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권오삼
해님도
사진 찍어요
곧은 나무는 곧게
굽은 나무는 굽게
동그란 것은 동그랗게
네모난 것은 네모나게
꼭 그대로 찍어요
그런데
컬러 사진이 아니고
모두 흑백 사진이에요
나도 한 장 찍었는데
웃는 표정은 안 나오고
모양만 나왔어요
*출처: 권오삼 동시집 『라면 맛있게 먹는 법』(문학동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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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글 한송
권오삼 시인의 동시 「그림자」는 평범을 해소하며 동시의 문을 연다. 일상의 해님과 그림자 이야기가 맞지만, 흥미와 궁금을 달고 나타났다. 사진을 통해 현실을 재현하면서도 그림자의 독특한 매력과 표현력에 주목했다. 해님이 어떻게 사진을 찍을지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유쾌와 서정을 오가는 권오삼 시인 특유의 동시 맛이 「그림자」에도 녹아 있다. 해님이 사진을 찍는다는 기발한 상상으로 편한 듯 경쾌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해님의 사진은 그림자이다. 그림자는 해님 없이는 있을 수 없고 해님은 반드시 그림자를 남긴다. 결국, 해님과 그림자 즉 빛과 그림자는 하나인 것이다. 제각각 모양이 달라도 본연은 같다는 것이다.
해님은 꼭 그대로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색과 무늬는 보여주지 않는다. 포장과 선입견은 필요 없다. 원래 모두가하나이니까.
동시 「그림자」는 편견 없는 세상의 가치를 잔잔한 글과 유머로 풀어낸 힘 있는 동시이다.
첫댓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 없이 많이 본 그림자인데
왜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정말 그림자는 해님이 찍은 흑백 사진이네요.
놀라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