔 더하게 장부장도 들어와!
봉달 : 네! 형님!
성춘 : (명자에게 소리 버럭) 뭐 해? 들어오라니까!
명자 : (할 수 없이 따라 들어간다)
봉달 : (혀를 차며) 이래서 내가 장가를 못 가요. 자식새끼 그거.. 다 애물단지거든. 민지 그 기집애, 놈팽이 붙었지?
민철 : (노려보는데)
봉달 : (눈치 없이 계속하는) 뻔한 거지 뭐. 다 큰 기집애가 밤이슬 맞고 싸돌아다니는데 놈팽이 말구 딴 이유가 뭐 있겠냐!
이래서 엉댕이에 바람든 기집애 하나 지키기가 웬웬만한 나라 하나 지키는 거보다 힘들대는 거야.
선재 : (민철 표정 살피며) 그만하세요!
봉달 :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민지 그 기집애 엉댕이에 바람 든 건 사실이잖아. 그나마 이정도 빵빵한 집안에서 자랐으니까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도 땄지, 안 그랬으면 걔 벌써 학교 짤리구, 지금쯤 천호동이나 화양리에서 술 따르고 있을 거다!
민철 : (봉달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봉달 :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고)
민철 : (분노에 찬) 내 동생 갖구 함부로 떠들지 마!
그 때, 민철의 핸드폰 울린다.
선재 : (봉달을 부축하며) 전화 받아요! 민질지도 모르잖아.
민철 ; (그때서야 전화 받는다)
S#31. 경찰서 앞 (밤)
규석.. 경찰서 앞에서 핸드폰으로 민철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민철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봐 코를 막고 얘기하고 있다.
규석 : 이실장님, 아니 저.. 민지 오빠 되시죠? ...........전 민지 친군데요. 지금 민지가 경찰서에 잡혀 있어요. 빨리 좀 와주세요.
S#32. 민철 집 앞 (밤)
민철.. 전화를 끊고, 바로 차를 타고 떠나버린다.
선재.. 착잡한 얼굴로 멀어지는 민철의 차를 본다.
S#33. 경찰서 앞 (밤)
민철... 민지를 데리고 경찰서에서 나온다.
민지 : 미안해.. 오빠...
민철 : ................
민지 : 진짜 미안해...
민철 : 어딨어?
민지 : (?)
민철 : 이민지 작품 말이야! 니가 그렇게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그린 명작, 오빠도 구경 좀 해보자!
민지 : (배시시 웃더니 민철 손을 끌고 간다)
S#34. 경찰서 담장 앞 (밤)
민철과 민지.. 나란히 서서 벽에 그린 그림을 보고 있다.
민지 : (자기가 그린 쪽을 가리키며) 이쪽이 내가 그린 거야. 죽이지?
민철 : 와.. 진짜 작품인데...
민지 : (우쭐해서) 같이 하는 애들이 다 놀래. 나같이 빨리 느는 애 첨 봤다구..
민철 : 이렇게 넘치는 재능 갖구 왜 미술 공부는 싫어할까?
민지 : 그림은 내 오락이야. 이것까지 스트레스로 만들기 싫어.
민철 : 하지만, 오빠 혼자 보긴 아까운데?
민지 : 오빠만 보면 돼. 오빠말곤 보여주고 싶은 사람도 없어.
민철 : 민지야..
민지 : 응?
민철 : 옛날에 엄마가 그러셨다. 민지는 화가가 됐으면 좋겠다고..
민지 : 진짜?
민철 : 그래.. 아마 엄마도 그림을 그리고 싶으셨었나봐.
민지 : 너무 좋았겠다. 엄마랑 나랑 나란히 앉아서 같이 그림 그리면...
민철 : (민지를 애잔하게 바라보는)
민지 ; (민철에게 기대며) 오빠! 결혼하지 마라!
민철 : 뭐?
민지 : 오빠까지 결혼하면 나 너무 외로울 거 같단 말야. 결혼하지 마! 응?
민철 : 걱정 마! 결혼하고 싶어도 못 해! 너같이 무서운 시누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누가 시집을 오겠냐?
민지 : (킥킥 웃고) 그렇겠지? 간 떨려서 못 오겠지?
민철 : 배 안 고파?
민지 : 고파! 나 밥 사줘! (민철의 팔짱을 끼고 간다)
S#35. 민지 방 (밤)
선재.. 들여다보면, 명자... 우두커니 앉아서 민지를 기다리고 있다.
선재 : 그만 주무세요. 형이 데리러 갔으니까 별 일 없을 거야.
명자 : 그래도 들어오는 거 보고 자야지.
선재 : (속상해서) 엄마가 아무리 그래봤자 반가워하는 사람 없어.
명자 : .............
선재 : 나 먼저 잘게요. (나간다)
S#36. 선재 방 (밤)
선재... 책상 앞에 앉아보지만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책을 탁 덮어버린다.
옷장을 열고 꼭대기에서 포대기로 싼 물건(건반 악기)을 꺼내는 선재.
S#37. 민철 집 1층 거실 (밤)
성춘.. 술을 마시고 있고,
봉달.. 민철에게 맞은 부분을 계란으로 문지르고 있다.
봉달 : 형님! 그녀석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내가 누굽니까? 저놈 똥기저귀까지 갈아줬던 어른 아닙니까!
성춘 : 어른이면 어른답게 굴어!
봉달 : (억울한) 형님!
성춘 : (일어난다)
봉달 : 어디 가세요?
S#38. 선재 방 (밤)
선재.. 귀에 헤드폰을 꽂은 채 건반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헤드폰 때문에 소리는 나지 않는) 음악으로 위안을 얻으려는 듯 건반을 두드리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성춘 들어온다.
성춘 : (선재를 보더니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선재 : (놀라서 헤드폰을 빼며) 아버지...
성춘 : 너 지금 뭐하는 거냐?
선재 : 아버지...
성춘 : (소리치는) 지금 뭐하는 거냐구 묻잖아!
선재 : .............
성춘 : 너 분명히 음악에서 손뗀다고 했지! 공부만 열심히 하겠다고 했지! 근데,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애비 눈 속이고 나중에 뒷통수 치겠다는 거야? 뭐야?
명자 : (성춘의 고함소리에 놀라 들어왔다가 얼굴이 얼어붙는다) 선재야!
성춘 : (선재에게서 악기를 빼앗더니 창문을 열고 건반을 밖으로 던져버린다)
명자 : (놀란) 여보!
성춘 : (선재를 무섭게 노려보며) 다시 한 번 딴 짓 하다가 눈에 띄는 날엔 집에서 쫓겨날 줄 알아! (명자를 밀치고 나간다)
선재 : (창 밖을 보며 멍하게 서 있다)
명자 ; 너 그거 버렸다고 했잖아. 엄마한테 거짓말한 거야?
선재 ; ...................
명자 : (눈물이 글썽해서 주저앉는다) 너까지 왜 이렇게 엄마 말을 안 들어? 엄마 어떻게 살라구 너까지 이래?
선재 : 엄마.... 내가 음악 하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
명자 : 의사 될 사람이 음악은 무슨 음악이야!
선재 : 의사도 취미 생활은 있어. 나 음악 그냥 취미로 할거라구. 그것도 안 돼?
명자 : 안 돼!
선재 : 왜?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거야?
명자 : 엉뚱한 데 정신 쏟다가 공부 소홀히 할까봐 그래! 그걸 몰라서 물어?
선재 : 내가 형이랑 경쟁이라도 할까봐 그래요?
명자 : (!)
선재 : 혹시라도 내가 공부 때려치우고 아버지 회사 들어가서 형이랑 싸울까봐, 그래서 못하게 하는 거예요?
명자 : 선재야!
선재 : 나.. 아버지 뜻대로 의대 들어갈 때, 그 때 벌써 음악 포기했어요. 음악 하면서 살고 싶던 생각, 버렸다구.
그럼 된 거 아녜요? 가슴 답답할 때 건반 좀 두드리는 것까지 이렇게 못하게 해야 되냐구요!
명자 : (가슴 아프지만) 하지마! 아버지가 싫어하시는 일이면 하지마!
선재 : 엄마!
명자 : (눈물을 참으며 일어나서 나간다)
선재 :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거 같고)
S#39. 민철 집 정원 (밤)
성춘과 봉달.. 문을 열고 나오는데,
선재.. 어둠 속에서 부서진 건반 악기를 들고 앉아 한 음 한 음 눌러보고 있다. 슬픈 얼굴이다.
봉달 : (으시시하다는 얼굴로) 형님! 저녀석 선재죠?
성춘 : ..............
봉달 : 전 가끔 저 녀석 보면 머리가 쭈삣쭈삣 서는 게, 오금이 저려옵니다.
성춘 : 무슨 소리야?
봉달 : 날이 갈수록 붕어빵이잖습니까! 저러구 있으니까 꼭 죽은 이영준이가 무덤에서 걸어나온 거 같아서...
성춘 : (O.L) 조용히 못 해!
봉달 : (찔끔!)
성춘 : 헛소리 그만 하구 가 봐!
봉달 : 알겠습니다! 형님! (두렵다는 듯 선재를 보며 돌아서고)
성춘 : (선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S#40. 민철의 집 앞 (밤)
민철과 민지.. 대문 앞에 서 있다.
민철 : (열쇠로 열려고 하는데)
민지 : (민철의 손을 막으며) 벨 눌러!
민철 : 민지야!
민지 : 우리가 뭐 죄졌어? 왜 맨날 도둑고양이처럼 숨어 들어가야 돼?
민철 : ................ (벨을 누른다)
S#41. 민철 집 1층 거실 (밤)
민철과 민지.. 들어오면, 성춘, 명자.. 기다리고 있다.
민철 : 다녀왔습니다.
명자 : 별 일 없었지?
민지 : (쏘아붙이는) 왜? 별 일 있길 바랬어?
민철 : 올라가 보겠습니다!
성춘 : 거기 서!
민철 : (!)
성춘 : 저 기집애 어디서 끌고 왔냐?
민철 : ............
성춘 : 어디서 끌고 왔어?
민철 : 별 일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성춘 : (소리 버럭) 누굴 눈 뜬 장님인 줄 알아?
사람들 : (놀라고)
성춘 : 도대체 이 집안 꼴이 어떻게 돼갈라구 자식새끼들이 돌아가면서 애비 등뒤에서 딴 짓들이야!
니들 눈엔 애비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냐? 종이 호랑이로 보여?
민철 : 소리지르지 마십시오! 소리지르고 화내는 걸로 부모 노릇 끝나는 거 아닙니다!
성춘 : 뭐야?
민철 : 민지를 어디서 데려왔는지 궁금하세요? 그게 그렇게 궁금하시면 애가 나가기 전부터 관심을 가지셨어야죠!
민지가 집안의 가굽니까? 장식품이예요? 애가 집에 있을 땐 하루 종일 웃는지 우는지 눈길 한 번 안 주다가,
애가 없어지면 그때서야 화내고 닥달 하시죠! 자기가 없어져야만 식구들이 자기의 존재를 느끼는데
아버지라면 어떡하시겠어요! 아버지도 민지 입장에서 한 번 생각을 해보시란 말입니다!
민지 : 그만해! 오빠! 난 이 집 사람들 관심 필요 없어.
성춘 : 이 집 사람들? 너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막 나갈거야?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민지 : 내가 뭐가 불만인지 몰라요? (명자를 가리키며) 난 저 여자가 싫어요! 저 여자가 우리엄마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뻔뻔한 얼굴로 사모님 행세하는 것두 싫구, 아빠 앞에서 내 눈치 슬슬 보면서 혼자 착한 척하는 것도 싫구,
같은 밥상에서 젓가락 닿는 것도 싫구, 내 물건에 손대는 것도 싫구, 다 싫다구요!
선재 : (E) 엄마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니?
선재.. 계단에서 내려온다.
선재 : (속상해서) 엄마.. 너한테 할 만큼 하셨어. 니 말대로, 니 눈치 보느라 말 한 마디 편하게 해보신 적 없구,
어떻게 하면 니 맘에 들 수 있을까, 내 눈엔 비굴해 보일만큼 전전긍긍하셨어. 그 정도면 된 거 아니니?
엄마가 너한테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돼?
명자 : (말리는) 선재야!
민지 : 오빠는 빠져! 오빤 나한테 잘난 척 할 자격 없으니까!
선재 : (!)
민지 : 까놓고 말해서 우리 엄마 안 돌아가셨으면 오빤 평생 세컨드 자식으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처지 아냐?
근데, 이젠 오빠가 이 집에서 제일 잘난 아들 행세를 하고 있으니 웃기는 일이지.
선재 : ..................
명자 : (눈물을 흘린다)
선재 : 이민지! 넌 아직도 일곱 살 어린애야!
민지 : 뭐?
선재 : 내가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넌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욕하고, 투정하고,
심술 부리고... 엄마나 아버지 괴롭히는 게 니가 살아가는 이유야?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갈 건데?
민철 : 그만해!
선재 : 형도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무조건 감싸고 돈다고 그게 민질 위하는 게 아니라구요 어쩌면 민지를 망치고 있는 건
엄마나 아버지가 아니라 형일지도 몰라요!
명자 : 입다물어!
선재 : 싫어요! 나도 더 이상 엄마가 당하는 거 보고만 있을 수 없어요.
명자 : (소리지르는) 그만 올라가지 못해?
민철 : (차갑게) 놔두세요. 다 어머니 위해서 하는 소린데..
명자 : ................
민철 : (선재에게) 계속해봐.
선재 : 난 형이 민지가 엄마한테 함부로 굴게 놔두는 거..이해할 수 없어요! 형, 매사에 정확하고 사리 밝은 사람이잖아요!
근데, 왜 민지가 엄마한테 못되게 구는 건 못 본 척하는 거예요? 그거 형답지 못한 일 아녜요?
민철 : 내가 언제 니가 어머니한테 하는 행동 갖구 뭐라고 한 적 있니?
선재 : (!)
민철 : 니가 어머닐 어떻게 대하든, 어머닐 위해서 무슨 짓을 하든, 그건 니가 알아서할 문제야.
마찬가지로 나하고 민지의 일은 니가 참견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지.
선재 : 형!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우리 같이 산 지 15년이야! 이제 서로 미워하지 않을 때도 됐잖아요!
민철 : 쉽게 말하지 마! 어머닐 잃고, 아버질 뺏긴 건 니가 아니야!
선재 : (!)
민철 : 올라가자! (민지를 데리고 올라간다)
성춘 : (명자에게) 당신! 애들한테 볼멘 소리 안 나오게 좀 할 수 없어?
명자 : 미안해요...
성춘 : (방으로 휙 들어가버린다)
명자 : (선재에게 화를 낸다) 너한테 실망했다. 너 이렇게 생각이 없는 애였어? 이게 엄마를 위하는 거야?
선재 : 엄마..
명자 : 니가 이러면 엄마 너랑 같이 살 수 없어.
선재 : (!)
명자 :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선재 : (가슴이 아프다)
S#42. 나래 집 옥상 (아침)
나래..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물을 길어와 대야에 붓고 찬물과 섞은 후, 노래를 부르며 머리를 감기 시작한다.
연수.. 외출복 차림으로 나온다.
연수.. 쌀을 씻고 있는데, 나래.. 방문을 손바닥만큼 열더니 얼굴만 내민다.
나래 : (머리에 비누칠한 채) 어디 가?
연수 : 응.. 방 좀 알아볼라구.
나래 : (방문을 확 열고 뛰어나오는) 방? 무슨 방?
연수 : 이제 세나랑 같이 살라면 방 얻어야지!
나래 : 그럼 난?
연수 : ...................!
나래 : (섭섭해서) 뭐가 그렇게 급해? 걘 아직 너만 보면 도끼눈 뜨고 불을 뿜는다며!
연수 : 거기 놔둘 순 없어. 하루라도 빨리 데리고 나와야 돼.
나래 : 방 구할 돈이나 있냐?
연수 : 모아논 돈 있잖아.
나래 : 야! 그건 너 복학하면 등록금으로 쓸라구 모아 논 돈이잖아.
연수 : 복학이야 다시 돈 모은 담에 하면 되지.
나래 : 무슨 소리야? 너 이번 가을엔 복학해야 미국 유학 갈 수 있잖아! 교수가 공짜로 유학까지 시켜준다는데
그 좋은 껀수를 차버리겠다는 거야?
연수 : 어차피 세나 못 찾았으면 발길이 안 떨어져서 못 갔을 거야. 세나 없이 혼자 성공하고, 혼자 잘 사는 거...
나한테 아무 의미 없어.
나래 : 진짜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내가 보니까, 너 걔 뒤치다꺼리 하다가 대학 졸업장도 못 따기 십상이야!
연수 : 후회 안 해!
나래 : (인상 쓰며) 방 얻을 거면 내 구역 안에다 얻어! 이 형님 손 벗어나면 죽는다잉!
연수 : (웃고)
S#43. 주택 앞 (낮)
연수.. 부동산 중개업자의 안내를 받아 주택 안으로 들어간다.
S#44. 주택 지하 방 (낮)
넓은 방 하나에 부엌이 딸린 구조.
연수.. 중개업자를 따라 들어온다.
중개업자 : 방이 아주 크게 나왔어요.
연수 : 방음이 중요한데... 제 동생이 노래 연습을 해야 되거든요.
중개업자 : 본채하곤 좀 떨어져 있으니까 방음은 걱정 없을 겁니다.
연수.. 텅 빈 방안을 둘러보며 상상에 빠진다.
S#45. 주택 지하 방 (낮) - 연수의 상상
예쁘고 깔끔하게 꾸며진 방.
한쪽 면 전체는 거울로 되어 있다.
거울 앞에서 행복한 얼굴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세나.
이젤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가 노래하는 세나를 뿌듯하게 바라보는 연수.
S#46. 주택 지하 방 (낮)
상상에서 깨어난 연수.. 행복한 얼굴이다.
연수 : 계약금은 얼마 걸면 되죠?
S#47. 단란주점 (낮)
세나.. 청소를 하고 있는데, 연수.. 들어온다.
세나 : (연수를 보더니 모르는 사람 대하듯이) 장사 안해요!
연수 : 세나야!
세나 : 못 들었어요? 아직 장사 안 한다구요!
연수 : 세나야! 언니랑 잠깐만 얘기 좀 해!
세나 : (룸으로 휙 들어가 버린다)
S#48. 단란주점 룸 (낮)
세나... 소파에 드러누워 버리는데, 연수.. 따라 들어온다.
세나 : (돌아누워 버린다)
연수 : (세나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 세나야! 언니가 이렇게 빌게. 여기서 나가자!
세나 : ................
연수 : 너 더 이상 이러구 살면 안 돼! 제발 언니랑 같이 가자!
그 때, 호태가 들어온다.
호태 : (세나에게) 누구시냐?
세나 : 모르는 사람이예요.
호태 : (연수를 훑어보더니) 아.. 지난 번에 와서 울고 뛰어나간 그 아가씨구만.
연수 : 세나 좀 놔주세요.
호태 : 뭐요?
연수 : 세나.. 이런 데 있을 애 아닙니다. 놔주세요.
호태 : 세나야! 지금 이게 무슨 소리냐?
세나 : (벌떡 일어나 앉더니) 아저씨! 내가 아저씨한테 진 빚이 얼마지?
호태 : (무슨 소린가 싶어 띵한 표정 지으면)
세나 ; 5년 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그거 다 빚이잖아. 다 계산하면 얼마야?
호태 : 글쎄.. 그거야...
세나 : 최소한 천 만원은 넘겠지?
호태 : 따지자고 들면 그 정도야 넘지.
세나 : (연수에게 빈정거리듯) 손님! 돈 많으세요? 술집에 있는 애 빼갈라면
그 빚 다 갚아주고 빼가야 된단 사실 정돈 알고 오셨겠죠?
연수 : ..................
세나 : 김세나 사 갈 능력 되면 돈 싸들고 오시구, 안 되면 빨리 꺼져요.
연수 : ...............
세나 : 못 들었어? 빨리 꺼지라구!
연수 : (안타까운) 세나야!
세나 : 싫어? 그럼, 맘대로 해! 언니가 안 나가면 내가 나갈테니까! (뛰어 나가버린다)
연수 : 세나야! (쫒아나간다)
S#49. 단란주점 앞 (낮)
연수.. 달려가는 세나를 쫓아가지만,
세나..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버린다.
S#50. 단란주점 세나 방 (낮)
허름한 세나의 방이다.
벽에는 가수들의 사진이 붙어 있고, 살림이라곤 옷장과 작은 CD PLAYER, 쌓여 있는 CD들이 전부다.
연수.. 뛰어들어와서 세나의 가방에다 옷 등을 쑤셔 넣는다.
호태 : (쫓아 들어와 연수에게서 가방을 뺏으며) 이 아가씨가 왜 이래? 안 간대잖아!
연수 : (가방을 다시 뺏어 짐을 싸며) 죄송합니다. 세나.. 이런 데서 인생 망치면 안 되는 애예요. 이해해주세요.
호태 : (가방을 뺏어 던지며 소리 버럭) 누가 여기서 그녀석 인생을 망쳤다 그래요?
연수 : (!)
호태 : 그녀석, 처음 나한테 왔을 때 어땠는지 알아요? 그지꼴에다가 눈에 핏발만 잔뜩 서가지구, 먹여주고 노래만 시켜주면
뭐든지 한다 그랬어. 그 때 내가 안 거둬줬으면 옛날에 몸 버리고 인생 종쳤을 녀석이라구!
연수 : (고집스런) 돌봐주신 건 고맙지만, 이젠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호태 : (화나서 우기는) 그럼 빚부터 갚아요! 아까 세나 얘기 못 들었어요?
연수 : 빚 갚으면... 보내주시는 거죠?
호태 : ...................
연수 : 아저씨!
호태 : 그거야 세나 녀석 맘이지! 내가 아무리 돈이 탐난다고 세나가 가기 싫다는데 억지로 내쫓을 순 없는 거 아뇨?
연수 : 세나를 아끼신다면 내쫓아주세요. 부탁입니다!
호태 : (난감하고)
S#51. 버스 안 (낮)
세나.. 우울한 얼굴로 창 밖을 보고 있다.
핸드폰이 울리면 전원을 꺼버린다.
선재의 학교 앞을 지나가는 버스.
세나.. 문득 선재를 떠올리고 소리친다.
세나 : 아저씨! 세워주세요!
S#52. 대학교 수위실 (낮)
세나.. 수위실 안으로 고개를 쑥 들이밀고 물어본다.
세나 : 의대 건물이 어디예요?
S#53. 의예학과 사무실 앞 (낮)
세나.. 과사무실 간판을 보고 서 있다.
선재의 학생증을 꺼내 보는 세나.
S#54. 의예학과 사무실 (낮)
남자 조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세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조교 : 무슨 일로 오셨죠?
세나 : (책상 위에 선재의 학생증을 탁 내려놓으며) 이 학생 연락처를 알고 싶어서 왔는데요.
술 마시고 돈 모자란다고 학생증 놓고 도망가드니 소식이 영 깜깜이라서요! (윙크하며) 가르쳐주실 거죠?
조교 : (!)
S#55. 오피스텔 (밤)
작곡가 작업실 겸 생활 공간이다.
작곡과 녹음 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기계들과 컴퓨터, 스피커 등이 설치되어 있고, 벽면엔 방음장치가 되어 있다.
한쪽엔 설거지가 쌓인 작은 싱크대와 꾀죄죄한 이불이 구겨져 있는 싱글 침대 놓여 있다.
CD, LP, TAPE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어디 마땅히 앉을 데도 찾기 힘든 정신없는 분위기.
선재.. 우울한 얼굴로 침대 위에 누워 있는데,
정훈.. 라면을 끓여 들고 온다.
정훈 : (선재를 발로 툭 차며) 야! 라면이나 먹고 자!
선재 : 배 안 고파! 형 혼자 먹어!
정훈 : (쩝쩝 소리를 내며 라면을 먹으며) 무슨 일 있냐?
선재 : 아니!
정훈 : 근데 왜 얼굴이 왜 그래? 금방 깡패한테 삥 뜯기고 온 애처럼 풀이 죽어서..
선재 : ..............
정훈 : 나가서 걸이나 헌팅할까? 인생이 하품날 땐 그게 최곤데!
선재 : 공부하러 가야 돼!
정훈 : 야! 그렇게 맨날 책만 파고 있으니까 얼굴이 누렇게 뜨는 거야.. 너두 의사 공부 때려 치고
아버지 회사에 자리나 하나 달라 그래라. 니 형 봐라! 폼나지, 여자들 거품 물지, 얼마나 쿨해 보이냐?
선재 : (씁쓸하게 웃는다)
정훈 : 참! 온 김에 이것 좀 봐줘. (굴러다니는 악보를 선재에게 준다)
선재 : 형이 쓴 곡이야?
정훈 : 무려 열 두 번을 새로 쓴 곡이다! 내가 아무리 이쁜 여자도 열 번이면 정복 끝내는 사람인데,
곡 하나를 갖고 열 두 번을 새로 쓰라는 거야! 야! 내가 작곡가지, 받아쓰기 하는 학생이냐?
선재 : 민철이 형이 그랬어?
정훈 : 니 형 말구 누가 날 이렇게 물먹이겠냐? 내가 이번에 미는 애, 진짜 대박 예감 이만 볼트 짜리야!
찌릿찌릿 감이 장난이 아니라구. 근데, 돈이 있어야 판을 만들 거 아니냐! 그래서, 내가 진짜 아니꼽고 치사하지만
니 형이 열 두 번 고쳐 써오라면 내가 열 세 번 써간다. 이래 놓구 제작비 안 대주기만 해봐!
니 형이구 뭐구 그냥 안면 확 바꿔 버릴 테니까!
그 때, 선재의 핸드폰이 울린다.
선재 :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세나 : (F) 나예요. 킥보드! 기억나죠?
선재 : (놀라는) 네!
세나 : (F) 지금 좀 나와요!
선재 : 지금은 좀 곤란한데요.
세나 : (F) 왜요?
선재 : 도서관... 가야 돼요.
세나 : (F) 나 안 만나면 도서관 들어가기 힘들텐데...
선재 : 네?
세나 : (F) 무슨 말인지 잘 생각해봐요. (전화 끊는다)
선재 : (황당한 얼굴로 전화 끊는다)
정훈 : 누구야?
선재 : 몰라!
정훈 : 몰라?
선재 : 응! 몰라!
정훈 : 모르는 여자한테 전화가 온다 이거지? 이선재도 소질이 보이는데...
선재 : (배낭 들고 일어나며) 형! 나 갈께.
정훈 : 맘 바뀌면 전화해라. 난 항상 스탠바이니까..
선재 : 알았어! 간다! (나간다)
문이 닫히면, 정훈.. 얼른 비디오를 튼다.
TV 화면에 빅토리 오디션에서 노래하는 세나의 모습이 나온다.
정훈 : (넋을 잃고 보며) 꼭 한 번 탐험해보고 싶은 스타일이란 말야!
S#56. 도서관 입구 (낮)
선재...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 배낭에서 학생증을 찾는데 학생증이 없다.
당황하는 선재.
그 때, 세나가 불쑥 나타난다.
세나 : (학생증을 흔들며) 이거 찾아요?
선재 : (놀라는)
S#57. 대학 캠퍼스 (낮)
선재와 세나.. 나란히 걷고 있다.
한 무리의 여학생들.. 불량스런 차림으로 껄렁껄렁하게 걸어가는 세나를 보고 자기들끼리 쑥덕거리자,
세나.. 인상을 팍 쓰고 노려본다.
겁먹은 얼굴로 자리를 피하는 여학생들.
선재.. 그 모습을 보고 웃는다.
세나 : 물이 뭐 이러냐?
선재 : 네?
세나 : 여기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난 애들만 우글거리는 데라면서요. 근데, 물은 영 꽝이네. 기집애들도 하나같이 폭탄이구..
선재 : 여기까지 웬일이에요?
세나 : 참! 내 이름도 모르죠? (손을 내밀며) 난 김세나에요!
선재 : (머뭇거리다 손을 잡으며) 내 이름은..
세나 : (O.L) 이선재라는 거 알아요! 대학생들은 뭐하고 노나? 나 오늘 신나게 좀 놀고 싶은데..
선재 : (!)
S#58. 포켓볼장 (낮)
젊은이들이 많은 포켓볼장이다.
선재 : (능숙한 폼으로 볼을 깨려고 하는 찰나)
세나 : 잠깐만요! 그냥 치면 재미없으니까 공 들어가면 질문 하나씩 하기로 해요.
선재 : 질문요?
세나 : 네! 공 집어넣은 사람이 상대방한테 질문하면, 상대방은 무조건 솔직히 대답해야 되는거예요. OK?
선재 : (고개 끄덕이고 시원하게 볼을 깬다)
공이 들어가면 질문하고 대답하고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먼저 선재가 친 공이 들어간다.
선재 : 왜... 날 만나러 왔어요?
세나 : 같이 꿀꿀하기 좋은 친구니까! 그런 거 있잖아요! 노래방 갈 때 땡기는 친구! 춤추러 갈 때 땡기는 친구!
기분 확 뜰 때 땡기는 친구! 기분 꿀꿀할 때 땡기는 친구!
선재 : 하긴... 나도 이상하긴 해요. 기분이 우울할 때만 세나씨를 만나게 되는 게...
세나 : 거봐요! 우린 그쪽으로 필이 통한다니까요!
또, 선재가 친 공이 들어간다.
선재 : 오늘 왜 기분이 꿀꿀했어요?
세나 : .................
선재 :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세나 : 무슨 소리! 규칙은 규칙인데!...... 지난 번에 얘기했죠? 만날까봐 무서운 배신자가 있다구!
오늘 그 배신자가 찾아왔었어요! 꿀꿀할 만하죠?
선재 : (!)
이번엔 세나가 친 공이 들어간다.
세나 : 애인 있어요?
선재 : 없어요.
세나 : 마음에 든다!
세나의 공이 들어간다.
세나 : 집에 돈 많아요?
선재 : ................. 그럴 걸요.
세나 : 더 맘에 든다! 난 돈 없는 남잔 안 키우거든요.
선재 : (웃고)
또, 세나가 친 공이 들어간다.
세나 : (똑바로 쳐다보며) 앞으로 기분 꿀꿀할 때마다 찾아와도 돼요?
선재 : ................
세나 : 싫으면 싫다고 대답해요! 그럼, 난 오빠가 남자 좋아하는 호모라고 생각할 테니까!
선재 : (웃고)
세나 : 좋아요? 싫어요?
선재 : (고개 끄덕)
S#59. 서울 타워 올라가는 길 (밤)
선재.. 오토바이에 세나를 태우고 서울 타워로 올라간다.
S#60. 서울 타워 (밤)
세나.. 오토바이에서 내리더니 서울 타워를 올려다본다.
선재.. 같이 올려다보는..
선재 : 서울 타워에 처음 와본 소감이 어때요?
세나 : 여기까진 와 봤어요. 꼭대기에 올라가 보진 못했지만.... 나랑 같이 올라갈래요?
선재 : ...................
S#61. 서울 타워 전망대 (밤)
선재와 세나..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다.
세나 : (발로 바닥을 꾹꾹 밟는다)
선재 : 드럽고 치사한 세상 밟아주고 있는 거예요?
세나 : 아뇨.
선재 : 서울 타워에 올라와서 드럽고 치사한 이 세상 밟아주는 게 꿈이라고 하지 않았나?
세나 :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선재 : (?)
세나 : 이젠 이 세상보다 날 버린 사람이 몇 십 배 더 미우니까요.
선재 : 그럼, 지금 그 사람을 밟아주고 있는 거예요?
세나 : (대답 없이 바닥만 꾹꾹 밟는다)
선재 : (따라서 바닥을 꾹꾹 밟는다)
세나 : (보고) 오빠도 밟아주고 싶은 사람 있어요?
선재 : (고개 젓고) 난 내 욕심을 밟고 있어요.
세나 : 욕심?
선재 : 딴 사람 아무도 생각 안 하고 그냥 내 맘대로 살고 싶은 욕심!
세나 : 그걸 욕심이라고 할 수 있나? 사람은 원래 다 그렇게 사는 거 아녜요?
선재 : (씁쓸하게 웃으며) 사람은 다 그렇게 사는 건가?
세나 : (또 꾹꾹 밟더니) 지금은 내 약한 마음을 밟아주고 있는 거예요.
선재 : (?)
세나 : 앞으론 절대 약해지지 않을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울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꾹꾹 밟아버리면 다신 약한 마음이 못 튀어나올테니까!
선재 : .................
세나 : (바닥을 꾹꾹 밟다가 눈물이 툭 떨어진다)
선재 : (!)
세나 :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서울 야경을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린다)
선재 : ..................
세나 : (선재에게 기댄다)
선재 : (세나의 눈물을 닦아준다)
서로에게 기댄 채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선재와 세나의 모습.. 멀어지고..
S#62. 빅토리 회의실 (낮)
성춘, 민철, 정훈, 봉달, 기찬...
컴퓨터와 컴퓨터에 연결된 스피커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있다.
민철에게 맞은 상처 때문에 봉달..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민철.. <메신저> 파일명 검색 창에 ZERO를 쳐 넣는다.
ZERO의 MP3 다운로드 받으면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성춘 : (얼마 듣지도 않고) 이건 안 돼!
민철 : (보면)
성춘 : 완전히 아마추어잖아! 지금처럼 공짜로 듣는다면 모를까, 돈주고 사서 들을 물건은 못 돼!
민철 : 전 생각이 다릅니다.
성춘 : (노려보면)
봉달 : (얼른) 쌍판때기를 숨기는 놈이라면 생각하고 말 것도 없어!
그건 결단코 (손으로 얼굴 훑어 내리며) 여기에 하자가 있다는 얘기라고!
정훈 : (민철 편을 드는) 하지만, 음악성은 좋은 거 같은데요.
봉달 : 음악성 같은 소리하네. 아무리 쏭(SONG) 좋아봤자 껍데기 부실하면 10만장도 힘든거 몰라? 장사 한두 번 하나?
성춘 : (일어나며) 엉뚱한데 신경 쓰지 말구 오디션에서 골라낸 애들이나 확실하게 물건 만들 생각해!
봉달 : (얼른 나가서 문을 열고 기다린다)
성춘 : (나가면)
봉달 : (따라나간다)
민철 : (기찬에게) ZERO를 찾는데 얼마나 걸릴 거 같습니까?
기찬 : 글쎄요.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메일을 보냈으니까 곧 연락이 오겠죠.
딴 데도 아니고 빅토리에서 해보자는데 설마 잠수야 타겠습니까?.
민철 : 최대한 빨리 찾아내세요! 신비감이 살아있을 때 잡아야 승산이 있습니다.
정훈 : 그치만, 사장님이...
민철 : 상관하지 마세요. 앞으로 ZERO에 대한 보고는 제가 받겠습니다.
기찬, 정훈 : (!)
S#63. PC방 (낮)
세나.. 빅토리 레코드 홈페이지에 접속해 있는 상태.
<신인 가수 오디션 결과 발표> 라는 메뉴를 클릭하면,
'여러분의 열띤 참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엄정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 빅토리의 새얼굴들입니다.
축하해주십시오' 라는 안내문과 함께 '고아라, 황금숙, 이재규, 유민상, 박응진' 등의 이름이 올려져 있다.
얼굴이 구겨지는 세나. '빅토리 홈페이지'를 없애버리고, ZERO에게 메일을 쓰기 시작한다. (눈이 오는 편지지)
< 메일 내용 :
나.. 오디션에서 미역국 먹었어요.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래도 열받네요.
ZERO, 당신이라면 날 꼭 인정해줄 거 같은데.... 아.. 오늘은 눈이 왔으면 좋겠어요.
눈이 오면 내 눈엔 온통 깜깜하기만 한 이 세상도 좀 환해지겠죠? >
세나.. 여기까지 쓰고 한숨을 쉰다.
S#64. 유흥가 (밤)
민지와 금숙.. 팔짱을 끼고 걸어오고 있다.
지나가던 남자들.. 휘파람을 불며 돌아보고..
민지 : 차! 가수 됐다고 한 턱 쏜다더니 겨우 여기야? (못마땅한 듯 주변을 둘러보며) 황금숙! 나 이런 물에 적응 못해!
금숙 : 여기도 잘 골라 들어가면 괜찮아! 진짜야!
민지 : (무시하는) 돈 없어서 그래? 그럼 그렇다고 말해. 내가 보태줄게.
금숙 : 그게 아니라..
민지 : (팔을 확 빼며) 그럼 뭐야?
금숙 : (배시시 웃으며) 여기.. 선재 오빠 학교 근처잖아.
민지 : (우뚝 멈춰 서더니 한심하다는 듯 금숙을 쳐다보며) 너 아직도 이선재 좋아하니?
금숙 : (배시시 웃으면)
민지 : (한심하다는 듯) 너도 남자 보는 눈 없어서 앞으로 인생 좀 꼬이겠다!
금숙 : 니가 아무리 그래두 내 눈엔 선재 오빠밖에 안 보이는데 어떡해! (핸드폰 열며) 오빠 지금 학교 있겠지?
민지 : (핸드폰을 탁 닫으며) 부르기만 해봐! 난 갈 거니까! (걸어가면)
금숙 : 야아..... 민지야.. (쫓아가는데)
민지 : (아저씨 팔을 잡고 실갱이를 하고 있는 세나를 보고 멈춰 선다)
세나 : (아저씨가 뿌리치고 가버리자 단란주점으로 들어간다)
민지 : (저것 봐라! 하는 표정으로 눈을 빛낸다)
S#65. 단란주점 룸 (밤)
세나... 맥주 몇 병과 안주를 들고 들어가다가 민지와 금숙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하지만,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쟁반만 내려놓고 돌아서는데..
민지 : 어디 가? 들어왔으면 신나게 놀아주고 나가야지!
금숙 : 그럼! 사실 내가 오늘, 빅토리 오디션 (강조!) 붙은 기념으로 한 턱 쏘는 거거든!
서로 모르는 처지도 아닌데, 축하 정돈 해주고 나가야 예의 아니겠어?
세나 : (똑바로 쳐다보며) 어떻게 축하해줄까?
금숙 : 특별하게 할 거 없고, 그냥 너 하던 대로 해. 손님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술 따르구..
너 하는 일이 그거 아냐? 뭐부터 할래? 그래! 넌 노래 못해서 환장한 애니까 노래부터 한 곡 해라!
(세나 앞으로 노래책을 던진다)
민지 : (비웃듯 얘기하는) 금숙아! 이제야 수수께끼가 좀 풀린다. 난 말이야. 저런 애가 어쩌다 가수가 되겠다는
개꿈을 꾸게 됐는지 참 궁금했거든? 근데, 이제야 알겠네. 술 먹고 꼭지 팽! 돈 아저씨들이 '야! 너 노래 잘한다! 죽인다!'
그러니까 지가 진짜 죽이는 줄 알고 나왔었나봐!
금숙 : (킬킬거리며) 그래서 가수 되면 술집 애들 중에 가수 못 될 애 하나도 없지!
민지 : 진짜 웃기지? 어디나 꼭 저런 애들이 있단 말야! 지 주제도 파악 못하고 날뛰는 것들!
하긴 어차피 쓰레기처럼 살다 끝날텐데 개꿈도 못 꾸면 무슨 낙으로 살겠어?
세나 :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민지 : 왜 노래 안 해?... 아.. 이런 데선 팁부터 찔러줘야 노래가 나오지! (핸드백에서 십만원 짜리 수표를 꺼내더니
세나의 가슴에 꽂아준다)
세나 : (민지를 확 밀어버린다)
민지 : (넘어지고)
세나 : (씩 웃더니) 그러잖아도 살 맛 안 나는데 잘 됐다. 니들 오늘 나랑 같이 죽자!
민지 : 니가 그렇게 나오면 겁낼 줄 알어? 너나 각오해! 오늘은 중간에 끼어들어서 도망갈 틈 만들어줄 사람도 없으니까!
세나 : (민지가 꽂아준 수표에 라이터 불을 가까이 갖다 댄다)
금숙 : 너 뭐하는 거야?
세나 : 보면 몰라? 같이 죽자 그랬잖아!
민지 : (태연하게) 어.. 그걸로 불이라도 지를라구? 해 봐! 겁 하나도 안 나니까 해보라구!
세나 : (수표에 불을 붙여 민지에게 다가간다)
금숙 : (세나의 광기어린 표정에 질려서 피하는) 야! 얘 미쳤나봐!
민지 : (다가오는 세나가 무서워서 세나를 확 밀치는데)
세나 : (불붙은 수표를 떨어뜨린다)
민지 : 악! (비명을 지르며 피하고)
소파에 불이 붙는다.
세나 : (얼른 불 붙은 곳에 물을 붓는다. 불꽃이 사그러드는 걸 보고 안심하는)
민지, 금숙 : (뛰어나가려고 하는데)
세나 : (뒤에서 민지를 붙잡는다) 어딜 가? 같이 죽자 그랬잖아!
금숙 : (먼저 밖으로 뛰어나가고)
민지 : (세나를 뿌리치고 문으로 달려가는데)
세나 : (뛰어가서 문을 가로 막는다)
민지 : (겁에 질려) 장난 치지 말구 비켜!
세나 : 장난 아냐!
민지 : 너 미쳤어?
세나 : 겁 안 난다며?
민지 : 너 진짜 나랑 같이 죽겠다는 거야?
세나 : (씩 웃더니) 난 불 안 무서워! 예방 주사를 맞았거던. 보여줄까? (옷을 내려 흉터를 보여준다)
민지 : (흉터를 보고 이성을 잃고 울부짖는다) 비켜! 비키란 말야!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세나 : 겁 안 난다며?
세나.. 통쾌하다는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꺼진 줄 알았던 불이 다시 붙어서 소파가 타오르고 있다.
세나.. 깜짝 놀라서 쓰러진 민지를 깨운다.
세나 : (뺨을 때리며) 야! 일어나!
민지 : (정신을 못 차리면)
세나 : (민지를 룸 밖으로 끌어다 놓고, 소화기를 갖고 뛰어들어와 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점점 당황하는 세나의 얼굴)
S#66. 음반 매장 (밤)
연수... 손님에게 CD를 찾아주고 있는데, 윤주가 부른다.
윤주 : 연수씨! 전화 왔어!
연수 : (뛰어가면)
윤주 : (혀를 차며) 근무시간에 핸드폰 못 쓰게 해놨더니 매장으로 전화가 오는구만.
연수 : 죄송합니다. (전화 받고) 여보세요..............아저씨가 웬일이세요?
윤주 : (입을 삐죽거리며) 아저씨?
연수 : (놀란) 네? 불이 났다구요? (수화기를 든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S#67. 단란주점 앞 (밤)
연수.. 택시에서 내려 뛰어온다.
모여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단란주점으로 뛰어들어가려고 하는데 사람들 말린다.
연수 : (절박한) 세나야! 세나야!
호태 : (다가온다) 아가씨!
연수 : (떨면서) 아저씨! 세나는요?
호태 : 걱정하지 말아요! 무사하니까!
연수 : 무사해요?
호태 : 저기 있으니까 가봐요!
연수... 호태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어가면,
세나... 멍한 얼굴로 앉아 있다.
좀 떨어진 곳엔 민지와 금숙이 울면서 앉아 있다.
연수 : 세나야!
세나 : (연수를 보더니 고개를 돌린다)
연수 : (눈물 흘리며)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
세나 : ..............
그 때, 민철이 반대 방향에서 뛰어온다.
민철 : 민지야!
민지 : 오빠! (울면서 민철의 품으로 뛰어들고) 왜 지금 와?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단 말야!
민철 : (민지를 안아주며) 미안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응?
민지 : (세나를 가리키며) 나 저 기집애 때문에 죽을 뻔했어.
민철 : (세나 쪽을 보면 연수가 민철을 바라보고 있다.)
서로를 보고 놀라는 연수와 민철의 얼굴.
S#68. 커피 전문점 (낮)
민철과 연수.. 마주 앉아 있다.
연수 : 이제..... 아무래도 힘들겠죠?
민철 : ..................
연수 : 거절하셔도 이해할게요. 일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제 동생을 받아주시긴 힘들겠죠. 이해해요.
민철 : 상황이 힘들어진 건 사실입니다. 연수씨 동생이 누구라는 걸 알기 전보단 훨씬 어렵고 힘든 부탁이 됐죠.
연수 : (실망하는) .................
민철 :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 마음이 더 움직인 것도 사실입니다.
연수 : (?)
민철 : 제가 볼 때 지금 연수씨 동생은 굉장히 거칠고, 위험하고, 가시가 많이 돋혀 있어요..
연수 : (가슴 아픈) .................
민철 : 그런데, 연수씬 그런 동생을 어떻게든 품에 안고 감싸주려고 애를 쓰고 있죠. 그 점이 제 맘을 움직였어요.
연수씬 그렇게 사랑이 많은 사람이니까, 가시까지도 품어줄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니까,
동생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한테도 따뜻한 사랑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연수 : .............
민철 : 이번엔 내가 연수씨한테 부탁을 하죠.
연수 : (?)
민철 : 내가 연수씨 동생한테 가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대신, 연수씬 우리 집에 들어와서 내 동생을 맡아주세요.
연수 : 실장님 동생을요?
민철 : 사랑이 필요한 아입니다. 연수씨가 동생을 사랑하는 그런 마음으로 제 동생을 따뜻하게 가르쳐 주세요.
제 부탁 들어주시겠습니까?
민철의 진지한 얼굴과 연수의 놀란 얼굴에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