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달력을 넘기면서
"어르신 벌써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이네요"
듣고 계시던 어르신 한 분께서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그러게요. 누가 빨리 가라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KTX는 서울-부산을 2시간 반이면 갑니다.
승객들은 빠름을 잊고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깁니다.
우주왕복선은 서울-부산 거리를 1분이면 간다고 합니다.
우주선의 빠름과 우주 비행사의 느림이 엇갈립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세월이 무척 빨리 달리는 듯 합니다.
그렇게 또 2023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어르신 말씀처럼 누가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데....
세월이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빠르게 변함을 느낀 것이겠지요.
12월의 첫 휴일에 산행을 하며
KTX 승객처럼, 우주 비행사처럼 여유를 부려봅니다.
삭풍이 나무 끝을 에이는 오늘,
감악산 임꺽정봉 풍경을 배경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며
따뜻한 커피 한 잔에 몸을 녹이고 있습니다.
짙푸른 여름은 추억 속에 묻어두고
마지막 남은 단풍잎 마저 남김 없이 떨어뜨린 가을의 뒤안길에는
은빛 태양을 받은 마른 가지들 사이로 투명하게 파란 하늘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카레이서가 속도를 느끼면 사고가 난다 지요?
수도승처럼 서있는 겨울 나무 흉내를 내보며
느릿느릿 세월 레이서가 되어 보고 싶습니다.